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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가 수상하다.

 

 

서울시장 선거가 수상하다.

 

 

고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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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장 선거가 수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안철수 현상’이 떠오르면서 장안이, 아니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히더니, 이른바 ‘50%가 5%’에 양보한 것이 또 커다란 화제가 되고, 다시 5%가 여론조사 1위로 올라서고, 나아가 민주당이 ‘후보단일화’ 밑에 숨긴 했지만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끝내는, 정말이지 끝내는 ‘진보진영’의 존재감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그동안 ‘진보대통합, 민주대연합’을 놓고 날밤을 세운 ‘진보진영’이 ‘박원순 후보’ 밑으로 완전히 기어들어갔다.

 

  그로 인해 지금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한나라당이 벌떼처럼 일어나 박원순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야권연대를 집중 공략하면서 박원순 측은 방어하기에 급급해 하고 있다. 물론 한나라당이 공격자의 위치에 선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도, 한나라당과는 별개로, ‘박원순 선본’ 역시 정치투쟁의 대상이라는 것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음에도 오히려 ‘진보진영’이 앞을 가로막고 있어 노동자계급이 벌여야 할 정치투쟁 공간이 함께 증발되고 있는 점이다. ‘야권연대’, ‘민주대연합’, ‘인민전선정부’(공동정부)가 낳는 재앙적 결과가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안철수 현상’, 따라서 그 연속에 있는 ‘박원순 후보’는 노동자계급에게 양날의 칼이다. 한편으로는 기존 부르주아 정당은 물론 ‘진보정당’에 대해서까지 불신과 실망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계급이 나아갈 정치적 방향과 전망을 가로막을 요소가 그 안에 포함돼 있다. 지금 현실은 급격히 후자 쪽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가 수상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하는 가장 큰 이유도 이것이다.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 지금 시급히 벌여할 정치투쟁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노동자계급 자신의 요구를 내걸고 독자적인 투쟁을 벌여야 한다.
 
    ▷ 모든 종류의 해고금지! 정리해고제 폐지!

    ▷ 비정규직 철폐! 노동3권 보장!
    ▷ 1일 6시간 노동제를 통한 실업 해소! 물가 폭등에 따른 생활임금 보장!
    ▷ 등록금 폐지, 대학 무상교육 전면 실시!
    ▷ 부유세 도입! 누진세 도입!
    ▷ 무상주거!
    ▷ 은행 및 금융사 몰수 국유화! 재벌 몰수 국유화!

 

  위 요구는 서울시장 선거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서울 시장 선거를 포함해 모든 전국 선거에서 반드시 내세워야 하는 최소한의 요구다. 무슨 서울 시장 선거에 이 같은 요구를 내걸어야  하는지 물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지금 서울 시장 선거는 그 정치적 효과가 전국 선거와 다를 바 없으며 2012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으로 치러지고 있다. 노동자계급도 거기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 지금부터 정치적 태세와 준비를 갖춰나가야 한다. 정치적 훈련과 축적을 해 나가야 한다.

 

  지금은 그 어떤 ‘부분적’, ‘구체적’ 요구도 그 자체의 ‘독립적’ 요구만으로 쟁취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정세다. 오직 노동자계급 전체의 요구, 지속적 요구를 내걸 때만이, 그 투쟁의 결과 만큼에 의해 ‘부분적’, ‘구체적’ 요구나마 쟁취하는 것이 가능할 뿐이다.

 

  다음으로 위 요구가 결코 현실과 동떨어진 ‘급진적’, ‘추상적’ 요구가 아니다. 전 세계노동자계급이 이미 보편적으로 내걸고 있는 요구이며, 그런 만큼 노동자계급에게 지금 가장 절실한 ‘현실적’ 요구이다. 부르주아 국가와 자본가계급은 벌써부터 노동자계급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다. 요구를 낮춘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차원이 이미 아니다.

 

  끝으로, 이 점이 중요한 데, 노동자계급 전체의 요구, 지속적인 요구를 내걸고 투쟁해야만 진짜 노동자계급 독자의 정치세력화가 비로소 가능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역사적으로 비어 있기 때문에 노동자계급이 지금과 같은 어려운 현실을 계속해서 맞고 있는 것이다.


