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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20 올해가 십일남았다... (1)
  2. 2010/12/13 집수리와 집꾸미기 (2)
  3. 2008/09/16 지난 여름 여행기-여섯째날 (2)
  4. 2008/09/16 지난 여름 여행기-다섯째날
  5. 2008/09/16 지난 여름 여행기-넷째날 (1)
  6. 2008/09/15 지난 여름 여행기-셋째날
  7. 2008/09/15 지난 여름 여행기-둘째날
  8. 2008/09/15 지난 여름 여행기-첫날
  9. 2008/04/27 간만에 삼실 안 간날... (2)
  10. 2008/02/09 죄인 (3)

올해가 십일밖에 안 남았다...

도대체 뭘 했지? 정말 후다닥 355일이 지나갔다...

 

올해는 어떤 계획도 없이 시간에 끌려 한해를 시작했었다...

시간이 가는지 오는지도 모르는 채로...

돌아보면 몸은 현실에 있지만, 정신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그런 상태였다...

 

그러다 조직실에 가면서 정신 번쩍!

투쟁사업장을 맡게 되면서 정신 번쩍!

마구 달리다 보니 9월...

10월에 큰 행사 두개를 하고...

이제 보니 그 행사에 대한 소회도 찬찬히 남겨야겠네...

 

돌아보니 올해도 이것저것 많이 배웠다...

사회복지 공부도 하공... 공공기관들이 어찌 투쟁을 하는지도 배우공...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삶과 생각도 배우공...

이제 배운 걸 써먹을 일만 남았네 ㅎㅎ

작년을 거치면서 요 판데기를 5m 떨어져서 보는 법을 알게 된 거 같다...

 

그저께 여성단체에서 활동하시는 분한테 이런 질문을 받았다.

'계속 거기에 계실 거에요? 다른 계획은 없어요?'

그러고 보니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아직 여기서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많다...

내년에도 미친듯이 활동하고 싶다...

한 십일을 술퍼먹으며 한해 정리를 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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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0 14:26 2010/12/20 14:26

오늘 일년만에 '나만의 방'으로 들어와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킨의 변화가...

 

내친 김에 집수리와 집꾸미기를 해 봤다...

 

2011년이 되고, 또 일년을 내달리다 보면 또 다시 일년 내내 글 한줄 못 쓸 수도 있겠지만...

 

마치 현실 속에서 집이 좋아지고 나서 집에 더 꼬박꼬박 들어가는 것처럼

 

이곳에도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워낙 컴이나 기계 쪽은 서툴기도 하고, 별로 좋아라 하지도 않아서 많은 걸 바꾸지 못했지만...

 

일단은 맘에 든다~~~ ㅋㅋ

 

낼부터는 요즘 사는 이야기와 요즘 활동하면서 드는 생각들을 적어볼 생각~

 

오늘은 집수리하느라 너무 힘들었으니,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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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3 16:04 2010/12/13 16:04

여섯째날 일정 : 비진도->소매물도->통영시내

 

새벽 6시도 되기 전에 일어나서 서두른다.

 

참고로 비진도는 두 개의 섬이 모레퇴적물로 연결되어 있다. 오른쪽 모레가 있는 곳이 해수욕장이고, 왼쪽에는 자갈로 되어 있다.

 

요기는 외항이고, 우리가 가려는 소매물도는 내항에서 배를 타야 하는데, 아침 7시 40분 배다.. 꽥!

산길을 아침부터 걷는다..

 

 

 

 

아침이라 안개가 없고, 깨끗한 바다의 모습을 담기에 딱이다.. 슬슬 해가 뜨기 시작한다...

 

 

한 삼십분을 걸으니 우리가 가야할 '내항'이 보인다...

 

 

이쁜 등대를 담았다...

 

 

소매물도에 도착하여 또 산을 오른다... 저 길을 따라가면 '모세의 기적'처럼 하루에 두 번씩 바닷길이 열리고, 등대가 있는 섬으로 걸어들어갈 수가 있다..

