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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6/26
    On Reading Poems to a Senior Class at South High
    pug
  2. 2006/06/25
    거미는
    pug
  3. 2006/06/20
    어느 푸른 저녁(1)
    pug
  4. 2006/06/16
    색안경은 당신에게도
    pug
  5. 2006/06/15
    구체적으로는
    pug
  6. 2006/06/15
    The colo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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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06/06/15
    pug
  8. 2006/06/10
    Apparently with no surprise
    pug
  9. 2006/06/09
    현대유럽철학의 흐름
    pug
  10. 2006/06/08
    그래서
    pug

On Reading Poems to a Senior Class at South High

On Reading Poems to a Senior Class at South High

 

Before

I opened my mouth

I noticed them sitting there

as orderly as frozen fish

in a package.

 

Slowly water began to fill the room

though I did not notice it

till it reached

my ears

and then I heard the sounds

of fish in an aquarium

and I knew that though I had

tried to drown them

with my words

that they had only opened up

like gills for them

and let me in.

 

Together we swam around the room

like thirty tails whacking words

till the bell rang

puncturing

a hole in the door

 

where we all leaked out

 

They went to another class

I suppose and I home

 

where Queen Elizabeth

my cat met me

and licked my fins

till they were hands again.

 

- D. C. 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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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는

거미는 왜 저렇게 무섭게 생겼을까? 다리도 길고 그걸 살짝 꺾어서 사방으로 뻗은 채로 쭉쭉 나아가는 모습을 무심결에 고개를 들다가 모니터 위쪽 벽에서 발견해버렸다. 소름이 확 돋아서 어떡할까 하고 백 번쯤 고민하다가, 홈X파(모기약)를 뿌렸다. 그런데 효과가 거의 없었다. 아마도 살충액이 분사되어 나오는 힘에 살짝 놀란 듯, 다시 성큼성큼 천장쪽으로 기어 올라가는 것이었다.

 

아니, 이렇게 자세하게 묘사할 생각은 아니고, 어쨌든 그 뒤로도 또다시 이백 번은 고민하다가 결국 휴지를 많이 뭉쳐서 눌러 죽이고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렸다. 근데 요새 부쩍 드는 생각이, 이렇게 죄책감이 심하게 들 수가 없다. 죄책감뿐만 아니라, 나한테 한심한 생각이 드는 것인데, 왜 그런 애들이랑 같이 살 수 없을까?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런 애들을 보면 몸서리를 치고 몸이 뻗뻗하게 굳어버려야만 할까? 누가 나한테 저 녀석이 무섭다고 가르쳤을까? 혹은, 원래 무서운 동물인 것일까? 그게 진실일까, 저 거미라는 녀석은?!

 

우리 집에는 여러 가지 곤충들이, 다행히도 가끔 출몰하는데, 내가 무서워하는 녀석들은 그리마(돈벌레)와 거미다. 이 두 종류가 특히 무섭다. 바퀴벌레도 싫지만 얘는 우리집 근처에는 안 사나 보다. 나방 종류도 무섭지만 얘도 다행히 찾아오지 않는다.

 

그리마도 아주 어린 녀석을 휴지로 눌러서 죽인 적이 있다. 살겠다고 줄행랑을 치는 걸 굳이 죽여서 버린 이유는, 저 놈이 크게 자라서 다시 찾아올까봐 두려워서였다. 그런데 커 봤자 엄지손가락만한 녀석을(역시 상상만해도 불쾌하지만서도) 도대체 왜 두려워하고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것일까?

 

갑갑하다.

 

우리 집에는 그리마와 거미 말고도 개미들이 아주 많이 산다. 지붕과 벽이 연결되는 부분 틈새 어딘가에 아마도 큰 집이 있나보다. 쉴 새 없이 줄줄이 내려와서 어딘가 갔다가, 또 쉴 새 없이 집으로 향한다. 아주 가느다랗게 한 줄로 가기 때문에, 내려오던 녀석과 올라가던 녀석이 예외 없이 맞부딪친다. 그러면 더듬이끼리 마주대고 아마도 서로 무슨 신호를 주고받는 모양이다. 그렇게 만나는 친구들마다 더듬이로 인사를 하는지, 아니면 먹이가 있는 곳의 정보를 얻는지 어쩌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그렇게 스킨쉽을 꼭 하고 지나간다. 얘네들은 보고 있으면 아주 귀여워 죽겠다. 요새는 에어컨 위쪽에 무슨 먹을거리가 있다고 그 쪽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서 또 줄줄이 간다. 가끔은 넋을 놓고 바닥에 앉아서 애들이 지나다니는 걸 구경한다.

