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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려니 하고 사는 사람, 못살게 굴기.

단체 상근자로 오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보육교사를 만나는 일이 점점 줄어든다. 특히 단체에 소속된 회원이 아닌 일반(?) 보육교사를 만나는 일은 인터넷이나 전화로 상담을 해주거나 많은 보육교사를 모아놓고 교육을 진행할 때를 빼면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내가 아는 보육교사는 원장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비참한(?) 상황이거나 아니면, 전문가가 되기위해 기를 쓰고 공부하는 두 가지 부류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보육노조를 만들기만 하면 벌떼같이 보육교사들이 모여들거나 아니면 무서워하는 보육교사를 설득하기 위해 진땀을 빼리라 혼자 생각하고 있었다. 나의 보육노조 준비는 주로 이 두가지에 촛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며칠전에 예전에 같이 일했던 아는 보육교사를 만났다. 노동조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아무 생각없는데?" 이러는거다.- 참고로 이 교사 지금 보육교사 경력 10년차다. 설득을 좀 해보려고 나> 너, 월급 얼마 받는데? 보육교사> 음~ 대충 00만원? 나> 너 그 월급이 니가 일한 것에 대한 정당한 금액이라고 생각드냐? 보육교사> 그래도 나는 국공립이잖아, 딴데는 더 적은데 뭐. 나> 야, 너 퇴직금도 매년 정산한다며, 그럼 더 손해인거 알어? 보육교사> 응, 알어 나> 근데 원장한테 아무 말도 안해봤어? 보육교사> 글쎄, 그런 생각 못했네. 그냥 그렇게 하기로 했다니까.. 나> 한달에 제때 퇴근 하는 날이 며칠이나 되니? 보육교사> 글쎄 한 70%는 제때 퇴근하지? 아마? 나> 정말? 잘 생각해봐, 너 당직 얼마나 서니? 보육교사> 보통 두달에 1주일정도?(여긴 보육교사 수가 좀 많은 곳이다.14명) 나> 그리고 교사회의는? 보육교사> 월요일 아침마다 좀 일찍 와서 하는 회의 있고, 한달에 한번 저녁에 회의있고 나> 행사있을땐? 보육교사> 보통 한달에 한두번 행사 있지. 그럼 한 며칠 늦게 들어가고 나> 신학기엔? 보육교사> 학기 준비할 때는 한 1~2주일동안 야간까지 일하지. 나> 1년에 4번 구청 감사 나올때마다 야근 한다며? 보육교사> 아 맞아. 그것도 있었지. 작년엔 구청에서 무슨 행사하는 데 우리보고 강당 꾸미기 하라고 해서 일주일동안 야간작업했어 나> 잘 계산해봐. 보육교사> 진짜 많으네. 그럼 한달에 한 1주일 이상은 늘 늦게 퇴근하는 거네. 나> 그렇다고 초과근무수당 받냐? 보육교사> 아니. 그런거 없어. 나> 월차나 휴가는? 보육교사> 그런거 없어 나> 안 힘들어? 보육교사> 물론 힘들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사는거지. 그날 밤 맥주 한잔씩 마시면서 그러려니 하고 산다는 이 보육교사를 보육노동자로 각성시켜보려고 무던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았지만, '맞아 노동조합이 필요하겠다.' 이 한마디를 못 건졌다.-_- 그러나 그이도 나이를 먹어갈수록 보육교사로서는 생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을 많이 사랑해주고 싶지만 점점 지치고 피곤해서 예전만큼 해주기가 어렵다고 이야기 한다. 아이들에게 늘 미안하다는 이 보육교사. 장시간 일하고 제대로 대우를 못 받고 있는 것이 자기를 지치게 하는 원인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고있다. 그러려니 하고 사는 보육교사가 '이게 아니다' 하고 느끼고 행동을 시작하는 날. 8만 보육노동자가 모여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인권보육실현! 보육노동자 근로조건 개선! 보육의 공공성 쟁취!를 외치며 싸우는 날. 그날이 올때까지 나는 계속 보육교사들을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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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불꽃놀이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건너는데 차창밖으로 오색찬연한 불빛이 번쩍인다. 여의도에서 진행 중인 세계불꽃대축제에서 쏘아올린 불꽃이다. 88올림픽때가 생각났다. 그때 한창 마지막 철거투쟁이 있었고 우리들은 그런 노래를 지어불렀었다. " 누구는 방한칸 없어 거리로 쫓겨가는데 돈이 탄다 돈이 타, 재가 되어 날라간다.~" 당시에 불꽃놀이용 불꽃 한번 쏘아올리는데 소 한마리값이라는 소리를 듣고 몹시도 분개했었다. 그때 최저임금이 얼마였는지 생각나지 않지만 내가 92년도 국공립어린이집 근무를 시작하며 첫 월급으로 39만원을 받았으니까 88년 당시 소한마리값은 상당했을 것이다. 