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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준비3호] 파국으로 치닫는 세계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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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으로 치닫는 세계 자본주의

 

 

양효식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8년 이래 거대한 위기에 빠져든 자본주의가 잠시 미약한 회복 기미를 보이더니 명백히 이제 새로운 추락 국면으로 다시 돌입하고 있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 ‘더블딥’, 그리고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에서의 재정위기/국가부도 위기,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심장부로 위기의 ‘전염’, 중국, 브라질 등 모든 신흥국들에서의 급격한 인플레 등, 세계경제의 대재앙을 예고하고 있는 현상들이다. 그 때문에 국제 금융자본가들의 협의체인 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도 “세계경제가 위험한 국면에 진입했다”고 며칠 전 자본가들에게 보고했다. 파국의 서막을 알리는 듯, 세계증시가 폭락하여 8월 초부터 9월 23일까지 한국을 포함한 주요 20개국 증시에서 7조 4960억 달러(약 9000조원; 한국 2010년 GDP의 7배)의 시가총액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국제 금융자본가들한테 지금 당장 최대의 공포는 2008년 같은 또 한 차례의 ‘신용경색’이 발발하는 것이다. 그리스가 지금 채무 변제를 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 명백해지고 있음에 따라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9월 24일 폐막된 워싱턴 IMF 연차총회에서는 그리스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국제 금융자본가들이 합의 하에 그리스 채무의 일정 부분을 탕감해 주는 “질서 있는 국가부도”(controlled default) 방안을 놓고 논의를 했다. 그러나 이것이 각각의 금융자본가들(채권 보유 은행들)에게 저마다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그 위험성을 아무도 확실히 알 수 없어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로 끝났다.

 

 

더 확대된 규모로 2008년의 재연?

 

  그리스 부도 사태가 ‘해결 불가능’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는 소식은 직접 연루된 은행들한테만 암담한 뉴스가 아니다. 2008년 때처럼 파생금융상품의 형태로 이 그리스 국채의 일부가 포함된 채권을 매입한 은행들이 많다. 은행들의 영업비밀 때문에 그 매입한 채권 가운데 어느 것이 아직 지급능력이 있는 것이고, 어느 것이 부도 또는 부도 위험에 있는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 때문에 대출이 보류되고, 금리를 포함한 대출 비용이 급등할 기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이탈리아 같은 부도 위기 최 일선에 서 있는 나라들의 채무 변제 능력이 더욱 더 위협받고, 이들 나라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의 지급능력도 큰 타격을 받게 될 상황이다. 이런 식으로 ‘전염병’이 유로존 전체로 확산되는 양상을 취하고 있는데, 2008년 국가가 은행을 살렸던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은행만이 아닌 국가들의 지급능력까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금융자본가들을 공황장애로 몰아넣고 있는 또 한 가지는 미국이 점점 더 마비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현재 14조 3천억 달러인 상황에서 오바마가 인프라 프로젝트(도로, 교량, 홍수방제시설 등)에 대한 정부 지출을 통해 불황을 타개하려고 하자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증세 반대를 내걸고 오바마와 대결 전선을 치고 있다. 공화당은 사실상 법인세, 소득세 삭감 등 부자 감세와 정부지출 삭감을 원하고 있다. 공식 실업률이 9%를 넘어서고 있고(1,390만 명) 경제가 재침체로 돌입하고 있는 마당에 공화당이 이런 ‘강경 노선’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으니 총자본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물론 이들 정치권이 서로 싸우면서도 또 한 번의 신용경색이 도래할 상황에 대해서는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대파국의 그림자가 앞에 어른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럼에도 이미 정치권 일각에선 “그냥 내버려둬라”라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경제에 너무 개입하지 마라. 은행까지 포함해서 도산 기업들은 죽게 놔더라. 그러나 미국 · 유럽의 서방 대형은행들은 말 그대로 “죽기에는 너무 크다(대마불사).” 서방의 은행망은 생산과 세계무역의 중추신경망이다. 따라서 이 망이 돌아가지 않으면 단지 그냥 멈춰버리고 마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경제활동이 깊은 나락으로 곤두박질치는 진실로 파국적인 공황을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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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들은 지금 국가들 자체가 준 파산 상태에 있으므로 2008년 때처럼 다시 또 구제될 수가 없다. 현재 그리스의 위기 자체만 놓고 보면, 이 같은 소규모의 위기는 부채를 무효화하고 은행 자본을 전면 재편하는, 예를 들어 일정 국면 동안이라도 모종의 부분적인 국가소유 형태로 재편하는 것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본의 관점에서 볼 때 그럼에도 여전히 문제로 남는 것은, 서방 경제가 부채로 목이 졸리고 있고 이 “독성 신용자산”이 채무불이행과 부도를 통해 파괴될 때까지는 파국이 단지 유예될 뿐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현 위기를 1930년대 세계대공황 이래 최악의 위기라고, 자본주의 체제의 역사적 위기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이런 위기 속에서조차 자본가계급이 해결책을 찾는다면 아마 2008년에 썼던 전략의 변종 같은 것일 것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차례대로 빌려서, 이번에는 단지 개별 은행들이 아니라 국제 은행망이나 국가들을 구제하는 것이다. 어떤 개별 나라도 그 같은 거대한 자금을 모아낼 수 없기 때문에 기금을 국제적으로, 예컨대 IMF를 통해 동원할 공산이 크다. 이렇게 한다면 아마 중국의 보유자산이 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2008년과 마찬가지로 이것이 바탕에 깔린 근본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겠지만, 국제정치 역학상에 심대한 변동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이고, 조만간 전 세계적인 규모로 훨씬 더 큰 불안정을 야기할 것이다.