 

하여간 중요한 건, 개미는 안 무서운데 왜 거미와 그리마는 무섭냐는 것이다. 아, 이것만 해결되면 애들과 같이 살 수도 있고, 따라서 불필요한 살생도 막을 수 있을 텐데. 어찌해야 할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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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푸른 저녁

어느 푸른 저녁

 

1
그런 날이면 언제나
이상하기도 하지, 나는
어느새 처음 보는 푸른 저녁을 걷고
있는 것이다, 검고 마른 나무들
아래로 제각기 다른 얼굴들을 한
사람들은 무엇엔가 열중하며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혹은 좁은 낭하를 지나
이상하기도 하지, 가벼운 구름들같이
서로를 통과해가는

 

나는 그것을 예감이라 부른다, 모든 움직임은 홀연히 정지
하고, 거리는 일순간 정적에 휩싸이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숨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그런 때를 조심해야 한다, 진공 속에서 진자는
곧,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검은 외투를 입은 그 사람들은 다시 저 아래로
태연히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조금씩 흔들리는
것은 무방하지 않는가.
나는 그것을 본다.

 

모랫더미 위에 몇몇 사내가 앉아 있다, 한 사내가
조심스럽게 얼굴을 쓰다듬어 본다
공기는 푸른 유리병, 그러나
어둠이 내리면 곧 투명해질 것이다, 대기는
그 속에 둥글고 빈 통로를 얼마나 무수히 감추고 있는가!
누군가 천천히 속삭인다, 여보게
우리의 생활이란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가
세상은 얼마나 많은 법칙들을 숨기고 있는가
나는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그러나 느낌은 구체적으로
언제나 뒤늦게 온다, 아무리 빠른 예감이라도
이미 늦은 것이다 이미
그곳에는 아무도 없다.

 

2
가장 짧은 침묵 속에서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결정들을 한꺼번에 내리는 것일까
나는 까닭없이 고개를 갸우뚱해본다.
둥글게 무릎을 기운 차가운 나무들, 혹은
곧 유리창을 쏟아버릴 것 같은 검은 건물들 사이를 지나
낮은 소리들을 주고받으며
사람들은 걸어오는 것이다.
몇몇은 딱딱해 보이는 모자를 썼다.
이상하기도 하지, 가벼운 구름들같이
서로를 통과해가는
나는 그것을 습관이라 부른다, 또다시 모든 움직임은 홀연히 정지
하고, 거리는 일순간 정적에 휩싸이는 것이다, 그러나
안심하라, 감각이여!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검은 외투를 입은 그 사람들은 다시 저 아래로
태연히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느 투명한 저녁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모든 신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 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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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안경은 당신에게도

"문제는, 한국인들이 알고 있는 러시아에 관한 상식에서, 사실과 서구·미국의 프로파간다에 의한 허위의식의 비율이 과연 얼마나 되는가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제정 러시아 관료층의 위선과 아첨, 철저한 인간성의 말살을 천재적으로 풍자한 살티코프-시체드린(Saltykov-Shchedrin)보다 관료층의 상부와 밀접하게 유착한 골수 보수주의자 도스토예프스키를 ‘대표적인 지성인’으로 꼽는다는 것은, 미국·서구 보수층의 ‘가치 서열’을 그대로 따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사회주의적인 인간의 해방을 갈망한 미래 지향적인 스크랴빈(A.Skryabin)의 음악보다 보수적인 차이코프스키를 선호하는 것도, 서구의 ‘정전’(正典·canon)을 추종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한 마디로 ‘평균적인’ 한국인이 러시아에 대해 덜 무지하지만, 러시아를 ‘서구인의 러시아관(觀)’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은 마찬가지다."

