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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무섭다.

요즘 각 언론에는 황우석교수와 관련된 배아복제와 관련 기사가 방송과 언론의 탑에 오르내리고 있다.

황교수의 논문에 취재윤리를 망각하고 취재를 했다는 모 방송의 한 프로그램은 망국적인 역적으로 비난의 화살을 몽땅 받아야 했다. 이를 보는 본인은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 이지매는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황교수의 논문 발표이후 문제점이 제기되긴 하였으나 온갖 찬사에 사그러 들었고 pd수첩이라는 한 프로그램의 피디는 테러 위협에 시달렸다 한다.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켰을 때도 이같은 일이 있었다는데....온 지구촌이 보수화로 치닫는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는데 이같은 현상도 보수화때문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곤한다.

 

아래의 글은 하종강님의 홈에 어느 분이 쓰신 글이다.

나름대로 현재의 비판할 점을 정리해 놓아 현재의 상황을 판단하는데 좋은 자료로 보인다.

그러나 이글도 비판점인 입장에서 씌여진 글이다 보니 찬성하는 측이나 제 3자가 읽을때 심기를 불편해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완전한 인간은 없다는 사실은 감안했으면 한다. 이글을 쓴이도 그리고 황교수까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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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럴 수가 있나.


시시비비를 가려보지도 않고, 진술을 할 기회도 주지 않고, 다짜고짜 장작을 패고, 불을 피우는 것을 쳐다보고 있을 수만 없어서, 덜컹거리던 가슴이 평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
황우석 교수 관련 의혹을 뒷받침하는 사실들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는 이 때, 나는 최악의 상황은 벗어난 것 같다는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근거 없는 국익론이나 영웅론이 아니라) 과잉처벌과 마녀사냥에 신경이 곤두서있기 때문에 그렇다.

사회과학을 공부한 나는 배아줄기세포 따위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2005년 사이언스 논문 발표이후 황우석 교수가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보고(구체적으로는 이 사람이 의대를 갈수 있는 실력이었는데도, 수의대에 진학했다는 뉴스를 보고)난 후 인간적인 호기심이 생겼다.
나는 그즈음 매일경제신문사에서 펴낸 '세상을 바꾸는 과학자 황우석'을 구해 읽었다. 매일경제신문의 기자들은 황교수의 연구업적에 인간적인 면모까지 적절하게 섞어서, 마치 영웅전이나 위인전을 읽는 느낌이 들 정도로 호의적으로, 황교수의 삶과 연구를 서술했다.

그런데 그 책을 다 읽고나니 웬지 아리송한 기분이 되었다. 이유는 한가지. 책이 온통 찬사일색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무균질, 무오류 인간의 존재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거꾸로 '논조'를 의심하고 싶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그뿐. 나는 황교수를 잊고 지냈다. 황교수에 대한 관심이 살아난 것은 mbc 피디수첩이 몰매를 맞으면서부터다.
지난 보름동안 나의 최대 관심사는 이 문제였다. 나는 날마다 신문기사와 브릭(BRIC)의 토론을 체크했다. 핵심 의혹을 다룬 글은 정독했으며 주장의 대강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혹자는 전문적인 영역이므로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논란을 끝내야 한다고 말하지만,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의혹들이 전문가들만 이해할 수 있는 어려운 내용들은 아니다. 자연과학을 공부하지 않은 문외한도, 인내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의혹의 대강을 이해할 수 있다.
아울러 나는 오랜만에 세상사람들과 소통을 시도했다.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전해지는 여론을 도저히 수긍할 수 없어서, 확인에 나선 것이었다.

나는 이공계 대학원생들에게 사진중복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논문의 의혹을 둘러싼 황교수측의 대응이 전혀 과학자답지 않아, 불신이 크네요. 사회과학을 공부한 나는 사이언스에 제출하는 수준의 논문에서 그 정도의 사진 실수를 하는 것이 가능한지 이해가 안 가네요. 데이터의 숫자 몇개가 틀린 것도 아니고, 수식에 오자가 난 것도 아니고, 눈에 뻔히 보이는 사진이 그렇게 많이 중복되었는데, 연구팀중 어느 누구도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이것이 구조적으로 가능한 일인가요?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나는 일인가요?"

