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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159회

 

 

 

1

 

 

읽는 라디오 살자 백 몇 번째 방송을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사랑이입니다.

 

 

오늘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산책에 대해서 얘기해보겠습니다.

저는 하루에 2~3번 산책을 나갑니다.

저는 눈치가 아주 빨라서 성민이가 하는 행동만 봐도 산책을 나가려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성민이가 윗옷을 입거나 양말을 신기만 해도 저는 눈치를 챕니다.

그리고 성민이가 가슴줄을 손에 잡기만 해도 펄쩍펄쩍 뜁니다.

 

 

성민이는 산책을 할 때마다 코스를 다르게 하는데 그것도 이제는 다 알아서 제가 미리 코스를 정하기도 합니다.

어느 때는 제가 가고 싶은 코스랑 다른 쪽으로 성민이가 가려고 하면 제가 버티기도 합니다.

 

 

산책을 나가면 신이 나서 저는 막 달려가려고 하는데 제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성민이는 자꾸 줄을 잡아당깁니다.

그러면 성민이 주위를 한바퀴 돌고 다시 앞으로 달려갑니다.

제가 냄새를 맡고 있을 때는 성민이가 기다려주는데 냄새가 너무 좋아서 오래 맡고 있으면 줄을 당기면서 성민이가 보채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아쉬워서 성민이를 한번 흘끗 쳐다보기도 하지만 성민이가 계속 조르면 오줌 한 번 싸고 그냥 갑니다.

 

 

성민이는 정해진 코스만 지키면 제가 가려는 방향으로 가게 놔둡니다.

그래서 이곳저곳 자유롭게 냄새를 맡으면서 가는데

건너편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제가 확 뛰어가려고 하면 성민이가 줄을 잡아당기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최대한 간절한 눈빛으로 성민이를 바라봅니다.

그런 제 눈빛에 성민이가 알았다고 하면서 저를 따라와 주기도 하지만

제 눈빛을 무시하면서 더 강하게 줄을 잡아당기면 저는 온몸으로 버티면서 뜻을 굽히지 않습니다.

성민이가 더 세게 줄을 잡아당기면 질질 끌려가면서도 끝까지 저항을 합니다.

 

 

산책 할 때마다 성민이랑 밀고 당기고 하면서 신경전을 벌이지만 산책은 너무 좋습니다.

한번 산책을 나서면 보통 30분 정도 하는데 날씨가 너무 좋고 성민이가 기분이 좋으면 가끔 1시간씩 산책을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아주 멀리까지 나가서 신선한 냄새를 충분히 맡고 돌아옵니다.

 

 

산책할 때가 아니면 이렇게 멀리까지 나갈 일이 없습니다.

아주 가끔 나가서 놀다오라고 성민이가 밖에 풀어주거나 제가 눈치를 봐서 하우스 안에서 도망쳐 나올 때도 있지만

그때는 집에서 2~3분 거리까지만 나갔다고 돌아옵니다.

성민이가 하우스에서 일을 하고 있으면 밖에 나갔다가도 5분 만에 돌아와서 성민이 주변으로 다가갑니다.

저는 성민이랑 같이 있는 것이 더 좋습니다.

 

 

 

2

 

 

성민이가 이어가겠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시작된 이명은 병원치료에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데

잘 견디고 있던 아버지도 최근에 상태가 안 좋아져서 좀처럼 나아지질 않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으니

그저 마음이 들썩이지 않도록 노력할 뿐입니다.

 

 

덕분에 약간 느슨해졌던 생활도 다시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신경을 쓴다고 해도 특별한 것은 없고

술이나 라면 같은 걸 먹지 않거나

가볍게라도 운동을 매일 하고

밖에 나갈 일이 없어서 자주 하지 않는 샤워도 가끔 하고

날씨가 좋으면 이불과 베개를 볕에 자주 말립니다.

부모님이 신경 쓰여서 마음이 불편하다 싶으면 잠깐 들렀다 오기도 합니다.

 

 

이렇게 몸과 마음을 달래며 보내고 있는데

지난 방송에 득명님이 댓글을 달아주셨더군요.

 

 

 

 

방송 잘 듣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혹시 도움이 되셨음해서 제가 아는 귀를 좋게하는 도인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30여년전 서점가서 우연히 스님께서 펴낸책에 나온 얘긴데 그 책을 찾아보려 했으나 찾지 못했습니다. 당시에 보온덮개에 겨란판 붙인 곰팡내나던 지하골방 연습실에서 데모하다 대학교 짤린 형,누나들한테 풍물배우다 귀가 않좋아져있던 상태였습니다. 선배 몇몇은 난청으로 군대를 면제 받았지만 저는 책을 통한 스님 가르침으로 청력을 회복한 경험이 있습니다. 어릴적 중이염을 앓아서 귀가 약한 편입니다. 물론 도인술에 의존하기전에 이비인후과 진료를 먼저 받아야하겠지요.

