혁명: 사회유기체의 종기

칼럼

세계경제가 하나로 연동되고 있으니 경제문제 푸는 것도 세계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세계경제포럼에서 잡담만 나눌 게 아니라 이자와 지대를 얘기해야 한다. 이자와 지대가 핵심이다. 나머지는 모두 과녁을 빗나간 화살이다. 월가를 점령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이자와 지대를 없애자고 외쳐야 한다.

이집트처럼 혁명이 터진 나라는 부패한 정치인과 관료만 내쫓지 말고 이자와 지대를 내쫓아야 한다. 혁명은 종기가 곪아 터진 것과 같으니 종기를 만든 근본원인(이자·지대)만 제거하면 새 살이 돋을 것이다. 대증요법(정부의 공적 개입) 덕분에 종기가 제대로 곪지 않는 곳의 예후는 어떻게 될까? 대증요법을 줄이면 기존경제질서의 모순이 드러나서 곪아 터질 것이다. 즉 혁명이 터질 것이다. '복지'1라는 목발을 발로 차버리면 기존경제질서는 그냥 넘어질 것이다. '공적개입'이라는 항생제를 차단하면 사회유기체의 여러 부위가 곪기 시작할 것이다. 아, 그것은 애초에 그래야 했다. 경제시스템의 근본결함은 손보지 않고 오늘만 대충 수습하고 넘어가자는 식으로는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큰 병이 나을 길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그런 대증요법은 우리들이 상황을 오판하게 만들고 우리들의 정신을 안일하게 만들지 않았는가? 대증요법으로 더 끌다가는 더이상 손쓸 수 없는 암과 같은 상태가 되고 만다. 즉 하이퍼인플레가 온다. 암보다 종기가 나은 것처럼 하이퍼인플레보다는 혁명이 낫다. 과거에는 하이퍼인플레가 특정 국가에 한정되어 그 영향력이 비교적 작았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경제가 하나로 연동되어 하이퍼인플레가 오면 문명을 완전히 잿더미로 만들 것이다. 혁명도 다시 여러 레벨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문제가 악화될수록 대중의 불만은 더 많이 쌓이고 혁명의 열기는 더 거세진다. 이것은 종기가 더 커져서 더 심하게 곪아 터지는 것과 같다. 말하자면 유혈혁명이다. 이것은 시민들 힘을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좋지 않다. 좀 더 우아하게 가야 한다. 대중들의 불만이 심하지 않을 때 기존 경제질서의 모순을 널리 알려서 시민들 주도로 돈과 땅을 개혁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집행해야 한다. 이건 무혈혁명, 병이 가벼울 때 치료해서 종기가 삭아 없어지는 것이다. 아이러니하지만 대중의 고통이 심하지 않다면 <자연스러운 경제질서>원리가 빠르게 확산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증상이 가벼울 때 환자가 병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치료하는 사람의 조언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 반대로 대중의 고통이 참을 수 없는 한계상황에 도달해도 <자연스러운 경제질서>원리는 대중 속으로 파고들기 힘들 것이다. 통증이 너무 심하면 병이 생긴 근본원인 따위를 생각해볼 여유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 때 대중들은 패닉상태에 빠져서 히틀러나 맑스 같은 돌팔이라도 쫓아갈 것이다. 그래서 사회적 증상이 가볍지도 않고 그렇다고 죽을 정도로 심하지는 않은 어떤 지점, 대중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진지하게 바라볼 만큼 고통이 무르익되 문제의 원인을 래디컬하게 추적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남아있는 지점에서 실비오 게젤의 훌륭한 조언이 먹힐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일까? 그러길 바란다.

Creative Commons License
Creative Commons License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1. 여기서 복지는 땅사유권을 폐지하지 않은 채 정부가 만들어내는 사회보장정책들을 뜻한다. 그것은 게젤의 자연스러운 경제질서 아래에서 지대를 공공이 회수하여 만들어내는 복지와 질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대증요법이고 후자는 근본치료다.텍스트로 돌아가기
2014/10/17 10:11 2014/10/17 10:11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silviogesell/trackback/30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