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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보다 말.

오늘 입양홍보회라는 곳에서 부탁한 강의원고를 쓰면서

역시 나는 글보다는 말에서 더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키우는 문제는 특히 정답이 없지만

그런 것에 비해 온갖 이론과 조언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순전히 보육교사, 아니 보육노동자로 일한 세월만큼

남보다 좀 많은 아이들을 키워봤다는 경험만이 유일한 무기인 내가

부모들을, 그것도 입양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강의할 원고를

쓰자니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냥 이야기로 풀어낸다면 쉬운 것을,

굳이 원고를 보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경험을 나눈다는 것은

그 사람의 진심이 담긴 어조와 표정과 뉘앙스를 통해 전달될때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이걸 글로 써놓으니 너도 알고 나도 아는

평범한 자녀 키우기 요령처럼 되어 버리는 것이다.

글쓰는 재주가 부족한 탓이겠지만

정책제안이나 회의록이 아닌 정서적 교감이 필요한 글을 써야 할때면

그저 글보다 말이 제일이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도 블러그를 하는 이유,

쓰다보면 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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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노조 상근활동가 모집

 

전국보육노동조합 상근 활동가 모집


전국보육노동조합(이하 보육노조)은

어린이집과 놀이방에 근무하는 8만여 보육노동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며

05년 1월 16일 노조 출범식을 앞에 두고 있습니다.

[ 인권보육 실현, 보육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 보육의 공공성 쟁취, 보육현장 개혁 ]을

목표로 보육노조와 함께 일할 상근활동가를 구합니다.

동지들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1) 모집분야 : 조직사업담당자 1명(노동운동 활동 유경험자 우대)

2) 제출서류 : 이력서, 자기소개서

3) 제출방법 : kcwu@chol.com / 전송 : 02-2275-8506

4) 모집기간 : 2005년 1월 10일~1월 30일

5) 문의 : 02-2268-3954

6) 상근활동가의 급여는 조합원인 보육노동자 평균임금수준으로 지급되며

앞으로 보육노조를 통해 성취해가는 모든 것을 함께 나눌 것입니다.


월급여 : 70만원( 4대 사회보험 가입) / 상여금 : 년 100%


** 서류전형 후 면접일자는 개별통고 함.


민주노총 공공연맹 전국보육노동조합(홈페이지 : http://kcwu.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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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시작하자.

대학동기를 모이는 카페에 갔다가 누군가 올려놓은 시를 봤다.

마치 나를 위해 써놓은 것 같은 캐스트너의 시.

세상이 뜻 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더욱 기를 쓰고 계획을 세우고 그걸 실천하기 위해 애 태우고

그리고 평가하면서 좌절하고...

그러면서 점점 더 경직되어 가는 자신을 보게 된다.

새해에는 좀더 머리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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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 밤에

 

에리히 캐스트너

 

온갖 계획으로
일 년을 꽉 채우지 마십시오.
마치 병든 말에게 넘치는 짐을 싣듯이
너무 많은 부담을 지니게 되면
결국 무너지게 되어 있답니다

 

계획이 불어나면 불어날수록
행동하는 것은 더욱더 힘들어지지요.
노력하겠다고 다짐하겠지만
결국에는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된다구요!

 

부끄러워하는 건
아무런 소용이 없어요.
수천 가지의 계획을 세우는 것은
정말 아무런 소용이 없어요.
그것은 오히려 해가 된답니다.

