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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담임 김병선 선생님

최근년 초등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을 한 번 뵙고 싶어,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보니 아직 살아계신단다.

올해 시골 가는 길에 선생님과 가끔 연락을 하고 있는 어떤 사람에게서 전화번호도 알아두었다.

전화번호를 구했을 때 전화를 한 번 해볼까 생각도 했으나 날 몰라볼 게 뻔한데 약간 뻘쭘할 것 같기도 하고. 한 번 찾아가면서 전화를 하자며 참았다.

사실 꼭 40년 전 일이고 난 초등학교 5학년 때 서울로 올라와 버려 그 이후 단 한 번도 선생님과의 접촉기회가 없던 터였다. 당연히 선생님을 찾아가도 날 잘 몰라보실 게 뻔했다.

그런데 고향에서 오래 산 초등학교 5학년 때 우리반 반장 아이와 최근 연결이 되어, 난 그 녀석과 언제 한 번 선생님을 찾아가면 크게 어색하지 않겠지 하며 기회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케이비에스 일요스페셜에 탄광촌 아이들에게 시를 쓰게 하신 임길택 선생님이라는 분 이야기를 보고 이번 스승의 날에 찾아가 뵈야 하는데 생각이 미쳤지만 나도 바쁘고 해서 확실히 결정을 못하고 앞서의 그 반장 녀석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 녀석도 바빠서 어려운 눈치였다.

그래 포기를 하고 나니 전화라도 먼저 해볼까 생각이 미쳤다.

그래 과괌하게 전화를 하니 선생님께서 전화를 받으셨다.

"선생님, 전 40년 전 제자 박하순이라고 합니다. 기억하시기 어려우시겠지만"

"하순이! 봉양리 살았던. 내가 자네 1학년 때 담임이었잖아. 코 찍찍 흐르고 쬐그만하고... 내나 봉양리 창주가 반장이었잖아. 창주랑 자네가 공부를 참 잘했지!(^^;;)

난 뭘로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박하순이라... 아 생각이 나는 것 같네'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일텐데, 1학년 때 담임이었다는 것까지 기억하시고 내 인상(너무 특징적이었나?)까지 기억을 하시다니...

 

그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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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5-6월에 송하빈하고 한 번 꼭 찾아뵙겠습니다."

"뭐하러 와!, 전화 준 것만도 고맙네"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

1학년 때 선생님은 앞장서서 '하낫 둘' 하면 우리는 '셋넷' 하고 운동장을 돌았다. 선생님께서 뒤로 내민 손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키가 가장 작은 차경남과 둘째로 작은 나는 선생님 바로 뒤에서 선생님 손짓을 보면서 병아리가 어미닭을 졸졸 따르듯 그렇게 선생님들 졸졸 따라다녔다.

선하게 생기셨고 아이들을 무척 사랑하셨던 선생님이셨다.

5-6월에 꼭 한 번 찾아뵈 그 좋았던 옛날로 한 번 돌아가봐야겠다.

 

 

추기: "그래 자네는 지금 뭐 하는가?"는 선생님의 물음에 "예. 전 사회운동 하고 있습니다"했더니 선생님  목소리가 약간 낮아지면서 "그래...?!" 하신다. 제자들의 성공(세속적인!)을 바랐을 선생님에게 사회운동은 성공축에는 끼지 못한 '직업'이어서였을까 아니면 다른 이유였을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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