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개의 자원

분류없음 2014/09/30 15:28

카톡이나 라인 같은 게 있는 건 알지만 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고 해야 하나. 내 스말폰은 윈도폰이라 지랄맞은 게 참 많다. 열리지 않는 웹페이지가 드물기보다 흔하다. 지난 번 네이버 리뉴 뒤엔 블로그가 아예 백색으로만 나와서 맛집블로그를 한동안 읽지 못했다. 나의 유일한 안식처... 날씨나 교통 기타 다른 앱도 지원을 하지 않는다. 폰을 바꾸면 되는데 워낙에 이런 데에 savvy하지 못해서 그냥 그럭저럭 살고 있다. 나는 살면서 음악을 mp3로 다운받아 휴대용 기기에 넣어 들고다니며 들어본 적도 없다. 시디피나 워크맨은 이제 못들고 다니고 하는 거라곤 고작 라디오? 남동생이 공수해준 아이패드도 그냥 그럭저럭 쓴다. 그런데 아이패드 좋긴 좋더라. 사정이 이렇다보니 안드로이드폰이나 애플, 블랙베리는 생각'만' 할 뿐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아, 물론 돈 문제도 있지, 당연히.

 

텔레그램은 윈도앱이 있다고 해서 시도했더니 로케이션을 드러내야 한단다. 동의하지 않으면 앱을 깔 수 없다. 다른 앱들은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동물소리 나는 앱, 나침반 앱, 월드맵 앱, 세계시간 앱, 위키피디아 앱 같은 것들은 그냥 프리였다. 생각해보니 페이스북도 저런 질문을 한다. 처음엔 하지 않다가 언제부턴가 저런 질문을 포함해 네 안전을 위해(?) 전화번호도 입력하렴, 하고 자꾸 뭘 묻는다.

 

지하철을 탈 때, 쇼핑몰을 지날 때, 다운타운 거리를 걷는 많은 사람들을 볼 때 이 평범한 사람들의 자원은 뭘까, 그런 생각을 종종 한다. 묻는다. 꽃개야 너의 자원은 무엇이니. 네가 팔 수 있는 건 (교환할 수 있는 건) 무엇이니. 저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이 자본주의를 부양하는데 정작 우리들에게, 범인(凡人)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무엇일까. 그런 질문도 하게 된다. 자본 입장에서 나같은 사람은 가치가 없다. 없을 것이다. 너무 우유부단해서 물건을 사고 바꾸고 교환하거나 회전시키는 활동에 이바지하지 못한다. 부지런하게 일해서 돈도 벌고 소비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 맘과 달리 부지런히 돈을 많이 벌 일을 하지 못한다. 당연히 세금도 많이 내지 못한다. 불평불만이 많아 사회체제와 시스템에 협조적이지도 않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데모는 많이 나가지 않으니 가시적으로 누군가에게 어필하는 일도 거의 없다. 시장에 내보일만한 나만의 자원이 거의 없다, 는 말씀이다.

 

하지만 텔레그램이나 페이스북에 내 로케이션을 공개하는 것 정도의 자원은 나도 갖고 있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이 건에 대해 생각해 볼 일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 말이다.

 

2014/09/30 15:28 2014/09/3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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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땄엉

분류없음 2014/09/30 02:45

1.

정말로 정말로 자랑스러워하기 힘든 금메달을 땄다. 아시안게임 이야기. 

사회인야구인으로 짜인 일본대표팀, 그나마 마이너리그경험자들이 섞였다는 대만대표팀과 겨뤄 그들을 모두 이겼다, 한국프로야구선수들로 구성된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이. 팀원 절반에 육박하는 군미필자들이 이번 금메달을 계기로 군필 자격을 득하게 됐다. 한 달 정도 훈련만 마치면 꿈에 그리던 '예비역'이 되는 것이다. 사실 이런 건에 대해 나로선 할 말이 없다. 군대에 가는 사람들을 -- 법을 지키는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 국가적 분위기가 횡행하다. 이런 상황에 군대를 안 가거나 피하거나 기간을 줄이려는 '개인'의 노력을 이러쿵저러쿵 평가할 말이 없다는 말이다. 꼭 궂이 말해야 한다면 '개인의 일탈'?

