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븟하고 즐겁게, 참 숯가마 한증막을 가다!

 

경기도에 있는 한 숯가마 한증막에 가게 되었다. 친구 민영이는, 진즉부터 ‘숯가마 찜질방에 한번 놀러가자’고 했다. 건강에 좋고, 쉬기 좋고, 기분전환에도 좋다나? 그런 이유에서였다. 이 모든 이유로  드디어 친구랑 동생이랑 함께 길을 나섰다. 친구 따라 강남에 간 셈이다.

 

김 서린 목욕탕이 답답하여 ‘목욕 빨리하기’라면 한 가닥 하던 사람이다. 숨이 막혀서 동네  사우나실에도 잘 안 들어가는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이 뭔, 교외에 있는 한증막까지나?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흘러간 옛 노래가 되었다. 옛날 옛적 한 옛날,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에 할머니 할아버지나 가는 곳이라고 여겼던 그 한증막에 귀가 솔깃해서 나 좋다고 따라나서게 되었으니 말이다.

 

“얘, 좋으면 너나 가라.”
"생각 보다 괜찮다니까. 함 가보면 알아.”
“얜, 젊은 애가 그런 델 좋아하고....., 그거 삭신 쑤시는 노인네들이나 가는데 아니니?”
“아는 체는? 숯이 항균작용 하는 거 몰라? 아토피 있는 얘들이랑 운동선수들도 단골이야. 몸 아픈데 ‘젊고 늙고’가 어디 있어?”
“너, 효험 봤어?”
“스파, 뭐 그런 거 부러워하지 마. 한증막은 우리 식인 거지. 해보고나 얘기 해......”
“하긴......넌 성악 하는 애니까. 몸 관리 노하우는 끝내주겠다.”

 

사양하는 것도 지나치면 실례고, 오는 복도 받아들일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어디서 복을 줍고 어디서 좋은 체험 하냐 싶었다. 다행히 친구가 있어 등 떠밀고 옆구리 팍팍 찌를 때 그 재미가 어떤 건지 어디 한번 나서보자고 덥석 차에 오른 기분이란...... 싫지 않았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경기도 포천의 한 산자락이었다. 우후후~ 황량할 정도로 높은 저 절벽,웬 돌산을 사정없이 깍아서 이다지도 넓은 터를 만들었다냐? 그야말로 네모반듯하게 조성된 대단위 가마터가 눈앞에 나타났다.

 

샤워실에 들려서 대충 목욕부터 한 다음에 업소 측에서 내주는 면복으로 갈아입고 가마 쪽으로 갔다. 따뜻한 기운과 약간의 매캐한 숯 냄새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숯에 대한 안내판이 붙은 벽보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본 업소는 12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구워낸 백탄만 사용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백탄은 나무 안에 들어있던 일산화탄소나 기타 불완전 연소물들을 완전히 태운 숯이라고 했다. 백탄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무를 우선 알맞게 태운 후 가마 밖으로 꺼내서 모래나 재를 끼얹어서 재빨리 식혀야 한다. 그러기에 백탄에는 기공이 많고, 두드리면 탱탱하게 맑은 소리가 나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백탄은 건강을 위한 생활참숯으로 폭넓게 활용되고,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있어서 목욕할 때 사용하면 전자파를 차단하는 효과를 본다. 음이온의 효과와 함께 원적외선도 방출하기 때문에 한증용 숯으로서 그만인 숯이 백탄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백탄만을 사용하는 곳이 이 업소이니만큼 안심하고 즐겁게 보내라는 등의 안내문이었다.

 

또 , 바로 옆에는 한증실에서 지켜야할 수칙이 쓰여 있었다. 휴대 라이터는 폭발 위험이 있으니 소지하지 말 것과, 음식물이나 음료수도 안 되고, 가마 안에서는 음주나 가무 등을 절대 금지하도록 하고 있었다. 고열이 나는 사람, 저혈압, 고혈압인 사람도 출입을 금한단다. 이정도 금지 조항이야 동네 사우나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사항이었다. 뭔가를 금한다는 금지조항은 어디서나 내용들이 비슷한 것이 특징인 것 같았다.