나같은 사람 월급보다 많았다는 말이다. 광주학살을 일으킨 놈이 생각하는 것이 그저 저거밖에 안되지 하는 마음과 함께 세상이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오늘 한강을 지나는 내내 하늘을 수놓는 불꽃을 보니 여전히 이 세상이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에서는 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를 지키기 위해 파업하다 불법으로 몰려 월급은 손배가압류 당하고 생활비가 없어 새벽 우유배달까지 해야 하는데 한편에서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펑펑 잘도 생색을 내는구나. 아직도 결식아동이 몇십만명이라 하는데 어제밤 뉴스에도 50대 부부가 빚때문에 동반자살을 했다고 하는데... 보육의 공공성 확대하겠다는 이 정부 아래서 하루 12시간 일하고도 60~70만원받는 보육교사들은 시간외근무수당 지급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이런 이상한 세상에서 우리가 사는구나. 그래도 아, 불꽃은 참 화려하기도 하구나. 저렇게 한 순간에 스러지면서도 만인이 올려 보는구나. 정말 정말 이상한 불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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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호주와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다른 이유 - 출처 : 매일노동뉴스

** 호주와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다른 이유 ** <편집자주> 정부의 비정규직 법안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매일노동뉴스를 통해 최근 소식을 접한 호주건설노조의 한인커뮤니티 대의원 신준식씨가 글을 보내왔다. 현재 시드니대 노동학 박사과정을 마무리하고 있는 신씨는 호주의 노동제도가 임시직 노동자들에 대해 추가수당을 지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 점을 소개하면서 정부의 법안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차별해소와 권리보장에 대단히 미흡하다고 주장한다. 호주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규정하는 개념은 간단하다. 비정규노동자는 1년에 4주간의 유급 휴가와 유급 병가를 못 받는 노동자를 말한다. 이런 혜택이 없기 때문에 동일노동에 대한 차별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호주에서는 1년에 4주의 휴가와 유급 병가를 못 받는 것을 ‘추가 임금(Casual Loading)’으로 계산해 더 지급하도록 한다. 즉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동일노동을 하고 있으면 정규직이 받는 임금에 15~30% (금속산업 노동자의 경우 25%, 대학의 직원은 23%, 건설 노동자는 25%)를 추가로 더 받는다. 이런 공정성을 호주 사회가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를 설명하기 위해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가 쓴 “비정규직 ‘대반란’ 은행권 ‘시한폭탄’”이라는 기사 내용을 참고하려고 한다. 그 기사는 “모 은행에서 10년간 정규직으로 근무했다가 명예퇴직 후 3년 전부터 다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허아무개 (41)씨는 같은 나이 정규직 차장이 받고 있는 연봉 (7,800 만원)의 19.2%인 1,500만원을 받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 호주 임시직, 정규직보다 더 많은 임금 받아 허아무개씨가 만약 호주에서 같은 나이의 차장과 동일노동을 하면서 1년 4주의 유급휴가와 유급 병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 그는 일년에 정규직 차장이 받는 임금 총액에 15%~30%의 ‘추가임금’을 보태서 받을 수 있다. 이렇게 호주와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지급되는 임금 기준부터 다르다. 호주와 같은 임금 체계는 공정성(Equity)의 원리가 전 사회적으로 공유되어야 가능하다. 이 원리가 호주에서는 보수당인 자유·국민당 정부 아래서도 통용된다. 나는 한국에서도 이런 공정성의 원리가 실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한국의 국민이고 그 들도 법 앞에 ‘평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지난 6월2일에 있었던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공동 주최하고 노사정 대표들이 참여한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김선수 변호사가 한 말에 동의한다. 