 

다만 조금 쪽 팔린다. 뭐랄까. 어른들이 떼로 모여서 초등학생 혹은 중학생 여럿을 흠씬 두들겨 패고 이겼다고 좋아하는 꼬락서니라고 해야 하나. 이런 일로 아마리그도 아닌 프로리그가 정규시즌을 한 달이나 중단하다니. 역시 파시즘 국가에서나 일어날 일이 아니고 무엇? 

 

 

2. 

김성근 감독은 백수. 감독 계약기간을 올해로 꽉 채우는 몇 팀이 있는데 아마도 하마평에 오르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김성근 감독 스타일 야구를 좋아하진 않지만 단시간 내에 성적을 올려야 한다면 김성근 감독만한 분은 없지 싶은데. 이 분은 조직력이나 팀워크, 시스템 뭐 이런 것보다 맨파워 그 자체로 존재하시는 분이라서 근대와 탈근대 경계에 서 있는 한국인들, 한국인 기업, 한국 야구계에는 계륵과 같은 존재인 것 같다. 이 분이 발을 담그는 팀은 '개조'된다. 현장(필드)은 완전히 개조당한다. 프런트는? 응? 개조당할 뻔하다가 가까스로 정신 차리고 이 분을 내친다. 이 분이 떠난 자리엔 어쩐지 풀도 안 난다. 안 날 것 같 다. 필드(선수들)는 이 분이 남긴 약발이 떨어질 때까지는 잘 하는가 싶지만 얼마 뒤 본질(substance)이 드러난다. 가장 근대적인 스타일로 현장(필드)을 장악하는 김감독님. 나는 이 분을 군대에 보내드리고 싶다[할 수만 있다면, 젠장]. 딱 2년 계약으로 십오억 정도 연봉에 육군본부에 보내드려 '개조'를 맡기면 장성이고 장교고 나발이고 싹 다 개조될 것 같다. 씨발 니가 사단장이냐, 밥 먹기 전에 펑고 이천개 끝내자. 솔선수범하시니 누구도 발을 뺄 수 없다. 

그리고 나서 모병제로 전환하면 아주 딱이지 않을까 싶은데. 

 

 

3

한 달을 쉬고 다시 시작하는 이런 개같은 시즌이 어디 있다냐. 그것도 팀 당 고작 열두서넛 게임 남겨놓고. 

 

2014/09/30 02:45 2014/09/30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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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원더스

분류없음 2014/09/12 00:28

쌍둥이들은 이틀동안 경기가 없다. 다만 스크와 갈매기, 뚱산의 경기결과가 궁금할 뿐. 스크는 채병용의 완봉승, 갈매기도 승, 뚱산은 그럼 그렇지 외국인 투수 없으면 이 팀은 어찌 사나.  

그러다가 슬픈 소식. 고양원더스 해체. 

 

ㅠㅠㅠㅠ. 슬퍼하는 나에게 살짝 다가온 나의 짝. 그리고 한 말씀. 슬퍼하는 것은 괜찮은데 그 슬픔에 머물지는 마요. Let the sadness linger, but do not stay at there. 

 

박귾혜의 유체이탈화법을 유사하게 구사하는 프로야구팀 감독들이 몇 분 있는데 그 중 한 분이신 우리의 선감독,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1년에 30~40억원씩 쏟아붓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쿨럭. 그럼요, 그럼요, 타이거즈에 아무리 팬이 많아도... 

