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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호(통권9권)] 창간호를 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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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를 내며


 

 

 

  통합진보당 사태가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모를 정도로 확산 일로로 치닫고 있다. 상하 좌우를 막론하고 이 나라의 모든 세력과 집단이 이 사태의 자장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좌익진보 진영은 말할 것도 없고, 보수우익 세력까지 이념공세와 공안몰이로 사태 확산에 가세하고 있다. 워낙 많은 사안들과 쟁점들, 그리고 전선들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이 사태의 본질이 무엇이냐는 물음조차 다들 포기할 정도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혁명> 창간호 준비도 통진당 사태 속에서 진행되었다. 그 때문에 이 사태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통진당 사태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하고 속 시원한 결론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창간호로서 빛이 바랠 것이다. 통진당 사태를 계급적 관점에서, 노동자혁명의 관점에서 그 ‘본질’을 캐서 이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태도와 답을 마련해 보려고 했다. <창간호>라는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나름대로 한다고 했는데...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기겠다.    

 

  통진당 사태의 와중에서도 <혁명> 독자들을 포함하여 많은 동지들이 더 이상 죽음의 행렬을 막고 야만적인 정리해고를 철회시켜야 한다는 절박함 속에서 쌍용차 투쟁 확대를 위해 분투했다. 민주노총 총파업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쌍차 투쟁을 비롯하여 장투사업장 투쟁들과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 야간노동 철폐, 생활임금 쟁취, 특수고용직 노동기본권 쟁취 등 현안 투쟁들을 확대하는 속에서 나올 것이다. 아니, 그렇게 만들어지는 총파업만이 속빈 강정이 아닌, 여러 대중투쟁들의 연결망으로 속이 꽉 찬 실질적인 총파업이 될 것이다.

 

  이러한 당면한 투쟁 과제들과 함께 정세적으로 무엇보다도 중요한 계급적 과제가 있다. 통진당 사태 속에서 다시 확인되고 있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최종 파산이 제기하는 과제이다. 민주대연합, 야권연대 등 자본가 정치세력과 손잡기 위해 팔아넘긴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독립을 되찾기 위한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과제가 그것이다. 계급협조 야권연대와 단절하는 진정한 노동자 독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투쟁에 시급히 착수해야 할 때다.
  이 투쟁과 당면 현안 투쟁, 총파업투쟁은 결합되어야 한다. 별개의 투쟁이 아니다. 통진당과 함께 민주노총이 쳐놓은 야권연대 구도를 돌파할 대안 정세구심⋅대안 지도력을 세우지 못하고서는 당면 투쟁들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뚫고 전진할 수 없다. 노동자운동에서 계급협조의 고리를 끊어내고 잃어버린 계급적 독립을 수복하기 위한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면 마땅히 그러한 대안 정세구심을 세우기 위한 투쟁을 반드시 동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당면 현안 투쟁과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투쟁은 분리될 수 없으며, 노동자계급을 자본가 정치세력의 꼬리로 전락시키는 야권연대 같은 계급협조에 맞선 투쟁에서 하나로 연결된다.

 

  <혁명> 창간호는 그래서 현재 투쟁의 일선에 서 있는 동지들, 총파업투쟁 조직에 앞장서고 있는 동지들이 이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투쟁에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만이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또 다시 노동자들을 표 찍고 돈대는 기계로 전락시키는 의회주의 정당 건설로 결말나는 것을 막고, 투쟁하는 노동자계급의 대안 지도력을 구현하는 당의 건설로 귀결될 수 있다고 보아서다.

 

  야권연대에 반대하고 노동자 독자 정치세력화를 열망하는 노동자들은 새로운 노동자 정당이 또 다른 의회⋅개량주의 정당 건설로 귀결되지 않도록 전면적인 정치투쟁에 나서야 한다. 혁명정당 대신 초기 민노당을 복원하는 수준으로, 또는 좌파 사민주의 정당 정도로 귀결된다면 민노당 파산의 궤적을 -- 이번에는 압축적으로 급속히 -- 되풀이 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야권연대 구도로 다시 빨려들 것이다. 이것이 새로운 노동자 정당 건설이 혁명정당 창당으로 귀결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이다. 혁명적 노동자당 건설은 그냥 당위가 아니라 노동자 독자 정치세력화/ 새로운 노동자당 건설이 성공하기 위한 유일한 담보 조건이다.

 

  지금 우리는 혁명적 잠재력으로 가득 찬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혁명정당으로 이르는 길은 결코 넓고 곧게 뻗은 고속도로가 아니다. 거기서는 무엇보다 전술이 필요하다. 일시적 타협⋅동맹을 개량주의 지도력에 대한 비타협적인 투쟁과 결합시킬 전술이 필요하다. 노혁추를 비롯하여 그 동안 혁명정당 건설을 위해 투쟁해 온 동지들도 새로운 노동자 정당 건설운동에 공동전선 전술로 개입하여 교착 상태에 있는 당 건설 투쟁을 다시 전진시켜야 할 때다.

 

  작년 8월 창간 준비호를 내기 시작하면서 <혁명>은 “사회주의자들⋅선진노동자들이 노동자계급 지도력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개량주의자들과의 지도력 다툼에서 유용한 무기로 복무”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 때 이래 이 과제와 임무는 계속 구체화되어 왔는데, 이제 그 어느 때보다도 그러한 지도력 다툼을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 지형 위에서 전면화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빼앗긴 계급적 독립을 적들의 수중에서 되찾기 위한 투쟁과 내부에서 또 다시 계급협조에 문을 열어 놓는 개량주의와의 지도력 다툼, 이 두 투쟁을 그 어느 때보다도 통일적으로 수행해야 할 때이다.
  오늘 정식 창간하는 월간 정세지 <혁명>도 여기에 복무할 것이다. 창간을 계기로 <혁명>을 더욱 더 벼려내서 거듭 동지들의 투쟁에 무기로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2012년 6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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