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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룩 업, 지금 이 시국에 볼 수 있는 최고의 정치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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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가 지구로 향하고 있는 거대 혜성을 발견한다.

지구를 멸망시키기에 충분한 크기의 혜성이 6개월 후에 지구와 충돌한다는 것을 밝혀내고는 교수와 대학원생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 소식은 미국 정부 당국자에게 전해지고 급히 대통령과의 면담이 잡히는데

대통령은 정치현안에 온통 정신이 팔려서 그들의 얘기를 건성으로 듣고 넘긴다.

엄청난 사실을 얘기해도 관심이 없는 정부에 실망한 그들은 언론사에 이 사실을 제보했고

방송국에서는 tv쇼의 가십거리로 이들의 얘기를 다룰 뿐이었다.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지만 정부와 언론은 이들의 주장을 종말론자의 한심한 헛소리로 치부해버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대통령이 이들을 다시 불러서

그들의 주장을 듣고 진지하게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이유는 단 하나, 다가오는 중간선거에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이들의 파국적 주장과 그를 극복하기 위한 영웅적 쇼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그들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면서 세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 되어간다.

스타시스템의 정점에 자리 잡은 교수는 그 달콤함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기 시작했고

오직 절박함으로 달려들었던 대학원생은 점점 주변으로 밀려나면서 교수와 멀어지게 된다.

 

그러던 중 혜성을 향해 핵폭탄을 싣고 우주선을 발사하려던 계획이 갑작스럽게 취소된다.

혜성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한 거대자본과 정치권력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며 상황은 급변하고

이를 둘러싼 진영간의 대립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혜성은 점점 다가오는데 세상은 시장판의 호객행위들만 난무하는 꼴이었다.

 

거대혜성이 지구로 다가온다는 흔한 소재를 가져와서

정치와 자본과 언론이 얽혀져있는 현실 속에 집어넣고는

코미디 소스를 팍팍 뿌리면서 이상한 잡탕을 만들어놨는데

이외로 재미있었다.

 

황당한 얘기가 현실 정치판 속으로 들어오니

거대세력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핀볼게임처럼

좌충우돌하면서도 너무나 현실적으로 움직였다.

황당함과 진지함의 언발란스를 코미디가 잘 결함해놓아서

낄낄거리면서 지배세력을 실컷 비웃다가

영화가 끝나고 나면 지금의 절망적인 현실이 그대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조국의 치부가 드러났을 때 그걸 교묘하게 진영대립으로 몰아갔던 이 정부의 모습도

기후위기와 전염병으로 재앙수준인데도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타산 속에 파국을 향한 질주를 멈추지 않는 자본주의의 모습도

알몸으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고스란히 드러났다.

팬데믹 속에도 자기들만의 권력투쟁으로 아사리판이 된 지금의 대한민국에 가장 어울리는 정치영화는 단연코 ‘돈룩업’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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