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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4 -- 홍대, 거기 사람들

한 번은 가야겠다 싶었다.

예년보다 더 추운 겨울의 시작에 수년 혹은 수십 년 동안 일한
직장에서 단번에 해고된 사람들.
흔히 말하는 경영상의 필요도 없었고 노동자의 책임도 없는데
길거리로 내몰렸다.
글을 모르는 분도 많고 이런 건 TV에서나 볼 줄 알았는데
생전 처음 해 보는 분들이 모인 그곳, 홍대 거기 사람들.

어느 건물에서 농성하는 줄도 모르고 무작정 홍대를 찾았다.
플랑카드를 보며 천천히 걷다 보니 제일 많이 플랑카드가 붙어 있는
건물에 다다랐고 그곳이 바로 농성장이다.

마침 찾아간 날에는 특별한 행사는 없었고 조합원 총회가 있어
뒤편에서 조용히 들어보았다.

"이렇게 농성을 하니까 총무처(아마 홍대측 관리자부서인 듯)
사람들이 함부로 말을 못한다."

"이제 시간이 지나면 우리들에 대한 사회 관심도 많이 줄어들 것이고
후원도 줄어들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줄이고 아껴서 준비를 하자"

"그래도 3월 전에는 끝나겠지요? 그때는 학기가 시작될 건데 그때까지
학교에서 이렇게 하지는 않겠지요?"

"며칠 전에 추운데서 집회하고 혼자 먼저 왔다고 난로를 못 틀게 했다.
난 조합원 아니냐?"
  
어떻게 보면 속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이들도 사람이고 가족이 있고 이 고통의 시간을 어서 끝내고 싶으시겠지.
그러다 보면 갈등도 있고 오해도 있고 이해를 바라는 일도 있겠다.
그게 사람 사는 것이겠지.
수천억 원을 재단 적립금으로 쌓아두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홍대측 사람들하곤
다른 사람들이니까.

카메라를 메고 있으니까 기자인줄 알고 차도 갖다 주고 음식도 주시려고 한다.
아무것도 해 드린 게 없는데 괜한 수고를 드리는 것 같아 조용히 건물을 빠져나왔다.  

이번 설엔 날이 좀 풀린다고 한다.
날도 풀리고 사람들 마음도 풀렸으면 한다.

아주 추운 겨울이다.



#1



#2



#3 털 신.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가 아주 오랜전에 신던 신발이다.



#4 발 바닥에 뭔가 붙어있다. 뭔가 싶어 나중에 물어보니 손난로 라고 하신다.
생각해 보니 건물 안 이지만 나두 손이 시려 장갑을 끼고 카메라 셔터를 누루고 있었다.



#5 잠깐 쉬는 시간에 피곤하신지 누워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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