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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라 폭탄 테러의 진실?

‘바스라 사건’의 진실은? 이라크 폭탄 테러 조작 의혹 확산
국제 이라크 혼란, 내전으로 치닫나

 

강은지 기자 happy@minjog21.com

 

지난 9월 19일 밤, 영국군이 탱크와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교도소 담을 부수고 영국군 병사 2명을 탈출시킨 ‘바스라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 이들 두 병사는 이라크 민간인 복장을 하고 원격조종 폭발물이 가득찬 민간 차량을 몰다가 이라크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라크 폭탄테러가 미·영의 조작일 수도 있다는 의혹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알 자르카위는 없어요, 우리의 저항운동을 음해하기 위해 미국이 만든 가공의 인물이라고요.”

“차에 문제가 있다고 고쳐준다면서 미군이 차를 가져가는 거예요. 얼마 지나서 다 고쳤다고 돌려줘서 신나게 몰고 가다가 ‘펑’ 차에 실려있던 폭탄이 폭발하는 거지요. 정말이에요, 그렇게 미군이 우리 이라크 사람들을 자살폭탄 테러범으로 조작한다니까요.”
취재 차 이라크에 머물던 지난해 여름, 기자는 많은 이라크인들이 분노에 차서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이라크의 분열을 위해, 그리고 미영 연합군 주둔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미국과 영국이 테러 공격을 자행, 조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을 그냥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소위 말하는 ‘구체적 물증’이라는 것이 없었고 무엇보다 ‘이라크에 민주주의와 자유를 가져다주기 위해’ 자국 국민들의 목숨마저 희생시키고 있다는 미국과 영국이 설마 그렇게까지 하랴 싶었다.


폭발물 실은 차량은 무슨 임무 수행 중?
그럼에도 수많은 이라크인들이, 독립 언론인들이, 그리고 심지어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파병 병사들 사이에서도 유사한 주장이 계속 들려왔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직후부터 나오기 시작한  ‘음모론’은 지난 9월 이라크 남부 바스라에서 벌어진 영국군과 이라크 군·경찰의 충돌을 계기로 정점에 달한 느낌이다. 한달 전 바스라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9월 19일, 이라크 민간인 복장으로 변장을 하고 작전을 수행 중이던 영국군 특수요원(공수특전단·SAS) 2명이 검문을 하려던 이라크 경찰에게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1명의 경찰관이 즉사하고 민간인과 경찰 다수가 부상을 당하면서 이들은 이라크 경찰 당국에 체포되었다. 영국군은 탱크를 동원해 경찰서를 포위한 채 병사들을 석방하라고 무력시위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충돌하면서 다수의 이라크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그날 밤 영국군은 탱크 10대와 헬리콥터까지 동원, 교도소 담을 부수고 영국군 병사 2명을 탈출시켰다. 여기까지만 봐서는 연합군에 대한 반감이 높은 이라크 내에서 ‘점령군’과 이라크 사이에 벌어진 그렇게 특별할 것은 없는 사건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에는 국내에서는 그다지 주목받지 않았던 아주 ‘이상한’ 부분이 숨어 있다. 이들 SAS 요원들이 이라크인들의 의상에 가발까지 써가면서 신분을 숨기고 몰고 있던 ‘민간 차량’에 원격조종 폭발물이 가득 들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9월 19일 《워싱턴포스트》는 이라크 보안당국의 말을 인용해 “이 두 명의 영국인(그때까지만 해도 이들이 SAS 요원이라는 사실은 알려져 있지 않았다)이 이라크 군인들에게 총을 쐈거나 혹은 폭발물을 설치하려 했다는 이유로 구속됐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이라크 제헌의회 파타 알-셰이크 의원은 알 자지라TV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경찰이 이들(영국인들)을 체포하려 했을 때 그들이 총을 쐈으며 그들의 차는 바스라의 번잡한 시장 한가운데에서 폭발하도록 장치된 폭발물이 설치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통신이 입수해 보도한 사진은 이라크 경찰이 이들의 차에서 압류한 물품들에 폭발물이 포함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뭔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왜 이 영국 군인들은 수만 명의 이라크인들이 모여들 중요한 시아파 종교 행사가 열리기 직전, 폭발물을 탑재한 일반 민간용 차량에 타고 아랍 전통의상을 입은 채 다가오는 이라크 경찰에게 무조건 총을 쐈을까. 이들은 거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혹시 많은 이라크인들과 언론인들의 주장처럼 실제로 이들 SAS 요원의 비밀임무는 바스라 시장에서 자살폭탄테러를 가장한 폭탄테러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라크 군에 붙잡힌 이들 요원들이 자신들의 비밀임무를 발설할까 두려워 총격전까지 감행하며 재빨리 그들을 빼낸 것은 아닐까. 

사건 직후 시리아TV는 지야드 알 무나지드라는 한 이라크인과의 인터뷰를 방송했다. 그는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거나 종교 행사에 가해지는 무장공격에 점령군이 개입되어 있다는 의혹과 주장들은 지금까지는 증거가 부족한 가설에 불과했다. 그러나 오늘 바스라 거리에 폭발물을 설치하려던 영국 군인 두 명이 체포됨으로써 증거가 확보되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래도 설마 정말 미국 CIA와 영국 SAS가 직접 테러 공격을 자행하고 그 책임을 이라크 저항세력에 떠넘기고 있을까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그러나 이들 기관의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이런 ‘소문’이 그렇게 믿기 어려운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1986년 11월 미국이 비밀리에 이란에 무기를 판매하고 그 대금을 니카라과 반정부 게릴라 조직인 콘트라에 지급했던 ‘이란-콘트라 스캔들’은 널리 알려진 사례다.