 

고양원더스는 왜 해체결정을 내렸을까. 설왕설래. 진단과 추측 난무. 하지만 나는 다른 게 궁금하다. 구단주 허민은 왜 고양원더스를 유한회사로 시작했을까. 그이 말대로 야구가 좋아서 야구를 사랑하고 그 기쁨을 사람들과 나누려고 했다면 비영리단체로 등록하지 왜 하필이면 지주회사를 따로 둔 유한회사로 시작했냐는 말이다. 이장석의 걸출한 아이디어에 필받은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너무 어정쩡하지 않았나.누구말대로 크보를 너무 바보로 본 것은 아니었나 그런 의구심까지 드네. 사장님, 사장님만 똑똑한 건 아니거든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허민 사장님은 두 마리 토낄 다 건졌다. 지금 이 상황에서 누가 허민 사장을 욕하겠는가. 막말로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라도 삼 년간 백 억 넘게 써버렸는데 이런 사람을 누가 욕할까. 따라서 그이는 그이의 명예는 지켰다. 아울러 김성큰 감독님의 명예도 지켜주셨다. 싸나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지. 그리고 허민 사장님은 공부도 자알-- 하셨다. 수업료로 백 억이면 좀 과한 편이긴 하나 혼자 쓴 건 아니니 그만하면 되었다. 고생하셨습니다. 허민 사장님, 박수 짝짝짝. 

 

크보는 이장석의 등장 이래 보고 배운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지 않기' 스킬을 자알-- 선보였다. 욕은 먹더라도 장사는 이렇게 해야지. 아암. 

 

그나저나 우리 선수들 어쩌나. 어디로 가야 하나. 김성큰 감독님을 걱정할 땐 아닌 것 같고 우리 선수들, 야구만 바라보고 살던 우리 선수들, 어쩌란 말이냐. 남의 일 같지 않아 슬프군하. 

 

 

*덧 

고양원더스 창단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kbo&ctg=news&mod=read&office_id=038&article_id=0002209476

 

크보는 오락가락하지 않았다. 한결 같았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21227028013

 

- 2008년 히어로즈는 현대를 인수한 뒤 재창단하면서 가입금 60억원을 냈다.

- 9구단 NC 다이노스는 30억원을 가입금, 20억원을 발전기금으로 냈다. 아울러 가입예치금 100억원을 냈다. 이 돈은 아직 크보에 있다. 창원시가 *랄하는 바람에 아직도 크보에 묶여 있다. 약속대로면 NC는 이 돈을 크보에 그냥 줘야 한다. 

KT는 10구단 창단 신청을 하면서 내기로 한 야구발전기금 200억원과 별도로 크보 회원사가 되는 조건으로 가입금 30억원을 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서 가입금은 순수 창단과 해체 뒤 창단으로 갈린다. 빙그레 창단 때는 30억원으로 현재의 KBO 건물을 매입했고, 쌍방울은 창단하면서 50억원을 납입했다. ... ... 해체 뒤 창단의 경우 SK가 연고지 보상금 54억원과 보호선수 외 지명 비용 80억원을 포함해 250억원을 냈고, 히어로즈는 서울 연고 보상금 54억원이 포함된 120억원을 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1081546011&code=980101

 

 

허민 사장님의 베팅 리밋은 아마도 100억원이었던 것 같다. 처음에 구단 만들 때 좀 솔직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00억 정도면 해볼만 한데 말이다. 고양시라는 연고도, 인프라도, 여론도 그리 나쁘지 않았는데 말이다. 설계와 비전, 장사의 스킬에서 어긋나도 너무 한참을 어긋났다. 크보가 어떤 덴데. 걔네들 앞말뒷말 다른 게 어디 하루이틀? 정식각서를 쓴 것도 아니고, 양/해/각/서/라니. 한편, 100억 정도 쓰고, 이적료 하나 안 받고 선수도 보내주면 뭔가 통하지 않을까, 싶었을까. 천만에. ----오늘도 크게 하나 배운다.  