대학원생의 대답은 발랄했다.
"우리 실험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만약에 우리 실험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사망이예요. 우리 대장한테 맞아 죽어요. ^^ 실수라기보다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지 않을까요?"
(나는 이 질문을 자연과학을 전공한 지인에게도 던졌다. "자연과학을 하는 사람들이, 그런 실수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지인은 "과학의 이면에 숨어있는 '사기'가 많다고 생각한다. 사이언스 정도 되는 잡지에 실렸던 논문이라서, 논쟁이라도 됐는지도 모른다"고 대답했다.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자세한 설명을 들을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mbc 폐쇄를 위한 서명운동에 5만6천명이 동참했다는 뉴스를 보자, 가슴이 쿵쿵 뛰었다. 어떻게 5만6천명이 서명을 할 수 있나.
전율할 수 밖에 없었던 나는 한 대학생을 붙잡고 "mbc를 폐쇄하자고 서명운동하는 네티즌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 학생은 "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나도 심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네티즌들처럼 생각하는 대학생들은 없냐?"고 다시 물었다. 학생은 시험보느라 정신없어서 그런 얘기 안해봤는데, 아마도 없을 거라고 말했다.

몇사람과의 인터뷰를 통해 느낀 점은, 바닥의 여론이 인터넷만큼 뜨겁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뜬금없이 진지한 이야기를 꺼낸다는 눈빛이었다. 황교수에 대해 특별히 비판적이지는 않았지만, 언론과 사이버 세계를 달구었던 '애국적 정열'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 가깝게 느꼈던 사람들이 나를 다소 당혹스럽게 하는 일도 있었다.
오마이뉴스에서 '진보진영의 대응'을 비판한 글을 읽고, 나는 몹시 실망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격이 떨어진다는 판단과 함께 시사평론가가 이렇게 생각할 정도면 나같은 사람은 '정말 소수'인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느꼈다.

또 내가 신뢰하는 정치인이 강연회에서 "PD수첩이 검증을 하겠다고 나선 것은 옳지 않다. 방송하는 사람들이 뭘 알겠느냐. PD수첩이 검증을 시도한 것은 내가 논문을 검증하는 것과 같다. 아니 어쩌면 내가 그 사람들보다 좀 나은지도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동안 들어본 이 정치인의 세평중에서 가장 격이 떨어지는 발언이라고 느꼈다.

사람들은 언론이 무슨 능력으로 논문을 검증하느냐고 공격하지만, 피디수첩은 제보에 따라 사실확인을 한 것이다. 그들은 절차를 밟아서 황교수팀에게서 시료를 받았고 전문가들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시료를 분석한 사람들은 피디수첩의 피디들이 아니라, DNA 검사업체 아이디진과 국립대 병원과 국과수의 과학자들이 아닌가? 그리고 의혹을 실제로 뒷받침하는, 황교수측의 해명이 필요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석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면, 신뢰할 만한 연구자 혹은 기관에게 검증을 의뢰해서 의혹을 푸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는가?(이 정치인이 시간이 없어서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거라면, 잠시 시간을 내서 이 문제를 다시 들여다 보았으면 좋겠다)

어제는 또 다른 지인과 이 문제를 이야기했는데.. '온 국민이 '대~한민국'을 외치고 다닐 때부터 기분이 나빴다'는 그는 "황우석 교수에 관한 의혹은 모두 용서하고, 피디수첩만 때려잡는 이 사회가 미쳤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아직도 "재검증이 필요없다"는 여론이 훨씬 우세하지만 나는 이제 숨을 쉴 것 같다. 진실을 얘기하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힘을 얻고 있으며, 진실의 힘으로, 과학의 힘으로, 광기와 마녀사냥이 진화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큰일이 터질 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있지만, 이성적으로 해법을 고민한다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끝으로 나에게 과학과 윤리, 그리고 우리 사회의 광기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알게 모르게 위안이 되었던 벗들, 브릭의 벗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브릭의 젊은 연구자들은 '인터넷 토론과 소통'의 모범을 보여 주었다.
그들은 국내조와 해외조로 나뉘어서 24시간동안 수준높은 토론을 했다. 그들은 쉼없는 절제와 노력으로, 억지나 쓰는 네티즌들이 발을 붙이기가 머쓱할 수 밖에 없도록, '품격'을 지켰다.

그들은 내가 황우석 교수 논란의 와중에서 만난 '희망'이기도 하다. 나는 이 젊은이들이, 1940년대 프린스턴의 교정에서 수학을 토론하던 존 내쉬(뷰티플마인드의 주인공)와 그의 친구들만큼이나 부럽고 든든했다.
이 말은 실은 브릭에 가서 해야하는데.. 내 방 한 구석에 수줍은 인사를 남긴다.
얼굴도 모르는 브릭의 친구들, 고마웠어요. ^^

(아직도 못다한 이야기가 있지만.. 쉬엄쉬엄 하기로 합시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계속 새로운 뉴스가 나오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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