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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준비 2호] <유성지회 투쟁> - 왜 패배했나? 앞에 놓인 과제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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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지회 투쟁> - 왜 패배했나?

 

앞에 놓인 과제는 무엇인가?

 

 

- 구재보

 

 

 

  ‘밤엔 잠 좀 자자! 야간노동 철폐하고 주간연속 2교대 쟁취하자!’는 유성지회 91일간의 투쟁이 법원의 조정으로 마무리되었다. 유성투쟁은 5월18일 자본의 공격적 직장폐쇄와 용역깡패 투입, 공장 점거와 5월24일 공권력 투입, 그리고 조합원들의 현장복귀 선언 이후 계속된 용역깡패, 공권력에 맞선 투쟁 등 한진중공업지회 투쟁과 더불어 한여름을 뜨겁게 달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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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말까지 복귀 △복귀 명단 사측에서 결정 △200명 이상의 조합원 서약서 작성 등만 합의되었을 뿐 산처럼 쌓여있는 핵심적인 쟁점들은 그 어떤 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유성지회의 투쟁은 패배했다. 그러나 패배는 단지 유성지회만의 패배가 아니라, 09년 쌍용차투쟁에서 보여준 것처럼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그리고 우리 모두의 패배다. 패배의 이유는 곧 투쟁의 교훈이어야 한다. 유성지회의 투쟁은 주간연속2교대라는 계급적 요구를 내던져버리고 일괄복귀라는 당장의 눈앞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이다. 또 자본주의의 위기가 심화될수록 노동자의 절박한 생존권적인 요구조차도 자본의 양보를 얻어내는 것이 뼈를 깎는 투쟁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주었다.
 

  이 글에서는 유성투쟁 과정에서 어떠한 패착이 있었고, 그것은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결과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복귀하는 유성동지들이 앞으로 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를 짚어볼 것이다. 지면을 빌어 그동안 힘 있게 투쟁했던 유성지회 동지들에게 뜨거운 동지애를 가슴 깊이 전한다.


 

  현장복귀 선언(기자회견)

 

  유성지회의 처음 요구는 주간연속2교대제 쟁취였다. 이것은 올해 새롭게 제기된 것이 아니었다. 이미 2009년 노사가 올해부터 시행키로 했던 합의사항이었다. 그러나 조합원들에게 주간연속2교대의 문제는 가슴 깊이 절절하게 자기 요구로 인식되지는 못했다. 조합원들을 충분하게 조직하지 못했던 점, 자본의 직장폐쇄와 용역깡패 투입이라는 난데없는 도발에 대한 혼란에도 불구하고 공장을 점거하고 대오를 강건하게 유지하면서 투쟁을 확대시켜 나갔다. 방송3사 시사프로그램에서는 야간노동에 대한 문제점을 앞 다퉈 다루기 시작했고, 용역깡패의 대포차를 이용한 뺑소니 사고는 유성투쟁과 주간연속2교대 문제를 쟁점화 시켰다.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너무나도 정당한 요구임을 스스로 인식해나가기 시작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금속노조와 지회는 6월14일 공장 앞에서 현장복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때부터 유성지회의 요구는 ‘조합원 일괄복귀’로 쪼그라들었다. 용역깡패의 폭력성과 공권력의 자본 편들기, 그리고 유성자본의 노동조합 무력화가 선전과 투쟁전술의 모든 것이 되어버렸다. 물론 지회는 ‘우리는 올빼미가 아니다’면서 야간노동의 문제를 제기하긴 했지만 실제 요구 및 투쟁에서는 ‘일괄복귀’로 모든 게 모아졌을 뿐 이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지회의 일괄복귀 요구에 자본이 선별복귀로 맞선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총자본 대 총노동의 전투를 피하고, 단지 ‘민주노조 사수’ 명분 아래 조합원 추가 복귀를 막고 조직력을 유지하여 노동조합을 지켜내겠다는 것이 얼마나 순진한 것이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직장폐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노동자에게 법은 그저 활용되어져야만 한다. 자본주의에서의 법은 언론, 경찰 등과 마찬가지로 단지 자본가의 이윤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강력한 투쟁 없이는 결코 순순히 노동자에게 손을 들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투쟁이 장기화되고 승리의 전망이 희미해질수록 조합원들의 법적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조합원들과 함께 승리의 전망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투쟁으로 법을 강제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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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괄복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직장폐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선별복귀를 주장하는 자본에 대해 투쟁이 아닌 방식으로 일괄복귀를 쟁취할 수 있는 방법은 법을 통해 직장폐쇄가 불법적이었음을 확인하는 것이 유일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하지 말았어야 했는가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조합원들이 투쟁 대신 법적 판결에 대한 의존도가 가슴깊이 자리 잡는 것을 막아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했다. 가처분 재판이 시작되면서 법원은 자본의 편임을 여지없이 증명해냈다. 재판부는 마치 자신이 노동위원회 위원장이라도 된 듯이 노사간의 조정자 역할을 수행했다. 제시하는 조정안은 당연히 자본에 편에 선 것이었다. 여기에서 지회는 또 한 번의 한계를 드러냈다. 말도 안 되는 조정안을 과감하게 뿌리치고 자리를 박차고 나와야 했다. 여기에서 끝내지 않으면 많은 조합원들이 복귀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걷어내고 ‘법에 의존하지 않겠다. 법적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는 결기로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조직해야 했다. 그러나 결국 지회는 3차에 걸친 조정에 굴복했다.

