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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로르의 노래] 소개

"독자는 앞으로 읽게 될 내용처럼 대담하고 또 일시적으로 사나워져서, 음산하고 독으로 가득 찬 이 작품의 황폐한 늪 가운데서, 방향을 잃지 말고 가파르고 황량한 자신의 길을 찾아내기 바란다." 로 친절하게 시의 목적을 설명해주면서 이 시는 시작합니다.
류시화와 이외수를 만난 뒤로 제법 시와 친해졌다고 생각했고, 시를 많이 읽었다고 할 순 없지만 시를 통해 시인과의 공감대를 즐겼던 20살때 내겐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 참고로 그때 꿈은 시인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쑥스러움~~)

도무지 시의 첫 귀절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시작... [말도로르의 노래]는 서사시적인 성격을 띄고 있어 시 하나가 시집 한권입니다. 운과 율이 있지도 않으므로 산문으로도 볼 수 있는 시이지만, 시의 최고의 특징인 '모든 형식의 초월'을 무기로 시로 분류되고 있는 듯 합니다.
불어를 알지 못 해서 여음 형식을 띄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그리고 곧바로 뒤통수를 쳐버립니다.
"모든 사람들이 뒤따라올 다음 페이지들을 읽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몇몇 사람만이 이 씁쓸한 열매를 위험없이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소심한 자여, 너는 이런 미답의 황야에 더 멀리 들어가기 전에 너의 발길을 앞으로가 아니고 뒤로 돌려라. 내가 네게 말하는 것을 잘 들어라. 너의 발길을 앞으로가 아니고 뒤로 돌려라."
아무나 읽는 시가 아니라는 의밉니다. 분명 로뜨 레아몽은 호기심을 자극하려는게 아니고 진심으로 위험한 장난에 동참하지 말라는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부터 말하고 싶은 부분이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은데 얼마전 부터 타인들의 세계에 편입할 요량으로 타인들의 습성과 습속을 따라하려 노력하다 도무지 맞지 않아 포기하던 시기에 이 시가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구절입니다.

"좁은 어깨를 가진 사람들은 하나의 예외도 없이, 수 많은 어리석은 짓을 행하고, 그들의 동류를 바보로 만들고, 모든 수단을 써서 영혼을 타락시키는 것을 나는 일생 동안 보았다. 그들은 그들의 행위의 동기를 영예라고 부른다. 그런 광경을 보고 나는 타인들처럼 웃고자 했다. 그러나 괴상한 모방인 그 짓은 불가능 했다. 나는 예리한 칼날이 달린 주머니칼을 들어 두 입술이 합해지는 지점의 살을 쨌다. 한순간 나는 나의 목적이 달성된 것으로 믿었다. 나는 거울 속에서 나 자신의 의지로 상처입은 그 입을 쳐다보았다! 그것은 오산이었다! 두 상처에서 철철 흘러내리는 피 때문에 진정으로 그것이 타인들의 웃음과 같은 것인지를 구별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얼마 동안 비교해 본 다음, 나의 웃음은 사람들의 웃음과 닮지 않다는 것, 즉 나는 웃고 있지 않다는 것을 나는 잘 보았다."

다른 사람들의 웃음을 모방하고 싶어서 자신의 양 입 끝을 찢었지만(마치 [베트맨]에서의 조커처럼..) 그래도 타인의 그것들과 다른 자신의 얼굴.. 그때 제 심정이 바로 이래서였습니다.
남들 다 좋아한다는 효리, 전지현, 파리의 연인.. 대중음악... TV프로그램.. 화제 ... 등을 좋아해 보려고 했지만 도무지 남들과 다른, 악수하지 못 하는 나를 체념해해 할때였었습니다.

어디에도 정박하지 못 하는 나, 부평초 처럼 남들과 화제를 공유하지 못 하고 이상을 공유하지 못 하고 삶의 태도를 공유하지 못 하고...

여하튼 [말도로르의 노래]는 꽤 과격하고 잔인하고 난폭합니다. 제가 [말도로르의 노래]를 읽게 된 계기도 보들레르와 함께 악마주의, 난폭한 시인이라는 문구를 봤기 때문입니다.

시의 내용 중 몇 가지 사례를 표현하려고 했지만 곧 지워버렸습니다. 너무 난폭해서..
공포영화광이라면 devil doll의 음악을 틀어놓고 습한 지하방에서 읽으시면 이 시의 효과는 극대화 됩니다.. ^^;;

또 하나의 연상작용은 요즘 말이 많던 증오범죄(hate crime)에 대한 소식을 접했을 듯 합니다.
참고로 전 [seven]이란 영화를 보고 악역을 맡은 연쇄 살인자의 논리에 '약간'은 동의했었습니다. 신곡의 일곱가지 범죄를 행하는 사람들을 처형한다면 사회정의는 실현될 수 있겠다던... (물론 동참하고 싶진 않습니다.. ^^;; )

여하튼.. 지금 다시 [말도로르의 노래]를 보고 있습니다. 가끔 로뜨 레아몽의 고독을 느끼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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