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분류없음 2015/01/10 12:53

조현민 씨가 '복수하겠어' 라며 언니 조현아와 나눈 휴대전화 상 문자대화는 조현아의 기행과 불법 행위를 다루는 영역과 다소 동떨어진 부분이었다. 이걸 모를 리 없는 -몰랐다면 더 문제- 검찰이 이것마저 공개한 이유는 뻔하지 않나. 분노를 더욱 키우려는, 어렵사리 도마에 올린 공공의 적(들)이 얼마나 졸렬한지, 그리하여 이것이 '십상시의 난'보다 더욱 긴요한 사안임을 '국민 정서'로 확인하겠다는.

 

따라서 한겨레는 이것을 조금 더 세련되게 다뤘어야 했다. 왜 검찰이 이것을 공개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정도의 멘트는 필요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것이 우리의 수준인 것을.

 

 

샤를리 엡도가 게재했던 -시쳇말로 사달을 제공한- 무하마드의 만평은 무슬림 세계관을 공유하지 못하는 나로선 그것이 왜 문제로 되었는지 가슴으로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있(었)다. 무슬림 문화에서 선지자 무하마드의 초상화를 두눈 똥그랗게 뜨고 맞이하여 쳐다보거나 모사하는 것조차 금기라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문화다양성은 어렵다. 신중해야 하는 근거가 되겠으나 따라서 또 실수의 가능성도 높다. 실수라면, 사과를 하면 된다. 그리고 반복하지 않도록 살필 일이다.

 

'I am Charlie' 'No Afraid' 등의 구호들이 이번 사태로 희생당한 이들의 영령을 위로하고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기치 아래 퍼지고 있다. 표현의 자유. 동의한다. 그리고 그것은 가능한 한 존중받아야 한다.

 

 

한편, '서구 기독교 문화 Vs. 오리엔탈 이슬람 문화'라는 철저히 강자와 약자가 구분된 구도에서 강자 (서구 기독교 문화) 가 말하는 표현의 자유가 가당키나 한 일이냐는 목소리도 있다. 강자들이 말하는 자유란 인종차별의 자유, 소수자를 조롱하고 억압하는 자유라는 이유 때문이다. 설득력이 있다. 역시 신중해야 한다. '어차피 난 처자식이 없다' '쥐새끼처럼 사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 (I prefer to die than live like a rat)' 라는 말로 분노를 자극할 필요는 없지 않았나. 망자를 두고 하는 말이라 적잖이 조심스럽다. 모든 자유에는 책임과 그 대가가 따른다지만 표적사살이라니 이것은 아니구나 싶다. 그 총구가 종국에는 바로 그들의 성지 '메카'를 향할 수 있음을 왜 모를까. 돌아가신 분들의 영면을. 황색으로 변질된 우리 언론에 애도를.

2015/01/10 12:53 2015/01/10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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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해산

분류없음 2014/12/20 09:54

이미 합법적 경로를 통해 지역 시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지역구 국회의원을 배출한 정당을 해산하면 어쩌라는 거냐. 적어도 해당 국회의원들에게 탈당(?)의 의사가 있는지 최소한 그거 정도는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냐. 최소한의 형식적 민주주의도 이렇게 짓밟아놓으면 어쩌라는 거냐. 

 

 

국민에게서, 정치적 권리를 앗아간, 정당(통진당)을 심판할 기회와 정치적 행위의 가능성마저 앗아간 슬픈 날.

 

 

있다고 남았다고 믿고 싶었던 최소한의 것마저 이젠 없음을 깨달았을 때 얼마나 슬픈지. 쌀이 있겠지, 남았을거야 믿었는데 열어본 쌀통이 휑뎅그레할 때 그 기분. 절망.  

 

도리가 있나. 구하러 (혹은 다시 빼앗으러) 가거나 굶어 죽거나. 

 

 

2014/12/20 09:54 2014/12/2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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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사나이

분류없음 2014/12/05 14:07

지난밤 오버나이트 시프트. 오늘밤도 연달아 할지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침에 근무 교대 준비를 하는데 한 클라이언트가 사무실 문을 두드린다.

 

안녕 / 너 오늘밤에도 일하니? / 아마도 / 그동안 너랑 함께 있는 동안 고마웠어. / 그래, 고마워. 행운을 빌어.