그는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문제를 떠나 사회정의, 인권, 사회통합 문제로 해결해야 한다. 사회정의로 보는 것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차별이 합리화된다고 하면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사회의 절대 다수가 절망하는 상황에서는 경쟁력이 올라가지도 않고 바람직하지 않다. 정의롭지 못하다는 사회인식이 유지되는 이상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 유럽 사례를 참고했다고? 나는 감히 지금까지 비정규직 노동자에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한국에서의 시도들이 거의 잘못되었다고 본다. 특히, ‘참여정부’ 임을 자랑하는 노무현 정부가 9월10일 ‘비정규직 보호 법안’이라고 공개한 법안에서는 공정성, 사회정의, 인권 그리고 사회통합이란 정신을 찾아 볼 수 없다. 노무현 정부가 진정으로 참여정부가 되기를 원한다면 이 법안을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공정치 못한 법 때문에 다수의 국민인 전체노동자의 55.4%나 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절망하는 상황에서 ‘참여정부’를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또한 이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최악의 법안이라는 비판에 대해 장화익 노동부 비정규직 대책과장이 반론을 제기하는 글이 지난 9월14일 매일노동뉴스에 실렸다. 그는 이번 ‘비정규직 보호법안’을 위해 ‘유럽의 입법례’를 참고했다고 했다. 그에게 묻고 싶다. 유럽의 어느 나라 입법례를 참고했는가? 그리고 참고만 한 것인가 아니면 반영을 한 것인가? 지금이라도 호주의 예를 반영할 것을 권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노동조합들도 이런 공정성, 사회정의, 인권 그리고 사회통합이라는 관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접근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 졌다고 본다. 지금부터라도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물론 지금까지 이런 관점을 생각할 여유 없이 힘겹게 싸워 왔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허아무개씨가 받는 임금이 차장 임금의 19.2%라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런 상황은 정부와 사용자들만 비판받을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노동조합에서 공정성, 사회정의 그리고 인권을 빼고 나면 무슨 명분으로 정부와 사용자들을 상대로 싸울 수 있을까? * 비정규직 권리보장이 정규직을 위한 길이다 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정규직 노동자들 스스로를 보호하는 최선책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왜냐하면 사용자들과 보수적인 노무현 정부가 무방비 상태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돈 많이 드는 정규직 노동자들 보다 더 선호하게 되어 차차 정규직 노동시장도 무너져 내려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의 전체 노동자들 중 55.4 %가 비정규직 노동자이고, 지난해 은행의 신규인력의 83%가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는 사실이 이것을 입증한다. 즉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운동이 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보장 운동이라는 것이다. 이 점을 호주 노동조합은 완전고용 시대가 끝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생기기 시작한 1970년부터 인식하고, 비정규직 권리 보장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은 능력을 총동원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만약에 민주노동당이 이 문제 해결을 게을리 한다면 민주노동당의 존재 가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의 바램과 희생으로 만들어진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 문제에 힘쓰지 않는다면 이미 55.4%가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무참히 차별하면서 ‘사회적 대화’와 ‘사회통합’을 주장하는 열린우리당과 똑같은 잘못을 범하는 행위가 되고 만다. * 호주에서의 임시직 관련 최근 논의들 연방 노동당이 비정규 노동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임시직 노동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4월18일 발표했다. 