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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준비3호] 그리스 위기, 왜 해결이 그렇게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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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위기, 왜 해결이 그렇게 어려운가?

 

 

양효식

 

 

  그리스 경제는 유럽연합(EU) GDP 가운데 단지 2%를 점할 뿐이다. 만약 EU가 미국처럼 단일한 경제적 실체라면 자금을 일부 이전하여 그리스 채무를 갚아버리는 것은 미 연방정부가 카트리나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파괴된 뉴올리언즈주의 복구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주나 뉴욕주에서 걷은 세금을 투입하는 것보다 결코 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유럽이 단일 통화와 중앙은행은 가지고 있지만, 중앙집권화된 정치적 의사결정 기구도 공동의 조세제도도 못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유럽 경제는 점점 더 통합되어 가고 있고 더 큰 통합을 외치고 있지만, 유럽 사회와 정치는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개개의 민족국가들이 얼기설기 엮인 낡은 연결망 속에 여전히 고착되어 있다. 민족국가 체제가 어떻게 자본 축적의 요구들과 충돌하고 생산력을 갉아먹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예이다.

 

  그리스 위기는 이 모든 모순을 하나의 완벽한 그림으로 보여준다. 지난 7월에 EU 각료회의는 그리스 채무 보증을 위해 EU 전체로부터 재정을 동원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설립하기로 합의를 했다. 그러나 그것이 실제 출범하기 위해서는 EU 내 각국 의회들의 승인을 모두  거쳐야 하는데 그러려면 12월이나 되어야 최종 결론이 날 것이다. EU의 소국인 슬로바키아의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4개 정당 가운데 가장 작은 정당 하나가 이에 대해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12월 총선에서 연립정부가 새로 구성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구조는 단순히 과거로부터 내려온 잔존물이라기보다 지배계급들이 서로 경쟁하는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수십 년간에 걸친 유럽통합에도 불구하고 통일된 유럽 자본가계급 같은 것은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의 일치된 세계관과 정책은 고사하고 말이다. 

 

  독일 부르주아지는 유럽에서 가장 강력하지만 그리스 사태를 놓고 현재 분열되어 있다. 이제 그리스는 부채 상환이 불가능하므로 “질서 있는 국가부도”로 가야 한다고 믿는 분파가 있다. 다른 하나는 유럽중앙은행과 좀 더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분파로서, 그리스 부도가 독일 은행에 타격을 미칠 것을 두려워하는 축에 속한다. 그럼에도 전체로서 독일 부르주아지는 구제기금에 대한 대가로 남유럽에 긴축 조치를 부과하는 데서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리스 긴축 조치가 야기할 급격한 경기침체가 독일 다국적 기업들한테는 뻗어나갈 유리한 기회를 조성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당연하게도 다른 나라 지배계급들은 이 같은 독일 헤게모니의 확대를 두려워한다. 이와 같이 자본주의 체제는 전 세계에 걸친 격렬한 경쟁 압력에 또한 발이 묶여 있다. 지배계급들은 은행에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을 쏟아 붓고, 재정적자를 가져온 경기부양책을 거듭 시도하면서 이제 취할 수 있는 정책 수단들을 거의 다 써버렸다. 그리하여 국제 경쟁으로부터 자국 산업과 은행과 시장을 보호하는 쪽으로 선회할 위험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과거 1930년대의 대공황 때 보았듯이 이러한 보호주의는 파국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당시 다른 국가로부터 시장을 빼앗기 위해 정치 · 군사적 수단을 사용하도록 부추기는 강력한 경제적 압력이 바로 이 보호주의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 때문에 IMF 같은 기구들의 글로벌 정책 입안자들은 이 같은 결말을 피할 수 있도록 G20 같은 기구를 통한 소위 질서 있는 해결책을 발견하고자 애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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