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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연대와 단절하는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을 본격화 하자
고민택
통합진보당은 지난 총선 때까지 자본가정당과 단절하라는, 야권연대에 반대한다는 노동자계급의 요구와 주장을 묵살하고 끝내 통진당 결성을 감행했으며 야권연대를 막무가내로 추진했다. 지금의 사태가 터진 뒤에도 통진당은 여전히 야권연대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면서 사태를 이 지경으로까지 만들어 놓고도 아직도 야권연대가 흔들릴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여기에는 당권파, 비당권파의 구분도 없다. 이석기 당선자는 현 사태에 대해 “야권연대를 흔들려는 음모”라는 주장을 하고 나오는가 하면, 강기갑 비대위장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달려가 사과하며 기다려 달라고, 야권연대를 깨지 말아 달라고 사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도 정신 못 차리는 민주노총
문제는 민주노총이다. 자본가 정치세력인 국참당과 통합하는 통진당 결성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기는 고사하고 끝내 총선에서 통진당을 지지했다. 민주노총은 단순히 야권연대를 소극적으로 지지하는 것을 넘어 김영훈 위원장 자신이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지원유세에 적극 참여하기까지 했다. 통진당 사태가 터지고 나서도 민주노총은 달라진 것이 없다. 민주노총 중집은 통진당에 대한 ‘조건부 지지철회’를 결정했다. 통진당을 전면 부정해도 모자랄 판에 말이다. 민주노총도 통진당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야권연대를 포기할 생각을 조금도 갖고 있지 않다. 위 강기갑 비대위장의 행태에 대해 어떤 비판도 하지 않고 있는 것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민주노총은 강기갑 비대위를 지지하는 것이 마치 더 진보적인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
통진당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정도를 넘어 지금 노동자계급 전체를 아예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다. 이번 사태가 터지지 않았더라도 ‘묻지마 야권연대’로 인해 노동자계급은 이미 커다란 어려움에 빠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번, 천 번을 양보해 만약 이번 사태가 터지지 않았다면 통진당에 대한 비판과 통진당을 둘러싼 쟁점은 운동진영 내부의 문제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사태가 터지지 않았으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즉 싫든 좋든, 인정하든 부정하든 객관적으로 통진당이 노동자계급 내에서 어쨌든 다수를 대변하는 세력이라는 것으로부터 발생하는 불가피함이다.
통진당이 노동자계급 전체를 수렁에 빠뜨리고 있다.
사실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라도 통진당은 적어도 지금과 같은 사태는 발생시키지 않았어야 한다. 아니 사태가 터진 뒤에라도 내부 선거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 ‘부실이든, 부정이든’, 진상조사가 ‘사실이든, 과장됐든’ 외부로 알려진 상황에서는, 나아가 그것이 통진당 내부 문제를 넘어 전체 노동자계급의 문제, 전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진 마당에서는 그것이 누구의, 어떤 의도 때문이든 간에 먼저 모든 것에 앞서 최소한 노동자계급이 입을 피해와 타격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모든 처리를 해 나갔어야 하는 것이 천 번, 만 번 마땅한 일이다.
부르주아 정당조차도 이런 상황에서는 지배계급 전체의 이해와 이익을 우선적으로 지키는 것을 당연시 하고 있다. 물론 이 말이 결코 부르주아 정당이 옳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배세력은 통진당을 비판할 자격조차 없다. 그들이 지금 벌이고 있는 행태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들이다. 다만 그렇더라도 지배계급과의 전선을 치는 것은 그 자체로 해야 한다. 또한 통진당에 대해서도 잘못을 덮으라고 말하고자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게 아니라 기왕에 벌어진 일에 대해, 터진 사태에 대해 적어도 부르주아 정당보다는, 부르주아 정치체제 내의 수준에서라도, 조금이라도 더 정당하게, 조금이라도 더 질서정연하게, 조금이라도 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는 태도와 노력을 보여 주어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그럴 수 있는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이 이번에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말이다.
