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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준비 2호] 더블딥 우려? 이미 자본주의 체제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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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준비 2호] 더블딥 우려?

 

이미 자본주의 체제위기!

 

 

- 이민수

 

 

 

  지난 8월 초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이 있고 난 후 다시 ‘더블딥 우려’에 대한 기사들이 언론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10년 중반에도 한 동안 떠들썩했다가 다시 잠복했었던 ‘더블딥 우려’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경기재침체라고 번역하는 더블딥(double dip)은 불황(또는 ‘경기침체’)으로부터 짧은 회복기가 있은 뒤 곧바로 다시 불황으로 빠져드는 현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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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상 자본가들이 기대하는 대로라면 경기침체 끝에 회복기를 거쳐 호황 국면으로 가야 되는 것인데 이번 경우에는 이런 ‘정상적인’ 순환이 작동하지 않고 잠시 회복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다시 불황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보니 당혹스럽고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막대한 천문학적 재정을 공황구제/ 불황타개를 위해 쏟아 부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이전 불황/공황 때는 약발이 있었던 이 같은 경기부양책이 이번에는 전혀 듣지 않으니 말이다. 

 

 

  미약하고 짧은 회복

 

  이는 2008년에 시작한 경제위기가 통상 7-10년마다 되풀이되는 순환적 위기(주기적 공황)를 넘어 다른 유형의 위기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임을 의미한다. 이 위기는 세계자본주의 체제 위기이다. 이 위기 속에서 세계경제는 극심한 수축과 정체가 장기화하고, 그 사이에 간간이 짧고 미약한 회복기가 끼어드는 양상을 보일 것이다. 1973년 이래 구조적인 과잉축적 위기를 부르주아지가 세계화 전략으로 돌파하려다가 오히려 더 가중시키고 마침내 2008년 금융공황으로 시작된 이 자본주의 체제의 ‘역사적인’ 위기는 동일하게 역사적인 규모로의 자본 파괴에 의해, 그리고 세계의 잉여가치 원천과 원료, 시장을 둘러싼 제국주의 간 세계 재분할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 있는 위기이다. 우리 앞에 ‘야만이냐 사회주의냐’를 제기하는 위기인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자본가들이 ‘우려’해야 할 것은 더블딥 정도가 아니라 체제의 존망이다. ‘더블딥’이라는 자본가의 경제용어를 가지고 말하더라도 이미 ‘우려’가 아니라 각종 경기지표 상의 하강을 보이고 있는 올해 2011년 2/4분기 이래로 ‘현실’이 되었다. 2009년 중반부터 세계 자본가들은 경기침체가 이제 바닥을 치고 회복기에 들어섰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2010년 초반에 와서는 완연한 회복세를 타고 있다면서 경기부양책을 거두어들일 ‘출구전략’ 시점을 놓고 자기들 간에 행복한 논란을 벌이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2010년 중반부터는 다시 ‘더블딥 우려’가 제기되어 하반기까지 계속 논쟁이 되다가 연말 쯤 쑥 들어갔다. 그러던 것이 이번에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경기지표가 예상을 넘는 하향세로 나타나자 다시 불거진 것이다. 그만큼 불황으로부터의 회복이 미약하고 불안정하기 때문에 도통 이 ‘회복’이란 게 미덥지가 않아 이런 ‘더블딥 우려’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체제위기와 경제회복

 

  자본주의 체제 위기라고 해서 어떤 회복이나 경기 호전도 있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의 경기 분석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절충주의는 경계해야 하겠지만, 자본주의 체제 위기와 경제회복은 모순되며 양립할 수 없다는 식의 교조적인 도식주의적 입장은 맑스주의적 위기 분석과 아무 관계도 없다. 이 글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중심부 나라들에서 2009년 하반기부터 진행된 1년여 동안의 이 짧은 회복기의 특징들을 검토하고자 한다. 이러한 검토를 통해 더블딥이 왜 필연적인지, 그리고 이와 함께 현 위기가 어떤 종류의 위기인지를 보다 명확히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9년 9월 미국 피츠버그에 모인 G20 ‘정상’들은 세계경제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고 선언했다. 신문들은 경제회복에 대한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그러나 동시에 경제전문가들과 자본가들과 정치가들은 여전히 불확실성에 사로잡혀 불안을 떨치지 못했다. 경제회복이 되고 있다면 다시 일자리가 늘어나야 하고 이윤이 상승하고 자본주의 체제의 위신이 회복되어야 하는데 아직 분명하게 ‘그렇다’라고 확언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회복이 미약하고 매우 불안정해 보였다.

 

  한편으론 경기지표들과 수치들로 볼 때 산업 순환주기가 거의 바닥을 치고 있는 것 같고 상승 국면이 지평선 위에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회복이 더디고 너무 완만할 것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인플레와 함께 심지어 제2차 침체(즉 ‘더블딥’ 또는 ‘W’자 형 불황)로 빠져들 강력한 위험성을 보여주는 지표들도 널려 있었다.
 