 

 

2014/09/12 00:28 2014/09/12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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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더괴랄

분류없음 2014/09/10 03:04

이 도시에 살기 시작한 첫 해 겨울, 발달심리학 (developmental psychology)을 가르치던 젊은 교수가 수업시간에 국제이주노동자의 날 (International Migrants’ Day, December 17th) 행사를 소개해줬다. 이 행사는 사실 발달심리학과는 하등 상관이 없던 터라 아이들 모두 뜬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거기 가면 학점 잘 받는 거야? 이번 에세이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거야? 여기저기서 수군수군거리는 아이들. 아이들의 동요를 눈치챈 젊은 여성 교수는 가고 싶은 사람을 위해, 관심있는 사람을 위해 소개하는 거라면서 대화의 주제를 황급히 옮겼다. 어쨌든 이 젊은 여성교수의 마인드랄지, 관심사를 확연히 알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마침 공부하던 학교에서 그 행사가 열린다. 짝과 함께 행사에 참여했다. 

 

살고 있는 나라에서 이주노동자들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경로는 나와 같은 케이스도 있고 경험자들을 받아들이는 케이스도 있고 혹은 계절별 가령, 농번기에 사람을 고용하는 (seasonal workers) 케이스도 있다. 그 중 가장 착취도(?)가 높은 케이스는 입주도우미 (living in Caregivers). 올해 서울에서 열린 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한 "마가리타 Margarita (2012)"라는 영화를 보면 그 단면이 나온다. 영화는 다소 판타지스럽게 나오기는 하지만 영화 속 입주도우미가 하는 일을 보면 '가노(家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짝과 함께 참여한 그 날 행사. 다소 나이브한 상태였던 내가 경악했던 것은 공장이나 공장형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실태를 파워포인트로 보고 난 직후였다. "지구는 너무나 둥글다"는 것. 자본의 착취는 너무나 "닮았다"는 것. 참가자들은 주로 남미나 필리핀에서 왔고 그들은 화장실 갈 시간도 아까워하는 자본가들 때문에 기저귀를 차고 일하다가 방광염에 걸리거나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몰라서, 혹은 몇 가지 조건 때문에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해서 진료조차 받지 못하고 기계처럼 일하고 있었다. 그들이 기저귀를 찬 이유는 노동시간을 정확히 지켜야하는 선진국형노동관리스탠다드 때문이었다. 출근할 때 찍는 출근부와 퇴근할 때 찍는 퇴근부의 시간이 정확히 맞아야 하는데 - 즉, 계약을 어기면 안되는데 - 일은 알차게 시켜야하겠고, 뽕을 뽑아먹어야 할테니 자본가가 취할 수 있는 수단은 뭐가 될까. 그렇다. 쉬는 시간을 줄이면 된다. 그러니 그들에게 기저귀를 채우는 거다. 왜냐면 계약서엔 기저귀를 채우면 안된다는 게 없으니까. 

 

입주도우미 (living in Caregivers) 의 경우엔 그 착취가 더 교묘하다. 입주도우미를 전제로 노동비자 (Work Permit)를 받으면 해당 노동자는 자신을 고용한 그 사람 아래에서만 일할 수 있다 (Closed Work Permit). 다른 일을 하거나 고용주를 임의로 바꾸는 것은 불법이다. 이 모든 내역이 노동비자에 써 있다. 일대일, 고용주 대 노동자. 매우 '평등한' 거래관계가 성립된다. 고용주가 노동자에게 머물 거처도 줘, 밥도 먹여줘, 뭐가 불만이야 싶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정말 있다, 있더라.) 국제노동협약 따위야 개나 줘버려. 영화 마가리타를 보면 마가리타는 밥도 하고 애도 가르치고 지붕도 고치고 청소도 하고 고용주 커플의 상담도 해주고 못하는 일이 없다. 이 과정이 너무나 스무스하게 그려지기 때문에 대체 뭐가 문제라는 거야. 하고 물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묻는 사람도 있더라). 24/7 (24시간 일주일 내내) 일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건데 사람이, 로봇도 아닌 사람이 이게 가능하냐는 말이다. 일 년만 참으면 되는데 그걸 못해? 하고 물을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묻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 

 

자, 나에게 묻는 이들이여. 그것도 못해. 설마 그게 사실이야. 이 기사에 나오는 이주노동자처럼 일 년만 아니, 한 달만 살아보라. 

