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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콜라…열린노조…

오픈콜라…열린노조… [한겨레]2002-07-25 01판 10면 1283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오픈콜라’란 요상한 말이 돈다. 인터넷상에서 관심있는 사람끼리 콜라 음료의 제조법에 대해 서로 정보도 나누고 첨삭하면서 콜라 만들기 비법을 공유하는 열린 과정이라 한다. 이들이 비꼬려는 대상은 오지의 코흘리개들까지 그 맛에 길들이는 초국적 콜라 제조업자들이다. 실제로 미국의 대학 축제에서 오픈콜라의 배합비에 따라 신종 콜라를 만들어 시음한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확실히 ‘오픈소스’의 사회·문화적 위력이 커진 모양이다.프로그램 소스코드의 공개와 프로그래머들의 자발적인 협업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던 오픈소스의 최초 철학이 지난 몇년간 사회 각 방면에서 자원 공유의 ‘열린자원 운동’ 형태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열린자원 언론·법·디자인·교육 등이 그 사례다. 비슷하게 노동계 일각에서도 ‘열린자원 노조론’이란 용어가 출현했다. 오픈소스의 철학에 기반한 새로운 노동자 조직화론이다. 열린 노조는 비노조 사업장이 대부분인 미국 노동 현실에서 좀더 유연하게 노동자 조직화에 접근하려는 의도에서 나왔다. 기존 노조원 중심의 조직 구도, 단체교섭권이 없는 소수 노조 무시, 물리적 지역 중심의 조직화 등 닫힌 구조를 걷어내고, 여러 지역에 걸쳐 잠재적 노조 가입자를 고려해 다수 노동자를 상대로 열린 조직화 사업을 꾸리자는 내용이다. 인터넷은 새로운 조직화를 수행하고 그 비용을 최소화하는 기술적 방법으로 적극 추천된다. 정치·시사 주간지 〈네이션〉이 최근 공식화한 열린자원 노조론은 비노조 노동자 비율이 90%를 넘어선 노동계의 위기감을 반영한다. 유일한 전국노동조합 중앙조직인 미국노동총동맹산업별회의를 책임지고 있는 관료화한 집행부는 2차대전 이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처참하리만큼 노조 조직률 하락과 조합원 감소를 방치했다. 게다가 사용자의 반노조적인 경영합리화나 부당노동행위는 노조 설립을 막고 노동자의 지위를 더욱 악화시켰다. 95년 전투적 노동운동을 기치로 존 스위니가 의장에 선출된 뒤 조직화 예산을 증가시키는 등 노동자 조직화 사업을 최우선으로 제기했지만 별 실효를 못봤다. 열린 노조는 이렇듯 지금껏 노동계가 실패했던 노조 조직화에 대한 고육지책이다. 반갑게도 정보통신 노동자에서 시작해 비록 소수지만 인터넷을 통해 결속을 키우는 열린 노조의 구체적 사례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노동조건에 대한 노동자 스스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도 좋은 조짐으로 보인다. 물론 조합원과 노조의 수적 증가를 정치권 로비의 제물로 삼는 얼빠진 상층 노동귀족이 바글거린다면 열린 노조를 수없이 만든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마는.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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