 

계획을 버리세요!
그리고 그냥
시작해 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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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타고 떠난 택시운전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오늘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의문이 하나 들었다. 헐리우드 액션 영화를 보다보면 악당에게 쫒기든, 누명을 쓰고 쫓기든 좌우지간 다급하게 도망치는 주인공이 천지사방에 도움을 청할데도 없고 돈도 없어서 그냥 거리에 세워둔 차를 무작정 집어 타고 도망치는 장면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오늘 내가 본 영화에서는 쫓기는 주인공이 하필이면 영업뛰고 잠시 멈춰있는 택시를 집어 타고 도망을 치는데 문제는 택시운전사가 운전하는게 아니라 택시운전사는 밖으로 끄집어내고 자기가 직접 운전하면서 도망을 치는거다. 다른 때 같았으면 쫓고 쫒기는 레이싱 씬을 즐겼겠지만 주인공이 도망치면서 택시의 범퍼가 나가고 옆면이 긁히고 급기야 완전히 망가진 채로 버려지는 택시를 보면서 갑자기 저럴 경우 저 택시운전사는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받는다면 누구에게 받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 택시를 타고 간 사람이 공무 수행 중인 경찰이나 뭐 그런 사람이라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라도 할테지만 그리고 진짜 범죄자라면 그런 범죄자를 활개치게 내버려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내보겠지만 문제는 이 영화의 주인공은 그 어디에도 해당이 안되는거다. 그는 기억상실에 걸린 전직 특수요원이고 그의 존재는 국가기밀이며 그가 속해있던 비밀요원팀은 이미 해체되었고 심지어 그는 러시아 범죄자에게 쫓기고 있었던 것이다. (이쯤하면 이 영화가 무엇인지 짐작이 가시는지?) 택시를 주인공에게 탈취당한 그 사람이 개인사업자라면 보험이라도 들었을텐데, 만약 그가 택시회사에 고용된 노동자라면 그리고 그날 하루 영업 못한 것과 택시를 도난당한 것과 기타 등등의 이유로 해고라도 당한다면 그는 도대체 누구에게 호소하고 손해배상을 받아야 하나? 영화내내 그 택시운전사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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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한다면 잠시 기다리자.

한달동안 술을 안마시겠다고 선언하고 열흘이 지났다. 1년가야 몇번 안마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체질적으로 못 마시는 분들은 일단 논외!) 유난히 모임이 많은 연말을 택해 술을 안마시겠다고 결심한 것이 스스로 대견할 뿐이다. 왜냐하면 우리 아버지 말을 빌리면 내 사주에 '술'이 들어 있을 정도로 나는 '술'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내게 충고하시길 "너는 술을 지고는 못가고 먹고는 가는 사람이니 조심, 또 조심하거라~")


뭐 여러가지 이유를 대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나는 일단 '술'이 좋다. 물론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술자리는 더욱 즐겁지만 그것이 아니어도 '술'을 마시는 일은 나에겐 일종의 휴식이다. 지루한 것, 반복되는 일을 싫어하기에 술도 가능한 다양한 종류를 맛보기를 좋아한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나의 경제적 상황과 입맛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술을 발견하였는데 대한민국 국민술인 "소주"가 그것이다. 문제는 이놈의 술은 정말 만원짜리 한장만 있어도 어디서나 일단 자리를 펼 수 있는 까닭에(요즘 안주값이 장난 아니어서 일반적인 술집은 만원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것 같다.) 술을 먹는 횟수와 양이 점점 늘어나는 거다. 그러다보면 남들이 20대 초반에나 저질렀을법 한 무용담이 이 나이에도 생기고..... 무용담이 계속되다보면 어느새 망신담으로 전개될 위험도 커진다.-_-; 거기까지 가기전에 자신을 얼마나 컨트롤 할 수 있는지 시험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만이 아니라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도 그런 것 같다. 좋다고 너무 매달리면 언젠가는 서로에게 상처만 남는다. 적당히 간격을 두고 뜨거웠다고 잠시 숨도 돌렸다가 은근히 쳐다보다가.. 그래야 오래가지, 지나치게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면 조금만 안보여도 조금만 다른데 관심을 돌려도 '왜 나를 안봐주나?' 원망이 솔솔 피어오르고 그러면 관계는 끝나기 마련이다. 일도 그런 것 같다. 물론 지구력이 강한 사람이라면 오래도록 마냥 열심히 일할 수도 있겠지만 나같은 범인이야 어디 그런가? 신이 나서 시작했던 일도 하다보면 지치고 힘든 순간도 오고, 내가 좋아라 일한만큼 성과가 안나오면 실망하고 자책하고.. 그럴땐 잠시 한 호흡 가다듬는 쉼이 필요하다. 정신없이 달리다 제때 멈추지 못해 지쳐 주저앉는 쉼이 아니라 더욱 힘차게 달리기 위한 그런 쉼이 있었으면 좋겠다. 좋아한다고 좋아하는 양대로 마시다가 술도 나도 원망하게 되기전에 잠시 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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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글을 트랙백 하는 게 좀 웃기지만...