 

악수를 했다. 이 남자는 내일 낮에 프로그램을 떠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 오프였다. 스코틀란드 엑센트가 강한 오십대의 이 백인 남자는 약간 크리피하고 무뚝뚝하고 사회성이 많이 떨어진 듯 보이지만 나름대로 예의바르게 행동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스탭들은 이 남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지난주 내내 저녁식사가 충분하지 않다고 불평을 했다.

 

음식이 부족하면 네가 요리를 해서 먹어 / 왜 미리 많이 안 만들어? / 많이 만들면 낭비야. 어차피 다 버려야 해. 규칙이 그래. 식중독이라도 걸리면 안되잖아. 음식안전 때문에 그래. / 조금 더 만들어서 컨테이너에 표시를 하면 되잖아. / 그래, 그건 좋은 생각이야. 음식이 남으면 그렇게 할께. 하지만 미리 많이 만들 순 없어. 부족하면 네가 해 먹어 / 난 요리를 못해 / 내가 도와줄께 / 태어나서 한 번도 요리를 해 본 적이 없어 / 별로 안 어려워. 네가 원하면 내가 도와줄께. 언제든 얘기해.

 

입이 왕십리까지 나온 채로 공동공간을 떠났다. 속으로 별 생각을 다 했다. 여기가 니 개인 식당이냐, 우리가 니 식모냐... 사실 우울증, 조현증, 조울증 등에 처방하는 약물 몇 가지의 부작용으로 식탐, 과식 등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이렇게 집요하다시피 음식에 집착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게다가 오십이 넘도록 한 번도 자기 밥상을 마련해본 적이 없는 '남자'라면 --- 말 다 했지. 게임 끝.

지난 밤, 근무교대 시간에 맞춰 공동공간에 내려갔더니 그 큰 부엌 테이블과 아일랜드를 다 독점하고 요리를 하고 있었다.

 

너 요리하고 있네? 멋지다 / 응 / 언제 끝날 것 같아? / 곧.

 

이브닝 시프트에게 물어보니 장장 여섯 시간째 저러고 있단다. 게다가 부엌칼을 쓰고 있기 때문에 별도로 관찰을 해야 한다. 공동공간을 닫을 시간 - 새벽 한 시가 다가왔길래 이제 다 끝난 거지? 하고 물었다.

 

응, 이제 정말 끝났어. 나는 모레 여기서 퇴소해. 아무도 없는 집에 가서 혼자 살아야 하는데 요리를 배워야 할 것 같아서 연습 했어. 오늘 만든 음식은 여기 사람들이 맛있게 먹어줬으면 해.

 

순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남자, 나름대로 애쓰고 있었구나. creepy man 이란 소리를 듣고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어도 나름대로 준비하고 노력하고 있었구나.

 

아, 그랬구나. 정말 고마워. 사람들이 참 좋아할 거야. 너 정말 멋지구나. 컨테이너에 표시하는 건 내일 아침에 하는 게 좋겠는데, 어떻게 생각해 / 그래 그래, 나 지금 너무 피곤해. 

 

아침 여섯 시. 공동공간을 오픈하자마자 득달같이 내려와 포스트잇, 스카치테이프, 펜을 달란다. 한 시간동안 끙끙 네 개의 김치통같은 컨테이너에 각각 레이블링을 마쳤다. 그리고 나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넨 것이다. 이 남자와 악수를 하는데 아버지 생각이 났다. 나는 잘 모르지만 그리고 아버지의 마음을 알 순 없지만 아버지에게도 어딘가 따뜻함과 노력하는 모습이 있었겠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볼 여유로운 눈을 지니지 못했다. 남자가 자기 방으로 떠난 뒤 냉장고를 열어 컨테이너와 레이블링을 살펴봤다. 흔들리는, 하지만 단호한 필체로 베지터블파스타샐러드, 튜나샐러드, 에그샐러드 등의 음식 이름과 식재료, 만든 날짜 등이 꼼꼼하게 적혀 있었다. 이 남자는 아마도 우리들에게 무언가 가르쳐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저렇게라도 대화하고 싶었는가보다. 잘 모르겠다. 이 남자의 모습이 내 모습이기도 하고 내 모습이 이 남자이기도 하다. 드문드문 아버지를 떠올리며 아침에 그렇게 퇴근했다. Take care Ian.

 

 

2014/12/05 14:07 2014/12/0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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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권리

분류없음 2014/12/05 11:02

꽃개님의 [동성애지지] 에 관련된 글.