그 내용의 골자는 첫째, 임시직 노동자는 6개월 근무 후부터 정규직 노동자가 될 수 있다, 둘째 1년 근무 후에는 정규직을 요구할 수 있다, 셋째 호주 노사관계위원회에게 비정규직 관련 분쟁에 대한 조정 및 강제권을 주는 등 노사관계가 분권화 되면서 약화된 권한을 다시 부여하여 중앙 중재제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정규 노동자에게도 병가나 연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는 것이다. 현재 호주의 임시직 노동자들은 1년에 4주의 연가, 병가 등 휴가가 없는 대신 정규직 보다 15~30% 정도의 임금을 더 지급 받는다. 여기에 고용주는 퇴직금으로 임금의 9%, 정리해고 수당으로 임금의 6% 정도를 따로 적립해 주거나 지급해야 한다. 이런 금전적 보상에도 불구하고 임시직 노동자가 1996년 연방 자유·국민당이 집권한 이래로 약 40% 증가하여 현재 약 220만 명에 이르는데 이 숫자는 전체 노동자의 27%이다. 특히 임시직 노동자들이 주택 융자를 받기가 까다롭고, 경력과 진급 등에 문제가 발생해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 연방노동당의 새로운 정책 입안의 근거이다. 이번 노동당 정책에 대해 사용자 단체들은 노동당이 노동조합이 사용자를 압박하여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게 하고 있다고 혹평하면서, 고용 비용이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반응에 대해 연방 노동당은 비용은 발생하지만 공정성(Equity)을 보장하는 타당한 정책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지난 7월부터는 임시직 노동자들도 호주노총과 사용자단체들과의 합의에 의해 가족이 아플 경우 금년 말부터 병가를 신청 할 수 있다. 한편 빅토리아 주 법원이 임시직에게도 장기근속 수당을 지불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려, 이 결정이 차차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장기근속 수당 지급은 각 주 정부 관할인데, 통상적으로 10~15년간 한 회사에서 계속 근무했을 때 정규직 노동자들이 약 9주간 유급 휴가를 갖거나 9주간의 임금에 해당하는 수당을 받는 것이다. * 글을 마치며 한국 정부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한다고 내놓은 법안은 참여정부를 부끄럽게 만든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민변의 회원이란 사실과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노동 문제를 잘 아는 ‘민주인사’ 출신이라는 사실이 안타깝다. 비정규직 문제는 공정성이란 원리에 의해 풀어가야 한다. 그러기에 이 문제는 ‘참여정부’만 비판할 수는 없다. 그 비판의 대상에는 민주노동당과 노동조합들도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호주에서 실행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는 최소한의 공정성을 지키도록 하는 것으로서 아직도 개선할 점이 많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공정성의 원리가 학계, 정당 그리고 노동조합 그리고 다수의 국민에 의해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뭉쳐 싸우지 않는다면 호주 노동자들의 미래도 어두울 뿐이다. <신준식 시드니대 노동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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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남의 문제가 아니다.

* 이 글은 빼미님의 [“총파업 이번엔 정말 잘되겠습니까?”]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조차 제대로 모르고 살아왔지만 이번 노동부가 입법예고한 법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오른다. 보육현장은 노동의 특수성때문에 비정규직이라는 용어가 낯선 것이 사실이지만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거대한 흐름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언제고 여기에도 닥칠 문제다.