* 이 글은 푸른 솔님의 [건강 불평등1.] 에 관련된 글입니다. 



 

오늘 경제학자와 보육의 공공성 문제에 대해 설전을 벌였지요.

"성장과 효율"은 결코 "분배와 형평"과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하더군요.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을 일부 이야기 해주었더니

그 문제는 경제학으로 대답할 수 없겠는데요 하더군요.

이야기 할 수 없다면 다른 대안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경제학자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시장경제에 대한 이들의 신념이 너무나 확고해서 다른 시스템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상상력은 전혀 생기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왜? '경제학'만으로 또는 '시장경제'로 이야기 할 수 없는 문제까지

경제논리를 들이대는 걸까요?

 

동구권 몰락이후 불완전하지만

자본에 의한 시장경제만이 유일한 현실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네요.

인간의 역사에서 유일한 것이 진정으로 존재하는지.

지금 현실이 그렇다고 해서 그것에 수긍해야 하는 건지.

'변화'란 울타리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고 믿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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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불평등1.

서점에서 발견하고 재미있을 것 같아 샀는데 읽지는 못하고 계속 책꽂이 꽂혀 있는 책들이 한 다스도 더 된다.-_-;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책. < 건강불평등, 사회는 어떻게 죽이는가? > 라는 다소 무시무시한 제목의 책이다. 리처드 G. 윌킨슨 이라는 영국사람이 쓴 책인데 "가장 건강한 사회는 가장 부자나라가 아니라 부자와 빈자의 소득격차가 가장 낮은 나라이다." 라는 걸 주장하기 위해 쓴 책이다. 단순히 주장이 아니라 20년동안 유럽(동유럽을 포함하여)과 일본, 미국의 사례를 연구하고 자료를 수집하여 이런 결론에 도달한 것인데 이 작업은 저자를 포함하여 여러 연구자들의 연구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질병이나 사망율이 개인의 자기관리부족이 아니라 사회현상과 사회적 관계, 특히 불평등의 문제에 원인이 있다는 주장이 흥미롭다. 주요 내용은 읽어가면서 정리해 보겠지만 오늘은 서론에서 제기하고 있는 몇가지 흥미로운 주장들을 소개한다. * 불평등의 결과 - 사회구조를 약화시키고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범죄율과 폭력을 증가시킨다. * 불평등 심화의 결과 - 사회 전체의 복지를 축소시키는 심리적인 부담을 강요한다. * 사회심리적 질 - 선진국에서(기본적인 인간 생존을 위한 물질적 생산력이 어느정도 확보된 나라안에서) 질병형태는 물질생활 수준의 결과가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과 스트레스를 강화시키는 불평등한 사회구조에 기인한다. * 사회심리적 질의 토대 -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질적 평등은 사회심리적 질을 결정하는 토대이다. ** 소득격차가 적은 나라일수록, 개인주의적 경쟁력을 중시하기 보다는 사회응집력이 높은 나라일수록, 건강 불평등이 적다. *** 그리고 이런 불평등을 해소하는 평등지향 정책은 경제성장에 배치되지 않으며(복지예산을 축소하고자 하는 기획에예산처 직원들이 꼭 봐야 하는데.) 오히려 그 사회의 성장을 돕는다. 열심히 읽고 다음에 다시 한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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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모른다면 몸으로 알게 해야..

