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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제도에 관해

 - 2004년에 term paper로 제출했던 영국노동당의 성격변화에 관한 글 중에서 정당의 분류에 관한 내용을 정리한 부분입니다. 정치학에서 논의되는 정당제도에 관한 모든 내용이 언급되고 있지는 않지만 대략적인 내용을 알 수 있을 듯합니다.

- 특히 요즘 처럼, 당내에서 '계급정당'이냐 '대중정당'이냐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는 상황에서 참고가 되시라고 올려 봅니다.

- 현재 보이는 내용은 서론에 해당하고, 글 말미에 붙어 있는 '계속보기'에 결론 부분을 올려 놓았습니다.

 

영국 정당제의 특징을 살펴보기 위해 사르토리의 정당체계를 정리해 본다. 사르토리는 정당의 분류기준으로 일곱가지 즉, ①정당의 수 ②각 정당이 상대적 규모 ③정당간 이데올리기의 거리 ④정당이 표방하는 이데올로기에의 감정이입도 ⑤운동의 방향 - 구심적, 원심적 경합 방법 ⑥정당이나 하위 그룹의 자율도 ⑦정권 교대축의 수와 위치 등을 들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1)단독정권형 정당제 2)연립정권형 정당제로 나누고 이는 다시 3)선거와 의회 수준에서 정당간 경합 기준 4)권력수준 기준에 의해 나눌 수 있다(이극찬, 1996).


단독정권형 정당제

연립정권형 정당제

①일당제

- 전체주의 일당제 : 이데올로기 지향, 하위그룹의 자율성 파괴

- 권위주의 일당제 : 배타적, 선택적 하위그룹 억압

- 실용주의 일당제 : 이데올로기 응집성 낮음, 다원적, 하위그룹 자율성 개발

②헤게모니 정당제 : 지배정당하의 1차적 정당, 위성정당화

- 이데올로기 지향적 헤게모니 정당 : 이데올로기 수준 높음, 정보수집 능력 향상

- 프레그머티즘적 헤게모니 정당 : 이데올로기 수준 낮음

③일당우위정당제

- 복수정당 사이 하나의 정당이 압도적 힘을 갖음

④양당제 : 2개 정당 경합, 그 중 한 정당이 단독 정부 구성, 제3당 존재 하나 미약

① 한정적 다당제 : 온건 다당제, 정당수 3~5, 연립정권형성, 강한 반체제정당 없이 모든 정당이 정권지향적

※특징 : -정당간의 이데올로기의 거리가 크지 않다.

         -연합형성축이 양극화

         -정당사이 경합의 방향이 구심적

② 극단적 다당제 : 분극형 다당제 정당수 6~8

※특징 : -정당간 이데올로기 거리가 크고, 강력한 반체제 정당 존재

         -정당의 파편화가 심해 두 개 이상의 배타적 야당이 여권에 도전(정권교대축이 삼극 이상)

         -이데올로기 분극화가 심하며, 배타적 이데올로기의 지향성이 강한 정당 사이에서 다극적 경합 전개

         -중간 위치 정당 다수 존재, 운동의 방향이 원심적

         -정권교체 빈발, 수권 기회 편중, 중도세력 우세

         -과도공약 정치주의 전락위험 존재

③ 원자화정당제 : 군소정당 난립 양상, 전후 나타나는 특징

선거와 의회 수준에서 정당간 경합 기준

권력수준 기준

①비경합적 정당제 : 일당제, 헤게모니 정당제

②경합적 정당제 : 일당우위 정당제

                  양당제

                  한정적 다당제

                  극단적 다당제     

                  원자화 정당제

①단독정권형 : 일당제, 헤게모니정당제, 일당위위                 정당제, 양당제

②연립정권형 : 한정적 혹은 극단적 다당제, 원자                 화 정당제

[표 1]사르토리의 정당체계 정리


   사르토리의 분류에 의하면 영국의 정당제는 ‘단독정권형 양당제’로 분류된다. 양당제가 고착화 할 수 있는 주요 원인으로 단순다수대표제에 의한 선거제도를 들고 있다. 이에 대해 사르토리(사르토리, 1976)와 뒤베르제(뒤베르제, 1966)는 영국과 같은 정당체제가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제3당이 급격히 출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뒤베르제는 한 국가가 정당의 수와 관련되는 어떤 정당제를 채택하는 것은 사회경제적 요인, 역사적․문화적 요인, 기술적 요인(선거제도) 등 세 가지로 들고 있다. 또한, 정당의 구조와 관련해 간부정당과 대중정당으로 구분을 한다. 그에 따르면, 영국의 보수당은 간부정당으로 노동당은 대중정당으로 분류를 한다. 그런데, 노동당의 경우 노동조합, 공제조합, 협동조합 및 기타 유사단체 등의 다른 조직을 매개로 시민들이 간접가입하는 ‘간접가입’ 정당의 성격도 가진다고 보고 있다(뒤베르제 1966: p.134).