1941년 창설된 영국군의 비밀부대인 영국 공수특전단 SAS도 이미 2001년 IRA(영국령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공화국의 통일을 요구하는 반(半)군사조직) 자살폭탄테러 조직 내에 잠입해 직접 폭탄테러에 가담했음이 밝혀져 영국 사회를 충격에 몰아넣었다. 1998년 8월 15일 29명의 민간인의 목숨을 앗아간 IRA 부대의 자살폭탄 테러범 중의 한 명이 SAS 소속 이중스파이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던 것이다.

캐나다 겔프 대학 교수 마이클 키퍼는 SAS가 이렇게 IRA에 직접 침투, 테러를 사주, 교육하거나 직접 자행했다면서 “최근 바스라에서 벌어진 일은 영국군이 유사한 전략을 이라크에서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군을 목표물로 하기보다 이라크 군이나 경찰, 혹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러한 자살폭탄 테러 공격이 대부분 실제로는 미국과 영국군에 의해서 벌어진 가짜 테러 작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지난 5월, 바그다드에 사는 ‘리버벤드(Riverbend)’라는 아이디의 한 이라크인이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 ‘불타는 바그다드’에는 흔히 자살폭탄 테러라 알려져 있는 테러 공격들이 대부분 사실은 원격조종되거나 시한폭탄 장치에 의한 것이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 4월에도 유사한 사건이 벌어졌다. CBS 카메라기자 압둘 아미르 유네스는 4월 5일, 이라크 북부 모술에서 차량폭탄 테러가 벌어진 직후 그 모습을 촬영하다가 미군에 의해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미군 당국은 그의 부상에 대해 처음에는 유감을 표했지만 사흘 후 점령 반대운동에 연루되어 있다는 이유로 그를 잡아갔다. 아무런 기소 절차나 재판 과정 없이 그때 이후로 아부 그라이브나 혹은 다른 곳에 수감되어있는 유네스, 그 역시 혹 ‘봐서는 안될 것을 보거나 촬영했기 때문에’ 체포된 것은 아닐까.
모든 ‘음모론’이 그렇듯 아직 확실한 물증은 없다. 단순한 의혹 차원으로 정리될 수도 있다.
 
저항세력 분열과 혼란 가중이 미·영의 목적?
만약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 내에서의 자살폭탄 테러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라크 저항세력의 분열, 혼란 가중으로 미·영 연합군의 주둔을 정당화시키고 더 나아가 이라크의 분할이 그 목적이라는 것이 캐나다 오타와 대학 교수이자 《전쟁의 세계화》의 저자 미셀 초스도프스키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주장이다. 그는 미군이 아니라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자살폭탄테러는 이라크 저항운동 세력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게끔 해 대중적 지지를 침해할 뿐이라고 지적한다.

“이들 자살폭탄 테러 공격은 이라크 내에서뿐만 아니라 중동 전역에서 종파적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다. 워싱턴의 목적을 위해 복무하는 셈이다. 이것은 또한 이라크 불법 점령에 맞서는 시아파, 수니파, 쿠르드족, 기독교인들의 단결을 방해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반전운동과 평화운동을 분열시키고 있다.”
파타 알 셰이크 이라크 의원도 “미군은 이라크인들이 더 많은 고통을 당하도록 상황을 몰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라크 사람들 사이에 증오를 심기 위한, 서로가 서로를 두려워하도록 만들기 위한 군사작전과 소문 유포가 점령군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서방 언론들이 보도하듯이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낳고 있는 최근의 테러 공격들은 시아파 대 수니파, 쿠르드 대 시아·수니파 내전 가능성을 촉진시키고 있다.

곧 내전이 발발하게 될 것이라는, 혹은 내전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분석들도 나온다. 마이클 키퍼 교수는 “내전이 이미 시작되었던 곧 시작될 것이건 간에 적어도 몇몇 세력에게 이는 반가운 소식”일 것이라고 말한다. 이라크를 시아, 수니, 쿠르드로 분할하는 것, 다시 말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이슬람 국가 중의 하나인 이라크를 보다 약한 소규모 국가들로 분할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미국과 영국, 무엇보다도 이스라엘에게 말이다. 사실 이스라엘은 이미 1982년에 이스라엘 외무부 관리 오디드 이논이 작성한 〈이스라엘의 전략〉이라는 문서를 통해 “이라크를 시아, 수니, 쿠르드로 분할하는 것이 이스라엘의 전략적 목표 중 하나”임을 천명한 바 있다. 또한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연방을 더 약한 소규모 국가들로 분할했던 것이 이라크 분할의 모델로 공공연하게 이야기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지 벌써 2년 반이 지났지만 미·영이 이라크 혼란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알 자르카위는 소재조차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자살폭탄 테러로 인한 공포와 이라크인들 내부의 분열은 하루가 다르게 내전의 냄새를 더욱 짙게 풍긴다. 이라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불행히도 미국이 약속한 ‘자유와 민주주의’로 가는 길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2005년 11월 01일 민족21호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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