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37758.html

 

* 전세계 방방골골에서 이주노동자를 고용해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참 많고 다양하고 하는 일도 천가지만가지이긴 한데 정말 한국인고용주들은 심하다. 너무 노골적이라는 거다. 욕망이 너무 노골적이라는 거다. 너는 나의 노예. 너의 육체도 정신도 나의 것. 너는 내가 돈을 더 벌기 위해 내 몸 편하기 위해 들여온 기계사람. ... 계약조건이나 법을 지키면서도 착취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은데, 아주 많은데 말이다. ---- 누가 더 괴랄... 한가?

2014/09/10 03:04 2014/09/1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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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글임

분류없음 2014/09/05 12:11

한국, 한반도 남단이 아닌 곳에 정착한 한국인들이 -- 여기에서 한국인이라 함은 국적을 말하는 게 아니라 민족 (ethno-)이다 -- 한국 혹은 한국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블로그를 많이 접한다. 나와 비슷한 조건에서 사는 사람들에게서 배우려는 의도, 정보를 얻으려는 목적도 있다. 대개 이른바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의 글을 많이 읽는 편인데 그건 내가 지금 사는 나라가 그렇게 일컬어지는 이유 때문이지 이른바 '중진국' 내지 '후진국'에 사는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듣고싶지 않아서가 아니다. -- 즉, 내 코가 석 자다.  

 

간혹 글을 읽고 덧글을 읽다보면 가슴이 답답해질 때가 있다. 필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읽는 사람들이 전혀 다른 의도로 읽어내고 비난으로 덧칠하는 덧글릴레이는 솔직히 말해 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예를 들면 어떤 이가 한식의 세계화에 대해 쓴 글에 달린 덧글들. 너는 미쿡물 먹어서 한식을 그렇게 폄훼하느냐, 류의 글들. 솔직히 말해 한식은, 우리나라 정통한식 (궁중한식을 위시로 한) 은 세계화하기 어렵다. 밥 한 그릇, 국 한 그릇, 반찬 따로따로. 이렇게 담아내는 식사는 요리를 준비하는 이들의 노동을 아주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착취하는 것일 뿐, 그것 자체로 세계화하여 지구촌민중이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만들기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밥 한 그릇, 닭볶음탕 하나. 이렇게 만들어서 개인 스스로 한 장의 접시에 담아 일시에 모든 사람들이 어울려 먹는 거라면 모를까. 우리나라 한식은 한 사람을 위한 것으로도, 여럿이 먹기 위한 것으로도 "영, 아니다". 우선 한 사람을 위한 것이라면 그런 밥상을 받고 즐길만한 사람이 일단 존재해야 하는데 그럴만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 말이다. 상위 몇 프로 정도? 이 정도라면 그 정도 밥상, 가령 9첩 반상 이상을 지출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일진대 그런 사람들이 지구상에 얼마나 있겠느냐고. 둘째로 여럿이 먹는 거라면 찌개든, 반찬이든 여럿의 젓가락이 동시에 들락날락해야 하는데 그런 비위생성은 또 어쩌란 말이냐. 한식은 그야말로 어정쩡한 음식이다. 

 

사실을 인정해야 발전이 있다. 인정은 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자는 말이다. 한식? 9첩반상? 아니, 가정식 백반?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그거 정말 차리고 먹고 치우고 --- 그것 자체가 힘들다는 말이다. 만날 하는 일인데 왜 그것도 못해? 라고 물으실 분들이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난 정말 대답할 게 없다. 쳐먹고 싸는 거야 누가 못해 이 똥뙈지야. 

