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大學

칼럼

財聚則民散 財散則民聚


재물이 모여지면 백성이 흩어지고, 재물이 흩어지면 백성이 모인다.




대학大學이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대학이라는 책이 나온 게 2200년쯤 전이다. 이 구절을 보면 2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류는 별반 다를 바 없는 고민을 갖고 사는 듯 하다. 2200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테크놀로지가 진보하고 자유무역과 인터넷으로 전세계를 하나로 묶어버렸다. '이런 변화가 과연 진보인가?'라는 의문은 잠시 제껴두기로 하자. 필자의 의도는 다만 2200년 동안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그 모든 게 어떤 의미에서 헛수고였다는 것, 우리들이 결정적인 부분을 건드리지 않고 여기까지 흘러오고 말았다는 것이니까.

위 구절을 경제학적인 용어로 해석해보자. 여기서 재材는 돈이다.(상품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돈이 흩어지면 백성이 모인다. 다시 말해 교환매개물인 돈이 활발하게 순환하여 상품교환이 늘어나면 백성이 모인다. 반대로 돈이 모이면 백성은 흩어진다. 다시 말해 돈이 한곳에 쌓여있으면 상품교환도 정체되고 백성은 흩어진다. 즉 백성은 분열된다. 사회갈등이 심해진다.

그러면 재材는 왜 잘 흩어지지 않는가? 2200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돈은 왜 흩어지지 않는가? 상업은 왜 정체하는가? 소비를 촉진하는 신용카드·대형유통업체·고속도로·인터넷...인류는 많은 경제적 장치들을 개발해왔다. 그런데 왜 경제위기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가?

실비오 게젤의 <자연스러운 경제질서>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공한다. 2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사용하고 있는 돈의 형태가 문제라는 것. 돈의 액면가가 불변한 특징 때문에 돈이 이자를 낳고 교환매개물 기능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우리의 노동대가 상당분이 지대로 흡수되어 거의 모든 진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땅은 경제활동의 원천이요, 돈은 경제활동의 매개물이다. 누구나 경제활동을 하려면 이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것을 사적으로 소유하는 것을 통해 이익을 얻는 것은 막아야 한다. 전체 경제시스템이 건강하게 작동하려면 땅과 돈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이용만 하여야 한다. 우리가 소유할 것은 돈과 땅이 아니라 우리의 땀이 밴 노동생산물, 그리고 그것과 교환한 다른 사람들의 노동생산물이다. 게젤의 제안은 "돈과 땅의 국유화"라고 할 수 있다. 돈과 땅을 국유화해야만 나머지는 모두 민영화할 수 있다. "돈과 땅의 국유화"는 정말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된다. 그렇다면 이 목표를 어떻게 실현하는가? 사람들이 돈을 교환매개물로만 사용하게 하려면 돈의 액면가를 정기적으로 감가상각하여 돈이 이자를 낳지 못하게 하여야 한다. (이것을 지역화폐입문에서는 "노화하는 돈(aging money)"이라고 부른다.) 그러면 돈은 쌓이지 않고 바로 교환에 제공될 것이다. 또 땅사유권을 폐지하고 국유화하며 모든 땅을 인종 민족 성별 나이 출생지 신체조건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공매경쟁을 통해 임차할 수 있게 하고 거기서 나오는 지대는 공동체로 환원하여 모두의 복리에 써야 한다. 이렇게 하면 돈과 땅은 실질적으로 모두의 것이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은 맑스 스타일처럼 모든 사람들한테 기계적인 평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뛰어난 사람들은 더 많은 노동대가를 얻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뛰어난 사람과 부족한 사람의 차이는 건전한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다. 더불어 이자·지대라는 기형적 환경 속에서 경제활동을 해나가는 과정 중에 생긴 사회문화적인 부작용들과 그 부작용들에 대한 대증요법으로 요구됐던 모든 복잡한 제도들과 시스템이 모두 사그라들 것이다. 이것은 삶의 질을 매우 복합적으로 향상시킬 것이다. 범죄는 줄어들고, 전쟁은 사라지고, 환경은 복원되며, 빈부격차는 줄어들고, 젊은이들은 결혼을 미루지 않을 것이며, 가족은 함께 살 수 있고, 전통문화와 지역문화도 복원될 것이다. 우리들은 돈과 땅에 매이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대로 살 것이며, 병든 세상에서 삶을 꾸려가는데 필요했던 중독적인 문화와 위로산업 일체가 더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무역은 여전히 확대될 수도 있지만 그 이익은 지금처럼 소수의 자본가한테 떨어지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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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6 22:16 2014/09/2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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