 

- <<한겨레 21>>에 실린 박노자의 칼럼 "도스토예프스키를 선망한다고?"에서 일부 발췌

http://www.hani.co.kr/section-021070000/2002/05/021070000200205220410038.html

 

도스토예프스키의 보수적 행태가 그의 정치성이 아닌 문학성을 갉아먹는가? 보수적인 인간은 당연히 음악적으로도 미달인가? 박노자는 차이코프스키의 어떤 멜로디에서 보수성을 감지하는가? 그는 왜 나의 가치평가가 "미국·서구 보수층의 '가치 서열'을 그대로 따르는 것"으로 단정짓는가? 설령 그게 내 평가인지 남의 평가인지를 구분할 능력이 나에게는 없다손 치더라도 박노자 자신이 그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근거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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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는

-추상적으로는 거의 알겠는데 구체적으로는 모르겠다는 것.

-급진성과 대중성은 '결과적으로는' 꼭 상충한다는 것. 급진적인 어떤 운동이 다수의 대중들을 동원하였을 때, 그 결과를 놓고 보면 분명히 둘 중 하나는 허상이었음이 드러난다는 것.

-아이들은 완전히 중립의 상태에 있다는 것. 어느 쪽으로도 갈 수 있다는 것. (따라서 그들은 '아담'도 아니고 '동물'도 아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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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lonel

이것도 <영미시 강독> 교재에서.

 

The Colonel

 

What you have heart is true. I was in his house. His wife carried a tray of coffee and sugar. His daughter filed her nails, his son went out for the night. There were daily papers, pet dogs, a pistol on the cushion beside him. The moon swung bare on its black cord over the house. On the television was a cop show. It was in English. Broken bottles were embedded in the walls around the house to scoop the kneecaps from a man's legs or cut his hands to lace. On the windows there were gratings like those in liquor stores. We had dinner, rack of lamb, good wine, a gold bell was on the table for calling the maid. The maid brought green mangoes, salt, a type of bread. I was asked how I enjoyed the country. There was a brief commercial in Spanish. His wife took everything away. There was some talk then of how difficult it had become to govern. The parrot said hello on the terrace. The colonel told it to shut up, and pushed himself from the table. My friend said to me with his eyes: say nothing. The colonel returned with a sack used to bring groceries home. He spilled many human ears on the table. They were like dried peach halves. There is no other way to say this. He took one of them in his hands, shook it in our faces, dropped it into a water glass. It came alive there. I am tired of fooling around he said. As for the rights of anyone, tell your people they can go fuck themselves. He swept the ears to the floor with his arm and held the last of his wine in the air. Something for your poetry, no? he said. Some of the ears on the floor caught this scrap of his voice. Some of the ears on the floor were pressed to the ground.

May 1978

 

- Carolyn Forché

 

 

대령

 

당신이 들은 것은 사실이다. 나는 그의 집에 있었다. 그의 부인은 커피와 설탕이 담긴 접시를 가져왔다. 그의 딸은 손톱을 다듬었고, 아들은 밤시간을 보내러 나갔다. 신문과 애완견이 있었고, 그의 옆에 놓인 쿠션 위에는 권총이 있었다. 헐벗은 달이 집 위로 지나가는 검은 전깃줄에 매달려 있었다. 텔레비전에서는 범죄 수사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영어 방송이었다. 담벼락에는 깨진 유리병이 박혀 있었는데, 다리에서 무릎뼈를 파내고 손을 잘라 꿰기 위해서였다. 창문은 주류점에서 보는 것처럼 격자로 되어 있었다. 우리는 저녁으로 선반 가득한 양고기와 좋은 와인을 먹었다. 테이블 위에는 하녀를 부를 때 쓰이는 금색 종이 있었다. 하녀는 초록색 망고와 소금, 빵 같은 것을 가져왔다. 나는 그 나라에 대한 인상이 어떠냐는 질문을 받았다. 스페인어로 된 짧은 광고가 나왔다. 그의 아내가 모두 치워서 내갔다. 그리고는 통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워졌는지에 대한 짧은 얘기가 오갔다. 앵무새가 테라스에서 안녕하세요라고 말했다. 대령은 앵무새에게 닥치라고 하고는 테이블을 밀치며 일어났다. 친구는 나에게 눈으로 말했다: 아무 말도 하지 마. 대령은 식료품을 사 올 때 쓰는 바구니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는 테이블 위에 수많은 사람의 귀를 쏟아부었다. 그 귀들은 말린 복숭아 반쪽처럼 생겼다. 이걸 다른 방식으로 말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는 그중의 하나를 손에 들더니, 우리 앞에서 흔들고는, 물컵 안에 빠뜨렸다. 거기서 그 귀는 점차 생기를 띠었다. 이런 바보 짓거리도 이제 지겨워, 그가 말했다. 어느 놈의 권리든, 가서 x까라고 해. 그는 팔로 귀들을 쓸어서 바닥에 떨어뜨리고는 남은 와인 잔을 공중으로 들었다. 당신의 시를 위해서도 뭔가 되겠군, 그렇지 않소? 그가 말했다. 바닥에 떨어진 귀들 중 몇 개는 이 한 토막의 목소리를 들었다. 바닥에 떨어진 귀들 중 몇 개는 땅바닥에 짓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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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arently with no surprise