 

하지만, 

한식도 잘만 차리면, 잘만 준비하면 어느 곳에 내어놓아도 빠지지 않는 훌륭한 지구촌음식이 된다. 정말 그건 맞다. 가령 콩나물만 따로 한 사발, 무생채무침만 한 사발, 갈비찜만 한 사발, 현미콩밥만 한 사발 내어 놓고 사발마다 큰 집게를 푹 꽂아놓고 각자 접시에 알아서 덜어 잡수시오, 라고 하면 아주 좋은 한 끼 식사를 공동체가 해결할 수 있다. 이런 것을 제하고 한 상 거나하게 차리는 한식만 최고라고 우기면 한식세계화 따위는 영영 이별이다. 미쿡물 먹은 사람들이 잘났거나 발랑 까져서가 아니니 그것을 제발 좀 이해해주십사하여 올리는 글이다. 이명박도 물러갔고 명바기마누라가 깝치던 한식세계화도 이젠 없어진 지 오래건만. 

 

 

* 사실 이런 글을 쓰려던 게 아니라 여기에서 만난 한국인들과 그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돌아보고자 로그인했는데 젠장. 다음 기회에. 나는 왜 만날 이래. 

 

 

 

2014/09/05 12:11 2014/09/0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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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노동자

분류없음 2014/08/28 09:22

제목: 어떤 이주 노동자 

 

아침에 출근해서 일을 막 시작하려는데 클라이언트 가운데 한 명이 한국어로 인사를 한다. 발음이 아주 좋다. 오잉? 이 친구가 영어선생님을 했다는 건 이 사람의 케이스노트를 읽어서 알고 있었지만 한국에서 영어선생님을 했을 거라곤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이 사람은 한국어로) 너도 한국 사람이지요?"

"(나는 영어로, 짐짓 모르는 체하며) 여기에 한국인이 누가 더 있는데?"

"(역시 한국어로) 어떤 아줌마, 어제 있었어."

"(영어로) 너 한국어 참 잘한다. 한국어 배웠어?"

"(이제는 영어로) 나 한국에서 2년 동안 영어선생님 했어. 소주도 좋아해."

 

어느 지역에서 일했냐, 어땠냐... 한국에서 영어 선생님을 했다는 클라이언트들이 올 때마다 나누는 이야기꺼리로 한참동안 대화했다. 

 

이 친구는 한국 T시에 위치한 사설 학원에 이력서를 넣고 1년짜리 워크퍼밋을 받아 선생님으로 취업했다. 12개월짜리 계약(contract)이었는데 11개월을 마치자 해고당했다. 나중에 계약서를 자세히 보니 계약 기간 안에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단다. 

 

"한국 사장님들 너무 똑똑해. 나만 그런 게 아니야. 많은 캐나다 사람들이 그런 일을 겪어서 같이 소주 마셨어. 같이 캐나다 대사관에 가서 따졌는데 대사관 사람들이 한국에서 그런 일은 일도 아니래 (that's not a problem in Korea, pretty common, not a big deal at all)." 

 

캐나다 대사관 직원들이 그렇게 말했다는 데에 어안이 벙벙했다. 한편, 이 친구는 캐나다 대사관에 가면 부당노동행위를 일삼는 사설학원 원장들의 이름, 사-공립 학교 명단이 담긴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것도 알려줬다. 

 

"정말 길어. 그 리스트를 보여줬는데 너무 길어."

 

할 말을 잃고 턱을 주욱-- 떨어뜨린 채 망연자실 서 있었다. 이 친구, 눈치를 챘는지, "한국만 그런 거 아니야. 어느 나라나 똑같아." 라고 나를 위로 (?)한다. 그래 한국만 그런 건 아니지. 여기도 마찬가지니까. 

 

 

"그런데 왜 한국 사장님들하고 동료들은 첫 날에만 왕자님 ['왕자님'은 한국어로 말했다] 처럼 대해줘?"

"잉? 그게 뭔 소리야?"

"처음 일한 날, 소주 마셔야 한다고 해서 먹었어. 나보고 왕자님이라고 했는데 그 다음날부터는 왕자님이라고 안했어." 그냥 웃었다. 답을 아는 눈치여서. 

