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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in <고양이를 부탁해>

고양이와 스무 살.
고양이는 좀처럼 길들여지지 않는 동물이다. 고양이는 간섭을 싫어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때로는 따스한 정을 나누기를 원하기도 한다. 고양이는 도도하고 자유롭지만 도시의 고양이는 마냥 자유롭지만은 않다. 그래서 도시의 고양이는 자유롭지만 그렇지 않고 도도하지만 외롭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막바로 사회를 마주한 스무 살의 여자 아이들은 고양이를 닮았다.
세상이 원하는 대로 길들여지기에는 아직 하고 싶은 일도 많고 꿈도 많다. 하지만 본능대로 마냥 자유로울 수만은 없는 도시의 고양이처럼 세상 속의 스무 살에겐 자꾸만 그들을 길들이려 하는 장애물들이 등장하고, 길들여지지 않은 도도함을 간직하고 살려 하지만 세상은 자꾸 그들을 길들이려 한다.

세상 속의 스무 살.

스무 살이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마치 세상의 모든 스무 살들이 다 대학생이고, 부모님께 마냥 어리광이나 부리며 연애와 쇼핑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스무 살에 대한 진실이 아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사회로 나간 스무 살들이 있고, 부모님에게 어리광 피우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책임지기 위한 고민을 하는 스무 살들이 있다. 이 스무 살들에게는 연애와 쇼핑 말고도 고민할 것도, 하고 싶은 일도 많다.

스무 살의 가장 가슴 아픈 변화는 분명히 똑같은 친구들임에도 더 이상 매일 만나 떡볶이를 먹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별 것 아닌 일에도 마음껏 깔깔거리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나 역시 고등학교 때까지 거의 매일을 함께 살다시피 한 세 명의 친구들이 있었지만 결국 우리는 서서히 멀어졌다. 나는 아직도, 대학교 1학년 봄에, 고등학교에서 함께 동아리 활동을 했던 친구들을 만났을 때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절망감과 외로움, 그리고 왠지 모를 크나큰 박탈감만을 가슴에 담고 집에 돌아와 눈물을 흘리며 슬픈 일기를 써야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우리는 서로 다른 공간으로 뿔뿔이 흩어졌고 각자의 공간에서 자신 앞에 놓여진 상황들에 각자 고민하며 살아가는 사이, 어느 새 교감은 줄어들고 함께 공감할 이야기도 줄어들어 버렸던 것이다. 우리는 떡볶이 집이 아닌 커피숍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서로의 이야기를 공감하지 못했다.

<고양이를 부탁해>에서도 ‘우정에 금가지 않으려’고 태희는 열심히 약속을 잡고 자리를 만들지만 회사에 다니는 혜주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싶어 회사에 가지 않은 지영이는 이제 서로의 삶을 이해할 수가 없다. 회사에서 더 이상 ‘평생 심부름이나 하는 저부가가치 인간’ 취급을 받고 싶지 않은 혜주의 고민이 지영이에게는 사치고, 돈도 없고 집도 가난한데 취직도 안하면서 텍스타일 디자인 공부하겠다고 유학 갈 꿈을 꾸는 지영이의 고민이 혜주에게는 비현실적이고 못마땅하기만 하다. 그래서 이들에게 위태로운 우정의 끈이나마 서로 놓치지 않게 해주는 태희의 존재는 더더욱 소중하다.


스무 살의 몽상.

태희는 ‘세상을 모른다’.
‘돈도 못 벌면서’ 장애인 글 쓰는 거나 도와주고, 동남아시아에서 온 노동자들이랑 ‘겁도 없이’ 놀자고 한다. ‘여자 애가’ 바다로 나가는 배를 타겠다고 하질 않나 쪽배 위에 누워 책이나 읽으며 세상을 떠돌아다니고 싶다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한다.
하지만 태희는 이미 ‘세상을 뛰어넘었다’.
세상에 길들여져서 자신을 잃고 세상에 묻히는 것이 아니라 길들여지지 않고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 고양이처럼 자유롭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편견 없이 세상을 두루 아우를 것이기 때문이다.
스무 살은 수많은 미래와 가능성이 존재하는 시간이다.
대학에 갈 스무 살도, 회사에 갈 스무 살도, 공부를 더 할 스무 살도, 여행을 갈 스무 살도, 아무 일도 하지 않을 스무 살도, 지금 꿈을 꾸고 있는 스무 살도... 모든 스무 살들이 2004년에는 세상에 길들여지지 않고 더욱 자유롭기를!
( 더불어 이미 스무 살을 보낸 우리도 아직 늦지 않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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