어쨌든 지금 통진당은 지배계급으로부터는 물론이고 온갖 소부르주아 세력에게도 동네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조차 자신들끼리도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그로 인해 전체 노동자계급에게 씻기 어려운 고통과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통진당 사태로 인해 발생한 공백과 쟁점을 노동자계급을 비롯한 혁명주의 세력이 매울 수 있는 준비와 태세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도 커다란 문제다. 그 때문에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음에도 우왕좌왕 하는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워낙 많은 쟁점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고, 나아가 지배세력이 온갖 정보력과 지배력을 동원하여 그야말로 매일매일 이슈를 만들어 내고 이슈를 주도하고 있어 거기에 대응하기에도 힘겨운 측면이 있다. 나아가 혁명주의 세력이라고 해도, 통진당의 노선과 성격 등에 대해 비판하고 개입하는 것과는 별개로, 벌어지고 있는 행태나 추이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사실에 대한 정확한 확인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바깥에서는 오히려 알 길이 없어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굼뜰 수밖에 없는 속사정을 안고 있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더는 기다리지 말고 선제적 방침을 갖고 투쟁에 나설 때다.
지금도 이런 조건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으며 달라질 가능성도 별로 없다. 그럼에도 통진당 사태는 계속 진행 중이고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형국이 계속된다면, 아니 그렇게 되도록 방치한다면, 여전히 사태의 본질과 정곡을 정확히 꿰뚫지 못하고 우왕좌왕 한다면 지배계급이 지속적으로 이 사안을 주도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태를 하루 빨리 막아야 한다. 이제 그럴 수 있는 정도로는 사태가 충분히 드러났다. 더는 사실 확인이나 추이를 지켜보아야 할 필요는 없다. 이제는 노동자계급, 특히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선진노동자들을 포함해 혁명주의 세력이 선제적인 방침을 갖고 전면적이고 대대적인 투쟁에 나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는 시선과 관심을 지배계급이 벌이는 행태와 통진당 내부 사정으로 인해 어지럽게 발생하는 것들에 두어서는 안 된다. 지금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우익 세력이 통진당 사태를 맞아 가장 일차적으로, 가장 최우선적으로 의도하고자 하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듯이 바로 연말에 치를 대선을 겨냥해 야권연대를 깨거나 약화시키려 하는 것이다. 바로 그 때문에 보수우익 세력은 통진당을 향해 융단폭격 하듯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런데 주로 통진당 내 당권파(지금은 구당권파)를 집중 겨냥하여 공세를 가하고 있다. 당권파야말로 바로 통진당 결성과 야권연대를 이끈 진원지이기 때문이다. 당권파가 저지르고 있는 행태가 지배계급에게 계속해서 명분과 주도권을 충분히 쥐도록 하고 있어서다. 지금 지배계급은 당권파를 집중 타격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도 느끼지 않고 있다. 이 점은 국면이 바뀌기 전까지는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보수세력이 단지 당권파만을 타격하는 것은 아니다. 당권파를 향해 ‘종북’, ‘주사파’ 등의 딱지를 붙이는 것을 통해 자연스럽게 노동자계급과 혁명주의 세력에게까지 위협을 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보수우익 세력은 ‘진보정당’ 자체에 대한 공격에서는 짐짓 여유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번 기회에 ‘진보정당’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지금보다 더 순치, 순화시키려는 태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물론 이 말이 곧 당권파가 비당권파보다 덜 순치, 순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점에서 그들 사이의 차이는 거의 없으며 있더라도 별다른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벌이고 있는 투쟁은 최소한의 의미라도 있는 노선 투쟁이 아니라 오로지 정략만 난무하는 패권 다툼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가 결과적으로 어떻게 끝나든 간에 그 최종 도착지는 개량주의 정당이라는 외투마저 벗어 버린 완연한 ‘국민정당’으로의 변신일 것이다. ‘국민정당’이라고 꼭 하나의 모습인 것은 아니다. 그 속에도 수많은 양태와 유형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야권연대와 단절하는 투쟁을 다시 시작할 때다