 

"김치찌개, 소주, 나 아주 사랑해. 요즘에도 가끔 차이나타운에 가서 김치찌개 먹는데 한국에서 먹었던 맛이랑 달라. 전혀 달라." 네가 맛을 알긴 아는구나. 

 

 

"한국에 다시 가고 싶은데 마리화나 테스트가 새로 생겨서 당분간 가기 힘들 것 같아." 

"마리화나 끊고 6개월 지나면 피검사해도 안 나올텐데. 가고 싶으면 일단 마리화나를 끊어 봐. 벌이도 좋고 일하기에도 좋다면서. 무엇보다 네가 가고 싶어하는 거 같은데."

"캐나다에선 마리화나 피워도 별 일 아니잖아. (이 눔아 별일이야. 법대로는 불법이라고) 그런데 한국 사람들 소주 마시는 건 괜찮은데 마리화나는 금지하잖아. (그건 얼추 맞는 말이네) 나는 워크퍼밋 신청안하고 그냥 비지터로 갈래. 내 친구들 그냥 비지터로 여행한다고 한국에 가서 영어선생님 하는 애들 많아."

"그러고 싶으면 그렇게 해."

 

 

마리화나 테스트가 건강검진 리스트에 추가됐다는 이야기는 처음 알았다. 그나저나 한국 정부의 보수적인 트렌트로 보아 범죄경력이나 정신질환력까지 리스트에 추가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게 되면 합법적인 워크퍼밋을 받고 영어선생님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드럭딜러가 등장하면 온 마을이 들썩이는 인구 백 명 미만의 오지에서 태어나고 자라 이제 갓 스물이 된 자들 말고는 없지 않을까. 글쎄, 수요가 지속되는 한 어떤 방식으로든 공급은 이어지겠지. 

 

이 친구의 마지막 말에 여운이 진하게 남는다. 한국에 비지터로 들어가 그냥 허가받지 않고 선생님으로 일하겠다고. 착취는 더 교묘하고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일어나겠지. 암 그럼. 아이고 머리야. 

 

 

 

 

2014/08/28 09:22 2014/08/2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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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말을잃다

분류없음 2014/08/24 14:08

주말 오후 근무. 이민온 지 십 년도 넘은 어떤 한국 녀자 분과 커플이 됨.

 

한국 뉴스를 보다가 우연히 손석희 목소리 듣게 됨. 같이 듣게 됨. 요즘 한국 뉴스는 뭐야 (뭐가 핫해?) 세월호 사고로 딸을 잃은 아버지가 한 달 넘게 단식을 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안 만나준다네요. ...

 

그런데 그 사람들 한 사람 당 2억 몇 천만원 씩 받았다매?

 

할 말을 잃었다.

한국에 있을 적에 용케도 잘 피해다녔던 사람들을 여기에 와서 같이 일도 하고 어울리고 그러고 산다, 본의 아니게.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싸워야 하는데 아프거나 쓰러지면 안되는데 참 많이 속상하네요. 기운 내세요. 모두들.

2014/08/24 14:08 2014/08/24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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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간다

분류없음 2014/08/11 12:22

올 여름 날씨는 몹시 괴랄하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작년이 너무 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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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이 나라의 다른 도시에서 여름을 날 때, 

평년과 달리 몹시 더워 그 도시의 사람들 모두 힘들어했다. 선풍기, 에어컨 없이 잘 견뎠다던 여름이 하필이면 그해 유독 덥고 습해 사람들을 괴롭힌 것. 당시 ESL 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바람이 잘 불던 곳에 살던 터라 그 더위를 느끼지 못했다. 아침마다 학교에 가면 선생들, 학생들, 직원들 모두 진빠진 얼굴이었다. 어떤 학생들은 너무 더워서 발코니에서 잤다, 잠을 한 숨도 못잤다, 옆집에서 애가 울어 잘 수 없었다, 선풍기 사러 갔는데 다 떨어졌다더라... 대체 얼마나 덥길래 그런 거야. 그들이 왜 고통을 겪는지 공감할 순 있어도 그 정도를 느낄 수 없는 경계, 그 경계가 정말로 나에게 있었다. 

