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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욕심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아래 인터뷰는 ‘제주의 3년 이하 이주민의 가게들’이라는 책에서 옮겨 왔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박용씨는 서귀포시의 한 시골마을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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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수도 있다는 불안함을 느끼나?

 

대출도 없고 할부도 없다. 형편에 맞게 시작했다. 그러니 설령 망한다고 해도 크게 잃을 거까진 없다.

어려서 집안에 빚이 있었고, 그로 인해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빚의 무서움을 익히 안다. 그래서 모아둔 돈 안에서 모든 걸 준비하려고 노력했다. 최악의 경우라도 수업료를 치르고 좋은 경험 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고, 시간이 문제라고 지적받기도 한다. 물론 일리가 있는 말이다. 다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누가 시킨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미래의 성공이나 실패와 관계없이 이미 어느 정도의 성취감을 느낀다. 구태여 앞날을 불안해할 이유는 없다고 감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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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마실 시간에 돈을 더 벌어 보라 지적 받지는 않나?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말이 30인분이지 육체적으로 정말 고된 작업량이다. 못 믿겠으면 한번 팔아 보시라. 가게에 테이블이 4개 있다. 2인 손님상으로 30인분 팔려면 15개 테이블을 받아야 한다. 그러면 4개 테이블을 최소 04바퀴 돌려야 한다. 재료 준비하고, 손님 응대하고. 요리하고, 서빙하고, 계산 받고, 설거지에, 정산까지 모두 직접 한다. 30인분을 끝마치고 나면 녹초되기 딱 일보 직전이다. 놀고먹는 일이 절대 아니다.

커피 마실 여유도 없이 돈을 번다고 쳐보자. 그렇게 돈 모아서 나중에 과연 얼마나 행복할 수 있길래? 오늘 하루 행복하게 살았느냐 물었을 때 긍정문으로 대답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길 바란다. 지금 그렇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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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재정 상황은 어떤가?

 

원했던 게 적어서 그렇겠지만, 바랐던 만큼은 벌고 있다. 사실 크게 돈을 쓸 일이 없다. 밖에서 커피 마시는 거랑 이따금 다이빙 레슨비 정도, 큰돈을 벌지는 못해도, 생기는 돈 안에서 나름대로 만족하여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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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를 포기하고 떠나는 경우도 보게 되는지?

 

생각보다 그런 경우가 많다. 대체로 돈이 문제다. 제주도 생활비가 결코 만만치 않다. 일을 해도 인건비는 높이 쳐주지 않고, 애초에 일자리도 많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본인이 애초에 원했던 분야의 일보다, 돈이 되는 일을 일단 잡고 보는 경우가 많아진다.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한다. 그러려고 제주도에 온 게 아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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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식당을 운영할 생각인가?

 

그건 잘 모르겠다. 지금은 식당 일이 정말 좋지만, 감히 평생 하겠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하루하루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이다. 미래를 예단하고 싶지 않다.

일단 건물 재계약 시점까진 식당을 운영할 계획이고, 그래도 요리가 하고 싶다면 식당을 이어갈 수도 있겠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길을 찾겠지.

더는 즐겁지 않게 되어 버린 일을 억지로 붙들고 싶지는 않다. 손님에게도 좋을 게 없다고 본다. 진심을 담는 게 중요하지, 오래 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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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인 계획은 없나?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해 애써 고민하지 않는다. 고민하면 뭐가 달라질까? 고민으로 해결될 문제라면 애초에 큰 문제도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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