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네트워크를 활용하라

칼럼

<자연스러운 경제질서>를 실현하려는 시도는 여러 번 좌절되었다. 게젤은 1919년 구스타프 란다우어의 초청을 받고 바이에른 소비에트 공화국에서 공짜돈 발행하는 법안을 만들지만 정부군 공격으로 공화국이 무너지면서 수포로 돌아간다. 대공황 때는 정당들한테 그 당시 정책이 낳을 부작용과 경제위기 극복 방안을 서신으로 보냈으나 아무 반응도 얻지 못했다. 게젤의 제자가 공짜돈으로 슈바넨킬헨 경제를 살려 대중의 주목을 받은 다음에는 정부가 공짜돈을 불법으로 금지했고, 나치가 권력을 잡았을 때도 활동을 금지 당했다. 2차세계대전 끝난 다음에도 나아진 게 없었다. 브레튼우즈협정에서 케인즈가 게젤의 IVA(국제통화협회)와 비슷한 ICU를 제안했으나 미국 반대로 거부되었다. 소련은 게젤 이론이 맑스주의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불법으로 규정했다. 독일에서는 게젤의 제자들이 자기들을 대변할 정당을 찾아내 선거운동을 했으나 국회로 들어가는데 실패했다. 1950년대 60년대에 서독경제가 부흥하면서 게젤 이론은 사람들한테 잊혀졌다가 70년대 말 대량실업·환경파괴·국가부채증가의 위기에 직면하자 다시 주목받았다. 지금까지 흘러온 모습으로 보면 실비오 게젤 이론을 대중운동으로 만드는 과정이 순탄치 않다. 이 운동이 성공하려면 돈과 땅을 개혁하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네트워크를 새로 만들 게 아니라 이미 있는 전통적인 네트워크의 힘을 빌려야 한다. 그게 시간과 노력이 적게 든다. 따라서 <자연스러운 경제질서>는 가장 전통적인 네트워크인 종교, 즉 기독교·불교·유교·이슬람교·힌두교에 접속해야 한다.이 네트워크를 통해 <자연스러운 경제질서>이론이 확산되어야 한다. 이 종교들 안에 이미 <자연스러운 경제질서>와 닿을 수 있는 훌륭한 가르침이 비유 형태로 녹아있을 것이다. 오래된 네트워크는 포용력이 강하다. 그 안에서 태어난 가르침도 인류가 생산해낸 유익한 것을 통해 새롭게 해석될 여지를 남겨둔다. 그 재해석으로 새로운 지식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면역학자 아보 도오루에 따르면, 포유류 등의 고등동물은 면역시스템이 옛것 새것으로 나뉘는데 병이 심해질수록 옛 면역체계가 가동된다. 한 사람 몸에서 이렇다면 사회유기체에도 비슷한 원리가 적용될 터,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를 가장 오래된 네트워크가 치유하는 게 맞을 것이다. 종교네트워크로 <자연스러운 경제질서>의 원리가 널리 퍼지고 충분한 소통이 이루어지면 국회와 정부를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또, 불가피하게 혁명이 터져도 시민들이 뭘 바꿔야 할지 알고 있기 때문에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수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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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7 12:49 2014/10/17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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