 

 

<조정사항>

 

  1. 채무자는 2011. 8. 31까지 채권자 전원을 업무에 복귀시킨다.

 

  2. 채권자들을 업무에 복귀시키는 순서는 채무자가 정한다. 다만, 채무자는 2011. 8. 19부터 채권자 전원에 대하여 노조사무실 및 노조사무실이 있는 건물, 식당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한다. 채권자들은 한꺼번에 30명까지 출입할 수 있고(아산, 영동 각 별도로 30명씩), 식당에서 식사하는 시간(매일 13:30~14:30까지) 에는 인원제한을 두지 않는다. 위 출입 제한규정은 2011. 9.1부터는 효력이 없다.

 

  3. 채권자들을 업무에 복귀시키는 순서에 관계없이 채무자는 채권자들에 대한 임금을 최초 복귀되는 사람과 동일하게 지급한다. 채무자는 2011. 8. 22까지는 최초 복귀를 시켜야 한다.

 

  4. 위 각 사항은 채권자들 중 200명(비대위 및 노동조합 임원, 상집간부 포함) 이상이 개별적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서약서를 작성하여 2011. 8. 18까지 채무자에 교부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내용 : 1) 앞으로 불법행위를 하지 않겠습니다
         2) 기존 복귀자 및 관리직과 화합을 위해서 노력하겠습니다.

 

  5. 만약 채무자가 위 사항을 어길 경우에는 제1항 위반에 대하여 1일당 500만원, 제2항 단서 위반 부분에 대하여 1일당 500만원을 채권자들에게 지급한다.

 

  6. 소송비용 및 조정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가장 중요한 마무리 과정

 

  투쟁 준비․돌입부터 마무리까지 투쟁 전 과정에서 그 어떤 것 하나 소흘해서는 안 되지만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지점은 바로 마무리 과정이다. 노사 간의 격돌에서 완승을 거두지 않는 이상 마무리 합의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여기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는 단순히 실무적인 내용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반적으로 노사 간의 합의가 되고 조합원들이 현장으로 복귀하게 되면 자본은 제2의 공격을 감행한다. 어차피 노동조합을 와해시키지 못했다면 운신의 폭을 틀 속에 가두고 자본에 협조하는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공장 밖에서 투쟁했던 것보다 백배 천배 곤혹스럽고 굴욕스러운 탄압들이 자행될 것임은 불을 보듯 빤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합의․복귀 과정은 이후 자본의 공격에 맞서 현장투쟁을 자신감 있게 전개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내용으로 채워져야 한다. 조합원 스스로가 최선을 다한 투쟁이었는지, 비록 요구안은 쟁취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투쟁 속에서 얼마나 계급적 의식을 깨달았는지, 노동자의 원칙과 자존심은 지켰는지 등등에 대한 내용이 훨씬 더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서약서 = ‘기어 들어와라’