                           
  둘째, 노동자계급의 이름으로 망설임 없이 박원순 선본에 맞서 투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다음과 같은 정치적 부담을 과감히 떨쳐내야 한다.)

 

    ▷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을 이롭게 하는 것이 아닌가!
    ▷ ‘반이명박, 반한나라당’을 어쨌든 우선해야 하는 것 아닌가!     
    ▷ 그나마 박원순이 당선되는 것이 노동자계급에게 유리하지 않은가!

 

  오해는 사절한다. 한나라당이 당선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대로 가서 박원순이 당선된다고 한들 노동자계급 자신이 주장하고 요구할 몫이 있을 게 없다는 것이다. 그렇긴커녕 ‘곽노현 교육감’ 사태와 같은 덫에 빠질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 노동자계급이 나서서 박원순을 변호해야 하는 사태를 맞을 수 있다. 즉 몫을 주장하는 것은 고사하고 노동자계급 자신의 것마저 빼앗겨야 할 판이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노동자계급 자신의 요구를 내걸고 투쟁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하고 분명한 ‘반이명박, 반한나라당’ 투쟁이다. 노동자계급의 투쟁이 강할수록, 커질수록 한나라당이야말로 가장 반동적인 태도와 입장을 드러낼 것이다. 박원순 선본에 맞서 투쟁한다고 해서 그것이 자동으로 한나라당을 이롭게 하는 결과만을 낳는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단편적인 사고를 하는 것에 불과하다. 노동자계급을 우습게 아는 것에 불과하다. 

 

  박원순은, 자신은 ‘시민후보’(비정당 후보)이며, ‘변화의 담지자’라고 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야무야 노동자계급에 대한 대표성마저 자기 것으로 가져가고 있다. ‘진보진영’이 박원순을 지지하기로 결정한 마당에 노동자계급이 자신의 요구(정치)를 내걸고 투쟁하지 않는다면 객관적으로 그렇게 귀결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의 주장은, 비록 가장 반동적인이긴 하지만, 일관된다. 이에 반해 박원순의 주장, 정책, 공약은 완전히 뒤죽박죽이다.

 

  대표적으로 박원순은 ‘긴축 재정’(서울시 재정 부채 축소)을 가장 긴급한 것으로 내세우고 있다. ‘긴축 재정’이라니! 이거야말로 전 세계 지배계급이 지금 공통으로 주장하고 있지 않은가.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격 수단으로 저들이 사용하는 무기지 않은가. 그러면서도 말로는 서울시와 산하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겠단다. ‘긴축 재정’과 ‘정규직화’는 죽었다 깨나도 대립된다. ‘부유세 도입!, 누진세 도입!’과 같은 것에 대해서는 말도 꺼내지 않으면서 그저 ‘예산 전용’만을 말할 뿐이다. 윗돌 빼서 아랫돌 막겠다는 것인데 어디 가당키나 한 것인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정말 추진하려면 ‘긴축 재정’을 내세워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예산에 대한 시민참여 제도’ 도입 정도로는 꿈도 꿀 수 없다. 서울시만 예외일 수가 없다. 지금 정세에서 ‘긴축 재정’은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이런 점에서 ‘진보진영’ 일부에서 재정 부채 축소 그 자체가 마치 진보적인 것인 양 말하는 것은 완전히 번지수가 틀린 것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한나라당이 당선되는 것보다는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노동자계급에게 나쁠 것은 없으며 더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무조건 그렇지 않다. 순전히 ‘실용적’, ‘현실적’인 차원에서 보더라도 지금 박원순이 내세우고 있는 주장, 정책, 공약은 정말이지 그 화려한(?) 정치적 수사, 추상적 언사를 걸러 내거나 거두어 버리고 나면 별로 남는 것이 없다. 그나마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자계급의 자신의 요구와 투쟁(행동)이 선행되어야 한다. ‘선지지 또는 선당선’, ‘후감시 또는 후행동’은 옳지도 않고 실효성도 없다.  