 

 

자본가계급의 파산한 이론들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은 왜 위기가 일어나는지 설명할 수가 없다. 그러나 ‘해결책’은 나름대로 가지고 있다. 그들의 양대 학파가 통화주의와 케인스주의이다. 둘 다 체제를 구해 보겠다고 하는데, 결론은 모두 노동자계급에게 위기를 떠넘기는 것이다.

통화주의자들은 긴축을 재촉한다. 그들은 국가 지출을 삭감하길 원하고, 경쟁력 없거나 수익성 없는 기업은 망하도록 놓아두어야 한다고 촉구한다. 그들은 공공서비스라는 개념을 증오하며, 부자 감세를 요구한다. 그들은 자본가들과 부자들이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돈을 많이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은 “인플레를 잡기 위해” 억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장 보더라도 통화주의자들의 긴축 조치(대폭 삭감)는 불황을 더욱 깊게 만든다. 소비할 돈을 가진 사람들이 더 적어져서 도산하는 기업들이 훨씬 더 늘어나고 수요를 더욱 위축시킨다. 궁극적으로 그들은 수익성 없는(“비효율적인”) 기업들과 공공서비스를 파괴하고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을 끌어내림으로써 이윤을 회복하고자 한다.

 

  반면 케인스주의자들은 공공 지출과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부양을 시키려고 한다. 그들은 개인들과 기업들이 너무 많이 저축을 해서 투자가 고갈되기 때문에 불황이 일어난다고 믿는다. 그들은 불황 타개를 위해 돈을 풀고, 일자리 창출과 개인들의 소비 진작을 위해 정부가 차입해서 지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런 조치는 인플레를 가중시키는데, 왜냐하면 화폐 가치가 하락하고 국채 보유자들(국가들한테 돈을 빌려준 채권주들, 즉 국제 금융자본가들)이 국가부채를 줄이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금융자본가들의 이러한 부채 감축 요구는 지배계급 내부의 정치적 불안정을 또한 야기한다.

 

  맑스주의자들은 케인스주의적인 해결책을 지지하는 개량주의적인 노동자들과 손잡고 함께 싸우는 것을 물론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도 사악한 의료 · 교육비 및 연금 · 임금 삭감에 반대하며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가 지출에 찬성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다른 방식으로 위기 전가 당하는 것을 의미하는 인플레에 반대한다.

 

  러시아의 혁명가 트로츠키는 통화주의와 케인스주의를 묘사하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실업인가 인플레인가, 칼인가 독인가.” 통화주의와 케인스주의는 체제의 문제들을 풀 수 없는, 위기에 대한 기본적으로 피상적인 설명들이다.

 

  이와는 달리 맑스주의자들은 일자리를 위한 국가지출 요구만이 아니라, 이를 넘어 은행을 몰수 국유화하고 노동자 통제를 도입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윤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계획에 따라 투자를 배치하는 수단으로 은행이 사용되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우리는 억만장자 금융자본가들에 대한 국가채무 이행을 거부할 것이며, 부유세를 도입하고 물가 인상에 따라 노동자들의 임금을 자동으로 인상하는 물가-임금 연동제를 도입할 것이다.

 

 

저항에서 혁명으로!

 

  노동자들이 ‘고통 분담’ 등 위기의 대가를 대신 치르려고 하거나, 그냥 앉아서 자본의 위기를 전가 당하거나 하는 한 자본가들은 아무리 심대한 위기라도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과거 레닌이 말한 것처럼 계급투쟁으로 매개되지 않는, 자동붕괴로 치닫는 무매개적인 위기 같은 것은 없다.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계급이 뒤집어쓰는 것, 이것이 바로 자본가들과 정치가들이 바라는 바이다.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대량실업(9월 26일 파리에서 열린 G20 고용노동장관회의에 제출된 공식 통계만 보더라도 2008년 위기 이후 주요 20개국에서 2천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했다) △비정규직 · 불안정 노동 양산 △임금 삭감 △공공 교육 · 의료의 종식 및 민영화 △복지 지출의 대폭 삭감 등등. 지자체로부터 초중고등학교까지 팔아치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민영화(사유화)시킬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저항을 잠재우기 위해 자본가 국가의 폭력성도 전 세계적으로 노골화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본주의가 이 지구의 생산력을 결딴내고 파괴하는 그 능력을 지금 남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에 따라 이 썩어 문드러져가는 자본주의를 타도하고 위기를 해결할 방안도 다시 우리들의 의제와 일정에 바로 올라 올 수밖에 없다. 자본의 위기 전가에 맞선 저항과 반격의 불길이 이미 전 세계적으로 솟구치고 있다. 이 저항과 반격을 묶어서 자본주의 자체에 도전하는 투쟁을, 은행을 몰수 국유화하고 노동자 통제를 도입하는 공세적인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자본주의를 대신할 유일 가능한 대안이자 위기의 유일한 해결책으로서 사회주의를 다시 우리 정치투쟁의 중심 의제로 올려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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