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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글라스 쓴 박정희가 더좋다.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빗대 ‘선글라스 벗은 박정희’라고 비아냥거리는 것을 봤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나 아니 대통령 스스로 이 말을 들었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그러나, 억울하거나 화가 나거나는 둘째 치고, 대통령을 모시고 사는 노동자의 입장은 또 다른 측면이 있다.
선글라스를 쓴 진짜 박정희 대통령을 모시고 살았던 노동자들은 정말로 암울했다. 공장새마을 운동이란 미명아래, 출근하면 반듯하게 줄을 서서 사장님 훈시를 들어야 했고 머리가 길면 정갱이를 걷어차이고 그랬다. 경제개발이란 미명아래 최저의 임금으로 연명해야 했고 근로기준법은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노동조합은 강제로 해산됐고 중앙정보부에서 훈련받은 몇사람들에 의해 노동조합은 장악되고 어용노조로 전락했다.
세상이 흘러 흘러, 노동자들이 자가용을 끌고 다니고 중견기업에 다니는 노동자는 억억하는 30평 아파트 골라사는 재미도 있다. 그렇게 세상이 변해왔다. 노동자가 약자가 아니라는 애기도 나오고, 대기업노조의 특권도 나오고 급기야는 ‘귀족노조’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선글라스를 벗은 대통령은 귀족노조의 특권을 공격하고, 비판한다. 국민들도 이에 동조한다. 그런데, 세상이 좋아졌어도 대통령에게 손가락질 당하는 노동자들만 있는 건 아니다. 반면에 칠팔십 만원 최저임금에 허덕이고, 언제 잘릴지 몰라 가슴쓸어내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노동자들이 팔백만이 넘어섰다. 실업계 고등학생이 실습나온 공장에 정규직으로 채용될려고 기계에 손가락을 들이밀었다는 애기가 나올정도로 노동시장은 기형적으로 변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이들은 외면하고 일부 상층노동자들 타령만 한다. 세상은 상층노동자들의 귀족생활상만 듣게 되고, 그리고 노동자를 손가락질 한다.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이래 신장됐던 노동자들의 권리는 끊임없이 후퇴하고, 또 후퇴시켜야 한다는 여론까지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선글라스 벗은 박정희’라는 말에 공감을 하게 된다. 출신과 방식, 화법은 틀리지만 선글라스를 벗으나 안벗으나 노동자에겐 박정희라는 실체는 똑같은 것이고, 생활에서 그 실체를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 노동자들은 선글라스를 안쓴 박정희보다 차라리 선글라스를 쓴 박정희가 좋다. 확실하게 대놓고 탄압하는 것이 더좋다. 그래야 편도 많아지고 싸울 명분도 많게 되는데, 위장탄압은 명분도 뺏어가고 편도 뺏어간다. 비정규직이 양산된 노동시장은 개발독재의 노동시장과 정말 하등의 차이가 없다.
박정희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개발독재의 희생속에 빌딩이 높아지고 한강의 기적이 이뤄졌다면, 지금도 마찬가지로 비정규직의 저임금 구조속에 빌딩은 높아지고 경제규모는 커져가고 기업의 순이익은 늘어난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월급봉투만 가지고 세상을 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정규직의 월급봉투를 가지고 노동자들의 처지와 노동운동을 논하는 상식이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현장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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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충청일보 기자 webmaster@ccilb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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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서도 안되고 울어서도 안되고!
김 남 균 <민주노총충북본부 사무처장> 나는 아이에게 가끔, 아니 아주 가끔 동화책을 읽어준다. 그래도 아이 엄마는 자주 읽어주는데, 그래서 나는 십점짜리 아빠에 불과하다. 아이 동화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옛날에 숲속의 왕인 호랑이가 몹쓸 병에 걸렸단다. 호랑이는 병 때문에 냄새가 지독했단다. 호랑이는 숲속의 동물들에게 병문안을 오라고 했다. 제일 먼저 토끼가 왔다. 호랑이는 토끼에게 자신에게서 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느냐고 물었다. 토끼는 호랑이에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호랑이는 '고얀놈 같으니라고' 버럭 화를 내며 토끼를 잡아 먹었다. 두 번째는 사슴이 왔다. 호랑이는 토끼에게 했던 질문을 똑같이 사슴에게 물었단다. 사슴은 토끼가 당한 모습을 본지라 벌벌떨면서 '아이고, 이상한 냄새라니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호랑이는 '이런 거짓말쟁이 같으니라고'하고 화를 내며 사슴을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이번에는 여우차례였다. 똑같은 질문을 받은 여우는 '호랑이님! 제가 지금 지독한 감기에 걸려서 아무 냄새도 맡을 수가 없습니다. 다음에 감기가 나면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결국, 호랑이의 변죽도 지혜로운 여우의 말에는 어쩔수가 없어서 여우는 화를 피했다고 하는 얘기다. 이렇게 호랑의 변죽처럼, 사람들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게 옭매는 경우가 있다. 바로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이 꼭 그런 경우다. 하루는 귀족노조인 현대자동차노조가 민주노총의 비정규직기금을 적게 냈다고 비판을 한다. 신문만이 아니라 저녁 정규뉴스에서도 말이다. 그 다음날은 현대자동차노조가 조합원들의 경제적 이해가 없는 비정규직법 통과 반대 등 정치파업만을 일삼았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현대자동차조합원 4만명이 하루 파업의 대가로 받아야 하는 임금손실분은 대략 40억원(일당 10만원 곱하기 4만명)이다. 비정규직을 외면한다고 해서도 탈이고, 비정규직을 위해서 싸워도 탈이다. 이쯤되면 배겨날 장사가 있겠는가! 언론은 매일같이,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을 죽이지 못해 안달이다. 동화속에 나오는 여우의 지혜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현재의 언론권력은 지혜는커녕 잔꾀의 틈도 주지 않는다. 순이익 1조원 이상을 회사에 벌어주고, 연봉 4000만원 받기 위해 특근을 밥먹듯이 해가다 1년에 수십명씩 과로사하는 이 기름밥 노동자들에게 언론권력은 너무나 야박하다. 그런데, 이상한 아이러니가 하나 있다. 현대자동차와 똑같은 처지인 사람이 한사람 있다. 바로 그사람은 대통령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뭘 해도 믿지 않고 타박 한다. 현실속의 호랑이 같은 권력자가 토끼, 사슴같은 신세로 전락했는데 이건 순전히 자업자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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