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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자랑스런 여성노동자입니다.

[1호] 당신은 자랑스런 여성노동자입니다. 호 성 희 | 여성국장 내가 서울대 간병인 노조 집회에 처음 참석한 날은 2월 27일 서울노동청 점거 농성이 공권력 투입으로 강제 해산되고 난 후 서울노동청에서 항의집회가 있던 3월 2일이었다. 그날 따라 바람이 몹시 불어 굉장히 추웠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또 하나 기억이 남는 것은 정금순 지부장님이 발언하시는 모습이었다. 선이 있는 노트에 빼곡이 써있는 글씨를 또박또박 읽고 계셨다. 이러한 모습은 간병인 노조 집회 때 지부장님이 발언하시면 늘 볼 수 있다. 달라지는 게 있다면, 점점 더 유창해지는 지부장님의 발언이다. 늘 그때그때 투쟁상황을 미리 노트에 정리하시기 때문에 발언은 늘 새롭고, 그런 모습에 난 간병인 집회 때마다 긴장을 한다. 단언하건데, 요즘 정금순 지부장님만한 선동가는 없다고 본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줌마들이었습니다." '동지'라는 말도, 구호에 뒤에 붙이는 "투쟁~!"이란 댓 구호도 짧게는 10년, 길게는 25년을 서울대 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해온 아줌마들에겐 정말 생소한 말들이었다. 하지만 이제 간병인 노동자들에게 이러한 말들은 가장 자주 사용하고 친숙한 말들이 되었다. 8개월 동안 그녀들이 안 해본 투쟁이 없기 때문이다. 작년 9월 1일자로 서울대병원이 무료소개소를 폐지한 후 무료소개소 폐지 철회를 요구하며 병원로비농성, 단식투쟁, 환자보호자선전전과 서명운동, 교육부와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벌여왔고, 11월 25일 병원이 조합원들에게 병원출입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이후론 인권위원회 농성, 서울지방노동청 농성투쟁, 병원정문 앞 선전전, 과천 노동부 앞 항의집회 등 장외투쟁을 벌여왔다. 지난 2월 27일에는 서울노동청 농성 3일만에 경찰투입에 의해 생전 처음 닭장차까지 탈 때는 욕설(?)도 서슴없이 나오더라고 하신다. 또 지난 4월 15일 총선이 있기 전 노동부 앞 집회에선 "노동자는 노동자들의 당을 찍어 보수정치를 심판해야 합니다."라고 발언하는 통에 사회를 봤던 민주노동당의 강상구 동지는 "지부장님 발언이 선거법의 선을 위험스럽게 줄타서 조마조마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간병인 노동자들은 투쟁을 하면서 서울대 간병인 지부를 건설했고, 8개월 동안의 힘들고 긴 싸움속에서 투쟁하는 여성노동자로 성장했다. 보이지 않는 노동 간병인 조합원들은 대부분이 50, 60대의 여성가장들이다. 때문에 그녀들의 수입은 가계에 필수적인 것이다. 하루24시간, 주6일이라는 장시간 노동에 최저임금(일일 20,080원)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이지만 서울대병원의 경우 안정적으로 간병일이 생기기 때문에 간병인 노동자들은 그러한 노동조건을 감내해 왔다. 그러나 전국 20만으로 추정되는 간병인들의 규모에 비해, 이들은 공식적인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공식 노동자들이며, 특수고용직이다. 전세계 여성노동자들의 94°? 비정규, 비조직 부문에서 일하고 있으며, 이들은 사회적, 법적 보호를 받기 힘들고 또한 노동권 단체들의 지원도 기대하기 힘든 형편에 있다.(마야 잔시, 2000) 바로 이러한 상황이 간병인들과 같은 여성노동자의 현실이다. 여성들이 노동하는 만큼(전세계 노동시간의 66, 빈곤층을 형성(전세계 빈곤층의 70하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인 것이다. 이는 여성들은 쉬지 않고 일하고 있음에도, 여성노동의 가치가 평가절하되거나, 가계수입의 보조로만 사회적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이러한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서울대 간병인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러한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드러내고, 간병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간병인 투쟁 과정에서 분명해진 것은 간병노동이 비공식화됨에 따라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간병인과 환자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간병인들은 4대 보험이나 노동권의 법적 보호조차 받을 수 없다. 환자입장에서 간병은 의료보험 적용 대상에 제외되고 있기 때문에 가계의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간병료가 없을 경우 간병일은 아내나 어머니, 딸의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당신은 자랑스런 여성노동자입니다. "우리 같은 아줌마들이 여성노동자운동의 주력이 될 것입니다." 그녀들은 이렇게 당당히 말한다. 서울대 간병인 노조는 4월 23일 병원과 협의로 현장에 복귀하게 되었고 현재는 90명(투쟁당시 12명)의 조합원이 조직되었다. 끈질긴 투쟁의 성과가 조직 확대로 이어진 것이다. 어느 비정규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 끈질기지 않았고, 힘겹지 않았겠냐만, 기간 이만큼의 성과를 쟁취하는 일도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 투쟁의 성과를 유실하지 않는 것이 앞으로의 가장 큰 과제이다. 모두가 현장에 복귀했지만, 상근업무를 담당할 정금순 지부장님 말고도, 부지부장, 사무국장은 현장으로 복귀하지 않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서울본부의 "서울대 간병인 노조 투쟁지원 논의를 중단한다."란 지침이 아직도 철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법 상 간병인들이 노동자가 아니라는 것은 앞으로 싸워서 쟁취할 문제이다. 그러나 함께 싸워야 할 동지들의 진정한(!) 연대가 없다면, 출발부터 실패할 투쟁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간병인 노조는 매주 토요일, 일주일 중 유일한 휴식 시간을 쪼개어 정기적인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노동자라는 것은 세상을 바꾸어야 할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그녀들은 노동자로 서는 것을 그렇게 깨달았다. 그러한 소중한 깨달음과 실천에 배신의 화살로 생채기를 내서야 되겠는가?! 우리는 그녀들의 조직과 투쟁에 아낌없는 지지와 연대를 보내야 할 것이다. 당신은 누가 뭐래도 자랑스런 여성노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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