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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소식

기다리던 소식이 있었지만 오늘도 듣지 못하였다.

 

아니, 소식의 종류가 좀 달라지기는 했다.

 

 

나는 오래도록 아이를 기다렸다.

 

작년 중순쯤, 아이를 갖기 힘들다는 말을 듣고는 내가 이토록 원했나, 싶을 정도로 욕심이 생겼다.  

 

몇 번의 노력 끝에 시험관 아기 말고는 방법이 없겠다는 말을 들었다.

 

다른 수를 찾아보려고 작년 말에 수술을 했다. 학교도 한 달 반 정도 쉬었다.

 

안 해도 될 말을,, 나는 왜 하려는 걸까.

 

무거운가 보다. 털어놓고 좀 가벼워지고 싶다.

 

지난 달에 병원에 갔다가 생각보다 수술 경과가 좋지 않음을 알았다.

 

그래도 노력을 해 보려고 약도 먹고 날도 받았다.

 

기다림이 깊어지면 괴로움도 깊어진다.

 

아프지 않고 기다리고 싶었으나 쉽지 않았다.

 

 

몸이 영 개운치 않아 테스트를 했는데 이번에도 음성이었다.

 

백 번도 넘게 한 줄을 본 느낌이다.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었다. 그 아득한 느낌.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생리를 하듯 배가 계속 아프고 열이 나고 어지러웠다.

 

또 혹시나 하는 마음이 생겼다.

 

테스트기를 또 산 날 깊은 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 세 시에 일어나 검사를 했다.

 

오, 맙소사!

 

두 줄이 보였다.

 

눈물이 났다. 한참을 울었다.

 

 

병원에 갔다.

 

주수로는 아기집이 보여야 할 텐데 보이지 않는다며 다음 주에 오라 한다.

 

 

그게 오늘이다.

 

병원에 갔다.

 

의사는 많은 혹들 사이에서 한 점을 찍더니

 

이것이 아마 아기집일 거라 한다.

 

7mm.

 

보통 남들 같으면 15mm에 아기 심장 뛰는 소리를 들을 때라는데.

 

이게 무슨 의민지를 물으니

 

단지 늦는 것일수도 있지만

 

수정은 되었어도 아이가 자라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시간만이 답을 주리라.

 

 

정확해 지기 전까지는,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듣고, 무사히 자리를 잡았단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아이가 생겼음을 말하지 않으려 했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레 짐작하고 이리저리 상황이 안 좋다, 말하려는 까닭은 무엇인가.

 

불행을 상정하고 변명을 미리 하려는 것은 아닌지.

 

내 맘 속의 에너지가 부정적인 기운으로 가득차는 것은 아닌지.

 

 

이제 나는 말하고 싶다.

 

조금 늦는 아이가 생겼다.

 

아빠와 엄마를 닮아 퍽 게으르다.

 

 

나는 상상을 한다.

 

엊저녁의 매력 있는 하늘을 네게도 보여 줄게.

 

네 포동한 손을 잡고 함께 길을 걸을게.

 

네 엄마가 되기 전에 내가 먼저 될게.

 

불안한 마음으로 너를 없는 아이처럼 여겨 전전긍긍하지 않고

 

네가 자라고 있는 걸 기쁘게 여길게.

 

 

사랑한다. 건강히 자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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