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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문자

문자가 왔다.

 

 

 

고 1때 담임선생님// 이라는 말로만은 설명될 수 없는... 하여튼 나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그녀의 문자였다.

 

 

'잘지내고 있니? 뜬금없이 ^^ 네가 보고싶구나'

 

.

.

.

 

헐레벌떡 수업시간에 맞춰 교실로 들어가는 순간이었는데, 마음이 울컥했다.

간신히 출석시간을 버티고나서 화장실에 가는 척 핸드폰을 가지고 나와서 그 문자를 보고, 또 보고, 보았다.

 

눈물이 배어나오는 것은 물론, 마음 한 구석이 꽉 차오르면서도 또 한편으론 마음이 서늘한 오묘한 느낌.

 

'네가 무엇을 하든 널 믿는다' 라고 나에게 말해준 거의 유일한 사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  가장 존경하는 사람- 하면 주저없이 꼽을 수 있는 사람.

 

내가 교직이수를 받으면서도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고민되는 이유가, 내가 이 사람처럼 훌륭한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가 고민될 정도인 사람.

 

아무튼, 그녀는 내가 그녀를 필요로 할 때를 정확하게 알아낸다.

 

고 2중반무렵이었을까, 한참 학교활동으로 힘들었을 때,

그녀의 편지 한 통에 화장실에서 몇시간을 오열하면서, 그 편지 덕에 살아났다는 걸. 그녀는 알까.

 

 

어제의 문자도.

 

나에게 너무나도 필요한 순간이었다는 걸.

고민이 몰아치면서, 내 자신이 너무나도 작아지는 것을 일상적으로 느끼는 요즘.

 

꽤 오래동안 연락할 생각도 하지 못했던 그녀에게서 먼저 문자가 올 줄이야.

그녀는 대체 내게 무슨 운명인건지. 정말 엄청난 타이밍을 자랑하며,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꽤 지난 지금에도 나에게 이렇게 지대한 영향을 끼쳐버린다.

 

 

벗어날 수가 없구나. 에헤라디야.

 

 

그 문자 한통으로 그 시간 이후의 하루가 너무나도 벅차고, 가슴뛰고 , 눈물날 것만 같았고.

중요한 건 그녀가 내게 보여줬던 신뢰감이 환기되면서, 왠지 자신감도 생겨났던 하루를 보냈다.

 

 

저녁무렵,

 

'선생님 덕분에 간만에 가슴벅찬 하루 보냈어요. 감사해요'

 

라고 보내자

 

그녀의 답장.

 

'우리모두는 정도만 다를 뿐 모두 애정결핍증후군이자너. 팍팍한 세상, 우리끼리 다독이며 살자.'

 

 

 

아,진짜 -_-

 

애정결핍증후군이라니. 크.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유발하는 능력은 아직도 여전하시구나.

 

 

3월이 가기 전에 꼭 만나야겠다.

 

늘 그렇듯, 선생님은 나에게 많은 걸 물어보지 않을테지.

꼭 껴안아주고나서 활짝 웃으면서 특유의 말투로 '그래, 왜왔노' 할 게 뻔하다.  

 

(그리고 나서 내가 조금만 길게 얘기하면,  요약해서 얘기하라고 할 것도뻔하지만 -_-;;)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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