 

 

먼저 도인술이란 무슨 마술같은게 아니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체조? 로 알고 있으며, 우리 몸은 사용해줘야 좋아지고, 생명을 유지하려는 속성상 우리 몸 스스로 좋아지는 상태로 나아간다고 생각합니다. 도인술도 이런 원리에서 나온 것 같고요. 내 안에 의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할일은 내 안의 생명의 빛에 귀기울이며 드러 밝히는 일 뿐이고요.

 

 

방법은 간단한데요. '이고' 라고 손가락 귀 북을 쳐주는 도인술입니다. 혈행개선과 달팽이관 운동, 머리가 맑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우리들 귀는 언제 운동을 해주는 일이 없는데 귀도 운동을 시켜주는 방법입니다.

 

 

1. 귀를 위에서 딱딱한 부분을 지나 아래 귓볼까지 살짝 꼬집 듯이 주물주물 해준다. (이건 전신건강에도 도움되고요)

 

 

2. 귀를 2째와 3째 손가락 사이에 넣고 위아래로 손을 움직여 귀를 문질러준다.

 

 

3. 귀밑 뒤쪽 오목한 부분을 꾹꾹 눌러 맛사지 해준다. (귀 근처 시원한 곳은 모두 해줘도 좋습니다)

 

 

4. 손바닥으로 귀 전체를 압축되도록 잘 막고, 손가락은 뒤통수 약간 아랫부분을 향하게 하여, 2째 손가락을 3째 손가락에 얹었다가 튕기듯 2째 손가락으로 뒤통수를 가볍게 쳐준다. (손바닥이 귀를 꽉 막고 있으면 쿵 하는 소리가 귀에 전달됨)

 

 

이렇게 아침저녁으로 '이고'를 16회 쳐줍니다.

 

 

그리고는 혹시 영양소가 부족하여 달팽이관 어지러움 및 청력저하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니 전통방식대로 겨란을 하루 한알 한달간 먹어주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건강연구소장 올림 -

 

 

 

 

득명님이 가르쳐주신 방법대로 해봤더니 머리가 상쾌해져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물론 이명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내 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생겨서 좋습니다.

 

 

한번 만나본 적도 없는 분이

제 푸념소리를 흘려듣지 않고

정성스레 글을 남겨주셨다는 사실이

머릿속보다 마음을 더 상쾌하게 해주었습니다.

 

 

 

3

 

 

요즘은 날씨가 아주 좋습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데다가 맑은 날이 계속 되고 있죠.

약간 가문 게 걱정이기는 하지만 비닐하우스에 들어가서 일하기에는 그만입니다.

 

 

알알이 잘 큰 감귤들이 조금씩 익어가는 요즘입니다.

달린 양이 많지 않아서 속상하기는 하지만 그나마 달린 것들의 상태가 좋아서 다행입니다.

전정가위 하나 들고 다니면서 열매가 없는 가지들을 정리해주고 있습니다.

바쁠 게 없기 때문에 여유롭게 일을 하죠.

 

 

한 시간 정도 일을 하고는 의자에 앉아 잠시 쉽니다.

그러면 제 주위를 서성이던 사랑이도 따라와서 제 옆에 앉습니다.

따스한 햇살이 사랑이와 성민이를 비추면

두 개의 그림자가 다정하게 드리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4

 

 

올해는 스물 한 살의 청년 전태일이 분신한지 50년이 된다고 합니다.

제가 한 살 때 돌아가셨으니 그의 죽음과 제 삶이 시기적으로 이어지는 기분입니다.

그의 뒤를 따라서 가고자했던 저는 세상의 파도에 밀려 지금 이곳에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그의 목소리를 들어봅니다.

 

 

 

 

이 결단을 두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망설이고 괴로워했던가?

지금 이 시각 완전에 가까운 결단을 내렸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생을 두고 맹세한 내가, 그 많은 시간과 공상 속에서,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아니 될 나약한 생명체들.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조금만 참고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너희들은 내 마음의 고향이로다...

오늘 토요일. 8월 둘째 토요일. 내 마음에 결단을 내린 이날. 무고한 생명체들이 시들고 있는 이때에 한 방울의 이슬이 되기 위하여 발버둥치오니, 하느님, 긍휼과 자비를 베풀어주시옵소서.

1970년 8월 9일

 

 

 

 

전태일은 마음의 고향인 평화시장 어린 동심들 곁으로 돌아갔는데

저는 돌아갈 곳이 없으니...

서있는 위치가 달라지면 생각하는 마음도 달라진다는데...

 

 

청년 전태일의 목소리와 젊은 성민이의 목소리가 오버랩 되서 더 크게 들려오는 오늘입니다.

‘전태일, 민중의 나라’ 들으면서 오늘 방송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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