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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13회

 

 

 

1

 

 

‘읽는 라디오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열세 번째 방송 시작하겠습니다.

찾아와주신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들풀입니다.

 

 

몸에 이상이 있어서 병원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큰 병은 아니었지만 통증이 계속되는지라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가까운 동네 병원을 갈까하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평점이 좋은 병원을 찾아 갔습니다.

번화가에 있는 병원이라 사람들이 많아서 많이 기다리다 진료를 받았는데

의사는 제 얘기를 듣기보다는 엑스레이와 피검사 자료만을 보면서 간단하게 판정을 하더군요.

그리고는 추가 검사 몇 가지를 더하고 나서 간단한 시술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시술이 잘 되지 않아서 한 번의 시술을 더 하고서야 끝났습니다.

꽤 오랜 시간을 병원에서 보낸 후 생각보다 많은 진료비를 지불하고 나왔습니다.

 

 

이후 약을 먹으면서 경과를 살펴보는데 통증이 좀처럼 가라앉질 않는 겁니다.

며칠이 지나도 통증이 사라지질 앉아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환자의 얘기에 귀 기울이지 않고 별로 신뢰가 가지 않는 그 병원을 다시 찾아야할까?

인터넷으로 다른 병원을 알아보고 새롭게 진료를 받아야할까?

그냥 동네병원에 가서 간단한 처치만 받을까?

 

 

이래저래 고민을 하다가 큰 병이 아니기에 결국 가까운 동네병원을 찾았습니다.

동네병원에서도 엑스레이와 피검사를 하더니 역시 비슷한 진단과 처방을 내놓았습니다.

그곳에는 시술장비가 없기 때문에 약 처방만 받고 경과를 좀 더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두 군데에서 비슷한 진단을 받으니 마음이 조금 안정되기는 했습니다.

이전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이 남아있었지만 다시 약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비슷한 약을 다시 먹으면서 예민하게 몸을 살폈습니다.

그렇게 열흘이 넘는 기간 동안 꾸준히 약을 먹었더니

통증이 조금씩 줄어들기는 했는데

가벼운 변비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또 약 복용을 중단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다가

남은 약이 얼마 되지 않아서 약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약을 끊고 이틀쯤 더 지났더니 통증이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보름 정도 이래저래 시달리고 난 뒤끝이라

몸은 개운해졌지만 마음은 좀 찜찜함이 남아있습니다.

 

 

이번 경험을 하면서 병원에 대한 생각을 다시 정리했습니다.

돈벌이에 최적화된 지금의 의료시스템에서 좋은 병원을 찾는 건 허무한 짓이었습니다.

돈벌이 하는 의사를 100% 신뢰하기는 어렵지만

머리 굴리면서 판단하고 평가하려고 하는 짓도 소모적이어서 나만 피곤할 뿐이었습니다.

배고플 때 애써 맛집을 찾지 않고 잘 아는 분식점을 찾는 것처럼

아프면 이래저래 검색하지 말고 가까운 동네병원을 찾아가야겠습니다.

그리고 의사를 바라보지 말고 내 몸과 마음을 세심하게 바라봐야겠습니다.

 

 

 

2

 

 

문득 ‘내 인생의 황금기는 언제일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20대라고 하는데

20대를 황금기라고 하기에는 삶의 밑천이 너무 없어서 허전했습니다.

 

 

세상을 좀 알아가면서도 세파에 찌들지 않고 열정적으로 살아갈 시기를 30대라고 하는데

30대가 황금기라면 그 이후는 찌들어가는 삶인 것처럼 느껴져서 싫었습니다.

 

 

치열함이 사그라들지 않으면서도 원숙미가 배어있는 나이인 40대를 황금기라고 하기에는

위아래로 끼어있으면서 이래저래 타협하며 살아가는 삶이 조금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사회에서 어느 정도 자기 위치를 잡고 영향력을 발휘가 좋은 나이인 50대는

욕심 많은 꼰대들의 절정기인 것 같아서 괜시리 심통이 납니다.

 

 

산전수전 다 겪고 난 후 포기할 건 포기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찾아갈 나이 60대는

‘나 아직 안 늙었어!’라며 꼬장 부리는 것 같아 보여서 좀 측은해집니다.

 

 

인생이 뭔지 알 것 같고 아직 혈기도 남아 있어서 자기 일을 묵묵히 해내는 70대를 인생의 황금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기력이 없어 보여서 민망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100세가 넘은 철학자인 김형석 교수는

40대까지는 너무 어리고

50대는 뭔가 할 일이 많지만 철이 없고

60대부터 철이 들기 시작해서

75세까지는 사람이 성장하는데

꾸준히 노력하면 90세까지도 활력이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100살이 되면 자식뻘인 70살도 한참 어려보이니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겠지만

왠지 삶이 마라톤 경주처럼 느껴져서 조금 질리는 감도 없지 않습니다.

 

 

문득 찾아든 질문을 붙잡고 혼자서 이리저리 굴려보다가

생각들을 종이에 적어봤습니다.

앞줄은 긍정적인 면, 뒷줄은 부정적인 면으로 늘어놓았더니

모든 시기가 전부 황금기이면서 동시에 쇠퇴기였습니다.

그러고 나니 알겠더라고요

내가 지금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다는 걸 말입니다.

 

 

 

3

 

 

버스를 타고 외곽으로 나들이를 나갔습니다.

낯설지만 인적이 드문 곳에 내려서 잠시 걸었습니다.

차와 사람들이 많지 않을 길을 걷다보니 마음이 여유로워졌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게 30분쯤 걷다가 길가에 심어져있는 화사한 꽃무리를 발견했습니다.

노란 꽃들이 살랑살랑 움직이며 제 마음을 건드리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꽃들과 눈인사를 하며 걷다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데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란 하늘이 마음에 들어오더니

마음 속 먼지들을 모두 날려 버렸습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요즘은 나들이하기에 정말 좋은 때입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장마가 시작될테고 그 뒤로 무더위가 위세를 떨치겠죠.

여러분도 그 전에 이 계절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화사한 꽃무리와 새파란 하늘을 보며

맑게 부풀어 오른 마음에

아주 자유롭게 흥겨운 노래 하나 불어넣어볼까 합니다.

퓨전 국악그룹 고래야가 부른 ‘왔니’ 들으면서

오늘 방송 마치겠습니다.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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