<연대>라는 단어가 있다.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말이지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 또한 입으로는 <연대>를 내뱉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내가 속한 조직의 일을 처리하고 고민하는 것만도 바쁘다는 핑계로 이 문제에 대해 별로 생각을 못한다.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연대>의 개념 이상의 것이 아직 내 머리에 들어와 있지 못한 것이다. 어제 정립회관에 다녀왔다. 지지방문이라는 이름을 걸고 다른 투쟁사업장을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생각해보면 대학 1학년때 청계피복노조에 학과에서 단체로 간 적은 있으나 뭘 알고 갔다기보다 일종의 신입생 코스 비슷한 것이어서 그냥 거기있는 활동가들과 재미있게 노동가요 배우기를 했던 기억만 있다.) 그나마도 저녁회의가 있어서 도착하니 이미 잠자리에 들 시간.(밤 11시) 뭐 농성장에 있는 분들과 간단하게 인사하고 잠깐 이야기 나누다가 잠자리 준비하고.. 그리고 나도 잤다.


일어나서 중증장애인동지의 세면을 도와주고 잠자리 정리하고 조회하고 그리고 끝. 다시 사무실로 출근. 사실 나름대로 의미부여를 하기는 했지만 이게 뭐 <연대>인지 뭔지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고 다만 누군가를 도와 세수를 시키고 무엇을 먹여준다는 행위 자체가 나를 매우 기쁘게 했는데 어린이집 현장을 떠나 5년동안 그런 일을 전혀 해보지 못한 탓이었다. 아이들을 돌볼때는 하루에도 몇차례씩 씻기고 먹이고.. 그 행위가 주는 가장 큰 기쁨은 사람의 체온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데 있다. (한번의 세면을 아이들 돌보는 것과 비교하다니... 그러나 정녕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장애인동지들을 모욕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늘 내가 기뻤던 것은 아,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이런거였지. 하는 잊고 있었던 바로 그 느낌을 생생히 되살려 주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연대란 그런 것이 아닐까? 나의 손과 피부와 몸으로 느껴지는 생명의 박동.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것. 그 도움을 줌으로써 나도 기쁜 것. 아직 머리가 모른다면 몸으로라도 느끼게 해야 한다. 작은 행위가 쌓여가면서 누군가와 함께 하는 즐거움과 생동감이 차곡차곡 쌓이다가 어느 날 머리끝까지 차오르면 아! 하고 깨닫게 되는 날이 오겠지. <연대> <동지애> <단결> 이런 아름다운 말의 진정한 의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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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보내며.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조직적으로도 그렇고

연초에 어머니가 고협압으로 쓰러진 후

부모님도 역시 세월을 비켜가지는 않는구나 새삼 느끼고

대학원 마지막 학기를 포기하면서

나에게 학력이란, 공부란 어떤 의미여야 하는가 생각해 보는 시간도 가지고 

보육교사회에서는 드디어 보육노조를 만들고

나이 마흔이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셀럼, 기대와 걱정이 모두 들고..

 

머리로만 알았던 세상을

몸으로 느껴볼 기회를 가진다는 건 내 인생의 행운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예전같지 않은 체력과 나이먹음으로 오는 삶에 대한 책임은 갈수록 만만하지가 않다.

 

친구들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에게 " 고생많지? 힘 내라! 한해동안 수고했다."  격려도 하고

아니, 그저 반가운 얼굴보고 숨이라도 돌려보면 좋겠구만

시간은 항상 부족할 따름이다.

 

 

모든 선거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구는 '새로움'이다.

늘, 뭔가를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은 그전과는 다르리라는 약속을 한다.

어찌보면 이건 우리 역사의 불행한 면일 수도 있다.

지나간 역사와 활동을 부정하고

다른 사람의 업적에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것이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라니...