 

제목: 인권에 대해 

 

인권은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나는 순간 부여받는 것으로 어느 누구도 그것을 임의로 박탈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 사람에게 인간으로서 권리가 -- 기본권리가 주어지는 것은 그이가 사람으로 났기 때문이지 그이가 무엇을 잘했거나 떡볶이를 잘 만들거나 박근혜가 좋아하니까 등의 거지같은 이유 때문이 아니라는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인권은 모든 사람들에게 - 어떤 이가 사람으로 난 이상 - 평등하고 보편적으로 적용한다. 만약 어떤 이가 살인을 했다면 그이는 그 살인에 합당한 이유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이의 살인은 그이의 인권을 박탈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이는 인간으로 났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가 살인자의 인권은 보장할 수 없다, 라면서 인권의 제한적 적용을 주장한다면 그 종자는 '인권'의 개념을 대단히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허섭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간주해도 좋다. 인간으로서 권리와 인간이므로 받아야 할 처벌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모든 인간은 태어난 성, 나이, 인종, 거주지와 형태, 출신지역, 국적, 쓰는 언어, 결혼의 상태 혹은 유무, 재산의 유무와 정도, 성적 지향과 취향, 신체발달 사항과 외모, 정신적 신체적 장애의 유무와 정도, 교육의 유무와 정도, 군필 여부, 고용형태와 벌이, 직업, 자가용의 유무와 배기량 등으로 차별받지 아니한다.  

 

예컨대 K라는 사람, 동성애자이고 동성 파트너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을 떠올려 본다. 나는 K의 성적 지향을 동의하거나 반대하지 않는다. 나는 그것에 관심이 없다. 그것은 나와 상관없는 온전히 K만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K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근거없는 비방과 아우팅 따위로 곤란을 겪고 차별을 당한다면 K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할 것이다. K의 인권은 나의 인권과 결코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K가 오랜 기간 함께 살아온 동성파트너와 함께 여느 이성커플처럼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그리고 그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면 나 또한 그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K가 원한다면- K와 함께 고민할 것이다. 만약 K가 나의 연대를 당장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가만히 물러서서 기다릴 것이다. 그러나 만약 K가 자신의 동성파트너를 (성)폭행하거나 현행법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다면 단호히 K의 행위에 맞서 싸울 것이다. 아울러 K가 K 자신을 인간으로서 옹호할 권리, 변호할 권리를 존중할 것이다. 파트너를 어뷰즈한 K가 많이 밉기 때문에 직접 대면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적절한 수준에서 변호사를 구할 방도, 스스로를 돌아볼 방도 등에 관해 간접적으로 존중할 것이다. K가 원한다면 말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인권은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나는 순간 부여받는 것으로 어느 누구도 그것을 임의로 박탈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 이성애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아 마땅한 인간은 이 세상에 없다. 

 

 

* 아 진짜 미치겠다. 이런 당연한 소리를 - 쌀로 밥짓는 소리를 여적지 해야 하다니. 

 

2014/12/05 11:02 2014/12/0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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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지지

분류없음 2014/12/05 10:23

ㅎ ㅓ 걱?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2203

 

웬 놈의 동성애 지지? 별의 별 말을 다 듣겠소. 왜 동성애를 특별히 콕 집어 지지해야 하오? 이성애 지지, 라는 말도 들어본 바 없듯이 동성애를 지지한다는 거는 개밥에 코 빠트리고 죽다 살아난 이야기처럼 웃긴 소리오. 작작 하시오.  

 

누가 너한테 동성애 지지하라고 했소? 동성애든 이성애든 양성애든 -- 각인의 사람들이 알아서 할 일을 뭐하러 지지나발이나 하냔 말이외다. 안 그래도 힘든데. 이거 정말 코미니 아니오! 동성애는 이성애와 마찬가지로 지지하거나 반대하거나 할 사안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기 지향에 따라 알아서 하는 거란 말이외다. 그것을 제삼자가 간섭하고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고 또한 그를 이유로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차별을 겪으면 안된다는 것이외다. 그런 차별을 용인하는 사회는 제대로 된 사회가 아니란 말씀이외다. 그래서 차별철폐헌장이 필요하다는 것이외다. 

 

누가 너한테 동성애 지지하라고 했소? 인간은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으면 안된다는 것, 그걸 확인하자는 것이오. 게다가 이게 뭔 말이오. 성전환한 사람에 대한 차별은 금지해야 하지만 동성애는 확실히 지지하지 않는다고라?