 
  안정화 조짐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9년 4월 이래 체제의 안정화 기미들이 나타났는데 자본가들이 이로부터 자신감을 찾기 시작했다. 한 달 전인 2009년 3월에 경제수치들은 세계가 1930년대 이래 가장 동시적으로 최악의 침체에 들어갔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 직후 4월과 7월 사이에 자본가들은 그들의 주식과 증권의 가치가 급격히 회복되고 있는 것을 보았다. (8월-9월 초에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지만). 실업률은 그 어느 것보다 경기변동을 잘 보여주는 지표이다. 미국에서 2009년 첫 세 달 동안 월별 일자리 감소분은 평균 691,000 개였다. 그러나 8월에는 이것이 민간 부문에서 298,000개(근 1년 동안 가장 낮은 수치)로 낮아졌다.     
  미국에서 실업률이 계속 증가하여 10%에 육박했지만 일자리 감소 속도는 완만해 지고 있었던 것이다. 투자를 유치하려고 하는 사장들에게는 희소식이지만, 6월부터 8월까지 실직으로 생존권을 박탈당한 백만 명의 사람들, 또는 2009년 초부터 따지면, 거리로 내몰린 450만 명의 미국인들에게는 별로 반가운 소식도 아니다.       

 

  일자리 감소 폭이 줄어들고 있고 어렴풋이 회복의 조짐들이 나타난 것은 미국만이 아니었다. 2009년 여름에 부르주아 언론들은 프랑스와 독일과 일본이 모두 두 달 연속 GDP 성장을 기록했다면서 “불황에서 빠져나왔다”고 의기양양해 했다. 중국도 2006년 및 2007년 11-12%의 경제성장을 보였던 것이 2008년에 들어와 급격히 하강하면서 2천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세계 공황의 타격으로 정리해고를 당했었는데, 2009년 9월에 인구 증가 대비 적정 GDP 수준인 8% 성장률로 복귀하였다.

 

 

  위기가 계속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회복 기미들에도 불구하고 왜 자본가들은 그들의 체제가 지속가능한 성장과 수익성을 되찾는 전망에 대해서 확신을 못하고 계속 그렇게 불안해 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2008년 금융위기의 효과가 전혀 잦아들고 있지 않다는 것, 회복을 다시 끌어내릴 기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전 세계 신용경색으로 은행들이 기업들에 대한 대출을 모두 끊었다. 지급불능에 처한 은행들에 역사적으로 전례 없는 천문학적 구제금융 기금을 각국 정부들이 쏟아 부었는데도 여전히 은행들은 기업들에게 대출 창구를 열지 않았다. 왜? 기업들이 매우 낮은 수익 실적을 보여서 대출을 갚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투자가 급감하고, 이에 따라 경기회복을 떠받치는 데 필요한 자본 스톡이 극히 부족했다.

  기업들이 지출을 감축하고 파산함에 따라 대량해고가 한 동안 지속했다. 미국 공식 실업률은 10% 아래였지만, 실망실업자와 파트타임 노동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각각 10%와 16.5%에 육박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소비할 현금을 가진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식료품과 기타 소비재 판매는 계속 감소했다. 이것은 다시 경제에 부정적인 연쇄효과를 일으켜 정체의 악순환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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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 성장으로 불황에서 벗어났다고 보고된, 당시 세계 2위 경제대국 일본에서도 실업률은 2009년 9월에 5.7%에 달했고, 2008년 9월 이래 백만 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실직으로 내몰렸다.

 

 

  국가부채가 치솟다

 

  회복이 고통스럽고 느릴 것임을 암시하는 또 하나의 중대한 요인이 있다. 공공재정의 위기이다. 경기하강은 세금으로 국고에 들어오는 돈이 급감하고, 실업수당으로 더 많은 돈이 지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와 동시에 은행들에 대한 수조 달러의 구제금융으로 인해 각국 정부들이 엄청난 빚을 걸머지게 되었다. 경기부양을 위해 쏟아부은 기금 또한 정부 부채를 더욱 늘렸다. 은행들이 악성 대출로 입은 손실을 어디서나 한결같이 정부들이 떠안았다. 그리고나서 이제 이 부채를 노동계급 납세자들에게 전가하는 데서도 정부들은 일치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아가 재정적자를 빌미로 의료와 교육 등 공공서비스 지출 삭감에 착수했다. 이런 식으로 수백,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더욱 빈곤해짐에 따라 그들이 소비할 돈은 더욱 줄어들고 이것은 다시 침체 추세를 가중시켰다. 

