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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대한민국!

 아... 대한민국!


2000년 9월 30일, 나는 군산에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가 본 군산... 그 날은 대
명동 화재사건의 피해자들을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는 장례식이  있는 날이었다.
벌써 2년이 다 되어 가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 날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어
린 딸들의 관을 붙잡고 통곡하는 유족들,  서럽디 서러웠던 화재 현장에서의 노
제, 연고도 없이 쓸쓸히 마지막 가는 길을 기억해야 했던  사람들... 흐르는 눈물
을 닦으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성매매 없는 사회에서 살 수 있
기를 우리 모두는 기원하고 또 기원했었다. 그러나...

1월 29일 군산시 개복동 매매춘 업소에서 불이나 12명이 숨지고 3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의 놀라움은 이번  사건이 지난 대명동 화재와 마찬가
지로 감금된 상태의 노예매춘과 그것을 묵인해준 경찰과 공무원들에  의해 벌어
진 인재였다는 것, 이번에는 어떻게든 여론의  화살을 피해가고자 제대로 된 조
사도 벌이지 않은 채 감금은 없었다는 발표를 한 군산시의 무책임함에 있다. 사
건 발생 직후 화재현장을 찾은 여성단체연합과 대책위 관계자들의  질문에 군산
소방서는 경찰서에 경찰서는 시청에 그 책임을 떠넘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결국
유종근 전북지사가 "발표를 확정적으로 한 것에 대한  잘못을 시인한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그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대명동 참사
를 기억해 보라. 무엇이 바뀌었고  누가 대가를 치렀는가. 무엇 하나  변한 것은
없고 포주는 포주대로 관련 공무원과 경찰은 경찰대로 소나기 피하듯 그 시기만
비껴갔을 뿐이다. 제대로 된  사건의 수사와 처벌이  이루어졌다면 이번의 이와
같은 아픔은 없었을 테니 말이다.

만약 이번에도 대명동 사건처럼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다
면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누구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사
회적으로 노예매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여성의 몸을 사는  남성들과 불법적
인 인신매매와 감금을 일삼는 포주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의 윤
락행위방지법은 매매춘 여성 또한 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들을 법적
으로 보호하거나 근본적으로 노예매춘의 고리를  끊어내기 어렵다. 대명동 사건
이후 여성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노력해온 성매매 방지법 제정 운동은 바로 이러
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는 그녀들의 죽음을 기억해야 한다. 새처럼  훨훨 날고 싶었던 그녀들을 누
가 철창 아래 가뒀는지, 누가 이것을 묵인했으며 심지어 성상납 등의 이익을 챙
겼는지. 누가 몇 천 만원의 빚에 눌려 꿈을 포기해야 했는지. 누가 시가 몇 억대
의 호화주택을 소유한 부자인지. 결국 누가 죽음에 이르렀는지... 또 남은 우리들
이 할 일은 무엇인지 말이다.

                                  최정민은 평화인권연대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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