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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 기억 하나.

오래전이다. 대학 졸업반때. 친구 오빠의 소개로 만난 누군가와 두 달째 만남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3월도 막바지에 당시 인기있었던 영화 "사랑과 영혼"을 보고 나오는데 (대충 이정도면 어느 정도의 분위기가 흘렀을지 짐작이 될테지만 ^^*) 눈이 펑펑 쏟아지는게 아닌가. 유난히 눈이 잦은 금년에야 3월에 오는 눈이 더이상 신기하기는커녕 자연을 오염시킨 인간의 폭력에 대한 하늘의 징벌일까 걱정스럽지만 그 해 3월의 눈은 신기하고 느닷없이 주어진 선물처럼 들뜬 기분을 만들어주었다. 갑자기 오늘, 대설주의보를 떠드는 뉴스를 보면 그때 생각이 났다. 그때 나는 빈민지역 탁아소에 출근한지 얼마되지 않아 머리속엔 온통 아이들에 대한 생각밖에 없이 생활하던 시기였지만 사람의 감정을 기막히게 잡아내는 헐리우드산 신파영화를 보고 나온데다 하늘에서는 눈이 쏟아지지, 옆에는 남자친구가 있지, 잠시 아이들 생각을 잊을 만도 하지 않는가? 양희은의 노래를 들으며 차에 앉아 눈 오는 서울거리를 천천히 달리면서 잠시 세상과 분리된 듯한 느낌에 '오싹' 했다. 그리고, 그 잠깐의 감상이 지나고 나자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나? 밀려드는 상념을 주체할 수 없어 결국 혼자서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내가 돌보는 아이들, 이천원짜리 운동화를 선물로 받고 1주일동안 가슴에 끌어앉고 잠을 자던 아이들 그 아이들의 삶 속에서 나는 어떤 존재인지? 어떤 존재이고 싶은지? 정답도 없이 계속되던 질문을 던지며 그렇게 스물몇살의 젊음이 지나갔다. 아직도 나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살고 있는 것 같다. 잠깐의 연애는 가물거리는 기억으로, 추억으로만 남았지만 혼자 집으로 돌아오게 만든 질문들은 여전히 생생하게 내 삶에서 계속 되고 있다. 나이를 더 먹으면 알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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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닮고 싶은 사람.

