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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신 6,7월호 기고] 사노위 실패의 잠정적 교훈

 

 

 

[사노신 6,7월호 기고]

사노위 실패의 잠정적 교훈 

 

남궁원 (사노위 정치적 해산자 선언모임)

 

자본주의 위기와 시대정신
 

사회주의자는 자본주의를 전복하고자 한다. 사회주의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사적 환경, 계급투쟁 상황에서 멀리 떨어져 관망하는 태도로 활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회주의자는 자본주의 역사적 전개와 주요 국면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프롤레타리아 대중투쟁의 조건과 욕망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

우리는 몇 해 전부터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전 세계적인 자본주의 위기(국가부도)와 유럽 · 북아프리카, 중국, 인도, 베트남 등지에서 벌어지는 계급투쟁 상황을 접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동 지역의 혁명적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 상황 전개 속에서, 사회주의자가 오랫동안 잊고 있던 혁명이란 단어를 다시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 아닐까?

이런 점에서 서구의 유명한 철학자 지젝이 “혁명의 객관적 조건을 영원히 기다리는 사람”이 아닌 계급투쟁에 능동적 개입과 ‘혁명적 행동에 나서는 레닌’1)을 우리에게 상기시킨 것은 의미심장하다. 더 나아가 지젝은, ‘다시 공산주의로’ 라는 슬로건으로 자신의 입장을 제출하고 있다.

지젝의 지적처럼, 지금 우리 사회주의자 앞에는, ‘다시 공산주의와 혁명적 행동’으로 표현되는 시대정신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바야흐로 “혁명이냐 자본의 재구성이냐”는 전 세계 프롤레타리아 계급투쟁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의) 역사적 순간이 우리를 행동하게끔 만들고 있다.2)

한편, 우리는 1980년대 이후로 형성된 한국의 민족민주세력과 진보세력의 ‘노동자정치세력화’가 사실은 자본주의 내 의회 좌파기구로 전락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진보정당- 산별노조 양 날개론). 최근 민족해방파와 구 피디(PD), 새 피디(PD)가 공유하고 있는 ‘통합진보정당론’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여전히 ‘비합법적 낭만주의’ 세력이, 단위사업장에만 갇혀 있는 ‘현장 만능주의’(전투적 조합주의)가 득세하고 있다.3)
 

사노위 출범과 강령, 조직 활동의 쟁점
 

이러한 자본주의 위기 정세와 한국 정치 지형 속에서, 사회주의 세력들은 공개적으로 사회주의노동자정당 추진위 건설을 위해 활동했다.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공동실천위원회>4) (이하 사노위)가 최종적으로 실패한 지금 시점에, 2009년 <사회주의혁명정당 건설 노동자공동정치투쟁단>, 1년간의 ‘사회주의당 건설 전면화를 위한 전국토론회’, 그리고 그 결실로 2010년 출범한 사노위 활동은 총괄적으로 평가돼야 한다. 여기서는 사노위를 중심으로 1차 평가를 진행한다. 필자는 사노위 활동의 실패를 되돌아보는 것이 이후 사회주의 당 건설과 정치활동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 고 믿는다.

사노위는 11개 정치원칙5)을 정하고 사회주의노동자당 건설 추진위를 목표로 1년간의 공동정치활동과 ‘강령상의 통일’을 위해 활동한 사회주의자의 공동실천 조직이다. 이렇게 출발한 사노위의 출범 정신은, “공공연한 사회주의 운동과 당 건설추진위 운동” 전면화로 요약된다. 출범정신에 비추어 볼 때, 사노위 안에서 중요한 과제는 강령과 조직 활동 문제였다.

첫째, 사노위에서 필요한 것은 각각의 이질적인 세력(3주체와 개별 활동가)들이 그간 활동했던 사회주의 이론적 실천과 부문, 영역, 현장 투쟁 (주체) 경험을 비판적으로 종합하는, 혁명주의 입장에 선 ‘총체적인 사회주의 강령 노선의 통일’이었다.