   뒤베르제의 논지가 50년대 초 대중 정당의 장점에 대한 찬미로 해석될 수 있다면, 15년 후의 키르크하이머의 중도통합정당론(Otto Krchheimer, 1966)은 뒤베르제의 주제에 대한 반론이다(최한수, 1993). 즉, 그는 유럽 정당들의 전후 경향에 대한 전통적인 형태분류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였다. 그는 정당의 형태가 새로운 형태를 점차 한 점(중도)으로 모아지는 것을 보았고, 이를 중도통합인민정당(catch-all people's party), 줄여서 중도통합정당이라고 불렀다1). 한점으로의 집합은 대중정당과 간부정당의 두 방향으로부터인데(간부 정당으로부터는 영국의 보수당, 프랑스의 드골 당, 독일의 기독교민주당이 생겨나게 되었고, 대중 정당으로부터는 영국의 노동당이나 독일의 사회민주당 등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것은 단순히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열망이다. 그는 이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중도통합대중정당의 통합 잠재력은 가시적인 최종결과가 선거에서 최대한의유권자를 끌어 모으는 요인들의 결합에 달려 있다. 그러한 결과를 가져오기 위하여 중도통합정당은 보편적으로 요구되고, 고도로 표준화된 대량소비상품의 시장에서 주요상표와 같은 유사한 역할을 정치영역에서 충족시키는 친숙한 대상으로서 수백만의 유권자 마음에 파고들어야 했다. 정당 지도자는...... 노선의 특수성이 무엇이었든 간에 일단 지도자로 선출되면 그의 행위를 표준요구 사항에 즉시 맞추어야 한다.(Otto Kirchheimer, op. cit. p.192.)


   즉, 중도 통합정당은 어떻게 선거에서 이기느냐에 관한 문제해결의 묘안을 생각한 그것이 ‘새 catch all,' 즉 사회집단의 최대다수에게 호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키르크하이머의 중도통합정당은 선거 후에는 매우 이질적이어서 전체 사회의 스펙트럼을 대표하더라도 원래의 보존된 계급과의 유대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즉, 그에게 있어 대중정당은 계급과 종교적인 ‘통합’정당들(정의상으로 대중정당)이 미국 정당에 점점 유사해져 가는 선거기관으로 전환하고 있는, 조직발전에 있어 이미 지나 갔거나 또는 지나고 있는 하나의 단계이다. 결국 키르크하이머에 따르면 대중정당이 중도통합정당으로 변형된 것은 느슨해지고 약화되었으나, 보존된 옛 계급과의 유대이며 아울러 다른 사회집단에 대하여 문호를 연 것이다(Angelo Panebianco, 1982). 그러나 그는 중도통합정당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상황에 대한 현상과 장래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그의 분석을 끝맺고 있다.

 

  오늘날 서구 산업사회에서 정당의 역할은 공식적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보다 더 한정되어 있다. 정당은 그의 통치적 역할을 통하여 기능적인 권력 집단들간의 조정자와 중재자로 기능한다. 또 정당은 선거에서의 역할을 통하여 대중들이 공식적인 정치제도들에 대하여 요구하는 제한된 양의 대중 참여와 통합을 산출한다.

  중도통합정당이 국민 전체에게 제공하는 이런 제한된 참여, 즉 공식적으로 인가된 통로를 통한 정치 과정에 합리적이고 냉정한 참여라고 부를 수 있는 이러한 제한저 참여가 잘 이루어질 수 있을까?