살다보면 가끔씩 닮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내가 갖지 못한 장점들을 가지고 가끔씩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그이들의 모습에서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참 많다는 걸 느낀다. 보육노조의 조합원이자 보육교사회 사무국장으로 일하는 그이. 이번에 사무실을 새로 이전하면서(서대문역1번 출구/충정로역 8번출구) 바뀐 주소와 전화번호 등을 회원들에게 이메일로 쫙 뿌릴때만 해도 흠, 우리도 빨리 해야되겠구나 하는 생각만 했다. 그런데.. 오늘 보육노조 서울지부 일꾼 회의가 사무실에서 있었다. 이사 온 후 처음으로 조합간부들이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는거라 지하철역에서부터 길 묻는 전화가 계속이다. 그러면서 다들 한마디 한다. '주소랑, 전화번호만 공지하면 어떻게 길을 찾아오냐? 교사회 게시판에는 길 안내가 자세하게 나와 있더라. 그걸보고 찾아왔다.' 교사회 게시판에 몇번 출구를 나온 후에 골목을 어디에서 꺾는지 이정표로 무엇이 있는지 일일이 찾아오는 길 설명을 해 놓은 그이. 게다가 나는 내가 주로 타는 5호선에서 오는 길만 확인했는데 2호선에서 오는 길도 미리 확인해서 사람들에게 설명해준다. (길이 조금 다르다.) 작은 일 같지만 사실 찾아오는 사람의 입장에서 세심하게 생각하고 배려하지 않으면 이런 작업 하기 쉽지 않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일도 꼼꼼이 챙기고 무엇보다 (찾아오는) 사람을 중심으로 먼저 생각하는 그이. 오늘도 또 한 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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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부당해고 철회싸움을 해서 복귀시킨 조합원이 오늘 이야기 한다. "그만두고 집에 갈래요. 좋은 경험했다 치고 스트레스 그만 받고 싶어요." '그래 너는 그만두는 걸로 스트레스 정리하겠지만 나는 니가 그만두면서 스트레스가 더 쌓인다.' 허망함을 속으로 삭이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누군들 좋아서 싸우랴. 누군들 기꺼이 싸움을 중단하랴. 살아온 세월과 그동안 받았던 교육이 그저 그렇게 사는 방법밖에 가르쳐주지 못했고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것도 어찌보면 장한 일이었지. 그래도 마음같아서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텨주었더라면.. 생각해보면 운동이랍시고 이리저리 뛰어다닌 세월이 제법 되어도 진정으로 대중과 함께 하는 운동은 이제야 처음인 까닭에 내 욕심껏 되지 않는 상황에 당황도 하고 허무해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내가 왜 이 일을 하는가? 다시 되묻는다. 대한민국 평균 수명의 절반을 이미 보낸 상황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해보겠다고 나섰을 때부터 계속 되는 나의 고민. "내 활동과 선택의 정당성을 무엇으로 보여줄 것인가?"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나의 생각과 대응이 달라짐을 느낀다. 예전보다 시간이 부족한 듯한데 더 많이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역사를 움직이는 동력이 소수의 뛰어난 엘리트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다수, 실수도 하고 개기기고 하고 가끔은 뒤쳐지는 듯이 보여도 한발 또 한발 꾸준히 움직이는 발걸음으로 역사의 진보가 온다는 믿음이 없다면 어찌 이 일을 할까? 앞으로 내가 경험할 무수히 많은 실망과 허망함, 그리고 그 안에서 찾아내야 할 희망의 싹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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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쁠때는 꼭 한꺼번에 일이 터진다.

진짜.. 이번주 해고조합원 복직투쟁- 보육노조로서는 첫 공식 투쟁이기에 서툰 솜씨로 근거자료 준비하고 교섭에, 공문, 매일 매일의 대책회의, 게다가 출근투쟁하는 조합원 격려까지 실시간으로(문자메세지로) 진행하다보니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 지도 모르겠는데 금요일 사무실 이사 준비로 더욱 마음은 바쁘고 게다가 이사 다음날인 토요일에는 첫 대의원회가 버티고 있다!!! 이 와중에 국회에서 열우당과 한나라당이 손 잡고 비정규직개악법을 통과시키려고 한단다. 언젠가는 이것들 둘이 손잡고 노동자들 엿먹일 줄 알고는 있었지만 미운 것들은 무얼해도 미운 짓만 골라한다고 이 바쁜 일정속에서 터진 일이라 더 화가 난다. 원래 내일은 사무실 이사짐을 싸고 대의원회 자료준비만으로도 24시간이 모자랄판인데 조합원들에게 상황전달하고 사람들 조직해서 집회 참석까지.. 이러니 살이 빠질 수밖에. 지난 2주 사이 다시 2킬로가 빠졌다. 노조가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한달새 4킬로가 빠졌다. 무거운 몸이 가벼워지는거야 바람직하다만 마음까지 가벼워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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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싸움.