올 초에 청와대 고령화및 미래사회위원회에서 발표한 육아지원정책은 언뜻 보면 장미빛처럼 보이지만 가정보육교사파견제도 등 보육현장까지 비정규직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담겨있었다. 가정보육교사 파견제도란, 육아지원이 필요한 가정 중에 시설에 아이를 맡기고 싶어하지 않는 가정이 자기집으로 보육교사를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면 파견해 주는 제도이다.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를 좀더 좋은 환경에서 양육하고 싶다는 소망은 알겠다. 그러나 지금도 영아보육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고(민간시설에 맡길 경우 월 30~40만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명의 아이를 돌보는 보육교사의 임금은 월 80만원남짓인 상황에서 한명의 아이를 돌보기 위해 파견되는 보육교사의 임금은 어느 수준으로 결정될 것이며 또 부모는 얼마나 비용을 부담해야 되는가? 처음 이 제도가 언급되었을 때도 등록된 시설조차 정부가 제대로 관리를 못해 온갖 비리며 문제가 생기는데 보육교사를 개별 가정에 파견하여 아이를 돌보게 하면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거기서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길 경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제도가 만에 하나 시행될 경우 나타날 파견 보육교사들의 노동자성, 근무기간, 임금수준에 대한 문제에 생각이 미치자 이는 더욱 큰 문제로 다가온다. 가정에서 필요한만큼만 이용하는 제도로 운영하겠다니 그럼 이 사람들의 고용은 누가 책임지는 건가? 보육은 아이들과 보육교사가 정서적으로 깊은 유대관계를 맺으며 수행되는 노동이다. 잠깐 지나쳐 가는 노동이 아니다. 사람을 키우는 일까지 파견노동으로 해결하려는 정부가 비정규직을 확대하기 위해 무슨 짓을 못 하겠는가? 아직 구체적인 발표가 되지 않아 더 지켜봐야 되겠지만 요즘 우리 사회를 떠도는 비정규직 확대라는 유령을 생각하니 보육노동자도 가슴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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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비혼자들의 추석

어제 모처럼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저희집 식구는 모두 여섯,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사남매입니다. 그냥 이렇게만 보면 여느 평범한 집과 다를 것이 없어 보입니다만.. 문제는 그 사남매가 한명만 빼고 다 30대에 모두 독신 가구주라는 거지요. (나머지 한명도 조만간 30대에 진입할 예정입니다.) 가족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 별로 흔한 상황은 아니지요. 그러다 보니 명절때마다 부모님이 스트레스를 받으시는 것 같습니다. 정작 결혼 안한 자식들은 아무 생각이 없는데, ㅋㅋ 올해는 명절이 시작되기도 전에 어머니께서 한마디 하시더군요. '언제까지 내 손으로 명절음식 만들어야 하냐? 나도 힘들어서 못하겠다. 아무것도 안할꺼다.' 으~ 부끄럽게도 다들 독신가구다 보니 명절은 그냥 기간이 좀 긴 휴일정도로만 인식하고 살다가 어머니가 해 놓으신 음식 먹으라고 부르면 그제야 찾아가는 불효막심한 자식들이었지요. 어머니 연세를 생각해보니 어이구 낼모레면 칠순이더군요. 반성, 반성 -_-; 그래서 동생들에게 전화하고 이번만큼은 우리가 명절음식을 시장보기부터 다 준비해보자 이랬지요. 그리고 월요일(추석전일)에 다 찾아가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인터넷으로 명절음식 목록과 재료도 찾아보고.. 그리고.. 아침에 집에 가보니 왠걸 벌써 전날 시장을 다 보셨더군요. 우리 온다는 소리에 벌써 일꺼리를 하나 가득 마련해 놓고 계셨습니다. 그럼 그렇지.. 우리 어머니가 어떤 분인데 제가 잠시 속았습니다.-_- 결국 우리가 준비하려고 계획한 것보다 훨씬 많은 음식재료들과 씨름해야 했죠. 뭐, 모처럼 모인 자식들때문에 기운이 나신 어머니가 몇가지는 손수(?)하셨기에 아주 엄청나게 많이는 아니었지만. 호박전, 두부전, 동태전, 고추전, 고구마전.. 