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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못 해요

자꾸 일정을 까먹는것 같아 수첩에 있던 일정들을 사무실 책상 달력에 옮겨적었다. (내 수첩은 주간단위로 되어 있어서 한달의 전체 일정을 한눈에 파악하기 힘들다.) 흠. 학원에 가는 일요일과 밤샘으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공식적으로는 가야하는 일정들이 (그러니까, 비공식적으로는 배째기도 하는 일정들 ㅋ) 26, 27일을 빼고는 빠짐없이 꼭 차있다. (물론 24시간 풀 가동은 아니지만.) 그런데 오늘 내 실수로 회의 하나가 미뤄졌다. 그래서 얼떨결에 사무실에 앉아 이것저것 미뤄둔 일들을 정리하려고 했다.


집중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1. '윙윙'거리는 기계 소리들 각자 자기 일들을 하고 있으니 술마실때처럼 계속 수다를 떨수도 없는 일이고, 그러다 보니 대화의 공백사이에는 컴퓨터, 팩스 돌아가는 소리만이 꽉 차있다. 내 머리속도 같이 윙윙거리는 소리가 울리는 것 같다. 음악을 틀 수도 없다. 사무실 내 컴 사양이 후진 바람에 미디어 플레이어 프로그램을 열면 다른 작업의 속도가 완/전/ 느려진다. 이어폰을 꽂으면 너무 고립되는 것 같아서 싫고.. 2. 내가 읽는게 글자인지, 그림인지.. 하도 회의나 사람들과의 대화속에서만 상황을 집작하다보니 구체적인 내용들이 들어있는 텍스트를 읽는 것이 고역이다. 조금 전에는 어떤 기사를 읽다가 대체 그것이 무슨 말인지를 (사전적 의미 말고)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냥 창을 닫아버렸다. 공부가 필요하긴 한데, 어디서 부터 손을 대야할지도 모르겠다. 3. 정리를 해보자. 바쁜(척하는) 일과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 할때는 이것저것 해야 할일이 잘도 떠올랐는데, 막상 혼자 앉아서 정리하려니 그때 떠오른 것들은 몽땅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머리속을 좀 먼지들을 청소기로 좀 밀어야 할까나.. 4. 술 생각만 난다. 아니, 사실 술 보다는 사무실 사람들이 지금 손에 잡은일을 대강 마무리하고 나랑 놀아줬으면 좋겠다. 대체 글인지 그림인지 모르는 이것들을 보려고 책상에 앉아있자니 한숨밖에 안나온다. 에효. 죽것다. 5. 원래는 혼자 잘 놀았던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요즘 혼자놀때는 TV 드라마에만 푹 빠져있었다. 소연언니가 빌려준 씨디들(이거 언제 갖다주나;; 사무실 먼지 앉겠는데..)도 아직 다 못봤고, CSI LasVegas편도 아직 두 번째 시즌 중간까지밖에 못 봤다. 게다가 한번 빠져들고 나니 보고 싶은 드라마가 더 많아졌다. 아까는 일이 안 잡혀서 드라마 씨디를 돌리려다 실패했다. (내 컴 사양 후지다니깐) 6. 어쩌다 이렇게 의존적 인간이 되어버렸을까? 사람들이랑 잘 지내는 것도 좋지만, 잘 지내려면 나를 만들기도 해야 할거다. 그런데, 내 재산을 만들어내는게 쉽지 않다. 더 열심히 살고 열심히 지낼려면 뭔가 가진게 있어야 하는데,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한다. 충격에 머리가 멍하다. ....그래도 오늘 밤엔 여전히 드라마의 세계로..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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