휴가란 역시 일을 하기 위해 다녀오는 것이다. 생전 없던 열흘간의 긴 휴가를 보내고 사무실에 돌아오니 정신없이 밀린 일들이 아우성을 친다. 축령산에서 하산하여 속세로 돌아와서 첫날 하루종일 중앙운영위 회의준비로 분주한데 얼마전 가입한 조합원 한명이 해고 당하게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한양대학교 사회교육원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근무하던 이 보육교사는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았고 처음 채용 당시 근로기간에 대해 어떤 언질도 없는 상황에서 1년만 인턴으로 일하면 정교사를 시켜주겠다는 구두 약속만을 믿고 일해왔는데 1년을 채 채우기도 전에(사실은 불과 며칠 남겨둔 상황에서) 느닷없이 사직을 강요당한 것이다. 옛 약속은 관리자들의 머리속에서 사라져버렸고 하루 9시간 이상 일했던 이 보육노동자가 받은 월급은 고작 64만8천원. 당직도, 차량운행도, 청소도 정교사와 같이 일했는데 단지 인턴이라는 이름으로(그것도 1년간이나) 다른교사의 70%정도밖에 안되는 월급을 받으며 어린이집 안에서 소외감을 참으며 일해 왔는데 이렇게 나가라니.. 억울해서 이대로는 못 있겠다고 노조를 찾아 온 선생님과 서울지부에 모든 간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주말내내 대책회의를 하면서 그렇게 첫 싸움을 준비했다. 아니 이것은 모든 보육노조 조합원들에게 첫 싸움이었다. 월요일 사무처 식구들과 월차를 낸 서울지부장과 출근투쟁을 시작한 선생님과 함께 어린이집을 찾아가면서 아, 우리가 노동조합이 맞구나 실감을 했다. 보육현장에서는 단 한번도 없었던 일. 최저임금을 위반하고도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원장들과 이제 싸움을 시작한다. 보육현장에 끝도 없이 퍼져나가는 아르바이트, 보조, 인턴 등등의 이름으로 양산되는 비정규직 보육노동자들과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보육노동자들의 삶을 하나씩 하나씩 바꿔나가는 그런 첫 싸움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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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자 한다면 죽을 것이요..

어찌 어찌 해서 휴가가 오늘부터 시작되었다. 19일까지 제대로 쉬어보려는 계획은 중앙운영위 회의가 변경되면서 꿈으로 사라졌고 결국 모자란 휴가 중 하루를 오늘부터 채우기로 했다. 사실, 이번 주 내내 뉴스를 보면서 이런 시기에 휴가를 간다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뭐, 대단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그저 고민이라도 함께해야 될 것 같은 강박증이 있었다. 오늘 집에서 빨래를 하면서 내내 울리는 전화통을 붙잡고 이런 저런 상담을 하면서 내가 무엇을 위해 여기에 서있는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민주노총 대의원회 소위 폭력사태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 사람들이 없지만 노동조합 설립이 이제 겨우 한달째인 입장에서 이러니 저리니 이야기 하는 것도 계면쩍고 다만, 단상을 점거한 동지들 중에 비정규직노조에서 일하는 동지의 모습을 보고 드는 생각이 2년전인가? 철거싸움이 있었는데 한 겨울에 철거가 들어오자 거의 폐허가 된 건물 옥상에서 신나며 휘발유 통을 들고 싸웠던 철거민들이 생각났다. 그때 모든 언론에서는 철거반에 맞서 싸우는 그이들의 모습에 대해 폭력사태라 우려된다는 것보다 저러다 사람이 다치지 않을까? 하며 한겨울에 집에서 내쫓는 정부 정책에 대한 쓴소리가 많았던 걸로 기억된다. 민주노총 대의원회에서 단상을 점거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심정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내게는 그때 그 철거민과 마찬가지로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짐작 뿐. 다만 그것을 저지하고 문제삼는 것이 함께 노동운동을 해왔던 내 옆의 그 사람들이라는 점이 다를 뿐. 폭력을 옹호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리고 정당방위로 분류되는 폭력도 그 한계가 어디인지 심히 고민이 되지만 전후좌우 사정 거두절미 하고 오로지 한 방향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평가하는 사람들에 대해 묻고 싶다. 만약 당신이 오늘일지 내일일지 모를 해고를 일상처럼 느끼고 살아간다면, 그런 불안한 일상을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용하려는 비정규직법안이 국회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다면, 그런데도 사회적 교섭을 통해 정부와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누군가 주장한다면, 그 사회적교섭이라는 것이 정리해고와 파견의 허용을 가져온 것이라고 믿어진다면, 또다시 그것을 거론하거나 관철시키고자 하는 사람들 앞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하루 하루 목줄을 죄어오는 자본의 공세앞에서 오늘을 살고자 타협한다면 내일,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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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노동조합을 하는 이유..