 

이 인간은 천부인권론 자체를 동의하지 않거나 동성애를 콕 집어 얘기한 것으로 보아 호모포비아이거나 성전환자 차별 금지만 동의하는 것으로 보아 헤테로섹시스트이거나 셋 가운데 하나인 것 같소. 

 

별, 살다살다 별 멍멍이같은 이야기를 다 듣소. 

 

혹시 누가 박원순 씨한테 동성애 지지하라고 했소? 누가 그랬소? 나한테 좀 알려주구려. 누가 그딴 헛소리를 했소!!!

 

* 박원순 주변에 십상시가 있나. 이거 뭐냐 젠장. 

 

2014/12/05 10:23 2014/12/0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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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시세개

분류없음 2014/12/04 17:14

십상시

 

'십상시(十常侍)'는 결코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는, 혼자 불리울 수 없는 말이다.
말인즉슨,  '혼군(昏君)'과 함께 다녀야 한다. 반드시 혼군(昏君)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
비슷한 것으로 '외척'이 있겠다.

 


비정상회담 - 차별 편

 

주로 영남사람들을 모아놓고 '지역차별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주로 남자들을 모아놓고 '성차별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또는 주로 백인들을 모아놓고 '인종차별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그냥 그렇다고요.

 


프로야구 비시즌 단체훈련

 

단체훈련을 반드시 해야만 주전-비주전의 차이를 없앨 수 있다면
중고등학교에서 하라고 말하고 싶다. 괜히 노친네, 어른들-프로 세상에서 폼잡지 말고.
'한국적 상황'? 나는 왜 이 말에 '한국식 민주주의(유신)'를 떠올렸을까.

 

 

*시를 시답게 하기 위해 윤문이 필요해. 오늘은 여기까지만

 

2014/12/04 17:14 2014/12/0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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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꿈

분류없음 2014/11/26 09:51

지난 밤 꿈에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나오셨다. 

 

할머니께서는, 

당신의 따님 -- 그러니가 나의 어머니 -- 이야기를 나에게 하셨다. 괴상한 꿈이다. 

당신의 딸 이야기를 당신의 딸의 딸에게 하시다니. 좋은 내용도 나쁜 내용도 아니고 그저 할머니는 당신의 딸 이야기를 하셨다. 꿈에서 들으면서 아, 이 양반이 지금 당신의 자식 걱정을 하고 계시구나. 이런 느낌을 받았다. 의당 아, 내 어머니 걱정을 하고 계시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꿈이라서 그런지 그런 이성적인, 합리적인 추론이 되지 않았던 거다. 

 

아침에 일어나 함께 사는 친구에게 꿈 이야기를 했다. 전화를 해 보는 것이 어떤지, 넌지시 나에게 묻는다. 서두르지도 당황하지도 않고 늘 조곤조곤 차분한 친구에게 말하길 참 잘했다. 

 

아침 나절에 약속이 있어 밖에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 시간을 보니 한국은 한참 밤이다. 새벽이다. 잘 주무시고 계시겠지. 오늘은 밤근무가 있는 날이라 낮에 잠깐 잠을 청했는데 어느 집인지 스모크알람이 계속 운다. 잘 수가 없다. 예민하다는 증거다. 한국 시간을 확인하고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더니 12월 초에 다리 수술을 하신다고. 저런. 

 

할머니는 당신의 자식 걱정을 정말 많이 하시는 모양이다. 돌아가신 뒤에도 참 많이 하시는 모양이다. 보고싶다. 할머니도, 어머니도. 

2014/11/26 09:51 2014/11/2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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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2

분류없음 2014/11/08 01:10

[역지사지1] 에서 미룬 것에 관해 곧 남길 것이다. 

 

*트랙백 어떻게 하는 건지 생각나서 남기는 기념 포스팅 

2014/11/08 01:10 2014/11/08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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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1

분류없음 2014/11/06 02:09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일랜드 모 사이트에서 힛트를 치며 (going viral) 아일랜드인들을 맨붕에 빠뜨렸다는 기사를 읽었다.

 

안녕하세요 케이티 씨, 

케이티 씨의 입사 지원이 반려되었음을 알려드리게 되어 유감입니다. 지원하신 곳(학원)에서는 (케이티 씨가 아일랜드 출신이고 아일랜드 사람들은 술을 너무 마시는 알콜중독으로 유명하므로) 케이티 씨와 같은 분을 고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건승을 기원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아일랜드는 영국 땅인 북쪽은 빼고 더블린을 수도로 쓰는 남쪽이 되겠다. 술 많이 마시는 것으로 치면 서유럽에서는 러시아 정도 유명세를 치른다고는 하지만 언제나 케바케라는 진리가 있듯이 꼭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아닐 것이다. 