부치다가 반죽이 좀 남는 것 같으니까 이번엔 부추를 꺼내 놓으시더군요. 도대체 어디서 재료가 자꾸 나오는지.. 생전 처음 굴소스를 이용한 고추잡채도 해보고 (첫 솜씨였지만 상당한 수준으로 성공했습니다. 스스로가 자랑스러웠습니다. *^^*) 다시 이마트에 가서 샐러드 꺼리랑 기타등등 장을 보고 예정은 점심때쯤이면 일을 모두 마치고 오후엔 개인 볼일을 본다였는데 얼추 정리를 하고나니 오후 5시. 계획한 일들이 있었지만 자식들이 와서 같이 음식하고 수다떨고 그 모습만으로도 좋아하시는데 어쩌겠습니까? 부모님이 많이 외로우셨구나, 반성도 하고. 제가 전날 우리 보육노조 합니다, 말씀드렸더니 예상대로 걱정을 많이 하셔서 (몇십년을 조선일보만이 제대로 된 신문이라고 믿고 계신 분들이 생각하는 노동조합이란 대충 짐작이 되시지요?) 거기에 대한 보충도 필요했구요. 좌우지간 음식만들기와 설겆이를 하루종일 하고나서 몸은 지치는데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동기간에 이벤트 하나없이 보내기엔 섭섭하더군요. 그래서 동생들과 함께 집 근처에 있는 보드게임 카페에 갔습니다. 가장 젊은(?) 동생 한명만 보드게임카페에 가 본 경험이 있고 모두 처음이었습니다. 재미있더군요. 흐흐 게임이름은 잊어버렸지만 2시간동안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마지막에 제가 제안해서 숫자패를 하나씩 쥐고 가장 작은 숫자를 가진 사람을 뿅망치로 때리는 게임을 했는데 진짜 오랫만에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전 역시 단순하고 유치한 게임이 체질에 맞는 듯. 그리고 근처 맥주집에서 맥주 한잔씩 하고. 오늘 아침에 밥먹고 다시 각자 갈길로 떠났습니다. 아마도 연말에 둘째 동생 생일이나 되야 다시 다같이 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래서 명절휴가는 길어야 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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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우당, 플랭카드를 내려라.

오늘 여의도에서 차별철폐대행진 마무리 행사를 마치고 열린우리당사앞에서 진행된 파견법 개악 저지 농성단 지지 집회에 참석하였다. 5~60여명의 비정규직노동자와 노동단체 활동가들이 모여 2시간정도 집회를 진행하였다. 열린우리당 의장실을 점거하고 4일째 파견법 개악저지를 위해 농성 중인 15명의 농성단을 지지하기 위해 진행된 집회였다. 사실 평소같으면 이런 일이 있는지도 잘 모르고 지나갔을텐데 철폐연대에 가입한 덕택에 일이 생기면 시시때때로 휴대폰 문자메세지로 상황이 날라오고 집회참석을 요청하는 메세지가 오는 통에 한번은 참석해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오늘 시간이 나서 간 것이다. 이번에 국회에 제출된 파견법은 말이 좋아 비정규직 차별 개선이지 사실상 전 노동자의 비정규직화를 가져올 수 있는 악법이다. 내용인즉, 여태까지는 파견직으로 채용할 수 있는 업종을 제한해서 그나마 정규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직업이 제법 되었는데 3년 연속 계약을 갱신하여 근무한 노동자는 함부로 해고할 수 없다는 알량한 조항 하나 던져 놓고 파견업무가 가능한 직종을 사실상 거의 전업종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대체 어떤 머리나쁘고 인심좋은 자본가가 이런 법 안에서 3년씩 노동자를 고용하겠는가? 이건 그냥 모든 노동자를 2년짜리 단기고용상태로 몰아넣으려는 수작이다. 나도 열받는데 현장 노동자들은 오죽할까? 그런데 명색히 집권여당의 의장실을 4일이나 점거하고 단식까지 하는 이 상황에 대해 언론은 그동안 단 한줄의 기사도 쓰지 않았다. 하긴 그런 기사를 제대로 쓴다면 한국언론이 아니지. 좌우지간 집회를 하는 내내 내 눈에 띄인것은 열린우리당사 건물에 커다랗게 붙어 있는 플랭카드였다. "국민의 소리를 하늘의 소리로 듣겠습니다." 아이구, 행여나.. 아니, 저들의 국민은 우리는 아닌게지 천만 노동자는 국민도 아닌게지. 노동자가 분신을 하든 말든, 손배가압류로 밥을 굶든 말든, 고용불안에 떨든 말든 그래서 부당한 업무지시나 자본가의 온갖 모욕에도 침묵하도록 굴종을 당하든 말든 아무 상관이 없는게지. 그저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드는 것이 자기 과제일 뿐이지 저들의 국민은 사업주, 자본가, 가진 자들 뿐인 게지 어제 울산에 갔다. 