 

그런 일이 있었다.

IMF때의 일이다.

갑자기 거리로 나앉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무엇보다 평생 직장일 줄 알았던 은행에서

몇천명씩 무더기 정리해고가 발생하던 그 시점이었다.


재산은 있으나(고생해서 마련한 집한칸) 수입이 없어서

보육료를 낼 수 없어 어린이집에서도

아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그만두던 그 시절.

어느 날 원장이 오더니 정원 감소로 인해 교사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구립(정부지원)어린이집이라 아동 수에 따라 인건비 지원이 나오는데

아이들이 줄어서 지원금도 교사 수보다 적게 나온다는 것이 이유였다.

다시 말하면 어린이집에서도 구조조정의 바람이 분 것이었다.


어느 누구 하나도 용돈 받으며 직장생활하는

그런 속 편한 사람들이 아니어서

어린이집에서 해고를 당하면

당장 생활을 걱정해야 하는 선생님들이 많았다.


아무도 나갈 수는 없는 상황에서

나가라고 등을 떠밀때 우리가 선택한 것은?

바로 모두가 사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근기법이고 뭐고 노조고 뭐고 그런 것을 몰랐던 사람들이지만

오로지 오래도록 함께 고생했던 동료들과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겠다는 마음으로

매일 아침마다 대책회의를 하면서 머리를 짰다.



 

[ 첫째, 지원 못받는 선생님들의 월급은

나머지 지원받는 교사의 월급에서 일정정도 떼서 지급하고

이 분들이 보조교사로 근무하도록 하며

아이들이 다시 들어와서 담임이 필요하게 되면 우선적으로 배치한다. ]


[ 둘째, 그게 안될 경우 한달씩 돌아가면서 무급휴가를 사용하고

아이들이 들어오면 우선 배치한다. ]


무엇보다 실직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가장 컸다.

또 많은 아이들을 한명의 교사가 담당하는 상황에서

(그래서 엄청난 노동강도를 감내해야 되는 상황에서)

월급을 다소 적게 받더라도 남는 교사를 추가인력으로 활용한다면

어린이집의 평판도 좋아지고 보육의 질도 좋아질테니

더 많은 아이들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설입장에서도 동일한 지출만 있을 뿐, 손해 볼 일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받아 들여 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대답은 "노!" 였다.

그때 원장이 했던 이야기는 계속 근무가 되면

나중에 퇴직금 부담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절망스러웠다.

100만원도 안되는 월급을 받는 보육교사들도 함께 살아보겠다고

스스로 손해를 감수하겠다고 나서는데 그걸 한칼에 짜르고

시설입장에서는 단 한푼도 손해 볼 수 없다는 태도를 보면서

무력감도 느꼈다.

그때 그만두었던 교사들은 보육쪽은 고개도 돌리기 싫다고 했고

남은 교사들은 미안함으로 근 몇년을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요즘도 이런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대개 신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아이들 수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데

(물론 3월이 되면 다시 아이들은 늘어난다.)

그 한두달 인건비를 아끼자고 교사를 해고하기도 하고..


아이들 한두명 줄었다고 정원초과해서 합반 시키고 남은 교사는 해고하고..


국공립조차 고용안정이나 신분보장이 안되는데 민간은 오죽 하겠나?

병설유치원은 대기발령이라도 내지..


이렇게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해고,

아이들 수에 따라 파리목숨인 보육교사들.

 

이 경험을 결코 잊을 수 없었기에

노동조합을 만들고 거기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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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기 위하여

 

단체 상근 5년만에 휴가를 얻는다.