 

  법원의 조정사항은 굴욕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현장복귀(일괄복귀) 선언 → 직장폐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 일괄(선별) 복귀 및 서약서 작성’. 이는 그동안 지회 투쟁의 당연한 결과다. 노사 교섭으로가 아닌 법원의 조정으로 합의․현장복귀를 하게 되는, 민주노조운동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던 사건이라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조정사항 중 서약서 작성은 그동안 투쟁했던 조합원들의 정당성을 땅바닥으로 내동댕이 쳐버리는 것이다. 노사 간의 힘의 문제로 바라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우리의 투쟁이 전체 노동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노동자의 원칙과 자존심을 지켜내기 위해 투쟁했던 것이 바로 민주노조운동의 역사다. 민주노조운동을 들먹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서약서 작성은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첫째, 불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지난 투쟁이 불법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전체 조합원이 서약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사측이 마지막까지 버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분명하게도 채권자(가처분 신청인)는 지회이지 않은가. 그런데 왜 조합원이 서약서를 작성해야 하는가.

 

  둘째, 복귀 과정과 현장투쟁에서 조합원 자신감을 위축시키기 위한 것이다. 언론에서 보도된 바 선 복귀자들의 ‘나는 개다’를 세 번 복창하게 한 것과 서약서 작성은 하나도 다르지 않다.

 

  셋째, 복귀 이후 벌어질 현장투쟁에서 조합원들을 합법/불법의 틀에 가두면서 사사건건 조합원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지회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여기서의 불법행위라는 것은 단순히 형사상의 불법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투쟁이라도 할라치면 서약서를 들이밀면서 불법을 운운하고 징계하려 들 것이다.

 

 

조합주의를 뛰어넘는 전망으로 반격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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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됐든 91일간 한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유성지회의 투쟁이 비록 굴욕적이라고 하더라도 일단락되었다. 조합원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라인 배치, 복수노조와의 마찰, 간부와 핵심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 고소고발, 손해배상, 부상자에 대한 치료비, 구속․수배자에 대한 문제, 사측에서 실시할 치욕적인 각종 교육,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주간연속2교대 등등, 복귀 후 풀어야할 문제가 산처럼 높다. 자본과 해결해야할 문제뿐만 아니라 패배감 극복, 지도력 구축 및 조직력 회복․강화 등 내부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 역시 산적해있다. 이 모든 문제들이 결코 한꺼번에 해결될 수는 없으며 따로따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첫째, 시간이 걸리더라도 91일간의 투쟁 과정, 아니 지난 유성지회의 역사 전체를 되돌아보고 평가하는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간부들만이 아니라 간부와 조합원이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서 무엇이 우리의 투쟁을 패배하게 했는지를 조합주의적 시각이 아니라 계급적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도록 하자. 이를 통해 조합원들이 (전투적)조합주의를 뛰어넘고 노동해방(사회주의 건설) 전망을 만들어나가자.

 

  둘째, 차기 지도력을 구축해야 한다. 지난 투쟁을 통해서 단련된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지도력을 세워내고 차분하게 사측의 탄압에 대응하는 한편 조합원들의 패배감을 극복시키는가 하면 자신감을 심어주는 활동을 전개하자.

 

  셋째, 현장 조직력을 회복․확대해야 한다. 부서별 간담회, 수련회 등을 통해 미복귀 농성 미참여 조합원과 선복귀 조합원들에 대해서도 노동조합에 대한 미안함 대신 다시 한 번 시작해보자는 자신감과 결의를 심어주자. 또 조직력 회복․확대는 단순히 간담회와 수련회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사소한 것이라도 치열한 현장 투쟁 속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임을 명심하자.

 

  넷째, 연대투쟁에 더욱더 헌신해야 한다. 상집,대의원 수준에서 진행하던 연대투쟁을 조합원까지 확대하자. 그동안 유성투쟁에 연대해왔던 전국의 동지들에게 동지애가 가득 담긴 인사와 함께 우리의 투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려냄을 통해서 야간노동 철폐의 문제를 다시 한 번 새롭게 제기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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