   중도통합정당이라는 도구는 그것의 명목상의 주인인 개별유권자보다 더 합리적일 수는 없다. 통합에 관한 정당의 기강에 더 이상 종속되지 않는-혹은 미국에서 이러한 규율에 결코 종속되지 않는 것과 같이-유권자들은 그들의 기분전환과 무관심에 의하여, 중도통합정당이라는 민감한 도구를 너무 무뎌서 사회의 기능적 권력 소유자들과 연결시킬 수 없는 어떤 것으로 변형시킬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비록 불가피하다고 해도-우리가 이미 서구 문명의 과거의 단계에서 다른 특성들의 소멸을 아쉬워하였던 것과 같이 계급적 대중정당과 종파적 정당의 소멸에 아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Otto Kirchheimer, op. cit. p.200.)

 



 

   노동당으로서는 사회구조적 변화와 위기에 따른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기제의 도입과 시장에 대한 일정 정도의 신뢰가 불가피했을지도 모른다. 양립하기 어려운 두 아젠다,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평등 중 선택은 정당에 있다. 이러한 선택은 노동당의 전환이 사회구조적 변화에 적응한 것으로 보여진다. 영국 노동당이 택한 경제적 효율성, 즉 시장에의 사민주의적 전통의 폐기와 다르지 않다.

‘선거적 변화→정책전환’이라는 인과론에서는 영국 노동당의 내부동학 분석은 이러한 의미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선거패배에서 사민주의적 전통과의 단절까지 영국 노동당은 3단계의 당내변화를 거쳤다. 1979년 선거 패배로부터 1997년 집권까지 당내 분영, 쇄신, 현대화라는 당내 동학이 정책전환을 가져왔다. 노동당의 전환은 외부로부터 주어진 위기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정당 외적 위기가 노동당의 정책전환을 야기한 직접적 원인은 아니었다. 1979년 선거 이후 진행된 당내 동학의 변화가 직접적 쇄신의 원인이었다. 선거책임론을 둘러싼 당내 분열은 당내 갈등구조를 변화시켰고 그것은 노동당 우경화의 조건으로 작용하였다. 1980년대 초 제도화되지 못한 채 끝나버린 예외적인 좌경화는 일시적이었으며 이는 오히려 온건좌파들에게 활로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정책검토 이후 노동당의 정책전환은 연속적이며 점증적인 과정을 거쳐 제도화되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1979년 선거이후 당내 투쟁, 쇄신과 현대화과정은 1990년대 이후 영국 노동당의 좌표 설정에 유의미한 지표가 된다.(박경미, 2004)

그리고 노동당이 선거에서 패한 원인이 노동조합 중심의 당이었기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야 한다. 계급정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에 의하면, 노동당이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체계적으로 만족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실질임금을 삭감하고, 실업자를 대규모로 발생시켰기 때문에,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것이다. 창당 당시부터 계급의 철폐는 노동당의 큰 관심사가 되지 못했지만, 선거강령을 마련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노동자와 자본가사이의 계급투쟁은 국가권력을 어느 당이 잡는가라는 권력투쟁으로 변질되었고, 더욱이 이 권력투쟁은 득표공작이라는 차원으로 구체화 되면서, 계급의 철폐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영영 사라져 버린 것이다.(김수행, 2004)

이러한 견해에 대해 최형익(2001)은 향후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기본적 계기를 한편으로는 정치세력화의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는 일반적 대중수준에서의 달라진 계급주체형성의 내용을 점검하는 일이라고 본다1). 그는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바탕으로 정치세력화의 하드웨어, 즉 노조와 정당간의 관계는 물론 노동자 계급이 지향해야 할 정치활동의 내용에 있어서도 지금까지의 모델들과는 다른 다양한 실험을 통해서 ‘노동자주의’를 뛰어넘는 이른바 ‘연대의 정치’를 위한 새로운 모색을 필요하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Fisk, 1996-최형익, 2001에서 재인용)