 

작년에 선풍기를 샀다. 선풍이 없이 몇 해를 잘만 견뎠건만 작년엔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리고 올 여름, 그 선풍기를 다시 꺼내 작동준비. 올 해 세 차례 정도 틀었나. 

 

겨울엔 몹시 추울 것 같다. 징글징글 얼음눈이 내리던 지난 겨울처럼 추울 것 같다. 아마도, 아마도, 올 겨울은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2014/08/11 12:22 2014/08/11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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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복을빌며

분류없음 2014/07/24 12:55

열흘 전쯤 일하던 곳에서 클라이언트 둘이 죽었다. 토요일, 일요일. 연달아서. 첫째 사건 발생일, 교대 절차를 마치고 근무를 막 시작했는데 앞선 교대근무자가 사건을 알려왔다. 방을 열고 들어가 확인해보니 반응이 없다. 이미 숨이 멎은 클라이언트를 바닥에 내려 CPR 조치를 하려던 찰나, 전문응급구조반이 달려왔다. 갖가지 조치를 취해보던 그들은 클라이언트가 죽었다고 최종 선언했다. 

경찰이 왔고, CSI에서 보던 일들이 일어났고, 그리고 최종적으로 검시관이 와서 시체를 운구해갔다. 형사들이 클라이언트 중 하나를 인터뷰했다. 그 인터뷰에 같이 들어갔다. 늦은 밤, 교대근무를 마칠 때쯤 인터뷰에 참여한 그 클라이언트가 심상치 않아 보여 한시간에 한 번씩 확인을 했으면 좋겠다는 노트와 함께 메세지를 전했다. 그 클라이언트가 다음날 아침 죽었다. 

 

아직 경찰의 조사가 끝나지 않아 정확한 원인을 알 수는 없지만 자체 조사(?)를 통해 알아낸 것은 그 둘이 어떤 약물을 공유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약물(드럭; 마약)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그것을 없앨 수도, 하는 사람을 말릴 수도 없다. 방법은 하나다. 안전하게 통제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하는 것 뿐이다. Harm Reduction Approach. 한국어로 어떻게 옮겨야할까.

 

우리는 사람이다. 사람은 자신의 선택과 생각대로 움직인다. 옳고 그름은, 도덕과 윤리는 중요하지 않다. 그 사람(들)이 죽지 않고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 또한 사람의 몫이다. 우리는 사람이다. 나는 사람이다. 

 

명복을 빈다. 

 

2014/07/24 12:55 2014/07/2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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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우울증

분류없음 2014/06/17 13:55

일 년 넘게 깊은 우울증.

원인은 알지만 백약무효.

 

마가리타 (Margarita, 2013) 보다. -- 사는 도시, 사는 나라의 이민정책, 그리고 '강남좌파'이고 싶은 속물들과 그들이 고용한 이주노동자가 배경이자 주인공. 결론만 빼고 모두 현실성 있는 이야기, 심지어 결론까지. 이주노동자 nanny (nanny라고 쓰고 가정부, 보모, 정원사, 재니터 등으로 읽는다) 마가리타는 동성결혼이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그날까지 결혼식을 미루겠다는 이 도시판 '강남좌파'들의 속물성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 같았다. 흠결없이 순전무결한 마가리타는 어쩌면 공장에서 찍어낸 상품은 아니었을까. 등짝을 확 보면 바코드가 찍혀있을 것 같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같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하늘로 숑~ 바로 사라질 것 같은.하지만 이런 사람, 아주 많다. 많이 봤다. 그래서 현실적이라는 것.

 

깊고깊은 크로닉한 우울증. 

진단도 내렸건만 요령부득.  

 

2014/06/17 13:55 2014/06/1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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