 

 

  인플레, 디플레, 침체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반면 정부들이 이러한 복지 삭감과 긴축을 충분히 실시하지 않을 경우, 혹은 노동자계급의 저항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저지될 경우 공공재정 위기는 통화 가치 하락을 강제할 것이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해당 나라의 통화 투매가 벌어질 것이다. 채권시장, 즉 각국 정부들에 자금을 빌려주는 국제 금융자본가들은 삭감과 긴축을 제대로 실시하지 못하는 정부들한테는 인플레를 일으켜 징벌을 할 것이다.

  세계경제 공황을 예견해서 유명해진 누리엘 루비니 교수가 다음과 같이 지적한 것은 적절하다.

 

  “정책결정자들은 해도 욕먹고 안 해도 욕먹는다. 만일 그들이 대규모 재정적자를 심각하게 여겨 세금을 거두고 지출을 삭감하면 그들은 경제회복을 손상시키고 다시 경제를 스태그-디플레이션(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으로 빠뜨릴 것이다. 그러나 만일 그들이 대규모 재정적자를 유지하면, 채권시장은 정책결정자들을 징벌할 것이다. 그러면 인플레 기대심리가 솟구칠 것이고 채권 금리가 급격히 치솟아 스태그플레이션을 가져올 것이다.”

 

  더욱이, 회복의 기미가 일단 뚜렷해지면 은행과 금융사들 주위에 어슬렁거리던 잉여 자금이 저평가된 자산들과 기업들을 포착해내서 우르르 달려들 것이다. 이것은 자산 가격을 다투어 올리게 만들 것이고, 그 결과 훨씬 더 급격한 인플레를 가져올 것이다. 2008년에 전 세계적으로 폭동을 불러일으킨 바 있는 석유와 식량, 원자재 가격 급등을 재연시킬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와 같이 여기에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정부의 지출 삭감과 긴축정책이 노동자 민중들을 궁핍화시키고 소비자들의 지출 능력을 대거 저하시키거나, 아니면 인플레가 화폐 가치를 떨어뜨려 노동자 민중들을 궁핍화시키고 세계경제를 더 한층 불안정 상태로 몰아넣는 것이다. 단명한 회복기가 끝난 2011년 현재 이 두 가지 시나리오가 함께 작동하고 있다. 

 

 

  공황 - 정체- 회복 - 호황 - 공황

 

  맑스는 <<자본론>>에서 자본주의는 약 10년 주기로 반복되는 산업 순환 패턴을 밟는다고 말했다. 하나의 순환은 공황으로 시작하여 정체, 회복, 호황 국면들을 거쳐 다시 공황으로 끝난다. 부르주아 경제학자들과는 달리 맑스주의자들은 공황과 정체가 정상적인 발전으로부터 궤도 이탈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에 내재적인 것이며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으로부터 비롯하는 피할 수 없는 부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공황의 근본 원인은 자본주의 자체에 내재하는 이윤율 저하 경향이다. 생산적 경제부문에서 투자에서 오는 수익성이 하락하면 자본가들은 온갖 형태의 금융상품 속으로 돈을 쏟아 붓는다. 그러나 결국 은행과 금융업체들은 이윤율이 하락하면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대출을 중지한다. 불황이 닥치면서 보유하고 있던 채권과 금융상품들이 모두 허구적 가치로 드러나 버린다. 신용경색이 뒤따르고 증시가 곤두박질치며 은행들이 파산한다.
생산적 부문에서 수익성을 못 찾아 투자하지 못하고 쌓여 있는 과잉 자본의 존재를 맑스는 “자본의 과잉축적”이라고 불렀다. 이것을 바로 잡으려는 시도가 말하자면 공황이다. 이 잉여 자본을 파괴함으로써 다시 경제회복을 도모하는 것이다. 과잉자본의 파괴는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바로 은행 및 기업 도산, 대량 정리해고, 대중의 궁핍화,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파괴로 나타난다.

 

 

  교훈

 

  두 가지 교훈을 오늘의 경제위기로부터 끌어내야 한다. 첫 번째는 경제회복이 우리의 일자리와 생존권을 다시 구해줄 것이므로 경제회복이 오기를 앉아서 기다리면 된다는 생각은 환상이라는 것이다. 회복은 오더라도 미약하고 불안정할 것이며 여전히 높은 실업률을 유지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강력한 회복이 온다면 그것은 우리들의 일자리와 임금과 복지와 생존권이 파괴된 폐허 위에서만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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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교훈은 경제위기가 정부의 나쁜 정책이나 은행과 금융업체들의 “탐욕”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위기는 자본주의 체제의 본성 그 자체에 의해 일어난다. 그리고 이 체제는 바꿀 수 있다. 민주적으로 계획된 경제에 기반한 합리적 체체로 대체시킬 수 있다.

결론은 간단하다. 노동자계급은 자본가들이 자신들이 만든 위기를 전가시키려는 모든 시도에 맞서 저항해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 이 저항을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정치적 도전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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