우리가 온전히 믿음직한 역사와 사람을 갖지 못한 탓일 수도 있으나

그 안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음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성과와 한계, 과제는 늘 하나일 수밖에 없고

냉정한 평가가 의미있는 것은

수정을 통해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자기약속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면에서 과거에 대한 집착이 새로운 길을 가는데 발목을 잡기도 한다.

특히 그것이 자기의 청춘의 증거였을 때는 더욱 그렇다.

 

계승과 발전, 한계극복, 혁신.. 언제나 듣는 말이지만 언제나 어렵다.

 

매년 연말이면 지난 일년을 돌아보며 평가회의를 한다.

사업의 목표와 방향은 무엇이었고

계획에 따라 진행한 것과 못한 것은 무엇이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 어떤 결과가 나타났는지?

그 결과는 사업의 목표에 부합하는 것이었는지 평가를 진행한다.

그리고 생각해본다.

나의 인생에서 이번 한해의 목표는 무엇이었는지? 어떤 성과와 과제를 남겼는지.

나에게 맡겨진 일을 성실히 수행하고 그걸 통해 세상과 동료들에게 조금쯤 도움이 되고자 했지만

성적표를 받아 든 아이처럼 걱정이다.

혹시, 더 할수 있었는데 쉽게 포기한 것은 없는지?

혹시, 그만했어야 했는데 과욕을 부린것은 없는지?

계획대로 되지 않은 많은 것들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이번 한해의 성적표가 내 남은 인생의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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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총력결의대회 참가기

오늘 민주노총 총력결의대회에 다녀왔다.


보육노조 준비위 결성식이후
요즘은 거의 매일처럼 공공연맹 명의의 각종 공문과 [긴급알림!]이
팩스를 통해 들어오고 있다.

'수도권 단위노조 상근간부들은 모두 참석!'
이렇게 쓰여있는데 안나갈 재간이 있나.
아, 보육교사들은 언제나 말을 너무 잘 듣는다.

좌우지간 분명히 공지게시판에는 연맹에서 집회 참석자들에게
점심을 준다고 해서 '추운데 바깥에서 도시락을 먹으려나?' 하고
걱정을 하면서 갔더니
"오전 집회를 마치겠습니다. 점심드신후에 다시 모여주십시오."
사회자의 안내멘트가 나가고 나자, 어라?
소리 소문없이 사람들이 흩어지네?

 

이거 참 아는 사람도 없고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나?
사실 물어보기도 좀 거시기 한게
뭐 의무금이라도 많이 내고 있어야 말이지.
좌우지간 그냥 같이 갔던 다른 상근자와 식사를 하고
자리에 돌아왔다.

 

 

이번엔 깃발이 말썽이다.
깃대로 가져간 것이 뭐가 잘못되었는지 영 펴지지를 않는다.
깃발이 커서 깃대가 높이 올라가야 제대로 들 수가 있는데
이놈의 낚시대가 제대로 펴지지를 않는거다.
집회는 시작되었고 사람들은 열을 맞춰 앉았는데
우리는 그 옆에서 한참을 끙끙거리며
깃대를 이리 만지고 저리 만지고..

 

그깐 깃발이 뭐 대수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보육노조 이름 걸고 참석하는,
그것도 처음으로 조직의 명을 받고 참석하는 집회인데
최소한 우리가 온 것을 알려야 하지 않겠나.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뉘신지 옆에서 보고 있던 한 남성동지가 나서더니
이리저리 손을 보는데..

아, 딱 고쳐지고 말았다. 만세!!
결국 깃발을 당당히 들고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역시 노동자의 동지애는.. *^^*
사소한 것에 감동받는 나.
오늘 집회내내 기억에 제일 남는 건
우리 깃대를 고쳐준 그 동지의 모습이다.

 

사무실에 업무가 밀려 끝까지 있지 못하고 들어왔지만
좌우지간 나는 오늘 민주노총 총력결의대회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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