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12회

 

 

 

1

 

 

지난주에 광주항쟁 41주년이라고 많은 행사와 관련 소식들이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이 지금의 미얀마를 거론하시더군요.

저 역시 그런 언급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이지만

얼마 전에 읽었던 책 한 권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서 그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강상우씨가 쓴 ‘김군을 찾아서’라는 책인데요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을 촬영하게 된 과정과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들을 정리한 책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항쟁 당시 시민군의 모습 중에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사진이 있었습니다.

지만원씨는 이 사진을 특정해서 북한 특수군 간부라고 자신 있게 주장했고

5.18기록관에서 우연히 이 사진을 본 한 시민은 “김군 같아 보이는데...”라고 기억을 더듬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행방을 찾아 나서게 됐습니다.

 

 

그가 북한군 간부가 아니라는 사실은 여러 근거를 통해 쉽게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그가 누구이지는 좀처럼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사진을 찍었던 기자와 5.18관련 단체들을 찾아다니며 수소문 해봤지만 허사였습니다.

그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사람을 어렵게 만나 얘기를 나눠봤지만 여러 가지 정황이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그를 ‘김군 같아 보인다’고 했던 시민의 말에서 다시 출발했습니다.

그의 증언에 의하면 김군은 광주 인근 다리 밑에서 천막을 치고 생활하던 넝마주이로 항쟁 당시 시위에 참가했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항쟁 이전에는 자신이 운영하던 식당에 자주 들렀던 김군이 항쟁 이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다는 겁니다.

 

 

그렇게 행적을 알 수 없는 김군을 찾아서 넝마주이집단을 추적해봤지만 그들이 시위에 참여했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 이후 행적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고아들로 이뤄진 넝마주이들은 시위의 중심에 서 있었지만 그 이후 아무도 그들의 존재를 기억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만약 그들이 죽었다하더라도 가족이나 친척, 지인들이 없기 때문에 그의 행방을 수소문할 사람도 없었던 겁니다.

 

 

김군을 찾기 위한 노력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갈 때 한 분의 제보를 받게 됩니다.

시민군을 참여했던 그분은 항쟁 이후 광주를 떠나서 그에 대한 기억을 잊으며 살아가라고 노력하던 분이었습니다.

어렵게 만난 그분은 항쟁 당시 광주 외곽에서 있었던 계엄군간 오인사격 사건을 거론했습니다.

당시 광주외곽을 순찰하던 시민군은 군인을 발견하고 황급히 마을로 도망갔고, 그 과정에서 군인들끼리 오인사격으로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이후 군인들이 마을을 뒤져 숨어있던 시민군을 발견했는데 그중 한 명이 군인에 의해 사살됐던 겁니다.

그때 사살된 시민군이 사진 속에 김군 같아 보인다는 얘기였습니다.

사살된 시민군의 시신은 찾지 못했고 그가 사진 속 김군인지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역사 속에서는 불의에 당당하게 맞서다가 이름도 없이 사라져 가신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사회의 하층민들일수록 그런 분들이 더 많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분들은 자연스럽게 잊혀져버리게 되죠.

이 책과 영화를 통해 역사 속에 잊혀져가던 분들을 기억하게 돼서 고마웠습니다.

역사 속에서 이름 없이 산화해 가신 분들을 위해 잠시 고개를 숙여봅니다.

 

 

 

2

 

 

지난주에는 kbs 아침마당과 6시 내고향이 30주년을 맞았다고 특집방송을 하더군요.

그걸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읽는 라디오도 조만간 10주년인데...”라고요, 하하하

‘조만간’이라고 하기에는 반년 넘게 남아 있어서 좀 그렇기는 하지만

올 12월이면 읽는 라디오가 방송을 시작한지 10년이 됩니다.

30년 세월 앞에서 10년이 어깨를 들이밀기가 조금 쑥스럽기는 하지만

이 정도 세월이면 나름 열심히 살아온 세월이지 않을까요?

아, 물론 읽는 라디오 시즌4의 진행을 맡은 저는 겨우 두 달이 지났을 뿐이지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읽는 라디오에 함께 하고 있다는 건 뿌듯한 일입니다.

 

 

7개월이나 남은 10주년에 대해서 성민씨랑 얘기를 나눈 바는 없고

성민씨가 기념일 같은 걸 챙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곳에서 기념행사를 한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겠나 싶기도 하지만

이번에 kbs에서 하는 30주년 특집방송을 보면서

읽는 라디오도 10주년을 축하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세월을 견뎌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축하할 일이잖아요.

 

 

여러분, 2021년 12월 16일은 읽는 라디오 10주년 기념일입니다.

그 주에 방송되는 읽는 라디오는 아주 성대한 특집방송으로 채워지기를 바랍니다.

제가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해볼테니까 여러분도 그때 함께 하셔서 즐겨줬으면 좋겠습니다.

7개월이나 남은 10주년 특별방송 공지였습니다. 하하하

 

 

 

3

 

 

제가 사는 곳 가까이에 편의점이 있습니다.

편의점이 가까워서 편하고 좋습니다.

가끔 맥주 생각이 날 때면 카드 대신 천 원짜리 몇 장 들고 사러가곤 합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잔돈을 다시 확인해보면 100원이나 200원이 모자라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따지러가자니 귀찮기도 하고 얼마 되지 않는 돈이어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며칠 전에는 1+1 행사제품이 있어서 두 개를 내밀었는데 두 개 가격을 다 받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이의를 제기하니까 뭐라고 뭐라고 변명을 하고는 다시 계산을 하더군요.

알바생이 있을 때는 괜찮은데 사장이 있을 때만 이런 문제가 자꾸 생겨서 짜증이 났습니다.

 

 

그래서 조금 멀리 떨어진 편의점으로 바꿔버렸습니다.

5분쯤 걸어가야 하는 것이 귀찮기는 하지만 신뢰할 수 없는 곳을 이용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다른 편의점에 비해 가격이 100원이나 200원 정도 비싸더군요.

가격 갖고 장난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 편의점의 행태가 떠올라서 괜히 짜증이 났습니다.

 

 

또 다른 편의점은 10분쯤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갈려면 갈수는 있겠지만 가까이에 있는 두 곳을 제쳐두고 그곳까지 간다는 것이 좀 궁상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불쾌한 경험이 있는 곳은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편의점을 가급적 이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평소에도 편의점을 자주 찾는 건 아니고 맥주나 과자 같은 걸 사러가는 게 대부분입니다.

술이나 간식이 몸에도 좋지 않으니 이번 기회에 멀리해보려고 합니다.

이렇게 몸도 챙기고 정신건강도 챙겨보는 기회로 삼아야겠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