일은 보육교사회에서 했는데 휴가는 보육노조에서 얻어서 간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노조는 05년도에 출범하기로 되어 있었고

나는 노조 일을 시작하기 전에 보육교사회에서 한달간 안식 휴가를 받을 참이었다.

그런데 예정보다 노조 출범이 앞당겨졌고

교사회 대표임기도 다 채우지 못하고 사퇴한 후 노조로 자리를 옮겼다.

작년부터 휴가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던 터라

한달 간의 휴가를 손꼽아 기다렸건만

같은 사람, 같은 사무실을 쓴다 해도 엄연히 서로 다른 조직인데

5년 일했으니 휴가 갈래요~ 하는 말이 차마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다시 5년의 기나긴 여정을 생각해보니

(물론 5년 이후에도 일은 계속하고 있겠지만 *^^*)

이번에 쉬지 못하면 도무지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특히 작년에는 몸이 아파 하루, 이틀 쉰 것 말고는

휴일도 휴가도 없이 일했던 터라 더욱 그랬다.

결국 위원장에게 개겼다. 이번에 휴가 안주면 일 못해!!

이렇게 얻어낸 휴가가 1주일.

설연휴와 연결해보니 얼추 열흘이상 휴가가 가능해서

내친김에 제대로 쉬어보자, 자연휴양림에 무려 12박 13일을 예약했다.

장소가 어딘지는 절대로 가르쳐주지 말아야지..

전화도 꺼놔야지.

매일 산에 오르고 책도 보고 잠도 자고 해야지..


그리고 다시 돌아와 또 열심히 해야지.


준비물 목록>

쌀, 잡곡, 포장김치, 감자, 양파, 당근, 오이, 라면, 식빵, 구운 김, 참치캔, 햄, 카레가루,

설탕, 소금, 된장, 고추장, 간장, 식용유, 깐 마늘, 파, 국물내기용 멸치, 마른미역, 미역줄기, 쌈다시마, 달걀, 마요네즈, 케찹, 치즈, 허브차 티백, 칫솔, 치약, 비누, 수건, 샴푸, 속옷, 양말, 츄리닝, 빗, 로숀, 비상약(소화제, 대일밴드, 진통제, 연고), 휴지, 노동법 해설집, 공책, 필기구, 디카(동생것 빌려서), 노동조합 활동(민주노총 자료집).. 또 뭘 가져가야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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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마음은 다 같다.

한국사회에서 참 쉽지 않은 일을 하고 사는 분들이 있다.

아이를 입양하고 그것을 공개하고 당당하게 입양아와 입양부모로 살아가는 이들.

자식하나 키우는 일이 보통이 아닌데

불임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어서 입양하신 분들도 계시지만

자기 아이들도 있는데 더 데려다가 키우는 분들도 있고

대부분 간난아이 입양을 선호하는데(입양을 밝히지 않으면서)

이미 다른 곳에서 파양당한 아이들을 자기 자식으로 기꺼이 품에 안는 분들.

(파양당한 아이들은 정서적인 문제가 겪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일반 입양아보다도 훨씬 많은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화요일에 계룡산 유스호스텔에서

한국입양홍보회가 주최하는 가족캠프에 갔다.

부모의 역할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보육현장에서 많은 아이들을 키우고 돌보았지만

정작 자식이라는 형태로, 같은 생활공간에서 아이를 키워 본 경험이 전혀없는 내가

이런 분들에게 부모로써의 자세와 역할에 대해

뭐라도 이야기한다는게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그저 내가 생각하는 아이란 어떤 존재인지를

함께 나누는 과정으로 족하다는 마음이었다. 

다행히 1시간 반 정도의 강의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이후 30분이상 열띤 질의응답으로 답해주었다.

 

그러면서 부모 마음은 다 똑 같구나.

아이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 힘들게 하면 속상한 마음,

그러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사랑.

