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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프로젝트, "싸울수 없을 때는 도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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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얘기하자.
이 영화는 몇 년만에 볼 수 있는 걸작이다.
(물론 밑바닥 삶을 정면으로 다루는 사실주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다르덴 형제의 대표작인 ‘로제타’에 견주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조금 식상할 수 있지만 ‘로제타’보다 훨씬 발랄하고 에너지 넘친다)
그리고 미리 얘기하는데, 영화의 결론을 다 얘기할거니까 스포에 신경쓰인다면 읽지말길!


플로리다 디즈니월드 건너편 ‘매직 캐슬’에 사는
귀여운 6살 꼬마 ‘무니’와 친구들의
디즈니월드 보다 신나는 무지개 어드벤처!


이 영화를 홍보하는 문구다.
이렇게 써놓으면 장르를 오해할 수 있기는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화려한 디즈니월든 뒤쪽에는 싸구려 모텔에 장기투숙하면서 그날그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아이들도 있고.
그런 곳에 사는 아이들이라고 특별하지는 않다.
아주 밝고 순수하고 에너지 넘친다.
단지, 입이 만만치 않게 거칠고 행동도 그에 못지않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그 귀여운 애들이 거친 말과 행동을 하는 걸 보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 행동들이 너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정말 그런 동네 사는 애들을 섭외해서 찍은 것처럼.


그 순진무구한 아이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냐고?
어른들이 그렇게 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삶의 구렁텅이에서 발버둥치는 어른들처럼 질척거리지는 않는다.
왜냐면 여섯 살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아이들의 시각에서 그들이 살아가는 그곳의 삶을 보여준다.
그래서 ‘밝고 활기찬 사실주의영화’라는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밝고 활기찬 건 그 동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사는 모텔은 화사한 핑크색으로 페인트칠이 돼있다.
집안에는 빈대가 득실거만...
유명한 관광지인 그 동네의 자연도 아름답기는 매한가지다.
수시로 헬기가 동네를 돌아다니면 감시 아닌 감시를 하지만...
거대기업이 장사하는 하는 동네이기에 다른 빈민촌처럼 무기력하지도 않다.
저임금 노동과 앵벌이라는 현실만 감내한다면...


아이들은 참으로 거침없다.
그 동네를 종횡무진하면서 크고 작은 사건들을 수시로 일으킨다.
그게 그 아이들의 놀이였다.
어른들도 크게 혼내지 않는다.
적당한 방임과 무관심이 어른들에게도 편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시작하면서 깔깔거리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영화 내내 그렇게 행동한다.
그 넘치는 에너지가 그 또래 아이들 그대로다.
그래서 보는 사람이 조금 지치기는 하지만 그 밝은 에너지가 싫지는 않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만만한 놀이터가 아니다.
어른들이 구질구질한 삶에 어느 정도 방패막이가 되주고는 있지만
어른들이 막아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구질구질한 삶’이라는 건 뻔하다.
먹고살기 위해 앵벌이를 하다가 그것도 어려워지면 성매매를 하고
그 와중에 친한 이웃과 싸움도 벌어져서 신고가 들어가고...
이런 류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아이들 모습을 지켜보는 맛에 참고보던 그 뻔한 스토리가 조금 지켜갈 때
영화는 결론으로 내달린다.


어른들이 질철거리며 발버둥치든말든 순진하고 발랄하기만 했던 ‘무니’는
어느날 경찰들이 집으로 찾아온 것을 목격한다.
경찰은 성매매 혐의로 엄마를 잡아가려하고
아동보호국 직원은 아이를 위탁가정에 맡기려 한다.
처음에는 상황을 잘 몰라서 순수히 따르던 ‘무니’가
상황의 심각함을 알고 도망친다.
그렇게 도망쳐 찾아간 곳은 친한 친구의 집이다.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던 ‘무니’가 친구 앞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일이 생겼는데, 말을 잘 못하겠어”라고 도움을 요청한다.
그런 ‘무니’를 바라보던 친구는 ‘무니’의 손을 잡고 뛰어간다.
그 둘이 손을 잡고 뛰어간 곳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디즈니월드였다.
그렇게 영화는 끝났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눈물을 줄줄 흘리는데 영화가 내게 말을 했다.
“울지마. 싸울 힘이 없을 때는 도망가. 그렇게 도망가도 오래가지는 못하겠지만 도망갈 수 있으면 도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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