이러한 성과 위에서, 공공연한 사회주의 운동은 ‘사회주의/ 공산주의 강령’과 가장 ‘구체적인 정치 투쟁’ 사이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따라서 1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강령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강조하건데, 강령은 단지 이론의 산물이 아니다. 강령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국제 노동자 계급투쟁의 역사적 산물이다. 그래서 ‘구 사회주의의 몰락’ 원인과 ‘현존하는 가짜 사회주의[(국가)자본주의]’에 대한 정치적 태도와 입장을 밝히는 것이 중요했다. 이것은 당추진위가 추구할 건설할 사회주의 상이며, 사회주의 정치 선전 선동과 직결된다.

또 다른 측면은 현 시기 자본주의 위기를 둘러싼 시대 규정이다. 시대 규정은 정치조직의 전략과 전술을 규정한다. 필자는 현 자본주의 위기를 단순히 경기순환상의 문제로 보지 않고, 자본주의 체계 자체의 역사적 쇠퇴 경향과 혁명적 프롤레타리아트의 투쟁을 제기해야 한다고 본다.

사노위 의견그룹 (초기 5인 연서명) 안은 구소련 사회성격을 국가자본주의로 보는데 대체로 동의하며, 중국, 북한 등을 노동자를 억압하는 자본주의로 인식하고 노동자가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 반면 3인 (구 사노준 경향)안은 구소련 사회를 “꼬뮤니즘 사회로의 이행에 실패한 국가”로, 중국, 북한 등을 자본주의로 보는 것에 반대하고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단지, 북한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주체 형성을 지원하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 2인 (제4 인터내셔널) 안은 구소련 사회를 “퇴보한 노동자국가”로, 중국, 북한 등을 “기형적 노동자 국가”로 각각 규정한다.

특히 현 자본주의 위기와 관련한 정세 인식은, 의견그룹이 “자본주의의 역사적 쇠퇴 경향”을 얘기한다면, 3인안은 “세계자본주의의 장기적-구조적 위기의 산물”로 이해하고 있다. 이처럼 사노위 안에서는 크게 봐서, 혁명주의에 입각한 의견그룹 강령 안과 유럽 코뮤니즘과 유사한 3인안 강령이 주요하게 대립했다.

 

 

 

둘째, 당 추진위 건설과 관련한 사노위 조직 활동 원칙과 운영 문제다. 중앙과 지역, 현장 분회 활동상을 어떻게 잡고 활동할 것인가가 초기에 중요했다. 특히 사노위 안에서 민주노총 현장조직파(?)인 노동전선과 어떻게 조직적 위상과 실천 관계를 맺고 활동할 것인가의 문제는 내부적으로 중요한 사항이었다.

사노위 일부 지역은 거의 노동전선 활동에 치중하고 있다. 사실상 사노위는 당 추진위 기초 조직으로 나가야 할 현장 분회 활동에 대한 자기 규정력을 갖고 있지 못했다. 사노위가 아무리 ‘사회주의 운동의 전면화, 대중화’를 소리 높여 내걸고 있음에도 공허한 메아리로 그칠 뿐, 실제 각각의 일상 활동영역에서 회원들의 실천은 노동전선이나 단체, 부문운동의 한계 안에 안주하여 그 틀을 넘어서고 있지 못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사노위 1차 중앙위원회에서 결정한 가입원서 작성을 거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중앙에서 발행한 소책자 내용을 “공상적 사회주의”라고 비판한 서평 내용을 문제 삼아, 사노위 다수파가 조직사업을 ‘부정 파괴하는 행위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이는 조직 내 ‘비판의 자유’마저 억압하는 행위이며, 서울지역위원회에서 발행하는 <사회주의자통신>은 2호를 발간하고 종료됐다. 서평 글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정치 토론의 문제를 행정적인 방식으로 정리시키려고 하는 관료주의는 혁명정당 건설과 절대로 양립할 수 없다.
 

