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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

나는 대학에 가면 교환학생을 꼭 갈것이다.  라고 고3때부터 막연하게 중얼거렸던 것 같다.

 

 

내인생에서 내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풍요로움이라고 생각했던 듯.

 

 

누구처럼 외국에 나가서 1년동안 한가로이 어학연수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방학동안 오히려 돈벌이가 쏠쏠하기 때문에 방학중의 여행은 항상 계획만 세웠다가 살포시 접기만 하는 것이기에-

교환학생제도를 따내는 것.

그것만이 내 지난 대학생활 전부의 목표였던 것 같다. 피를 토하면서 수업에 늦지 않게 가는 것도, 다들 독하다고 했던 전출을 했던 것도 모두.

어짜피 다녀야 될 대학교. 어짜피 내야할 등록금을 낼 바에야,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 내가 모든 관계에 힘을 써야하지 않아도 되는 곳. 가족들에게서 떨어져 있을 수 있는 곳. 아무도 나의 옷차림에 대해 신경쓰지 않을 곳.

오롯이 나 자신에게 신경써줄 수 있는 1년간의 생활을 따낼 수 있다는 가능성이 너무도 신이 났다.

그리고 그것이 전혀 '낭비'이거나 '사치'의 개념이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도.

 

 

 

 

 

 

말할 수 있을 때마다 사람들에게 말하고,

돈을 모아서 적금을 들면서도,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가서 그곳에서 수업을 듣는 나를 생각했다.

해도 해도 또 남아있는 과외를 하면서도 늘 미지의 외국캠퍼스 잔디밭에서 말도안되는 영어를 씨부리며 누워있을 나를 상상했다.

 

그리고 꼼꼼하게,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이 시기엔 토플을 따야지, 이 때까진 학점을 잘 받아야 해. 이 때 출발하면 여행과 학기 시작을 함께 할 수 있을거야' 등등을 계획해왔다.

 

그리고 바야흐로.

 

내가 계획했던 2년이 지나,  한번의 휴학으로 얻은 토플점수와 세 학기의 성적과 추천서로 이제 면접만이 남아있다.

 

후보로 쓸 수 있는 한정된 갯수의 학교를 고르기 위해, 이곳저곳 싸이트들을 뒤지고 또 뒤지고 고르고 또 골라보지만,

그렇게 높지만은 않은 내 점수 때문에 약간은 좌절하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중.

 

막상,

그렇게도 꿈꿔왔던 것이 이렇게 가까이다가오고 보니깐.

왠지 낯설고 약간은 두려운 맘에 도망치고 싶기도 하다.

 

'어짜피 떨어질꺼야'란 생각과, '정말 미국에 있는 학교로 배정이 나면 어떻게 하지'란 생각이 마구마구 뒤엉키고,

하루에도 열번 이상씩 서부에 있는 학교가 좋을까, 동부쪽으로 넣을까. 아니면 괜히 다 떨어지지 말고 경쟁률이 낮은 중부쪽으로 넣을까.

아니면 미친 척하고 네덜란드로 넣어서, 유럽에서의 일년을 만끽하다 올까.

 

돈을벌고,점수를 따는 일보다.

이게 훨씬 더 힘이 든다.

 

 

어디에서 살게 되고 어떤 정도의 물가를 감당해야하는지, 기숙사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 한국인이 많은지,

그리고 내 선택이 너무 높은 것이어서 떨어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함께 감내해야하는 이 선택의 기간은 나를 너무 지치게 만들려고 한다.

 

대학 원서 쓸때가 이런 심정이려나.  수시로 퐁 대학에 들어와 버린 나는 이런 것이 처음이라 그저 자신없을 뿐.

 

 

 한정된 기회의 리스트를 작성하는 일.

 

 

아이고, 머리아프군하.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배부른 타령이긴 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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