"영미시 강독" 시험 공부하다가 문득, 적어두고 싶어서.

 

이 시 좋다. 디킨슨의 시.

 

Apparently with no surprise

 

Apparently with no surprise

To any happy flower

The Frost beheads it at its play─

In accidental power─

The blonde Assassin passes on─

The Sun proceeds unmoved

To measure off another Day

For an Approving God.

 

Emily Dickinson

 

 

아래는 나의 번역.

 

하나도 놀랍지 않아

행복한 아무 꽃이나

생생할 때 서리가 그 목을 벤다고 해도─

뜻밖의 힘을 가지고서─

금발의 암살자는 지나가 버리고─

해는 움직이지도 않은 채

또 하루를 재러 나아가고

신이 이에 만족한다고 해도.

 

 

별로 만족스럽진 않지만 하나만 더 해봐야겠다.

 

Ozymandias

 

I met a traveler from an antique land

Who said: Two vast and trunkless legs of stone

Stand in the desert . . . Near them, on the sand,

Half sunk, a shattered visage lies, whose frown,

And wrinkled lip, and sneer of cold command,

Tell that its sculptor well those passions read

Which yet survive, stamped on these lifeless things,

The hand that mocked them, and the heart that fed;

And on the pedestal these words appear:

"My name is Ozymandias, king of kings;

Look on my works, ye Mighty, and despair!"

Nothing beside remains. Round the decay

Of that colossal wreck, boundless and bare

The lone and level sands stretch far away.

 

Percy Bysshe Shelley

 

 

고대의 땅에서 온 여행자를 만났다. 그가 말했다:

돌로 된 두 개의 거대한 다리가 몸체도 없이

사막에 서 있더군 . . . 그 가까이에는, 모래 위에,

반쯤 가라앉은, 산산 조각난 얼굴이 놓여 있어. 그 찡그리고

주름진 입술과, 차가운 명령을 내리는 듯한 비웃음을 보니

그 조각가가 감정을 잘 읽어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

아직도 살아남아서 이 생기없는 것들 위에 찍혀있는 감정,

그것들을 조롱하는 손보다, 그 위로 스며드는 심장보다도 오래;

그리고 받침대 위에는 다음의 말이 적혀 있더라고:

"나는 왕중의 왕, 오지맨디아스다;

내가 만든 것을 보라, 그대 권력자여, 그리고 절망하라!"

이 밖에는 남지 않았지. 이 거대한 잔해가

부식해가는 주위에는, 외롭고 평탄한 모래사장이

저 멀리까지 끝없이 황량하게 펼쳐져 있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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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유럽철학의 흐름

Modern Movements in European Philosophy [Paperback]

저자 Kearney, Richard | 출판사 Palgrave Macmil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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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소위 진보적 지식인들도 글감이 필요하다. 여성에 대한 차별, 장애인에 대한 억압, 노동자의 자살 기도…. 소수자를 억압하는 세력이 날뛸수록, 지식인들의 붓끝에도 필력이 든다. 일부러 바란다는 건 아니다.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그들은 빚지고 있다. 그들의 존재를."

 

...그래서 어쩔 것이냐, 이 녀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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