야권연대는 아직 죽지 않았다. 그렇기는커녕 아직 시퍼렇게 살아 있다. 적어도 연말 대선 때까지는 어떤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그 모습을 달리하면서라도 계속해서 정세적 규정력을 가지고 노동자운동을 뒤흔들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 야권연대에 대한 회의론과 부정적 견해가 아무리 나온다 해도 야권연대 자체를 완전 폐기하는 데까지 나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야권연대가 아니고도 대선에서 확실히 승리할 수 있는 조건을 창출할 수 있지 않고서는, 반대로 야권연대를 통한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한에서는 야권연대는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민주당이 독자적으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무망하다. 비록 ‘안철수’ 변수가 있긴 하지만 최소 수준에서라도 야권연대가 진행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민주당이 야권연대를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건 바로 통진당 변수다. 즉 통진당은 어떤 경우에도, 특히 상황이 지금과 같이 악화된 조건에서는 더욱 더 야권연대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야권연대를 포기하지 않도록, 아니 포기할 수 없도록 통진당은 알아서 모든 짓을 다할 것이 분명하다. 통진당에게는 이제 와서 스스로 야권연대를 깨야 할 그 어떤 명분도 남아 있는 것이 없다. 이 같은 상황은 갈수록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도 분명하다. 심지어 통진당이 깨진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 경우에는 깨진 두 세력 모두 더 경쟁적으로 민주당과의 야권연대를 성사시키기 위해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우위를 점하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다. 이미 지배계급의 한 부분으로 두 발을 모두 담근 상황에서는 그 길밖에 취할 방법이 없다.
지금 노동자계급이 야권연대에 반대하는 투쟁을 다시 시작하고, 다시 본격화해야 하는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즉 단지 야권연대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과 전망 때문만이 아니다. 노동자계급에게 야권연대에 대당할 수 있는, 최소한 대당하기 위한 정세 구심을 형성해야 할 필요가 총선 전보다도 훨씬 더 절박해졌다는 점이다. 아무리 통진당과 야권연대를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그 반대를 노동자계급 또는 혁명주의 진영 자신의 투쟁의 결과로 만든 것이 아니라면 설령 야권연대가 깨지거나 균열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 정치적 효과는 결코 노동자계급이나 혁명주의 진영에게 돌아올 수 없다. 그것은 당연히 야권연대를 실질적으로 깨거나 약화시킨 세력, 지금으로서는 보수우익 세력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편 야권연대에 문제가 발생한다하더라도 통진당이 다시 지난 시절의 ‘진보정당’으로라도 되돌아 올 가능성은 없다. 그러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나아갔다. 아니 설령 돌아오고 싶어 하더라도 그것을 허용해서도 안 된다. 그러려면 야권연대에 대당하는 정세 구심을 시급히 건설해야 한다. 오직 이를 통해서만이 야권연대를 저지할 수 있는 가능성과 동력을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통진당이 어떻게 되더라도 바로 그로 인해 발생한 공백을 노동자계급이 메울 수 있다. 아니 반드시 메워야 한다. 지배계급이 그 공백을 다 차지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총선 전과 달리 야권연대 반대 투쟁을 다시 시작하고, 다시 본격화 할 수 있는 새로운 국면이 열린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통진당과 민주노총 관료 지도부를 제외하고는 야권연대 반대를 한 목소리로, 보다 많은 노동자계급이 힘 있게 낼 수 있는 공간이 창출됐다. 그 공간을 지금까지는 지배계급이 가져가고 있지만 노동자계급에게도 아직 기회는 열려 있다. 민주노총 관료 지도부조차도,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긴 하지만, 공공연하게 통진당을 더는 지지할 수 없게 되었다. 민주노총이 ‘조건부 지지철회’를 결정한 또 다른 배경이자 또 다른 이면이다. 그러나 통진당과 민주노총 관료 지도부에게 시간을 주어서는 안 된다. 그들에게 시간을 허용하는 것은 그것이 단지 낭비여서만이 문제가 아니다. 언제든지 야권연대는 다시 살아 날 수 있으며 그 때가서야 대처한다면 이미 또 늦기 때문이다.
