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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준비 2호] 왜 사회주의자들은 리비아혁명을 지지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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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회주의자들은 리비아혁명을

 

지지해야 하는가?

 

 

- 양재훈

 

 

 

  그 동안 리비아 내전을 놓고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좌파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전개되어 왔다. 카다피를 방어해야 한다는 입장, 반군을 지지해야 한다는 입장, 중립적인 입장 등 화해 불가능한 대립을 보여 왔다. 무엇이 이런 혼란과 혼동을 야기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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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미/반제면 다 우리 편?

 

  반미 반제 입장을 취하기만 하면 올바른 노선이라고 믿는 좌파들은 카다피를 지지해 왔다. 여기에는 대부분의 스탈린주의 ․ 마오주의 정파들과 이들에게 견인된 일부 트로츠키주의 그룹들이 포함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소위 “국제사회”나 유엔의 “인도주의적 개입” 배후에 있는 제국주의의 실체를 보려 하지 않는 좌파들(예를 들어 한국의 진보신당 같은)은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나토의 개입을 지지해 왔다.
  한편 신중하게 중립을 취해야 한다는 제3의 입장도 있다. 이들은 카다피의 반제국주의적 명망은 최근 십여 년 동안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제국주의에 굴종함으로써 이미 변색되어 버렸으므로 그는 단지 독재자에 불과하고, 한편 반군은 공공연한 친제국주의 분자들이자 대부분이 구체제로부터 도망 나온 자들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카다피 진영이나 반군이나 어느 쪽도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운동의 기본 성격

 

  이 중립론은 카다피에 반대하여 일어난 대중들의 봉기라는 운동의 기본적인 성격 문제를 무시한다. 카다피 정권의 무자비한 학살 탄압으로 인해 대중봉기가 완연한 내전으로 전환된 것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물론 리비아 반군은 그들의 목표에 있어 부르주아 민주주의적이었고, 그 지도부는 친제국주의적인 자들이다. 그러나 이 점에서는 이집트와 튀니지의 봉기 대중들도 그러했다. 반군 대열 내에 이슬람주의자들의 존재를 지적하는 좌파들도 있는데, 이들 좌파는 이집트혁명 대열에도 이슬람주의자들이 대거 존재했음을 잊은 듯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정확히 답해야 한다. 봉기의 성격은 그 지도부에 의해 결정되는가? 봉기의 전체적 성격이 그 동맹세력(여기서는 서방 제국주의 세력)에 의해 결정되는가? 제국주의 강대국들이 반군 편에 서서 개입했다고 해서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 혁명에 반대해야 하는가?

 

  답은 당연히 ‘아니오’이다. 1980년 폴란드에서 노동자 반란이 오로지 레흐 바웬사의 친제국주의에 의해 그 성격이 결정되지도 않았고, 미국 레이건의 연대노조운동(솔리다르노시치) 지원에 의해 결정되지도 않았다. 지도부나 동맹세력의 성격 같은 왜곡 및 굴절 요인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자들은 이 위대한 노동자운동을 지지했다. 한편 스페인내전을 예로 들어보자. 당시 부르주아 민주주의 공화정부와 파시스트 프랑코 세력 사이에서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 언제 중립을 취했던가? 한편으로 프랑코의 공격에 맞서 공화정부를 방어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혁명의 전진을 위해 일관되게 투쟁했던 것은 바로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었다.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랜드 앤드 프리덤>을 보면 이런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반란 내에서 혁명을 위해 싸워야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나토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물질적 이유를 가지고서 반군을 지원했다. 미국과 EU는 올 초 이집트에서 무바라크 타도로 떨쳐 일어선 대중봉기에 직면하여 위선적이고 얼버무리는 기만적인 태도를 취하다가 실추되어버린 권위와 아랍 세계의 지지를 되찾기 위해 리비아에서는 서둘러 반군을 지원했다.

