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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피해 노동자와 함꼐 농성중인 대리인 분이 작성하신 글입니다. **
7월 16일 토요일 45일차
1.
‘착한여자는 천국에 가지만 나같은 잡년은 어디든 간다!’ / 잡년행진 화이팅!
사회당 서울시당의 김성일 동지가 오셔서 언니와 나대신 농성장을 지켜주신다고 ‘잡년행진’에 참가하는게 어떠냐고 하신다. 하루종일 농성장에서 심심하던 우리는 물론 당연히 예쓰였지만, 어감이 거칠다.
“잡년 행진 이라구요?” 대략설명을 듣고 아하, 재밌겠네. 하며 원표공원으로 갔더니, 앗 뜨거! 비가 오는대도 불구하고 잡년들의 행진이 뜨겁고 신선했다.
“머야, 언니. 이럴줄 알았으면 우리도 미니스커트라도 입고 오는건대, 우씨.”
“그러게. 나도 치마 많은데.”
레이스, 망사 휘날리는 치마바람을 보며 내가 입은 금속노조 조끼가 쌩뚱맞더라. 그러고보니 금속노조의 이미지는 참으로 남성적이구나. 남성적인 금속노조에서 성희롱 사건 피해자인 언니와 나는 어쩌면 잡년행진에 참가한 금속노조 조끼보다 더 이질적인 존재들인지도 모른다.
우얏든, 잡년행진은 에너지가 넘치는 행사였다. 원표공원부터 시청 대한문앞까지 행진을 하고 대한문앞에서 춤을 추고 다시 원표공원으로 행진해오는 사이 비가 억수로 쏟아져도 끓어오르는 열기는 더욱 뜨겁다. 하! 이렇게 다들 표현하고 싶어서 평소에 얼마나 몸이 가려웠을까.
원표공원에서 마무리하고 다시 우리 농성장으로 온 잡년들의 행진이 한번더 퍼포먼스를 했다. 무능력하고 타성에 젖어 지가 하는일이 뭔지도 모르는 여가부 공무원들이 없는것이 안타까웠다.
“꼴리는건 본능이나, 덮치는건 권력이다”
권력관계를 이용한 성폭력에 노출되어 고통 받는 여성들의 에너지가 한꺼번에 모여 탄력을 받으니 시원하고 통쾌하다. 우리모두 더 이상 혼자 고통받지 말고 힘내서 잘싸우자구요. 잡년들, 힘내요!
7월 17일 일요일 46일차
1.
공식적으로 장마가 끝났다. 아직 해가 뜨지는 않았지만 모처럼 비가 오지 않아 한달동안 비에 젖어 눅눅한 천막 두동을 번쩍 들어서 보수공사했다. 나혼자 있으면 엄두도 내지 못할텐데 농성달인 동희오토 박태수동지가 와서 이리저리 손질하더니 아예 다 걷어내고 새로 손을 봤다.
동희오토 투쟁에 승리한 후 복직 기다리며 생계활동하고 있는 태수가 모처럼 방문을 해서 반가운데 텐트 보수공사까지 싫은 내색 한번 없이 해주니 고맙다.
엊그제 사회당 촛불할 때 비를 맞은 엠프와 스피커도 모두 꺼내 말렸다.
손바닥만한 텐트 두동인대도 살릴살이를 모두 꺼내 놓으니 여가부앞 인도가 부족하다. 나무사이에 빨래줄도 연결해 침낭은 침낭대로 피켓은 피켓대로 바람맞으며 몸을 말린다.
태수야 고마워.
7월 18일 월요일 농성 47일차
1.
어제 비개인 틈을 타 청소하고 말리며 수건을 빨다가 허리를 삐끗 했는데, 탈이 났다. 자고 일어났더니 허리가 아파서 앉지도 서지도 눕지도 못한다. 주말에 집에갔다온 언니가 도착하자마자 공무원 해고자 동지들이 몸살림 운동한다는 연신내 몸살림 센터로 찾아갔다. 권승복 동지가 허리를 맞춰주어 한결 나아졌는데, 그래도 통증이 가시질 않는다.
2.
‘유시민의 따뜻한 라디오’ 라는 인터넷 라디오 방송이 있다. 인터뷰를 했다. 처음 인터뷰 제안을 받았을때는 10분이라길래 할말은 다 할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다. 하고싶은 말은 아직도 많은데 10분은 금방 가더라. 인터뷰 끝나고 국민참여당 여성위원회 간사의 전화가 왔다. 농성장 방문도 하시고 함께 할수 있는것은 함께 연대해주겠다고 한다.
음---, 함께 하는것은 좋은일이다. 고맙기도 하다.
부디 김대중정부가 시작하고 노무현정부가 완성한 비정규직 법에 대한 반성도 함께 하시길 바란다.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가 국가인권위의 결정으로 성희롱을 인정받고 성희롱으로 인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아도 법적으로 돌아갈 곧이 없는 이 개떡같은 상황이 모두 합법적인 이유가 과거 정권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처리한 악랄한 비정규 법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면 마땅히 솔선수범하여 고치는일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현장에서 성희롱 당하고도 해고되는 현실의 불합리함을 누구라도 함께 나서 마땅히 고쳐야 한다.
허리가 아프다. 하루이틀 집에서 쉬면 낳아지겠거니 생각하며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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