 

 

바다 한 가운데에 떡하니 열린 길... 양 쪽으로 파도가 쳐서 건너는데 무섭다... 혹시 나올 때 물이 들어오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는데... 역시 걱정한 대로... 물이 들어왔다.. 괜히 호들갑을 떨다가 신발신은 채로 바다에 빠지고... ㅎㅎ 그 때는 금새 바닷물이 나를 삼킬 것 같아서 심장이 콩만해졌었는데, 이제는 웃음이 난다..

 

 

 

등대섬으로 건너가서 바라 본 바닷길~~~

 

 

참 섬이 신기한게 나를 중심으로 온통 바다라는 거...

등대에서 서서 주변을 보니!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 온 사방의 바다로 부터 에너지가 발을 타고 온몸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 도봉산 정상에서만 느껴보던 그 느낌을 소매물도에서 다시 느꼈다...

 

어떤 것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운을 얻고 간다.. 그리고 바다를 보며 돌을 쌓고 소원을 빌기도...

 

요렇게 나의 여름여행도 끝나갔다..

 

많이 걷고, 많이 먹고, 많이 보고... 통영주변에서만 6일을 있었지만 사진을 보니 또 가고 싶네~~  ㅎㅎ

통영아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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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6 00:32 2008/09/16 00:32

다섯째날 일정 : 하루종일 바다에서 수영~~

 

여행 오일째.. 체력이 바닥날 만한데도... 바다를 보고 그저 좋아서 놀았다..

이날은 후배 사진기로 찍었음.. 파일을 받으면 차차 올리겠음..

 

그런데, 남해바다의 단점은 파도가 없어서 튜브타고 놀기에 좀 재미가 없다는 거..

 

그러나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호젓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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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6 00:10 2008/09/16 00:10

넷째날 일정 : 통영->비진도

 

통영 집에서 나와서 새로운 팀과 합류..

 

인천에서 후배와 후배 여동생이 왔다.

통영이라고는 생판 모르는 내가 졸지에 가이드가 되었다.

 

만나서 저녁을 먹고 마지막 배를 타고 비진도로 들어갔다.

저 멀리 해는 지고... 다시 봐도 참 좋다~~~

 

 

섬 주변 바다에 온통 안개가 끼어 신비롭기만 하다...

태어나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안개, 잊을 수 없는 바다...

 

 

시간이 가면 고스란히 그 시간이 사진기에 남는다...

 

 

 

비진도 들어가는 배에서 사람들이 왜 그리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들고 들어가나 했다...

그러나 우리는 복숭아와 쌀밖에... 몇 개 안 되는 식당 중 한 곳에 들어가서 먹자니, 사람들은 메뉴에도 없는 회와 찌게와 구이를.. 알고 보니 종일 잡은 물고기를 갖다 주면 식당 아주머니가 회도 떠서 주고, 찌게도 끓여주고, 구워도 준다.. 급 낚시를 배우고 싶은...(아... 배고프다... 생선찌게 해서 소주한잔 땡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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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6 00:06 2008/09/16 00:06

셋째날 일정

 

오전 내내 집에서 데굴데굴.. 선풍기는 돌아가고, 음악도 계속 돌아가고..

우리는 자다가 책보다가...

 

점심을 먹고도 다시 데굴데굴...

 

4시쯤.. 이제 한번 나가볼까~~

 

뒷산을 올랐다.

 

조금만 절이 나오는데, 조용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절하는 걸 배워보고..

 

거기서 일하시는 분께 발담그고 있을 곳이 없냐니 종 있는데 가라고 한다.

 

보통 절에는 종 있는 곳에 울타리를 쳐서 못 들어가게 하는데, 이 곳은 특이하다.

 

거기에 '평상'이 있어서 누구나 앉아서 산 아래 바다를 볼 수 있다.

