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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 이룸센터에서

아항- 피곤한 하루.

노들, 아니 이룸센터에 다녀와서 소파에 잠시 누웠다.

하루 하루가 다이나믹하다-

지선생처럼, 나도 휴가가 필요한데...

 

여튼, 오늘 노들 강의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이룸센터에서 진행되었다.

천막 농성 중이신 곳.

변선생님과 여의도에서 만나 농성장을 찾아갔다.

나도 처음 가는 길. 두리번 두리번. 지난주에 다녀간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설명을 듣고도 불안불안.

 

12월 3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장애인활동보조예산, 장애인 노동권, 장애인연금쟁취를 위한 공동행동 중이시다.

이노무 정부는 장애인복지예산을 삭감하기 위해 여러 모로 잔머리를 굴리고 있는 모양이다.

구체적으로 투쟁 소식을 듣고 싶었지만,

천막 안은 사람이 가득하고,

교장샘은 간담회 준비 중이시고,

어쨌거나, 오늘은 변샘의 영화 강의이다.

단편영화 두 편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기대 기대.

 

이룸센터 안으로 들어가 수업준비를 했다.

로비가 강의실.

전동 휠체어를 탄 분들이 들어오시고... 열기는 뜨거웠는데

수업을 위해 가져온 빔프로젝터가 말썽인데다가 롤스크린 설치도 만만찮고

가져온 노트북에는 dvd 콤보가 없어 노트북 다시 빌리고, 멀티탭 가져오고,

연결했는데 또 빔 안되고,

그래서 2층 대회의실을 하나 빌렸다.

 

회의실은 정말 대회의실.

국회의원들이 둘러앉을법한, 혹은 회사 CEO들이 앉을 법한,

푹신한 의자와 개인 마이크..

전동휠체어들이 들어가도록 의자들을 한쪽으로 쭉 빼고

다시 노트북과 빔 연결...

그런데 또 빔이 안되었다. 관리실 아저씨는 어딘가 전화를 해서 왜 안되냐 물었지만, 대책 없는 상태.

 

다시 이동.

이번엔... 제발.

 

강의실2.

노트북과 연결이 필요없이 설비가 다 되어있어, 결국 영화 강의가 시작되었다.

1시간이 훌쩍 지연되는 통에

몇몇 분들은 가셨지만, 그래도

변샘이 누구시냐. 아- 저 여유.

 

땀을 식히며, 봉준호 감독의 졸업발표작 '지리멸렬'을 보았다.

영화, 너무 웃기고 재밌고- 그 특유의 블랙코미디.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탁월한 초이스!

학생들과 나는 낄낄 헉헉대며 영화를 봤다.

내용은 절대 안가르쳐 줄거다. ㅎㅎ

교수님의 포르노잡지와 바퀴벌레,

골목에서 쫒고 쫒기는 논설위원과 신문배달부,

검사의 똥과 밥통.

그리고 TV를 끄고, 못보고, 혹은 보는 우리들 이야기.

 

그러고 나서 영화 한 편을 더 보았다.

"여러분, 혹시 가리베가스가 어디에 있는 지 아세요?"

가리베가스란다. 가리베가스.

알고보니 가리봉+라스베가스.

독립영화에 가장 많이 쓰이는 소재가 이주노동자와 비정규직이라는데

변샘은 이 영화를 가장 따뜻하고 소박하면서 내용을 잘 짚은 영화로 꼽아주셨다.

20분이 채 안되는 영화.

가리봉에서 살던 26-7세의 여공이 공장 이전에 따라 수원으로 이사가는 날.

용달차 아저씨, 벌집, 냉장고와 장농, 그리고 테니스공... 숟가락.

이런 것들이 머릿속에 생생하다.

이사- 떠도는 인생들의 처연한 뒷모습. 그러나 따뜻한 메세지.

새로 이사오는 사람들은 이주노동자들. 그녀의 편지를 읽을 수 없는,

소외된 자들끼리도 소통되지 않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많은 말들을 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젖은 길바닥처럼 되었다.

 

끝나고는, 밍구샘이 넣어준 김밥을 모두 나눠먹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간 매번 봐왔던 한 여성분과 대화를 나누며

김밥을 입에 넣어드리고

단무지도 넣어드리고

그렇게 배부르게 참치냄새가 많이 나는, 그러나 참치는 없고 대신

참깨가 많이 붙어있던 그 김밥을 

맛나게 먹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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