또 하나 짚어야 할 맥락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야권연대 반대를 말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야권연대에 대당하는 정세 구심을 형성하는 투쟁에 지금도 나서지 않고 있는 세력이 보이는 태도다. 이런 태도는 한 마디로 정세와 동떨어져 각자의 조건과 처지를 우선적으로 사고하는 것으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다. 그 각각의 이유와 주장도 각양지색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 사이에 크게 두 가지 공동점이 있다. 하나는 하나 같이 무기력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사방을 아무리 둘러봐도 야권연대에 대당할 수 있는 정세 구심을 형성할 수 있는 동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강변하고 있다. 진보정당이 그러듯이 문제의 책임을 대중에게 돌리는 것에 다름 아니다. 또 하나는 각자 내세우는 논리와 판단은 제 각각이지만 그 논리와 판단을 관통하는 것은 조직 보존주의다. 조직 보존을 우선함으로써 정세 대응을 바로 지금, 여기에서부터 꾀하려 하지 않고 협소한 운동주의나 추상적 대기주의 그도 아니면 막연한 준비론으로 모두 후퇴하고 있다.
야권연대가 노동자계급에게 가장 심각한 폐해를 가져다주는 직접적 원인이자 주범이라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명백하다. 개량주의, 의회주의를 반대하는 현재적 실체는 다름 아닌 야권연대 반대 투쟁, 야권연대와의 단절을 위한 투쟁일 수밖에 없다. 혁명적 노동자당 건설이든, 사회주의 노동자당 건설이든 그를 위한 투쟁도 역시 야권연대에 대당하는 정세 구심을 형성하는 것과 관련지어야만 비로소 그 현실성을 획득할 수 있다. 진정한 총파업 조직화든, 무슨 반자본주의 공동투쟁체 건설이든, 이러저러한 활동가모임이나 활동가대회 등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그것들을 말하려면 야권연대 반대 공동대응을 가장 우선적으로 조직하고 펼쳐야 한다. 통진당이 저 지경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조차 이를 실천하지 못한다면 노동자계급 대부분은, 적어도 조직된 노동자들은 어쩔 수 없이 야권연대 영향력 아래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들을 이렇게 되도록 방치하고 나서 딴 데 가서 논다는 것은 허공을 향해 소리 지르는 것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 이래가지고는 야권연대에 반대하는 대선 투쟁을 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대선 투쟁을 우회해 가지고는, 야권연대에 맞서기 위한 대선 투쟁전선조차 형성하지 못한다면 운동은 훨씬 더 후퇴할 것이 자명하다.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을 힘차게 펼치자
민주노총 중집은 통진당에 대한 ‘조건부 지지철회’와 함께 당일 회의에서 “대중적인 제2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중단 없이 추진하며, 이를 위한 특별기구를 설치하기로 의결”했다. 물론 이 결정을 둘러싼 해석과 정치적 의미나 맥락은 당연히 하나가 아니다.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제2 노동자 정치세력화 특별기구 설치’와 관련해서도 “그동안 민주노총의 정치위원회가 존재했지만, 단순히 한 위원회에서 논의하는 것을 넘어서 전 조직적으로 많은 전현직 간부들의 견해를 총 망라하는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특별기구를 설치할 것”이라며, “이를 전 조직적으로 가동시켜, 새로운 정치세력화의 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참세상> 기사). 그런데 이 결정은 그 자체가 독자적이고 독립적인 사안이라기보다는 민주노총 중집회의 결과 중 ‘현 통합진보당에 대한 입장’에서 밝힌 다음과 같은 내용과 긴밀히 연결, 결합되어 있다.