 

  만약 지금 상태로 박원순이 당선된다고 하면, 돌아올 ‘떡고물’(?)에 비해, 노동자계급의 독자성이 훼손, 약화되는 것 때문에 치러야 할 대가가 훨씬 더 클 가능성이 높다. ‘야권연대’, ‘민주대연합’, ‘인민전선’에 대한 기대와 환상이 더 늘어날 것이고, 그럴수록 노동자계급 독자의 요구를 내건 투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결국에는 노동자계급 독자의 정치역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건 결코 비관적인 전망이나 예상이 아니다. 주관적 판단도 아니다. 지난 10년에 걸쳐 이 나라에서도 나타난 것이자, 이미 세계 노동자계급의 역사에서 계속해서 되풀이 돼서 증명된 것이다.

 

 

  셋째, ‘(진보대통합)민주대연합’과의 전면적인 정치투쟁을 시작해야 한다.

 

  이제 노동자계급은 ‘(진보대통합)민주대연합’ 세력과 단절해야 한다. 단순히 비판하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 세력과 전면적인 정치투쟁을 벌여야 한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저들 세력이 보이고 있는 행태를 보라. 자본과정당과의 단절은 고사하고 노동자계급을 그야말로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지 않은가! 

 

  작년 6. 2 지방선거에서 당시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는 경기지사 선거에서 유시민에게 양보했으며, 노회찬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완주(를 강제 당)했지만, 그 뒤 그것이 잘못됐다는 취지의 말을 했으며 이번에 ‘통합연대’를 통해 일방적 지지 운동을 하고 있다. 당시 민주노동당은 한 술 더 떠 자신들이 마치 ‘후보단일화’(야권연대)를 주도라도 하는 것처럼 의기양양한 호사마저 부린 바가 있다. 이번 서울시장에서 민주노동당은 초라한 몰골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후보단일화’ 주도는 고사하고 구색 맞추기식으로 겨우 끼어드는데 급급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나아가(민주당을 먼저 비판해야겠지만) 민주당으로부터 팽 당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자업자득이다.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저들이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이며, 그것이 얼마나 반노동자적인 것일지가 너무도 분명하다. 문제는 저들이 망가지는 것이 아니다. 그와 함께 노동자계급도 같이 추락하게 된다는 데 진짜 문제가 있다. 저들 세력이 노동자계급 독자의 요구를 내걸고 전면적인 정치투쟁을 할 것이라고는 털끝만큼도 기대할 수 없다. 기껏해야 형태적으로 ‘야권연대’냐, ‘진보진영연대’냐를 놓고 또 다시 노동자계급을 구렁텅이로 빠뜨리게 될 것이 너무도 분명하다. 이제 더는 이 같은 구도, 이 같은 형국이 되풀이 되는 것을 간과하거나 놔둘 수 없다.

 

  이제 노동자계급은 이른바 ‘진보진영(세력)’과의 정치적 단절을 선언해야 한다. 이제까지처럼 그들을 향해 자본가정당과 단절할 것을 주장하고, 요구하고, 호소하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이미 그럴 수 있는 선마저 저들은 훌쩍 넘어버렸다. 저들과 정치적으로 단절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그들 중 일부라도 노동자계급과 함께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 수 있을 뿐이다. 저들에게 계속해서 미련을 갖거나 기대를 하면 할수록 저들은 더욱 지금과 같은 행태를 계속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래도 이번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를 어쩔 수 없이 (비판적으로나마) 지지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나 물음에 답하고자 한다. 우선 일차적으로 박원순 선본의 정치적 성격과 ‘진보진영’의 행태부터 전면적인 비판을 가해야 한다. 이 점을 생략하거나, 주요한 것이 아닌 것으로 치부하거나, 그저 한 두 마디 비판을 하고 나서 ‘(비판적)지지’ 그 자체에 무게를 싣는 것부터 중단하라! 다음으로 지금이라도 노동자계급이 왜 자신의 요구를 내걸고 독자적인 투쟁을 해야 하는가를 말하라! 노동자계급이 (비판적)지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정치행위부터 먼저 나서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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