한국의 한 사설학원에서 인력공급 용역회사에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노동자 공급을 의뢰했고 그 용역회사는 크레이그리스트를 통해 리쿠르팅을 했을 것이다. 우리의 아이리쉬, 케이티는 이력서를 넣었으나 위와 같은 이유로 반려 통보를 받았다. 뚜껑이 열린 케이티, 친구들과 이 이야길 나누었겠지. 

 

그러나 링크 기사를 가만히 읽어보면 왜 한국의 사설 학원이 저 말도 안되는 거절 이유를 내세웠는지 추측할 수 있다. 바로 '아이리쉬 악센트'. 그리고 기사에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케이티라는 아이리쉬 여성의 인종이나 외모 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라고 추측 정도는 해볼 수 있겠다. 

 

한국에서 대학 시절에 만난 외국인 교수(들)와 사설학원에서 만난 몇몇 인스트럭터(들), 그리고 밴쿠버 ESL에서 영어공부를 할 때까지만 해도 내 영어실력이 아주 형편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특히 '듣기'가 그랬다. 거의 모두 CBC 뉴스에서 앵커들이 말하는 것처럼 발음했기 때문에 듣는 데엔 큰 지장이 없었다. 듣기에 지장이 없으니 말하는 것, 쓰는 것에도 별 무리가 없었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커피를 사고 그런 과정에서 겪는 혼란함 따위야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겪는 일이겠지, 라고 여겼다. 그러나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 사정이 완전히 바뀌었다. 우선 같은 과 친구들의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십대 후반부터 오십대 초반까지,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유러피안부터 오대양 육대주에서 이민 온 다양한 인종과 국적, 내이티브 (원주민: 이 나라에서 내이티브라는 말은 북미대륙에서 아주 옛날부터 살던 원주민들에게 주로 쓴다. 백인들에게 내이티브라고 하면 싫어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도 있었다. 당연히 쓰는 어휘, 악센트, 언어습관, 태도가 제각각이었다. 특히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이 하는 말은 그냥 소음으로 들렸다. 한국식으로 해석하면 "지미 존나 드러운 섀꺄랑 썸타는데 밀당 이거 존나 개야" ... 그냥 뭐 이런 식이다. 그 나이 또래들만 알 수 있는 은어와 각종 줄임말. 지옥문이 열린 것이다.

 

그리고 처음에 가장 적응하기 힘든 억양은 남아시안 영어 억양이었다. 우리말로 치면 약간 혀짧은 소리와 독특한 인토네이션. 도무지 컨텐츠에 집중하기 어려워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곤 했으니 상대는 얼마나 기분이 나빴을까. 동아프리칸들과 라티노들이 섞어 쓰는 "에" "에" "에" -- 이것은 심지어 일본인들의 "아노 (あの)", 한국인들의 "어" "응" 과 비슷한데도 -- 이 중간 휴지음이 지독히도 거슬렸다. 듣다보면 신경질이 날 때도 있지만 신경질을 내면 안된다. 절대 안된다. 차라리 집에 와서 문 닫고 화장실에서 소리를 지르면 질렀지 면전에서 감정을 드러내면 "못배워먹은 인종차별주의자" 인증하는 꼴이 된다. 무엇보다 그 상대방에게 대단히 큰 실례다.  

 

지금은, 음... 

적응이 됐다. 완벽하게 적응했다고 말할 순 없지만 길을 걷다가 뒤에서 누가 얘기를 하면 백인인지 흑인인지 황인인지 아니면 어느 대륙에서 온 사람인지 정도는 대충 짐작할 수는 있다. 그리고 이제는 발음이나 억양보다는 그 사람이 말하는 컨텐츠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훈련의 성과. 

 

미국만 쳐도 발음이나 억양이 수백 개에 이르고 캐나다만 해도 이렇게 다양한데 만약 한국의 영어교육 공급자와 소비자가 미국/캐나다 방송국 영어만 고집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 본토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들이 모두 손석희 같은 아나운서처럼 말하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 나라에 오기 전 나의 삶을 반추해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구나 싶다. 모든 일은 늘 그렇지만, 겪어보기 전엔 --- 모른다. 

