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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95회

 

1


여름의 한복판 무더위가 절정입니다.
이미 충분히 더운데도 기온은 아쉬운 듯 더 올라갑니다.
어차피 견뎌야하는 더위라면 32도나 33도나 마찬가집니다.


날씨가 더워지면 식물들은 왕성하게 자랍니다.
열매가 커지기 시작해서 감귤나무의 가지를 줄로 묶어줘야 합니다.
하우스 안에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3~4시간 뿐인데 더워서 일하는 속도가 붙질 않습니다.
거기다가 병충해들도 아주 왕성하게 활동을 합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병충해들을 찾아내는 것은 긴장감의 연속입니다.
병충해를 찾아내면 4~5시간 동안 약을 쳐야하는 것도 고된 일이지요.


할 일은 많은데 일할 수 시간은 많지 않고
신경쓸 일은 많은데 초보라서 능률은 떨어지고
마음은 조급해지는데 몸은 쳐지기만 하는 요즘
이럴 때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할 일을 줄일 수도 없고
신경을 딴데로 돌리수도 없다면
마음을 달래는 수밖에...


“성민아, 너는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야. 그냥 이렇게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야. 잘 하고 있어.”

 

2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다가 그곳 매점에서 점심을 먹게 됐습니다.
메뉴판을 봤더니 정식이 3,800원이더군요.
‘요즘에도 이런 가격으로 정식을 파는구나’라며 정식을 주문했습니다.
잠시 기다리고 받아든 식단은 참으로 단출했습니다.
쌀밥과 나물국, 김치, 콩자반, 닭볶음이 담겨 있더군요.
‘3,800원짜리답네’하는 생각을 하며 밥을 먹었습니다.
음식 맛은 그리 나쁘지 않아서 간단히 요기를 하기에 적당했습니다.
딱 3,800원짜리 정식이었지요.


그곳에는 학생이거나 취준생으로 보이는 이들도 점심을 먹고 있었습니다.
저처럼 정식을 먹는 사람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국수를 먹고 있더군요.
그냥 국수 하나만 먹든가 국수에 김밥을 같이 먹든가.
그때 깨달았습니다, 3,800원짜리 정식은 그곳에서 가장 비싼 메뉴라는걸.


요즘 강식당이라는 예능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특별한 재능이 없는 이들이 모여서 서로 도와가며 식당을 운영하는데
그들의 정성과 배려와 노력과 재치가 잘 어우려져 아주 좋았습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요리들도 깔끔하고 맛있어 보였고
손님들도 모두 엄지척을 하면서 칭찬을 하기에 바쁩니다.
“거건 방송국에서 제작비를 풍부하게 주고 도와주는 스텝들이 있으니까 가능한거야”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저런 식당이 있다면 찾아가서 먹고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찾아간 식당은 3,800원짜리 정식을 주문하기 부담스러운 이들이
국수와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곳이었고
나이든 여성노동자 세 분이 작은 주방에서 말없이 일하는 곳이었습니다.
주방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아마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최저시급을 받으시겠지요.


재미있고 잘만든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즐거워지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달았습니다.
tv는 인민의 아편임에 분명합니다.

 

3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전에 일을 마치고 텃밭을 한바퀴 돌면 이만큼의 먹거리가 수확됩니다.
샤워를 하고나서 이것들로 간단히 찬거리를 만듭니다.
가지는 볶고
토마토는 셀러드를 만들고
참외는 셀러드나 냉국을 만들고
애호박으로는 된장국을 끊이고
고추와 오이는 된장에 찍어서 먹습니다.
단촐하지만 아주 풍성한 밥상이 만들어집니다.


2~3일마다 이 정도의 수확물이 생기니
마트에 갈 일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혼자서 다 먹지를 못하기에 주위에 나눠주기도 합니다.
수박이랑 참외랑 오이랑 단호박은 망쳐버렸기에 올해는 수확이 줄어든 편이지요.


매일 이렇게 식사를 하면 밥맛이 아주 좋습니다.
몸도 반응을 보여서 아침에 대변상태가 아주 만족스럽지요.
같은 식단을 매일 먹으면 지겨울만도한데 여름에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식싱한 과일과 채소를 매일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최상의 식단이지요.


작년에도 이와 비슷한 사진과 내용으로 자랑을 했었는데
올해도 또 비슷한 내용으로 자랑을 하네요. 헤헤
일년 중에 가장 힘들지만 가장 풍요롭고 즐거운 한때를 저는 이렇게 보내고 있답니다.

 

4


ㅎㅎㅎ 사랑이 여전히 사랑스럽습니다.^^ 저도 얼마 전에 비슷한 마음부침을 겪으면서 대장 내시경 받았는데, 별 이상 없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곰탱이님이 지난 방송에도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에 대해 수면으로할지 일잔으로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먼저 경험을 하셨다길래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아주 자세하게 답글을 달아주셨더군요.

 


수면으로 하면 7만원인가를 더 내야 하는데요, 그냥 해도 괜찮습니다. 수면으로 하면 그날 하루는 어지러워서 아무것도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냥 일반으로 하시면 검사하고 나서 1~2시간 정도 방귀가 빠져나가면 바로 일상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일반 내시경 하면요, 먼저 대장에다가 바람을 잔뜩 불어 넣습니다. 그런 다음 내시경을 투입해서 대장 전체를 휘집고 다니는데, 크게 아프지도 않습니다.^^ 만일 종양이 발견되면 종양을 떼어내서 검사를 할 겁니다. 근데 웬만해서는 양성반응이 안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걱정마시고 일반 내시경으로 하셔요.^^ 저도 이번에 처음으로 내시경 검사받았습니다.^^

 


찾는 이 거의 없는 이곳에 사람의 흔적이 생긴 것도 기분 좋은데
저의 찜찜함을 시원하게 해결해주시기까지 하니 너무 고맙습니다.
이 방송이 곰탱이님을 비롯해서 또다른 누군가에게도 그런 기분좋음으로 닿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정민아의 ‘미나 탱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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