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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G8]일본에 다녀왔습니다 2

2. 시위대의 스타일 - 코스프레, 블랙 블록 그리고 삼보일배

자신들의 정치색은 그들의 주장, 말, 행동에서도 나오지만
이 모든 것들을 관통해 하나의 스타일이라고 규정해야 될법한 것들이 확 눈에 띄었다.
그들도 나에게서 어떤 스타일을 발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몇몇 그룹들은 의상과 사운드에서부터 확실한 스타일을 보여줬다.
간지가 좔좔... 그보다는 어떤 독특한 에너지가 뿜어져나온다고나 할까.

7월 5일 삿뽀로에서의 시위 동영상이 어딘가에 돌랑가 모르겠지만
그냥 눈으로만 보더라도 그 스타일은 명확했다.




까맣게 온몸을 칭칭감고 큰 소리로 리드미컬한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
일본 전통 복장을 입고 작은 북 등을 두들기거나 행진하는 사람들,
만화 주인공처럼 코스프레를 하고 나와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만드는 사람들,
나처럼 약간 어정쩡한 편한 복장의 얼굴을 가린 사람들,
거대한 퍼핏(종이인형)을 매고 가면을 쓰고 경찰들을 우롱하는 사람들,
고양이 분장을 하고 음악을 연주하던 내 친구들.




하여간, 그간의 반세계화, 반신자유주의 투쟁들에서처럼 몇 만,
몇 십만의 시위대들은 모이지 않아 아쉬움도 많았지만,
각국에서 모여든, 일본에서 함께 한 2-3천여 시위대가
그 나름대로 시끌벅쩍하고 화려찬란하게 거리를 장식해갔다.
이들의 스타일은 확실히 한국의 촛불시위에서 느껴지는 에너지와는 또 다른
어떤 질감을 갖고 있었다.
함께 걸으며 소리치면서 만난 그 그룹들 중에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가장 선두에서 메탈 음악을 크게 튼 트럭 뒤를 함께 가던
펑크족들. 흑적기를 들고 가던 사람들.




블랙 블록 사람들의 그 스타일에 반해버렸고
그렇게 춤추고 외치면서 차선을 넓혀가는 모습은 짱 멋졌다.
시위대 중간을 가로지르던
가볍고 발랄한 듯한 코스프레 복장을 한 일본언니들에 경악했으며
거대한 퍼핏들의 코믹한 제스쳐들도 경찰을 우롱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아주 유효해보였다.
전체적으로 그날 조용하던 거리는 이들의 포스에 완전히 장악되었다.
거리에 사람들도 신기해하며, 또 유쾌하게 우리를 쳐다봤고
방패 뒤에 선 간부급 경찰들도 시위대를 구경하다 손으로 뭔가를 가리키며 웃기도 했다.





윈저 호텔 근처의 캠프장으로 옮겨갔을 때,
한국에서 온 사람들도 뭔가를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제안에
촛불을 들고 플랭카드를 들고 시위도 했는데, 이것도 하나의 스타일일 듯.
7월 8일 행동에 대해, 최대한 호텔 근처에 가게 되면 그곳에서 삼보일배를 하자고 제안을 했었는데
당일 아침에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어서 친구들이 잘 했는지는 모르겠다.
암튼 스타일에 대한 건,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봐야 알 것이다.
크흐... 다음에 집회 때는 뭔가 좀더 난동을 피워야 할 것 같다는.
거리에 표정을 어떻게 만들건지 많은 힌트들을 얻어온 것 같다.
한국 상황에서 무리하게 시도했다가 쪽팔림을 당할 수도 있긴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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