하루 12시간 일하고 월 65만원받는 민간보육교사들과 이야기를 하고왔다. 영등포 청과물시장 한귀퉁이 차지하고 마치 평범한 서민속에 살고 있는 것처럼 꾸미지만 50명의 노동자들을 200명의 전경으로 둘러쌀 만큼 자기 본질을 알고 있는 게지. 사실은 자신들이 노동자의 적이라는 것을. 열우당, 가증스런 플랭카드를 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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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노동자의 퍼포먼스

9월 14일 차별없는 세상 만들기 걷기 대행진에 참여하고 여성 차별을 주제로 집회를 하는데 우리 팀이 준비해 간 것은 <돌봄이 사라진 자리> 라는 내용의 그림동화였다. 우리가, 보육노동자가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준비하자고 한것인데 드린 공에 비하면 전달 효과는 글쎄?? 그림 그리고 색칠하고 고생한 걸 생각하면.. 개사곡 하나 가지고도 히트친 다른 팀을 보면서 담부터는 좀더 쉬운 방법으로 해야지 굳세게 맘 먹었다. 그리고 그 고생한 그림 사진이미지로 좀 올리려는데 잘 안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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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때문에..

처음 블러그라는 걸 만들고 이 블러그에 이름을 만들어주려고 생각했을 때만 해도 에~ 또, 일에 대한 넘치는 의욕을 주체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 거창하게 써놓은 이름이 - 보육노동자의 힘찬 투쟁 - 발목을 잡는다.-_- 물론 앞으로도 보육노동자의 삶과 투쟁을 적어나갈 계획이지만 왠지 내가 써 놓고도 이 이름때문에 아무 글이나 쓰기가 어렵네. 누구 누구처럼 게시판 하나만 투쟁적이고(?) 선동적(?)이고 정치적(?)으로 만들어 놓고 나머지는 편안한 글 올릴 수 있게 블러그 이름을 지을 것을.. 쯔쯔쯔 하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이 블러그는 내 무딘 감성과 게으름에 대한 자극이기도 하다. 내 블러그지만 들어 올때마다 부담감이 팍팍 느껴진다. 이런.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차피... 내 블러그잖아? 누가 뭐라겠나? 내 맘대로 쓰는거지.. ㅎㅎㅎ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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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로 나온 인어공주

인어공주를 보았다. 기억도 못할 먼먼 옛날에는 눈이 부시게 푸른 바다 속을 유연하게 가르며 헤엄쳤을 그 인어공주를 한때는 공주였던 그이를 보았다. 이제는 육지에 올라와 살아온 모든 방식과는 전혀 모습으로 가끔씩 목욕탕 물속에서 어설픈 자맥질 하고 시덥잖은 세상을 향해 퇴!퇴! 가래침도 뱉고 숨통을 조여오는 생존의 굴레를 향해 - 결코 깨어질 것 같지 않은 창살을 향해 목이 터져라 욕도 퍼붓는 한때는 갈래머리 수줍게 웃던, 분명 공주였을, 분명 바다와 가장 잘 어울렸을 그이를 보았다. 누구에게나 삶은 그리 만만하지 않겠지만 그래서 살아야한다는 절박함으로 한때 가졌던 소중한 것들을 하나 둘씩 내다버릴 때조차도 ..설레임, 기대, 희망, 숨 죽여 눈으로 쫓아 사라질때까지 보고싶은 애틋한 사랑... 무엇을 버리고 있는지 한번 돌아볼 여유없었겠지만 그래도 어느 날 문득 아직은 남은 것이 한개쯤 있다는 걸 깨닫고 혼자 피식 웃을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네 삶의 고단함 잊게 하는 그리운 추억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지. 영화 "인어공주"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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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운동의 전망에 대한 단상