 

하지만 기분이 참 엿같을 것 같다. 레쥬메를 냈는데 아래와 같은 답장을 받으면. 

 

안녕하세요 꽃개 씨, 

꽃개 씨의 입사 지원이 반려되었음을 알려드리게 되어 유감입니다. 지원하신 곳에서 (꽃개 씨가 남한 출신이고 남한 사람들은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알콜중독으로 유명하므로) 꽃개 씨와 같은 분을 고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건승을 기원합니다. 

 

 

2014/11/06 02:09 2014/11/06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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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터널

분류없음 2014/11/04 05:12

1994년 10월 21일. 그날은 금요일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해의 여느 화요일, 목요일 밤에 늘 그랬듯이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놀았다. 당시 월, 수, 금 저녁마다 중학생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터라 학생회, 동아리, 학회의 월수금 행사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화요일, 목요일은 나에게 해방의 날이었다. 

 

아침에 물을 사러 교문 밖으로 나갔다. 구멍가게에 들러 물을 사고 급히 갈증을 해소할 생각에 텔레토비 쭈쭈바를 샀다. 값을 치르는데 주인아주머니께서 텔레비젼을 보며 혀를 끌끌 차셨다. 어쩌나, 애들이 생짜로 죽어버렸으니, 저거 죄다 죽었을거야. 

 

아주머니, 무슨 일이에요. 

 

성수대교 다리가 분질러져서 버스며 승용차며 죄다 아래로 빠져부렀어.  

 

 

구멍가게 차양 아래에서 텔레토비 쭈쭈바를 입에 물고 한참을 서 있었던 것 같다. 다리가 무너지고 상판 위에 있던 차량들과 그 차에 탄 사람들이 강물에 빠진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던 것 같다. 매일 한강철교를 건너 학교를 오가면서도 한강 북단과 남단을 잇는 그 구조물이 무너진다는 건 -- 무너질 수 있다는 건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학생회실에서 남아 쭈쭈바를 기다리는 선배들과 동기들을 떠올리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 차양 아래에서 계속 그렇게 서 있었을 것이다. 급히 달려 학생회실에 도착했을 때 비로소 그 비극의 정체를 깨달았다. 동기들 가운데 무학여고를 졸업한 친구들이 있었다. 성수대교를 조석으로 건너던 친구들이 있었다. 눈물바다로 변해버린 학생회실. 내 손에 들린 텔레토비 쭈쭈바 비닐봉투. 

 

그 바로 전 해에는 부안 앞바다에서 훼리 호가 침몰했고, 이듬해에는 삼품백화점이 무너졌다. 그 뒤로도 숱하게 많은 대형인명사고가 줄을 이었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서민들이었다. 나의 부모님, 형제자매, 친척, 동기, 선후배, 이웃. 평범한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다. 이천년대 초반에는 대구지하철 화재 사건이 발생했다. 그 사건 뒤 얼마간 지하철을 타지 못했다. 사무실의 한 동료는 한동안 나를 '김예민'이란 별명으로 불렀다.

 

그리고 올해 세월 호가 침몰했다. 배에 있던 어린 친구들은 대부분 --- 운명을 달리했다.  

 

냉정하게 말해 어느 한 해 안전했던 적이 없었다. 아무도 죽지 않아도 되는 그런 연도는 한국 현대사에 없었다. 

 

그런데 나는 올해 유독 깊고 심각한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 지난 1994년 이래, 상상할 수 없던 일을 현실로 받아들이게 된 뒤 -- 엄청나게 큰 대형 다리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 지하철에 불이 나 승객이 모두 질식사할 수 있다는 것, 대형 훼리가 바다 한복판에서 그대로 가라앉을 수 있다는 것, 백화점과 같은 대형건물이 백주대낮에 주저앉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 각각의 사건을 통해 몇백 명 단위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죽을 수도 있다는 것.., 그러니까 어른이 된 뒤 올해 유독 깊고 깊은 절망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절망 이상의 감정이다. 무력감,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는. 그냥 이렇게 죽을 수밖에 없나보다, 라는 무력감.

 

* 이 감정을 치료해야  바로 다음 코스인 노예로 가는 길을 차단할 수 있을텐데.   

* 나이가 들어 깨달을 것을 깨달을 때가 되어 -- 그러니까 때가 되어 그럴 수도 있고, 한국이 아닌 나라에서 살면서 갖는 거리감 (상대화; 객관화) 때문일 수도 있고. 

 

 

2014/11/04 05:12 2014/11/04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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