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반동안 신랑의 외할머니와 나의 친할머니 상 두 개를 치뤘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이 물었다.

친할머니야, 외할머니야?

순간 머뭇거리다

'친할머니야.'

라고 대답을 했다.

 

할머니 빈소에서 이틀간 머물면서 할머니 삶이 어떠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할머니는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나에게는 둘째할머니다.

할아버지 형제가 다섯이었는데, 우리 할아버지는 넷째였다.

그런데, 둘째 할아버지집에 아들이 없어서 둘째아들이었던 우리아버지가

둘째 할아버지네 양자로 가게 되었다.

그런데, 둘째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둘째 할아버지는 재혼을 하셨고,

이번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바로 그 때 할아버지와 결혼하신 분이다.

 

할머니는 결혼하신 후 아이를 하나도 낳지 않았고(글쎄 낳지 못하신 듯 하다.)

이전 할머니가 낳으신 딸 셋과 그 밑의 우리 아버지가 있었다.

우리 아버지는 어릴 때는 형식적으로 둘째 할아버지네로 되어 있었고,

그래서 함께 살지는 않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제사의 의무'를 부여받았고

할머니를 '부양해야 할 의무'를 부여받았다.

 

빈소는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만주 어느쪽에서 내려오셨다는 할머니는 할머니 친척이라고는 없고

자식도 하나도 낳지 않았으니, 어느 누가 목놓아 울겠는가..

 

쓸쓸한 빈소를 보니,

왠지 할머니의 삶도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래도 나는 중학교 때까지 우리집에서 같이 살면서

할머니와의 추억이 있었는데... 그래서 그래도 선듯

'친할머니야'라는 대답이 나왔나 보다.

 

세번째 날 아침

정말 허무할 정도로 순식간에 할머니는 한 줌의 재로 변했고,

할머니의 분골은 화장터 뒤에 뿌려졌다.

할머니의 90년이 넘는 삶이 그렇게 끝이 났다.

 

두 분의 할머니의 죽음.

다시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죽음을 목도하면서, 삶이 허무하게 느껴져야 할 텐데

이상하게도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쨋든 지금은 살아있으니까...

 

할머니 이제 모든 시름걱정 놓으시고

편히 잠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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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02 15:10 2006/10/0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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