우리는 거기 앉아서 책 읽고, 수다 떨고...

 

 

 

앉아 있자니 일하시는 분께서 파인애플을 주신다. ㅋㅋ 역시 인심이 좋군..

먹고 있자니 벌이 윙윙~~~ 처마에 벌집이 있다. 신기해서 한 컷~

 

 

 

한참 있다보니, 저녁으로 국수까지 내 오신다.

내친 김에 저녁예불을 하고 가려 했으나. 어라 시간이 되어도 시작을 안 하네~~

ㅍㅎㅎ 내일 행사때문에 스님들이 예불을 안 하시겠다고 했단다.. 참으로 자율적이고 널널한 인상깊은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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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5 23:50 2008/09/15 23:50

둘째날 일정

 

통영->연화도->용머리->통영시내

 

연화도에 내려서 시멘트 길을 걷고 또 걸었다.

언덕에 올라서니 멀리 용머리가 보였다. 안개로 뿌옇다..

 

 

 

 

 

이름모를 풀꽃이 예뻤다.

 

 

강아지풀이 있는데, 보기만 해도 간질거린다..

 

 

숲길과 시멘트길을 한시간 남짓 걸었다. 용머리 저 곳에 최대한 가까이 가보리라는 마음으로...

 

드디어.. 사람이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이로 갔다...

세로로 찍은 것은 역동성이, 가로로 찍은 것은 웅장함이 있다.

 

 

 

용머리에서 더 넘어가면 '동두'라는 마을이 이렇게 나온다.

이런 곳에서 양식하고 조용히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혼자였으면 저기 저 가두리 양식장 위에서 낮잠 한숨을 잤을수도... 과거 전력을 보면.. ㅋㅋ

 

용머리 가는 길은 중간까지는 표지판이 있는데, 걷다 보면 용머리라는 표지판은 없다.

만물상바위가는 표지판만 나오는데, 속지 말고 요 계단으로 올라가고, 계단이 끝나는 곳에서는

산으로 난 길을 계속 올라가야 용머리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영광을 누릴 수 있다.

 

용머리를 사람들로부터 보호하려는 속셈이 아닐까하는 음모론을 우리는 주장했음.. ㅎㅎ

 

 

가장 더운 시간대인 오후 12시~2시를 시멘트실을 걷고 또 걸었지만, 용머리의 기운때문인지

지치질 않는다. 연화사까지 마저 들르는 열정을... 그 시간 주양과 류양은 그늘에서 퍼져있었다는...

 

종이 매달려있는 특이한 탑.. 바람이 불면 은은하게 소리가 난다...

 

 

내가 좋아하는 연꽃도 한컷..

 

  

 

선착장 앞에 있는 가게에서 막걸리와 해물파전으로 배를 채우고.. 다시 통영으로..

한창 휴가철이라 배는 만원이고, 차량도 서로 들어오려고 난리.. 분쟁으로 인해 한시간 가량 배가 뜨질 못했다..

내리는 방송에서 선장아저씨의 애교있는 멘트 "안녕히 가시고, 오늘 있었던 일은 모두 다 잊어주시길 바랍니다~" ㅍㅎㅎ 역시 서울, 수도권에서는 누가 이런 멘트를 날릴 생각을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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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5 23:28 2008/09/15 23:28

첫날 일정

 

서울->통영->미륵도->통영시내

 

여름 휴가가 다가올 즈음 사무실 모 동지로부터 통영을 가자는 제안을 받았다.

통영.. 친구 결혼식을 갔다가 되게 멀었다는 기억밖에 없는 곳..

그래도 그냥 가기로 했다.

 

휴가 시작 전 주 토요일 아침부터 부산을 떨며 도착

 

내려가는 길에 셋은 통영가면 충무김밥 먹고 싶다, 회를 먹고 싶다, 장어를 먹고싶다

먹는 이야기만으로도 행복해 하며 그렇게 내려갔다.

