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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겨울 학기가 끝나고 기말페이퍼를 쓰고 있다. 새벽 5시까지 쓰다가 세 시간쯤 잠을 잔 뒤 일어나 마무리

해서11시 반에 메일을 보냈다. 이로써 두개 끝. 앞으로 두개 남았다.

 

피곤해서 낮잠을 잠깐 잤는데 잠에서 깨어날 무렵 들려오는 음악 소리. 우리집에 며칠 묵고있는 영국

카우치서퍼가 우크렐레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른다. 아.. 꿈같은 순간. 

 

참, 이 친구는 완전 신기하게 나 아는 사람의 친구다. 작년 여름 David Graeber 강연 때 만난

독일-필리핀 부모를 둔 친구를 만났는데 이 친구도 이주노동자 연구한다고 해서 꽤 오랫동안 신나게

얘기했었다. 이메일 주소 적어주며 유럽 오면 독일 한번 놀러오라며 헤어졌는데... 근데 이 친구의

남친이 이 카우치서퍼랑 친구야. 이런 신기한 일이. 세상 참 넓고도 좁구나.. 유럽 애들끼리는 그런

경우 꽤 보긴 했는데 저 멀리 동쪽에서 온 나랑 공동 친구를 뒀다니.

 

또다른 카우치서퍼가 비건 여권을 보여준다. Vegan passport. Vegan의 식사법을 설명하며 이들에게

적절한 요리를 제공해달라는 편지를 각국의 언어로 적어놨는데 한국어도 있다. '우리는 고기, 새고기(ㅋpoultry)등을 먹지 않습니다.  동물성 식품-계란, 버터 등도 먹지 않지만, 채소, 나물류(고사리ㅋ아주

한국적) 식물성 마가린, 각종 곡물 등을 먹습니다' 번역 완전 귀여워. ㅎ

 

이번주 금요일, 슬로베니아에서 아이스하키 국제경기가 열린다. 친구가 어제 알려주길 헝가리랑

한국이 경기를 펼친단다. 오, 이런 경우 처음이야! 같이 경기 관람하기로 했다. 이거 보여주는 술집이

있으려나..

내 친구들을 살펴보면, 헝가리안 유대인, (인종이) 헝가리안 유대인이지만 슬로바키아 시민, 또다른

헝가리안 슬로바키아 시민. (슬로바키아 출신 헝가리안은 여기 꽤 많지만 거기다 유대인이기까지

한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음.)

 

낮에 산책을 잠깐 나갔다가 아는 친구를 만났다. 길거리에서 일렉 기타를 연주하며 생계를 유지하며

사는 친구다. 길거리에서 연주하는 걸 한번 봤는데 몽환적인 게 들을만 하더라. ㅎ 키는 약 185~190cm,

좀 마른 체격에 자연스럽게 곱슬거리는 금발머리, 눈썹을 다듬고 보통 눈화장을 하고 다닌다. 항상

검은색 긴 코트를 입고 팔에 검은색 토시를 늘 하고다닌다. 처음 만났을 땐 헝가리인임에도 다른

헝가리 사람이랑 영어로만 대화하고, 술에 취해 어떤 거대한 인간이 자신을 조종하고 있다고 하며

그 사람이 자길 어떻게하기 전에 가봐야 한다고 막 그래서 정신 분열증 있는 줄 알았다. 근데 술에

취해 안갔다, 아니 못갔지. ㅋ담에 몇번 만나보니 멀쩡해서 이젠 꽤 잘 지내고있다.

근데 이 친구가 자기 기타를 망가트려서 중고 기타 사러 간다고 그러더라. 대체 왜 기타를 망가트렸을까.

 

어제는 헝가리 선거가 있었다. 네개정도 되는 정당이 접전을 벌였는데,FIDESZ라는 중도우파가 52%

차지, 과거 여당이던 사회당(MSZP)은 2위 19%, 극우 파시스트 쓰레기같은 것들 JOBBIK (여기 완전

암울하다)이 3위 16.7%, LMP라고 (Another Politics is possible의 헝가리어 줄임말 Lehet mas politika

뭐 대략 이런식) 여기가 7.4%로 4위. 선거때 IGEN, LEHET(Yes, we can) 이러면서 완전 오바마 베끼고,

여긴 리버럴한데 나름 그 중 나름 진보적이지만, 헝가리엔 좌파 정당은 없다는 거, 완전 암울하다...ㅡㅡ;;

경제 정책 실패로 사회당이 대패하고, 나름 진보적이라고 할만 한 LMP가 선전한 것이 특징. 극우 JOBBIK

이 사회당을 바짝 추격했음.

 

근데! 어제 아는 친구들이 반(反)선거 파티가 있다고 알려줘서 거기 가기로 한 거였다. 완전 재밌어

보여서 좋다고 갔는데 이런 젠장, 난 뭐 매우 정치적인 그룹에서 매우 정치적인 파티를 벌이는 줄 알고

갔던거였다. 아나키스트들이 투표 반대 캠페인이라도 하는 줄 알았더니 이건 뭐 디제이들 경연중이고

젊은이들이 잔디밭에서 술 마시며 춤만 추는 지대로 즐겨요~ 파티였을 뿐. 나 완전 낚인 거임? 근데

파티 제목도 'DJ에게 면책특권을' 뭐 이딴 식으로 지어. 거기다 장소도 완전 국회 근처였다고. 음악 좀

들을만 했으니 그 정도로 이해해야지.

 

학교 친구들 중 1년 프로그램 수학중인 애들은 이번달에 필드로 나간다. 어떤 애는 아일랜드 가서

노동자들 이 공장 점거하는 전술, 전략 연구한다고 가고(사실 얘는 쌍용자동차 점거 투쟁 보고 영감 얻어

논문 쓸 생각 하게됐는데 한국은 멀고 언어도 안되고 해서 아일랜드로 발길을 옮겼다.)  어떤 애는

Parkour라는 걸 연구하는데,  이걸 뭐라고 해야하나, 걔는 Urban gymnastics라고 도시 공간

체조(?)라고 설명하던데, 좁은 도시 공간, 건물 사이, 계단 이런데서 텀블링을 하거나 건물 사이를

폴짝 뛰어다니는 스파이더맨같은 움직임을 선보이는 운동의 일종. 유튜브에서 확인해보아요. 완전

신기함. 우크라이나로 그라피티 연구 하러 간 애도 있고, 보스니아로 전쟁 경험한 지식인 연구하러 간

친구도 있고, 물론 NGO 연구하는 친구들도 둘 있다. 그 외에 크로아티아 특정 지역 언어, 미국 홈리스

쉼터, 헝가리 거주중인 카메룬 출신 이주 여성 연구, 현대 미술과 큐레이터 연구, 불가리아 타블로이드지

연구 등등... 정말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고도 많다. 참, 음식 연구하는 애도 있다. 세계화와 음식 및 식당

선택에 있어서의 도덕성 연구-벨기에와 헝가리 비교. 인류학의 범위는 정말 넓고도 넓다. 근데

생각보다 사회운동 연구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다. 

 

나는 내년에, 한국으로 간다. 이 친구들을 1년 프로그램이라 3주밖에 시간이 없지만 나는 두세달 정도

주어질 것 같다.

아, 피곤하고나.. 오늘은 비가 추적추적 왔는데 내일은 해가 좀 뜨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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