“△통합진보당이 공당으로서 절차적 정당성과 자정능력이 훼손되고 있는 점에 대해 깊은 유감 표명 △통합진보당이 노동중심과 민주주의에 기초한 진정한 진보정당의 길에서 일탈하였음을 확인하고, 이에 대해 깊은 우려 표명 △통합진보당이 혁신비상대책위를 중심으로 당원들의 중지를 모아 신속히 혼란을 극복할 것을 강력히 촉구 △진정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전조직적 논의에 착수하고, 통합진보당이 현재의 혼란을 극복하고 노동중심 진보정당으로 거듭나 이 논의에 함께 하기를 희망”
따라서 앞으로 ‘제2 노동자 정치세력화 추진’ 결정이 어떤 양상으로 어떻게 펼쳐질 지는 지금으로서는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정치세력화 운동을 민주노총에게만 맡겨둬서는 안 된다. 비록 민주노총의 결정이 통진당 사태 때문에 ‘임기응변 식’으로 제출한 측면이 강하게 있다고 하더라도 그 결정 자체는 어쨌든 새로운 정치세력화 운동을 펼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민주노총은 지난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줄 곧 ‘진보대통합’, 실은 ‘도로 민노당’을 만들기 위한 것에만 몰두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조차 이루지 못했다.(물론 그렇다고 그것을 성사시켜야 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본가정당과 통합하는, 즉 통진당이 결성되는 상황만 불러들이고 말았다. 만약 이번 통진당 사태가 터지지 않았다면 위와 같은 결정이나마 나올 수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알다시피 총선 전에 민주노총은 대의원대회에서 의결되지 않았음에도 중집 결정을 통해 총선 방침을 사실상 ‘묻지마 야권연대’를 지지하는 것으로 결정하여 강행했다. 비록 형식논리로는 민주노총 ‘정치방침’은 결정하지 않은 모양새를 취했지만 역시 이번 사태가 없었다면 총선 방침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남는다.
통진당은 이번 사태로 인해 우리가 이미 말했듯이 빠르게 ‘국민정당화’의 길로 접어들 것이 분명하다. 아무리 민주노총 관료 지도부가 적당히 얼버무리려고 해도 새로운 정치세력화 운동 그 자체까지 완전히 묵살하기는 쉽지 않은 지형이 통진당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다. 민주노총 중집에서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특별기구 설치’를 의결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미 일부는 이런 상황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거듭해서 말하지만 민주노총에게만 맡겨둬서는 용두사미로 끝나거나 혼란(분란)만 일으키고 아무런 성과도 없이 끝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렇다고 지난번에 시도했던 것과 같은 이른바 ‘선언운동본부’ 정도만의 운동과 대응 가지고는 그 한계가 너무나 뚜렷하다. 새로운 정치세력화 운동은 ‘선언운동본부’와 같은 상층 중심의 운동이어서는 성공할 수 없다. 또한 그 연장에서 이른바 ‘범좌파정당’과 같은 대안으로는 또 다른 의회주의 정당을 다시 만드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아니 그 조차도 만들기가 어려울 수가 있다. 설령 만들어진다 해도 통진당 보다 나을 것이라는 어떤 근거도 없다.
새로운 정치세력화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니 최소한 운동을 일관되고 끈질기게 가져가기 위해서는(그런데 이러지 않고 조금이라도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 적어도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최소한 야권연대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망라하여 공동대응을 펼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단지 조직 문제만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해서는 안 된다. 당연히 정세 대응을 대중적으로 펼치는 사업과 투쟁을 최우선으로 결부시켜야 한다. 셋째는 공동대응 안에서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놓고 치열한 노선 투쟁을 벌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들은 일차적으로는 투쟁하는 노동자, 선진노동자의 자기 요구와 주장을 우선적으로 조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며 특히 아래로부터의 평조합원 운동을 불러일으키는 것과 함께 진행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야권연대 반대와 새로운 정치세력화 운동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긴밀히 연결, 결부되어 있다. 아니 목적의식적으로 연결, 결부 되도록 해야 한다. 비록 통진당 사태가 아래로부터의 노동자계급과 혁명주의 진영이 투쟁한 결과와 직접적으로는 닿아 있지 않지만, 바로 그 때문에 지금 지배계급이 그 공백을 차지하려고 대거 나서고 있지만 더는 이런 상태가 지속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통진당 사태가 낳은 정치 공백을 투쟁하는 노동자, 선진노동자 그리고 혁명주의 진영이 나서서 채워야 한다. 그럴 때에만, 그럴 수 있어야만 통진당 사태는 위기가 아니라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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