 

오후 3시경 도착~

 

미륵도 관광지구로 차를 타고 가서 바다를 보았다!

늘 동해바다만 보아온 나에게는 수도 없이 점점이 박혀 있는 섬들이 신기하기만!

 

미래사라는 절에 들렀는데, 절은 정성을 많이 들여서 가꾸고 가꾼 느낌..

 

더 감동적인 건 미래사 절 앞에 껌껌한 숲길을 맨발로

걸어가서 만난 관음보살.. 그 곳에서 다시 빠져 나올 때면 속세로 돌아오는 듯한

기분이 든다. 통영에서 가장 권하고 싶은 곳!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건 충무김밥~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가끔 먹어본 맛과는 사뭇 달랐다.

통영 여행을 가시는 분은 반드시 '한일충무김밥'집을 꼬옥 한번 들러보길!

택시타고 가자고 하면 된다.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듯.

 

저녁은 모듬회해서 소맥을 엄청..

그리고 2차는 노래방 ㅋㅋ. 친언니의 반대로 서로 만나지도 못하는 통영 커플의

따뜻한 모습을 지켜보고...

3차는 와인을 먹으며 밤바다를 보았다...

 

미애언니 집으로 가는 길에 피곤한데도 잠이 들지 않았다..

 

참고로 미애언니는 통영에서 약국을 하고 있는 주국장님의 후배..

우리 언니와 동갑이고, 워낙 심성이 곱고, 평범하여 오래만난 것처럼 친근했다...

그 집도 집주인을 닮아 넉넉하고, 편안... 낯선 곳이지만 내 몸은 불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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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5 22:03 2008/09/15 22:03

사회연대본부 정책차장으로 인사이동을 하고

때마침(?) 삼실이 집에서 팔분거리(자전거로)인

곳에 이사를 하고나서는 토, 일에는 늘 삼실에

출근을 했다.

 

인사이동 후 긴장 백배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주에는 큰 맘을 먹고 어제만

삼실에 나갔다.

 

모 동지와 도봉산엘 가기로 약속을 했으나, 새벽 6시쯤

못 간다고 문자가 왔다. 문자 덕분에 일찍 깨서

아침을 냠냠 먹고...

kbs1에서 하는 '영상앨범 산'을 보고..

(늘 보고 싶었으나 일요일 아침 7시에 하는 관계로 첨봤다..)

'~~산' 직후에 하는 '영상포엠 내마음의 여행'에서 담양을

눈으로 여행하고...

주먹밥과 참외와 커피를 넣은 가방을 짊어지고 집을 나섰다..

(역시 나에게는 먹는 게 제일 중요하다...)



간만에 가는 도봉산...

가슴이 약간 뛰었다...

내가 마음이 심란할 때마다 오르던 산...

고민거리를 결론 내려고 오르다 보면

오히려 엉켜있던 생각들이 사라지고...

(그래서 예전에는 당황했다..뭐야.. 생각하려고

산에 왔는데 힘들다는 생각밖에 안나면 이러면서..

그러나 그것은 조급한 나의 마음이었다...)

그러나 내려와 보면 비어버린 머릿속에

어떤 기운들이 가득차서 좋은 생각들이 들던...

 

도봉산역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좋았다~~ 워낙 비를 좋아하고 비맞는 건

오히려 더 좋아하니...히히

 

그런데 바위가 미끄럽고, 추운 건 좋지 않았다...

앉아서 하염없이 수다를 떨던 그곳도 추워서

그냥 지나치고..

점심도 후다닥 해치워야 했다..

 

등산갈 때마다 무리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늘 가다보면 아쉬워서 정상에 오르고 만다.

오늘도 역시...

