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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98회 – 봄이 왔습니다

 

 

 

1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발견한 모습입니다.

돼지가 봄맞이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을 하는 건지

남몰래 살짝 빠져나가려다 좁은 틈에 끼인 건지 모르겠지만

저 모습을 보니 피씩 웃음이 나왔습니다.

버스 안에는 이런 식으로 몇 개의 인형이 걸려있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지만 삭막한 공간인 이곳에서

귀여운 인형을 보며 잠시 마음의 주름을 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시는 분 중에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라면서 기사님에게 인사를 건네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인사에 기사님들이 답례를 하든 안하든 상관없이 그 목소리를 듣는 제게도 인사를 건네는 것 같아서 저도 마음속으로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곤 합니다.

저도 물론 버스를 탈 때면 기사님에게 인사를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버스 안에 있는 누군가가 마음속으로 인사를 받아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어딘가에서 “일상에서 스치듯 만나는 사람들과 나누는 짧은 온정으로도 정서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삭막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큰 감동을 주거나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하겠지만 버스 안에 걸려 있는 인형처럼 잠시 마음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

 

수도계량기가 고장이 나서 마을 수리계 총무님에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연락을 받고 오신 총무님은 부품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계량기 앞부분을 조금 파내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그곳은 콘크리트로 단단하게 고정돼 있어서 장비가 필요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하며 잠시 고민하다가 근처에서 도로 확장 공사를 하시는 분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 분은 상태를 확인하시더니 곧 장비를 들고 와서 콘크리트를 깨려고 시도를 했지만 콘크리트가 깊게 다져져 있어서 장비로는 깰 수가 없더군요.

결국 계량기 부품은 교체하지 못하고 임시조치만을 하고 총무님은 돌아가셨습니다.

 

다음날 선과장 예쁜이와 산책을 하다가 도로 확장 공사를 하시는 또 다른 분을 만났습니다.

예쁜이를 귀여워해주시는 분이라서 인사를 하며 지냈던 분이어서 조심스럽게 “콘크리트를 깨야하는데 포크레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은 흔쾌히 “기사님이 오면 말씀 드릴게요”라며 대답을 해주셨고. 제가 “비용은 따로 그리겠습니다”라고 하니 “그냥 해드릴게요”라며 편하게 말을 해주시더군요.

 

아직 수도계량기는 고치지 못했지만

평소에 가볍게 인사만 하고 지나쳤던 분들에게서

이렇게 편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분 좋고 행복해지는 순간들이었습니다.

 

 

3

 

추위가 길게 이어지다 물러가니

개울을 훌쩍 건너뛰듯이 갑자기 봄이 와버렸습니다.

예상 밖의 2월 추위에 몸과 마음을 잔득 움츠리고 있다가

3월과 함께 갑자기 봄기운이 넘실거리니 정말 살 것 같은 요즘입니다.

그런데 주위를 살펴보니 해야 할 일들이 널려 있더군요.

 

먼저 늘어난 체중과 뱃살을 빼야 합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한 시간씩 운동하는 것을 다시 시작 하고 식사량도 줄여나가려고 합니다.

이제는 방안에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가서 자주 몸을 움직이려고 합니다.

 

그동안 밀어놓았던 일들도 여기저기 쌓여있습니다.

봄채소들을 심기 위해 텃밭을 갈아엎고 비료도 뿌려주고 해야 합니다.

마늘과 양파 사이에 나와 있는 잡초들도 뽑고 웃거름도 줘야 합니다.

어지럽게 방치돼 있던 창고도 정리해야 합니다.

특히나 집안 구석구석 쌓여있는 먼지들을 닦아내기 위해서는 며칠에 걸쳐서 대청소를 해야 할 판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산란해졌던 마음을 다시 추스르는 것이겠죠.

새벽에 일어나는 시간을 앞당겨서 명상을 제대로 시작해야겠고

여유시간에 컴퓨터로만 향하던 눈을 책으로 돌리려고 노력도 하고

세상의 요란한 소음으로 향했던 귀도 제 마음과 주변사람들의 얘기에 좀 더 집중하도록 해봐야겠습니다.

 

다음 달에 감귤수확을 하고나서부터는 또 바쁜 나날이 이어질 테고

그와 함께 짧은 봄이 지나 때 이른 여름이 시작될 테니

정규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만드는 운동선수들처럼

3월 한 달 동안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단련하도록 해봐야겠습니다.

 

 

 

(누빔의 ‘Liberta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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