70년대 경제성장의 그늘, 거기에 여성노동자들이 있었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증가하던 그 시절, 그러나 자아실현이니 사회활동이니 하는 포장은 그녀들에겐 사치였다. 먹고 살기 위해 일터로 나가야 했던 이들 여성노동자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저임금에 시달리고 출산, 육아라는 또 다른 짐까지 져야했다. 이른 아침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고 출근 준비를 하면서 아이들을 따로 돌봐 줄 사람이 없어 긴 하루해를 보낼 먹을거리 장만해 놓고, 행여 길거리로 나가면 유괴 되지 않을까 사고 나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문을 꼭 잠그고 일터로 향했던 여성 노동자들. 그렇게 남겨진 아이들을 위해 탁아소 운동이 시작되었다. 80년대 공단과 빈곤지역에서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탁아소들은 가난한 아이들도, 노동자의 자식들도 건강하게, 즐겁게, 생활하고 배울 권리가 있다는 신념으로 뭉친 탁아활동가들의 열정의 산물이었다. 그것이 보육운동의 시작이다. 부모에게는 일할 권리를, 아이들에겐 보호받을 권리를! 영유아보육법 제정이후 수많은 어린이집이 만들어지고 보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갈수록 높아갔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 융자, 시설 설치기준 완화 등 보육시설 확충 3개년 계획을 발표한다. 이 시기 1년에 천 개 이상의 어린이집이 새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IMF 가 터지면서 융자를 받아 운영하던 많은 어린이집이 도산하고 보육료를 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나와 다시 거리로 떠돌고 정원 감소로 인한 보육교사들의 정리해고가 진행되었다. 또 시설들은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정원초과, 부실 급식 등을 자행하여 보육의 질은 갈수록 나빠지기 시작했다. 이에 1999년, 보육교사가 바로 서야 보육이 바로 설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한국보육교사회에서는 현장 보육교사로 구성된 교사정책단을 구성하였다. 아이들과 가장 가까운 위치였던 보육교사의 눈으로 보육의 문제를 분석하고 논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2000년대 나타난 출산율의 급감은 보육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하였고 언론과 정치권은 보육문제에 예전보다 더욱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관심의 어느 부분에도 20여년 현장을 지켜온 보육교사들의 헌신과 희생은 포함되지 못하였다. 이제 보육교사 대중이 스스로 자신들의 자주적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오랫동안 안으로 곪아들어 이제 숨길 수 없는 악취가 진동하는 온갖 시설 비리, 횡령, 부실한 급간식 등 보육시설내부의 문제에 대해 보육교사들이 의연히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하였다. 해고의 위협을 무릅쓰고 시설장과 싸우고,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보육교사들이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보육운동은 누가 대신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노력하는 보육교사로부터 시작된다는 의식과 자각이 보육교사 내부로부터 자라나고 있다. 또한 자신의 일이 더 이상 의미 없는 희생이 아니라 당당한 노동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보육노동자의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깨달음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직은 비록 소수이지만 전국보육노조가 보육운동의 새 길을 열어갈 희망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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