작은 붓으로 밝은 연두색, 좀 더 짙은 연두색,

약간 남색을 섞은 연두색을 콕콕 찍어놓은 듯한

나무들... 역시 봄산에서 보는 능선은 폭신폭신해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든다~~

 

집에 오면서 사 온 호박전, 고추전, 깻잎전, 버섯전,

녹두전을(많이도 먹었군..쩝..) 막걸리 홀짝홀짝거리며 먹고...

먹고 나니 졸음이...

그러나 지금 왜 일어났냐...

ㅋㅋ

일하러... ㅎㅎ

그러나 내일 회의 때 낼 문서들은 뒤로 밀쳐두고

맘에 드는 블로그 두 개를 찾아내서 오호~~~하며

블로그 글만 읽고 있다는...

하나는 만화를 소개하는 블로그이고, 하나는 일본소설을

소개하는 블로그인데, 볼 책들을 메모하고 있다~~

호호... 너희들을 읽어주마~~~

 

나 이제 사회연대본부에, 정책기획실에 적응됬나부다~~~

이렇게 일요일을 보냈다니~~~ 추카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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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7 22:23 2008/04/27 22:23

죄인

사는얘기 2008/02/09 12:30
 

이번 설은 남편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맞는 첫 명절이었다.

 

지난 연말에 혹시라도 부모님집에 안 올 수 없을까 하는 심산으로 부모님을 슬쩍 떠봤다. 겉으로는 조용히 이야기하시지만, ‘설에 집에 안 오고 서울에 있음 어떨까요?’라는 나의 질문에 부모님의 속은 요동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가득이나 심란하실텐데, 그래도 옆에서 해 주시는 거 따박따박 받아먹고, 잘 쉬고, 잘 자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효도겠다 싶어서 부모님집에서 설을 보내기로 했다.


우리 아버지는 차례를 두 개를 지내셔야 한다. 울 아버지는 우리 아버지한테는 큰 아버지, 나에게는 큰 할아버지 아들로 호적상 되어 있다. 그래서 나에게 큰 할아버지인 할아버지의 차례를 우리집에서 모셔야 한다. 그리고는 대구 큰 (사촌)오빠네에 가서 진짜 할아버지의 차례를 지내야 한다.


아버지 연세가 70을 넘기시고는 대구를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여의치 않아서 어쩌다 한번은 대구를 가지 않으셨다. 그런 게 사촌오빠들한테 마음이 걸렸는지, 설 당일날 둘째오빠가 부모님을 모시러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설 당일날 아침에 아버지가 나에게 ‘둘째 오빠 오면 언니 방에 들어가서 조용히 있거라.’라고 하셨다. 감기때문에 계속 기침을 하는 것을 엄마는 걱정하셨다. 그러면서 ‘기침도 하면 안되..’라고 하셨다.


새벽부터 일어나 큰 할아버지의 차례를 지내고, 미쳐 다 치우기도 전에 둘째 오빠가 도착하였다. 나는 언니 방에 들어가서 이불을 덮고 조용히 누워 있었다. 부모님은 오빠에게 거짓말을 하셨다. 나와 남편이 경주에서 오는 중이고, 그래서 언니는 대구를 갈 수 없고 우리를 기다려야 한다고...


그러나 더 큰 일은 저녁 때 일어났다.

둘째 오빠가 대구에서 부모님을 다시 울산으로 모셔다 드리면서, 나와 남편을 보고 가야 한다고 한 것... 그래서 이번에는 집 밖으로 피신을 했어야 했다. 이번에는 언니도 같이.. 내가 좋아하는 대나무숲도 가고, 영화도 보고 그랬다.


맨날 밤에 침대에 누워서 떠올려보던 대나무숲의 소리와 초록빛과 대 숲 사이로 들어오는 저녁 햇살을 보았지만, 기분이 왠지 씁쓸했다.


결혼을 하기 전에 늘 부모님께 죄만 짓고 산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나는 다시 죄인이 되어 집으로 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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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9 12:30 2008/02/09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