그런데 아직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편견이 이분들을 참 힘들게 하고 있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분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모두 아이 담임선생님에게 입양에 대해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놓고 고민하고 계셨다.

알려서 좋았던 경험과 힘들었던 경험이 모두 존재하였지만

누구도 입양가정을 심상한 눈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아주 특별한 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반응 자체가 이분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었다.

또 드라마에서 아이를 버리고 버린 부모를 원망하고

입양사실을 충격으로 받아들여서 방황하고..

이런 내용이 나올때마다 너무 속상하다고 하신다.

 

보육노조에서 조합원들과 이 문제를 제대로 이야기 해서

입양가정들이 어린이집에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왔다.

아,

과제가 또 하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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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는 있지만

그대의 생각까지 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아이들 자신의 생각을 가졌으므로.

(중략)


그대는 아이와 같이 되려 애쓰되

아이들을 그대와 같이 만들려 애쓰지 말라.

왜냐하면 삶이란 결코 뒤로 돌아가지 않으며,

어제에 머물지도 않는 것이므로.


-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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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출범식이 끝났다.

누구말마따나 이벤트 좋아하는 보육교사들의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출범식.(지역별 결의의 시간에 같은 아이템은 단 한개도 없었다!

개사곡, 연주, 율동, 퍼포먼스...)

그러나 노동조합은 행사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정작 지금부터가 고민이다.

간헐적으로 들어오는 인터넷 가입자를 제외하고

아직 현장 조직화를 위한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지 못한 상태이다.

사실 2만여개로 전국에 산개한 어린이집을 일일 찾아다니자니

노력대비 효율성의 문제가 걸리고

보수교육이나 연수 등 보육교사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노조를 홍보하는것으로는

알릴 수는 있지만 가입으로 연결되는 것이 만만치 않다.

정서적 관계를 중시하는 이 분야 종사자들의 특성상

아는 사람이 있고 일정정도 관계형성이 진행되어야 가입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터넷으로 스스로 가입한 분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얼떨결에 가입했다가 다음날로 저 가입취소예요. 하는 분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정말 궁금하다.

그냥 가입하세요. 하고 가입서를 내미는지..

 

기업별 노조라면 매일 얼굴을 맞대는 사람들과

커피타임에라도 이야기를 해보겠지만

산별노조 현장조직화는 어떤식으로 되는 것인지.

사실은 누구에게도 답은 없는 것인지...

 

분명 한국의 노동조합운동의 역사가 아주 짧지만은 않은데도

우리같은 초보 노동조합을 위한 지침이나 연구물들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누구 좋은 자료있으면 소개 좀 해주시와요~)

 

그런게 딱 있었으면 좋겠다.

[ 노동조합 유형별 조직화 방안. 1단계, 2단계, 3단계

조직화과정에서 부딪히는 문제유형과 해결을 위한 사례.

노조 내 단위별 역할분담과 의사소통 체계.

상근자, 조합원, 대의원의 역할과 상호소통을 위한 시스템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특히 여성노동자의 조직화를 위한 전략과 활용가능한 이벤트.

여론만들기와 홍보전략 ]등등 이런게 하나로 정리되서

가이드 북으로 딱 나와주면 정말 좋겠다.

민주노총이나 연맹에서 가끔하는 교육들은 분야별로 너무 쪼개져 있는데

처음부터 선전, 교육, 정책, 조직 뭐 이렇게 다 만들어놓고 시작하는 노동조합이

얼마나 되겠는가?

차라리 왕초보 노동조합 만들기에 도전하다! 이런 교육이 있었으면 좋겠다.

 

뭐, 가이드 북이 아무리 잘 나와도 실천하지 않는 지식은 쓸모가 없는 법이지만.

 

어느 자본가는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고 했다지만

(정말 오만함의 극치다.)

노동자는 "실패는 있어도 포기는 없다." 는 마음으로 함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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