   결과적으로 영국노동당의 변화요인은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 볼 수 있다. 외부적으로는 전통적 맑스주의자들로부터 계량주의라 불리는 사민주의조차 변화되기를 요구받는 신자유주의의 급속한 팽창과 EU가입이라는 동인이 작용했다. 영국은 유럽국가이면서도 대륙과의 관계에서 상당부분 독자적인 경제체제와 문화, 정치환경을 유지해 왔지만, 1980년대 이후 급속히 팽창하는 신자유주의의 흐름을 거부할 수 없었고, EU가입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가속화 했다. 반면, 내적요인으로는 당내 좌-우 대립과 노동조합과의 관계 재설정의 문제이다. 창당초기부터 원내정당과 원외정당간의 권력관계와 당내 선거제도에 있어서 사회주의자들과 온건주의자들간의 대립이 지속되었고 1970년대부터 18년간 정권을 잡지 못하는 상황의 연속은 필연적으로 선거책임론을 불러 일으켰고, 당내 권력을 우위를 점하고 있던 사회주의자들에 대한 온건주의자들의 공격과 당내 권력구도의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온건주의자들의 우위는, 노동조합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고 당내선거제도와 정책결정과정에서 노동조합과 효과적으로 거리두기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노동당의 정당의 정체성에 있어서도 사회주의 정당으로서의 당 이미지를 완전히 쇄신해 실리정당(pragmatic party) 혹은 포괄정당(catch-all party)으로 변신하게 되었다(윤용희, 2002:p.252).

House of Commons: 7 june 2001 (59.4 %)

%

659

Labour Party

Lab

40.7

413

Conservative Party

Cons

31.7

166

Liberal Democrats

LibDem

18.3

52

Scottish National Party

SNP

1.8

5

United Kingdom Independence Party

UKIP

1.5

-

Ulster Unionist Party

UUP

0.8

6

Plaid Cymru/Party of Wales

PC

0.7

4

Democratic Unionist Party

DUP

0.7

5

Sinn Fein

SF

0.7

4

Social Democratic and Labour Party

SDLP

0.6

3

United Kingdom Unionist Party

UKUP

0.1

-

Source: BBC

 

 

 

[표 3] 2001년 영국 선거결과 : 출처-http://www.electtionworld.org/unitedkingdom.htm


   그리고, 2001년 선거에서 보아지듯이 자유민주당의 1997년 48석에 이은 연속한 성공은 이후 영국정당제도의 변화도 엿볼 수 있게 한다. 비례대표제가 1997년 지방선거에서 처음도입이 되어 1999년 아일랜드와 웨일즈 그리고 EU의회선거를 위해 실시되었다. 이러한 비례대표제에 대한 경험과 전통적 보수당 우세지역으로 여겨지던 잉글랜드 남서부 지역에서 자유민주당이 약진을 한 것은 보수당에 회의를 느낀 지지자들이 노동당보다는 보수당과 색깔이 크게 차이가 없는 자민당을 지지한 결과(김영준, 2002:p.197)로 전통적 양당제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도 지켜볼 대목이다. 뒤베르제의 주장처럼 사회경제적 요인, 역사․문화적 요인, 선거제도의 요인 등에 의해 이미 개별정당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면 영국의 정당제도의 변화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아진다.

 

- 참고자료 -

김영준, 2002, “영국총선결과 분석과 토니 블레어 노동당의 대외정책 변화”, 『유럽연구』15호, 서울, 한국유럽학회, pp.196~199

김수행, 2004,『알기쉬운 정치경제학』, 서울, 서울대학교출판부, pp.257~276.

박경미, 2004, “영국노동당, 탈각된 사민주의: 1987-1992년 ‘정책검토’(Policy Review)와 정책전환”, 『한국과 국제정치』, 제20권 2호 2004년(여름) 통권 45호,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pp.121~147.

윤용희, 2002, “영국 노동당의 이념과 정책”, 『한국동북아논총』23권, p248, p.252.

이극찬, 1996,『정치학』, 서울, 법문사, pp.388~390.

최한수, 1993,『현대정당론』, 서울, 을유문화사, pp.174~176.

최형익, 2001, “유럽노동자 정치운동의 역사와 현실”, 『한국정치연구』10호,  서울, 서울대학교 한국정치연구소, p.423.

Angelo Panebianco, 『Political Parties : Organization and Power』(Cambridge :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2), pp.262~263.

Giovanni Satori, 『Parties and Party System: A framework for analysis』, 1976, - 어수영 역, 1995,『현대정당론』, 서울, 동녘, p.441.

Maurice Duverger, 『Introduction a la politique, Gallimard』, 1964, - 배영동 역, 1997, 『정치란 무엇인가』서울, 나남출판, pp.129~141.

Otto Kirchheimer, "The Transformantion of the Western Party System", in Joseph Lapalombara and Myron Weiner, eds., Political Parties and Political Development(New Jersy :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66), pp.177~200. - 최한수(1993)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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