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평통보

칼럼


 

원유한이 지은 (한국의 전통 사회)화폐(서울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5)에 따르면, 한국땅에서 명목화폐가 처음 나타난 건 고려 때이지만 제대로 유통된 건 조선후기 상평통보를 찍어내면서부터다. 조선후기는 생산량이 늘고 상공업이 발달하여 명목화폐가 필요해졌다. 조선전기까지는 쌀과 포목으로 물물교환을 주로 하였고, 조선후기에 와서 노동분화가 어느 임계점에 이르자 화폐를 쓰게 된 것이다. 그 당시에는 광산도 많이 개발하여 돈재료도 충분해졌다고 한다.

상평통보는 조선말기까지 2세기동안 유통되었고 그동안 사회의 모습과 사람들 생각을 바꾸었다. 고리대금업이 성장하고, 고리대자본이 농촌에 침투하자 농민이 몰락하였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임금노동자가 나왔고, 소수가 대토지를 차지하고 이윤을 더 많이 얻으려고 상업을 위한 농업을 확대하였다. 몰락한 농민 일부는 도적이나 반체제활동에 가담하였다. 민중들 사이에 소비사치성향과 투기사행심이 조장되고 절약·검약이 미덕이던 윤리가 변질되었다. 가족구성원이 이기적 타산에 민감해지고, 공동체의식은 약해져 대가족제도가 무너졌다. 부가 곧 권력이 되었다.

‘액면가가 불변하는 돈’을 쓰면 시대 장소 불문하고 사람 사는 세상을 파괴한다. 돈순환이 억제되기 때문이다. 모든 악의 뿌리가 여기에 있다. 실비오 게젤의 제안대로, 돈 액면가가 정기적으로 감가상각되는 스탬프머니를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만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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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3 18:24 2014/12/0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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