 

한증실은, 저온실과 중저온실과 중온실 그리고 중고온실과 고온실 등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특히 고온실에 들어갈 때는 전신을 감싸는 담요를 빌려서 머리끝에서 발끝가지 감싸고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만큼 실내온도가 살인적이라 할 정도로 높다는 얘기다. 아마 암환자나 고온을 소화할 수 있는 어떤 특별한 사람들을 위한 곳인 것 같았다.

 

우리가 들어 간 곳은 중온실이었다. 중온실 내부 공간은 원형으로 돼있었다. 벽은 온통 황토색이다. 나는 늘 황토색만 보면 왠지 날 것의 싱싱함을 연상한다.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해두자. 한증막 바닥은 이음새와 틈이 보이는 동그랗고 커다란 목판이 놓여 있었다. 그곳에 앉아 황토벽에 기대거나 누워서 자기 편안대로 한증을 하면 되는 거였다.

 

황토방은 높은 온도의 폐쇄된 공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지러움 증을 방지하고 장시간을 견디기 위해서인지 타올 하나씩을 머리에 두르고 있었다. 동생과 나도 친구가 준비해서 건네주는 타올을  머리에 둘렀다.

 

“고질인 어깨 근육이나 풀렸으면 좋겠네.....”
“난 뻣뻣한 목 근육 좀 좋아졌으면 좋겠다.”
황토벽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뻗고 앉았다. 어떤 자세를 취한들 흉보는 사람도 없고 상관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저 편안하게 있다가 다른 쪽 가마로 옮겨도 되고 폭포수가 쏟아지는 쪽으로 가서 산책을 해도 된다.
 
몽롱하고 나른한 김에 잠이 들었던가 보았다. 한참 만에 눈을 떴다. 숨이 막히거나 불편한 것은 없었다. 생각보다 몸이 개운했다. 얼굴에 땀이 살짝 맺혀 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족탕이 보였다. 발을 담그고 있던 친구가 곁에 앉으라는 눈짓을 했다. 발을 ‘담거 말어?’ 잠시 망설이다가 화부들이 보이는 아궁이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발갛게 타오르던 숯덩이를 이제 막 꺼내려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숯불을 꺼낼 때 불에 눈을 마주치면 눈이 좋아진대!”
“그래? 우리 아궁이 쪽으로 가보자!”

 

어디서 알게 된 상식인지 동생이 하는 말에 귀가 솔깃해서 발길을 옮겼다. 화부 둘이 손잡이가 엄청 긴 부삽을 들고서 달아오른 숯불을 꺼내고 있었다. 아궁이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둘러서서 손을 내밀거나 등을 갖다 대며 숯불을 쪼이고 있었다. 그리고 어떤 이는 내뿜는 열꽃을 향하여 눈이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한참 후, 사진 한 장씩을 찍고 나서 다시 한증막 안으로 들어갔다. 친구를 따라서 한증실로 들어가니 친구는 가지고 온 백에서 과일을 꺼내놨다. 파인애플과 정갈하게 깍은 사과, 그리고 이 계절에 웬? 청포도와 딸기까지 ...칸이 나눠진 그릇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와! 준비성 한번 끝내준다!”하고 말했다.
“근데 여기서 과일 먹어도 괜찮은 거야?”동생도 한마디 덧붙였다.

 

음식 반입을 금한다는 수칙을 의식해서 하는 소리였다. 친구가 웃으면서 눈을 찔끔 감았다. 오붓하고 은밀하게..... 우리는 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과일을 먹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이런데 와본 것이 처음이라면 믿을까. 그러고 보니 난 안 가본데도 많고 안 해본 일도 많다.

 

이런 내 자신이 순간적으로 미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감정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에서 허겁지겁 또 많은 말을 지껄였나 보다. 암튼 이런 한증막 첨이다. 친구 덕분에,

 

말로만 듣던 우리나라 식 숯가마 한증막~
모처럼 몸과 마음이 환골탈태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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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2 02:08 2010/02/02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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