사노위 정치적 실패와 단일한 강령의 야합


조직 문제는 추상적인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집중적 표현이다. 사회주의 노동자당 (혁명당) 추진위 건설 문제는 당면 혁명의 성격(강령)과 조직 활동 노선을 서로 분리하지 않고, 동시에 추구함을 뜻한다. 당 추진위 건설은 사상 · 이론과 실천 · 행동을 접목해야한다. 사노위는 1년간의 활동을 통해 강령과 조직 활동상의 최소한의 통일을 이루어내지 못했다. 그렇다면 출범 정신에 따라, 사노위 3차 총회는 조직적 해산을 결정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사노위 (구사노준 경향이 다수인) 중앙위원회는 “3차 총회에서 강령초안이 채택되지 않을 경우, 차기 총회에서 강령초안을 유보 없이 채택한다.”고 결정하여 다수파 중심의 강령 안을 표결로 밀어붙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한 “단일한 강령을 작성할 것을 전제로 강령기초위원을 선출한다”고 결정했다. 이미 단일안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낸 의견그룹 (5인안)의 강령기초위원들을 배제하고, 의견그룹 이탈 세력들을 새로 구성하는 강령기초위에 포함시켜 사실상 ‘밀실야합’으로 단일안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앙위원회의 결정이 사노위 3차 총회에서 기조로 결정된 것이다.


사노위 활동의 잠정적 교훈


사노위 정치적 해산 선언과 실패에 대해,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분열주의자, 서클주의자”로 몰아가는 소위 ‘사노위 대동단결론’과 다른 하나는 “내가 조직 깨질 거라고 했잖아!” 하며 빈정대는 ‘정치적 냉소주의’다.

사노위 실패, 즉 ‘사노위를 통한 당 건설 투쟁’이 실패로 결말났다고 해서 애초 사노위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식의 평가에 필자는 동의할 수 없다. 사노위 실패에도 불구하고 1년여 기간 동안 사노위를 통한 당 건설 투쟁의 잠정적 교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점증하는 자본주의의 위기에 맞서, 현장 계급투쟁에 대한 능동적 개입과 공공연한 사회주의 선전을 진행한 점이다.

둘째, 현 시기 남한 노동자계급운동 속에서 혁명정당 건설투쟁이 넘어야 할 강령적 과제와 토론, 조직 활동의 과제가 무엇인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었다.

셋째, 사회주의 (혁명)당 건설 운동을 전면화하는 데서 일정한 진전을 이루어냈다.

넷째, 사노위 강령· 조직 문제를 둘러싼 내부 투쟁에서, 구 서클적 질서와 해체를 통해, 명확한 정치적 지향과 강령적 사고 틀에 입각한 세력이 새롭게 결집됐다.

 

------------------- 각주

1) 지젝, 지젝이 만난 레닌』(원제: 문 앞에 다가온 혁명), 2008, 교양인)
2) 로렌 골드너,『역사적 순간이 우리를 만들고 있다』,
http://home.earthlink.net/~lrgoldner
3) 필자는 사회주의자가 “대중의 파업을 기술적으로 준비하고 지도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전체 운동을 정치적으로 지도하는 데에 있어야”한다는 로자 룩셈부르크 (대중파업론)의 일갈(一喝)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4) 사노위는 당 추진위 건설을 목표로 3개 조직 (사노준, 사노련 일부, 노투련)과 사회주의노동자당을 추구하는 개별 활동가들 모여 출범했다.
5) 사노위 정치원칙은 △ 사회주의혁명정당 건설 △ 노동자국제주의 △ 노동자권력(대체권력) 수립 △ 사회주의 현장분회 건설 △ 사회주의 혁명운동의 관점에서 여성, 소수자, 생태문제 포괄 등 11개 항목의 정치원칙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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