 

  지금 벵가지에 있는 국가과도위원회의 구성을 놓고 볼 때 반군 지도부의 주류가 제국주의 다국적기업들에게 경제의 많은 부분을 군사 지원 및 합법정부 승인의 대가로 넘겨주려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지도부 내 이슬람주의에 뿌리를 둔 다른 분파는 이슬람율법 샤리아를 헌법체계 속에 포함시키려는 계획을 드러내고 있다. 이 모든 것에 맞선 투쟁을 시급히 조직해야 하며, 혁명적 수단에 의해 국가과도위원회를 몰아내야 한다. 혁명을 만든 전투 일선의 반군 전사들과 해방된 도시들의 민주주의투쟁 세력들의 존재가 지도부나 제국주의 때문에 지워지거나 무시될 순 없다. 반군 지도부의 범죄나 제국주의자들의 책동 때문에 리비아혁명이 맛이 갔다고 단념해버린다면 이는 어리석은 행위이다. 반란 내에서 혁명을 위해 싸워야 한다. 일관된 민주주의와 국제주의를 위한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레닌과 함께 러시아혁명을 이끈 레온 트로츠키는 1938년에 지금 리비아의 상황과 다르지 않은 하나의 구체적 사례를 놓고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프랑스령 알제리 식민지에서 민족독립의 기치 아래 반란이 내일 일어나고, 여기에 이탈리아 정부가 자신의 제국주의적 이해관계에 이끌려 식민지 반군에게 무기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에 이탈리아 노동자들의 태도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나는 파시스트 제국주의[당시 이탈리아 제국주의]가 식민지 반군 편에 서서, 민주주의 제국주의[당시 프랑스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반란에 개입하는 사례를 의도적으로 취해 보았다. 이탈리아 노동자들은 알제리 반군에 보내는 무기 선적을 막아야 하는가? 초좌익주의자들은 이 질문에 대해 ‘그렇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혁명주의자라면 이탈리아 노동자들 및 알제리 반군과 더불어 이 같은 대답에 대해 분개하며 고개를 돌릴 것이다. 설사 파시스트 이탈리아에서 같은 시점에 해상 총파업이 발발했다 하더라도 이 경우에 파업노동자들은 반란에 나선 식민지 노예들에 대한 원조 물자를 실어 나르는 선박들을 위해서 파업에 예외를 두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프롤레타리아 혁명주의자가 아니라 비겁한 조합주의자에 불과할 것이다.”   

 

 

  지도부의 반동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국과 프랑스와 영국의 제국주의자들이 리비아 반군에게 무기와 물자를 보내고 싶어 한다면 의당 리비아 반군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그것을 받아야 하며, 미국 프랑스 영국의 노동자들은 이를 막지 않는다. 지도부의 반동적 성격을 들어, 또는 리비아가 필연적으로 친제국주의 종속국이 될 거라고 예측하여 무기와 물자 수송에 반대하는 좌파들은 최악의 비관주의자들이다. 결정된 건 아직 아무것도 없으며, 현재 수천 명의 반군 전사들이 무장하고 있고 민주적 토론의 공간이 존재하는 한 건강한 혁명적 결말로 나아갈 희망은 아직 충분히 있다. 카다피 아래서는 아무것도 없다. 오직 잔혹한 독재와 테러가 있었을 뿐이다.

 

  사회주의자들은 언제나 제국주의에 반대하지만, 그러나 제국주의와 싸우고 있는 자들이라고 해서 언제나 지지하지는 않는다. 이는 그들의 싸움이 대부분 그들 자신의 인민들에 대항하는 싸움일 경우에 특히 진실이다. 카다피 정권은 무기를 들고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 나선 인민들에 대항해 스스로를 방어하는 전체주의적 독재였다.

 

  반군에 대한 제국주의의 지원은 이 지원이 혁명을 지워버리고 그것을 제국주의적 침략/점령/병합으로 전화시키지 못하는 한 상황을 바꿀 수 없다. 카다피와의 투쟁과 전투는 압도적으로 시민군 전사들이 수행했다. 반군 전사들을 따라 종군한 모든 기자들이 이를 확인해주고 있다. 국가과도위원회가 친제국주의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러나 국가과도위원회의 직접 통제 하에 있지 않은 수많은 지역위원회들과 시민군 전투단위들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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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주의자들은 리비아혁명을 지지해야 하며, 이 혁명이 전진하도록 추동하고 이 혁명을 노동자권력을 위한 투쟁으로, 연속혁명으로 나아가도록 투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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