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다시! 96회 – “정신병자들은 정신병원으로!”

 

 

 

1

 

대전에서 초등학생이 그 학교 교사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당했습니다.

그에 화들짝 놀란 사람들은 무자비한 살인마에 대해 거침없이 응징을 해야 한다며 난립니다.

그리고 그 살인마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우리는 이런 식의 끔찍한 뉴스가 잊을만하면 반복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2012년에는 지하철에서 침을 뱉는 사람에게 뭐라고 한마디 했더니 칼을 들고 그 자리에서 찔러버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2018년에는 서울의 어느 pc방에서 조현병을 앓고 있던 이가 아르바이트생을 무참하게 살해해버려서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2023년에는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지나가는 행인을 이유 없이 칼로 찔러 죽이는 사건이 발생해서 경찰특공대와 장갑차까지 시내 곳곳에 배치되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언론과 인터넷에서는 살인마와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조리돌림이 일어났고, 전문가와 정치인들은 각종 대책을 쏟아냈습니다.

그런 조리돌림과 대책들이 무색하게 우리 곳곳에 널려있는 시한폭탄들은 조금만 방심하면 뻥뻥 터져버립니다.

 

 

2

 

2007년 오랫동안 활동했던 울산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나의 기득권을 모두 버리고 20대와 같은 폐기로 세상과 맞서보자” 결심했지만 세상을 상상이상으로 냉정하고 차가웠습니다.

저에게 건질 것이 없다는 것을 알자 사람들은 눈길을 거두어버렸고 저는 시베리아 벌판 한가운데 버려진 신세가 됐습니다.

‘우울증 불면증 자살충동’ 같은 것들이 순식간에 저를 찾아왔습니다.

매일 술로만 버티면서도 이 녀석들에게 굴하지 않겠다며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미 버림받은 저를 바라봐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결국 용기가 없어서 실행해 옮기지 못했습니다.

‘우울증 불면증 자살충동’은 외톨이가 된 저에게 유일한 친구가 돼주었죠.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친구를 곁에 두면서 싸워도 보고 외면도 해보고 도망쳐도 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외쳐봤지만 제 손을 잡아주는 이는 없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 무서운 친구들이 씩 웃으면서 저를 바라보곤 했죠.

 

발버둥 치다가 포기하고, 다시 힘을 내서 일어서려다 절망하기를 몇 년 동안 반복하다보니 제게 ‘분노조절장애와 대인기피증’라는 또 다른 친구가 생겼습니다.

이 녀석들은 성격이 아주 난폭해서 제가 조금이라도 말을 듣지 않으면 사나운 맹수가 돼서 저를 사납게 물어뜯었습니다.

이 녀석들이 저를 물어뜯을 때면 저는 녀석들이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점점 괴물이 되어갔고 마지막까지 저를 위하고 걱정해줬던 가족들마저 저를 버거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점점 통제 불능의 괴물이 되어가던 저를 가족들마저 놓아버렸다면

저는 어느 날 각종 뉴스를 장식하는 유명인이 됐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세상 사람들이 제 이름과 얼굴을 똑똑하게 기억하게 됐겠죠.

 

 

3

 

정신병자들은 병원에 들어가서 치료 받으면 안되나?

언제까지 깔부림에 소중한 목숨들 허망하게 보낼려고 하는지

 

 

어느 분의 sns에서 이 문장을 보고 깊은 한숨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한때 잘나가는 활동가였던 제가 ‘무서운 정신병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아무리 얘기한들 사람들은 들어주지 않습니다.

병원에 가서 신경안정제와 수면제 같은 것들을 처방받고 몽롱한 상태로 살아가는 삶이 어떤 건지를 알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런 식으로는 우울증과 불면증 같은 것들이 쉽게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도 들으려하지 않습니다.

그저 ‘무서운 정신병자들’이 이 사회에서 활개 치지 않도록 어딘가에 잡아두기만을 바랍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들을 잡아들이고 가두는 동안 새로운 시한폭탄들이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주문을 외웁니다.

 

“정신병자들은 정신병원으로!”

“정신병자들은 정신병원으로!”

“정신병자들은 정신병원으로!”

“정신병자들은 정신병원으로!”

“정신병자들은 정신병원으로!”

 

 

 

(Sarah McLachlan의 ‘Gloomy Sunday’)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